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233
▣ 233화. 봄 같은 하늘 (1)
“토르, 괜찮나?”
“흥, 이 몸은 애시르 신족이다. 저 정도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해서… 아야야.”
토르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시구르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시구르드는 위그드라실의 잔해 옆에서 토르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래, 정말로 높은 곳까지 올라간 모양이야.”
“저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사람이 살 수 있나?”
“높이 올라갈수록 산소가 희박해지고 기압 문제도 생기지. 애시르 신족이라면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어떨지 모르겠군.”
“…….”
시구르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티아매트를 쫓아 하늘 높이 올라간 카이트가 무사할지 염려되었다.
“지크프리트와 파프니르는 아마 소멸했을 거다. 카이트는 마지막까지 쫓아갈 것 같았는데… 어떻게 되었을지.”
토르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트까지 당했다면 이 세계는 끝이군. 우리들 힘으로는 더 이상 티아매트를 막을 수 없…….”
“잠깐.”
시구르드는 토르의 말을 끊었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별똥별? 아니, 저건…….”
“어이, 시구르드!”
토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시구르드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위그드라실의 잔해를 넘어, 더 북쪽으로 뛰어갔다.
“……!”
위그드라실 북쪽에는 바닷가가 펼쳐져 있었다.
극한의 냉기가 불어닥치는, 대륙의 북쪽 끝이었다.
“설마, 저 바다로……!”
시구르드는 바다로 뛰어들려 했다.
하지만 쫓아온 토르가 뒤에서 어깨를 붙잡았다.
“어이, 정신차려!”
“놔라!”
“이 바다에 들어가면 얼어 죽어! 애초에 북쪽이 추운 것도 이 바다에서 발생하는 냉기가…….”
바로 그때.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빛에서 폭발적인 열량이 발생했다.
“……!”
시구르드와 토르는 동시에 숨을 삼켰다.
엄청난 열량이 바다로 떨어져, 얼어붙은 바다를 녹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따뜻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훨씬 추위가 약해졌다.
얼어붙어 있던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봐, 저기에……!”
“……!”
토르가 가리킨 방향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바다 위를 걷고 있는 카이트였다.
“카이트……!”
시구르드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몸이 젖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아버지?”
카이트가 흠칫하면서 시구르드를 쳐다봤다.
“왜 굳이 바다에…….”
“이 녀석아, 대체 무슨 짓을…….”
“아… 너무 많은 힘을 흡수해 버려서 말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카이트가 중얼거렸다.
“일단 한 번 방출하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져 버릴 것 같아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시구르드는 카이트의 몸을 살폈다.
입고 있는 옷이 다 찢어졌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지만… 상처는 없다.
“해치운 거냐?”
“아, 네.”
카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룡 티아매트를 쓰러뜨렸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시구르드는 자신도 모르게 카이트를 껴안았다.
“아, 아버지?”
“너는 정말로… 대단한 놈이다!”
카이트가 무사히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것이, 더할 나위없이 기뻤다.
“네가 세상을 구했다. 에인헤랴르의 모든 검사를 다 합친 것보다… 네가 더 대단하구나!”
“아닙니다, 아버지.”
차분한 목소리로 카이트가 말했다.
“제가 그동안 드래곤들을 상대로 흔들림없이 싸워 나갈 수 있었던 건, 제가 용살검가 에인헤랴르의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에인헤랴르에서 삶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길을 걸었을 수도 있겠죠. 에인헤랴르는… 위대한 가문입니다.”
“아니다, 카이트.”
시구르드는 뿌듯함을 느끼며 말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 태어났더라도… 너는 올바르게 싸웠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시구르드는 카이트를 꽉 껴안았다.
* * *
2차 라그나로크가 끝났다.
애시르 신족, 바니르 신족, 거인족으로 구성된 아우둠라 연합은 괴멸되었다. 아스가르드 요새 또한 아공간으로 사라져 버렸다.
니드호그가 죽으면서 에인션트 드래곤은 한 마리도 안 남게 되었다. 일반 드래곤도 몇 마리 남지 않은 상태라, 드래곤 세력은 사실상 괴멸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라그나로크의 최종 승자는 인간이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니얼과 이바르는 가벼운 차림으로 복도를 걸었다.
티아매트가 토벌되어 라그나로크가 끝난 지 벌써 일주일… 북부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따뜻한 날씨에 휩싸여 있었다.
“이바르 공자님, 역시 이 날씨도 카이트 공자님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글쎄요. 형님한테 물어봐도 얼버무리시더군요.”
문득 창문 밖을 내다보니, 기사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르트! 분대 움직임이 둔하다!”
“네! 시정하겠습니다, 어윈 경!”
“우리도 더 확실하게 한다! 한 번 더!”
어윈, 모르트, 슈데르츠가 땀을 흘리며 기사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 옆 훈련장에서는 슈벤, 이그니카, 휴이엔, 루살카가 각자 무공을 수련하는 중인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다들 열심이군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조만간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테니까요.”
니얼의 말을 듣고, 이바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니얼 경.”
“네.”
“정말로… 바로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니얼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그나로크를 마무리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일단 형님의 의견부터 들어 보고 생각해 보죠…….”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카이트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
고개를 내밀어 보니, 모리안과 아나스타샤가 서 있었다.
“두 분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아뇨, 그게…….”
모리안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리자, 아나스타샤가 옆에서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과회에 카이트 님을 초대하려 했는데, 안 계시더군요.”
“네? 다과회라고 하셨습니까?”
“카이트 형님하고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이바르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하자, 모리안이 헛기침을 했다.
“그, 그게 말입니다. 전쟁도 끝났으니, 앞으로 카이트 님과 보다 친목을 쌓으라는 아버지의 편지가…….”
“아……!”
니얼이 깜빡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지금이라면 카이트 공자님과의 혼담을 추진하기에 딱 좋은…….”
“니얼 경, 너무 앞서가지 말아 주시겠어요?”
아나스타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레스니크 가문에서도 카이트 공자님과의 혼담을 정식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뭐, 뭐라고요? 누가 마음대로…….”
어쨌든 니얼은 피어너 출신의 인물이다.
피어너 가문의 공녀인 모리안을 카이트와 이어 주고 싶을 것이다.
“카이트 형님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을 텐데, 괜히 열 내지 마시죠.”
이바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니얼 경, 지금 우리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죠?”
“아, 알고 있습니다.”
“응? 무슨 소리죠?”
“그게 말입니다.”
모리안의 질문에 니얼이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자… 모리안도, 아나스타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하압!”
“흐읍!”
콰직!
충돌한 목검이 동시에 부러졌다.
나와 시구르드는 부러진 목검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르겠군.”
“잘 안 되네요.”
마력이나 내공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된다.
최대한 살살하려고 하는데 말이다.
“역시 진검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나?”
“네, 저도 그렇게 생각…….”
그때 옆에서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됩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옆에서 양산을 쓴 채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프레데군다 대공비였다.
“두 사람 다,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쉬어야 하실 때입니다. 대련이라도 안 하면 몸이 쑤신다고 해서 허락해 드렸지만, 진짜 칼을 들고 싸우는 건 안 됩니다!”
“으음…….”
“어쩔 수 없군요.”
에인헤랴르의 안주인이 저렇게 말하니, 가장과 큰아들로서는 그냥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하, 아버지도, 큰형님도 어머니 말씀을 들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네, 오늘은 그냥 그만하시죠.”
프레데군다 옆에 있던 헤스테인, 프리드레이프가 맞장구를 쳤다.
결국 우리는 대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공 전하, 오늘은 가족 다 같이 식사를 하죠.”
“그럼 이바르도 불러야겠… 아, 마침 오는군.”
그때 이바르가 니얼과 함께 이쪽으로 왔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왜 그러지?”
“사실 카이트 형님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이바르가 시구르드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으시다면 아버지도 동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매우 중요한…….”
“나는 됐다.”
“네?”
용건도 듣지 않고 시구르드가 고개를 돌렸다.
“카이트와 얘기해서 결정해라.”
“아버지…….”
“식사 시간에 보자.”
무슨 얘기를 꺼내려는 건지 이미 눈치챈 걸까.
시구르드는 다른 가족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지?”
나는 이바르와 니얼을 쳐다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표정이 너무 진지한데.”
“카이트 공자님.”
니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자님은 이번 라그나로크에서 엄청난 공적을 세우셨습니다.”
“그 얘기, 며칠 전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
“메로베우스에서 반역자 카롤루스를 쓰러뜨리고 황제 폐하의 원수를 갚기도 하셨죠. 제국을 장악하려던 에인션트 드래곤들도 토벌하셨고.”
내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니얼이 계속 떠들어 댔다.
“카이트 공자님은 불세출의 영웅……. 아니, 구세주이십니다.”
“구세주라니, 너무 거창한데.”
“사실이니까요.”
니얼이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카이트 공자님,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왔지만, 곧 다시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
“제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지요.”
니얼에 이어서, 이바르도 입을 열었다.
“형님, 이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방에 있던 황족들을 옹립하기 위해 귀족들이 움직이고 있다더군요.”
“여러 세력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 다른 황족을 옹립하여 다투기 시작하면, 내전이 시작될 겁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큰 전쟁이 끝났으니, 그 이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혼란을 막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에인헤랴르가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형님이 직접 나서 주셔야 합니다.”
“구세주인 카이트 공자님이 직접 제국의 질서를 확립해 주셔야 합니다.”
니얼이 나한테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절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이바르 공자님과 함께 계획은 다 세워 놨습니다.”
“…….”
“에인헤랴르의 기사단과 함께 메로베우스로 갑시다. 그리고 제국의 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니얼이 말했다.
“새로운 황제로 즉위하시는 겁니다.”
새로운 황제.
그것은 애시르 신족과의 결전을 위해 떠나기 전에도 들었던 얘기다.
그때도 니얼은 내가 황제가 되어 에인헤랴르 제국을 만들라고 부탁했었다.
“부탁드립니다, 형님.”
이바르도 니얼 옆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형님은 이미 이 세상의 정점에 오르셨습니다. 이제… 세상을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
진지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오늘 고틀란드의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맑았다.
이쪽 세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화창한 봄 같은 하늘이다.
“이바르, 니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