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4
▣ 4화. 달라져야 한다 (3)
“잠깐만요, 형님!”
“왜 그러냐, 동생아.”
“그런 식으로 부른 적 없었지 않습니까! 기분 나쁘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거 참.”
프리드레이프가 내 뒤를 따라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독방에서는 대체 어떻게 나오신 겁니까? 오러는 어떻게 터득한 거고, 방금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건 뭐냔 말입니다!”
“질문이 많다, 프리드레이프.”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저 도롱뇽 같은 괴물들을 잡는 거다.”
“너커입니다! 그 정도도 모르면 어떻게 합니까!”
“아, 맞아, 너커.”
그런 이름이었던 건가.
특이한 이름이다.
“저쪽 방향이 소란스러운데, 저쪽에도 있는 건가?”
“어, 어머니 침소……!”
프리드레이프가 다급히 움직였다.
경공을 쓴 것처럼 빠른 움직임이었다.
‘지름길을 알고 있을 테니, 이 녀석을 따라가는 게 맞겠지.’
나는 순순히 프리드레이프 뒤를 따랐다.
그러자 정원 같은 곳에서 너커 두 마리가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에, 프리드레이프 님, 살려 주십… 으윽!”
“끄아악!”
다만 도착하는 게 너무 늦었다.
병사들은 이미 너커에게 목덜미를 물린 상태였다.
“젠장…….”
프리드레이프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나는 그 옆으로 다가면서 입을 열었다.
“네가 왼쪽 놈을 맡아라. 오른쪽 놈은 내가 맡을 테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기껏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프리드레이프는 짜증부터 냈다.
건방진 녀석…….
“어떻게 오러를 터득한 건지는 모르지만, 너커는 1서클의 소드 노비스가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닙니다!”
“아까는 잡았잖아.”
“그때는 기습한 거였으니까 그렇죠!”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기습에 성공해 머리를 꿰뚫지 못했다면 내가 당했을 것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비실비실한 육체, 그리고 20년 어치의 내공으로는 어쩔 수 없다.
“걱정 마라.”
“이건 걱정이 아니라……!”
“이제 몸이 슬슬 풀린 것 같으니까.”
그렇게 대꾸하면서 나는 우측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오른쪽 너커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접근했다.
“형님……!”
프리드레이프는 할 말이 더 남은 것 같았지만, 왼쪽 너커가 자기한테 다가오자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내가 말한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자, 그러면…….’
너커의 모습을 다시 한번 관찰했다.
사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용’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옥좌에서 본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하고 비교하면 아무래도 초라해 보였다.
‘그래, 이놈은 몸집만 큰 도롱뇽이나 도마뱀 같은 거야.’
끈적끈적한 피부를 응시하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 직후, 너커가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왔다.
‘꽤 빠르다.’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정통으로 부딪히기라도 했으면 카이트의 비실비실한 골격은 다 박살 났을 것이다.
‘프리드레이프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가.’
정면에서 싸우니 확실히 강한 생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림에 있을 때도 곰이나 멧돼지 등과 싸워 본 적이 있지만, 그런 놈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놈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라…….’
나는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무림에서는 싸워 볼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생물들… 이놈들을 상대로 싸워 보면, 무림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지의 경험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
이사원은 무림인이다.
자신의 무공을 갈고닦아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걸 바라왔다.
이쪽 세상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기쁜 일이었다.
“크르르!”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너커가 나를 계속 공격했다.
이제 슬슬 녀석도 내 육체 능력이 별 볼 일 없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공격이 대담해지기 시작했군.’
말 못하는 짐승 같은 놈이지만, 무작정 본능만으로 공격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싸움의 흐름을 이해하고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엄청 영리하지는 않아.’
머릿속으로 분석하면서 계속 움직였다.
너커의 빈틈이 더욱 커지도록.
‘기습으로 해치울 수 없다면 빈틈을 만든다.’
만약, 한 마리뿐이었다면 프리드레이프가 주의를 끄는 사이 사각에서 기습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 너커를 상대해야 한다.
혼자서 다 처리하려면 너커에게서 빈틈을 만들어 내는 게 최선이었다.
“크르르……!”
조바심을 느꼈는지 너커가 머리와 앞다리를 치켜들고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러자 커다란 틈이 노출되었다.
하지만 내가 노리는 건 그 커다란 빈틈 중에서도… 아주 좁은 일부분이었다.
‘저기다.’
그 순간.
나는 단전의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검에 기운을 불어넣는 이기충검에 그치지 않고, 팔을 비롯한 전신에 기운을 충만하게 만들었다.
그걸 통해 육체 능력을 극대화시키면서, 몸을 비틀었다.
‘수라비룡검(修羅飛龍劍), 섬뢰(閃雷).’
내가 익힌 검법들 중에서 현재의 육체로 펼칠 수 있는 최상의 검법, 수라비룡검.
그 대표적 초식이 전개되면서, 내 검이 마치 뇌전(雷電)과 같은 초고속으로 뻗어나갔다.
파앗!
쾌검 중의 쾌검.
초고속으로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한 일격.
단 한순간 드러난 일격필살의 빈틈을 파고든다.
“크르……?!”
너커가 경악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너커의 머리는 몸통에서 분리된 상태였으니까.
“할 만하군.”
몸이 다 풀린 것을 느끼면서 중얼거린 순간, 너커의 머리와 몸통이 바닥에 처박혔다.
* * *
프리드레이프도 비슷한 시점에 왼쪽 너커를 제압한 상태였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제법 실력이 괜찮은 것 같았다.
‘6서클이라고 했지?’
검기 같은 것도 쓰고 있고, 2갑자의 절정고수 정도의 실력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이는데 훌륭한 솜씨다.
‘영약이라도 먹이면서 영재 교육을 한 걸까?’
용살검가 에인헤랴르는 뭔가 특별한 가문인 것 같았다.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힘을 끌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
무림에서도 그런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혀, 형님…….”
그때 숨을 헐떡이면서 프리드레이프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방금,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뭘?”
“지금 그 움직임, 평소의 형님이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거였습니다.”
“…….”
방금 나는 카이트의 육체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냈다.
내공으로 육체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에 익숙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절박한 상황이라 힘이 솟아난 모양이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진짜야. 지금도 어깨가… 아야야.”
엄살이 아니라 정말로 어깨에 통증이 있었다.
무리한 움직임을 해서 어깨 근육이 늘어난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아. 이 정도는 침 놓고 찜질 좀 하면…….”
아, 여기에 침은 없으려나.
“프리드레이프……!”
그때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원 앞에 있던 건물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머니!”
“프리드레이프, 네가 나를 구해 줬구나.”
프리드레이프와 마찬가지로 자주색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이었다.
아무래도 프리드레이프가 말했던 ‘어머니’인 모양이었다.
“고맙다.”
“아닙니다, 어머니!”
그녀는 프리드레이프와 정다운 눈빛을 교환하며 말을 나눴다.
하지만…….
“…….”
잠깐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 눈빛을 보고, 나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아, 그런 건가.’
그건 단순히 ‘무능한 장남’을 향한 눈빛이 아니었다.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의 자식을 보는 눈빛이 분명했다.
‘경험이 있지.’
씁쓸한 과거를 떠올리면서, 나는 카이트에게도 나와 비슷한 사정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마 저 여자는 시구르드의 후처(後妻)일 것이다. 머리색이 같은 프리드레이프는 저 여자의 친자식이고… 카이트는 다른 여자의 자식인 거겠지.
‘별수 없군.’
모자간의 정겨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슬며시 자리를 떴다.
‘그러면 독방으로 돌아가 볼까.’
그동안 나는 무기한 근신이라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나중에 꼬투리를 잡히면 곤란하니 바로 독방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자물쇠 박살 낸 것 갖고 혼나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복도를 걷고 있었을 때.
복도로 급하게 들어오고 있는 남자들과 마주쳤다.
‘저건…….’
다들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선두에 서 있는 중년의 미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쪽 세계로 왔을 때 처음으로 마주했던 남자.
카이트와 프리드레이프의 아버지인 ‘북부대공’ 시구르드였다.
“어떻게 된 거냐.”
바깥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걸까.
시구르드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괴물들, 아니, 너커들이 침입했습니다.”
“알고 있다.”
“저와 프리드레이프가 처치했습니다.”
“뭐라고?”
시구르드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남자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프리드레이프와 함께?”
“세 마리, 해치웠습니다. 숨어들어온 너커는 그게 전부인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간결하게 알려 준 뒤, 나는 그들 옆을 지나쳤다.
“어딜 가는 거냐.”
“독방으로 돌아가야죠.”
안 그래도 오늘밤은 몸을 너무 혹사했기 때문에, 운기조식을 한 뒤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러면 근신을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편안한 밤 되시길.”
허를 찔린 그들을 뒤로한 채, 나는 독방으로 돌아갔다.
* * *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
어머니를 다시 침실로 모신 뒤.
프리드레이프 에인헤랴르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카이트 형님이… 너커를 해치우다니.’
첫 번째는 우연히 기습이 성공했을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너커와 정면에서 맞붙어서 목을 날려 버렸다.
1서클의 소드 노비스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러의 출력 자체는 분명 1서클 수준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인 소드 노비스는 너커에게 상처조차 입힐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카이트는 상처 하나 없이 너커를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나머지 한 마리를 상대하느라 자세히 관찰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설마 카이트 형님이… 뭔가 깨달음을 얻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근처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프리드레이프.”
“……!”
오늘 저녁에 고틀란드를 떠났을 터인 시구르드와 친위 기사들이었다.
고틀란드에 이변이 발생했다는 걸 눈치채고 초인적인 속도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대공 전하!”
프리드레이프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친아버지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한 명의 기사로서 예를 표해야 했다.
“카이트와 함께 너커를 쓰러뜨렸다고 하던데.”
“……!”
숨을 삼키는 프리드레이프 앞에서, 시구르드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한 설명을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