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45
▣ 45화. 신화병장 (3)
니얼이 견뢰검(堅雷劍) 칼라드볼그를 손에 잡은 순간.
파직!
뇌전이 튀는 소리와 함께, 니얼의 옷소매가 터져 나갔다.
“큭……!”
석관 안에 검을 봉인하기 위한 술법이라도 전개되어 있던 것일까.
니얼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결국 억지로 칼라드볼그를 꺼내들었다.
“카이트 공자님……!”
우웅.
기묘한 검명(劍鳴)을 발하는 칼라드볼그를 손에 들고, 니얼이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군, 니얼.”
“닥치십시오……!”
니얼이 칼라드볼그에 오러를 전개했다.
내가 사전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니얼은 8서클.
하지만 같은 8서클이라도 에드르손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당신이 대단하더라도, 칼라드볼그의 힘 앞에서는……!”
파직!
칼라드볼그의 칼날에서 뇌기(雷氣)가 뿜어져 나왔다.
이쪽 세계에서 오러를 뇌기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마 칼라드볼그 자체의 기능일 것이다.
‘신비한 검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니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기가 뿜어져 나오는 검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압……!”
광휘창가 피어너의 기사들은 대부분 창술을 수련한 창기사라 들었다.
하지만 니얼은 검술도 상당히 수련했는지 제법 칼솜씨가 날카로웠다.
경험만 쌓으면 구시온 정도는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한번…….’
검강을 전개한 상태로 방어해 봤다.
칼날과 칼날이 부딪힌 순간, 파직 소리와 함께 내 검을 밀어내는 감각이 느껴졌다.
‘내 수라창뢰검과 비슷하군.’
지하 공간에 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졌다.
니얼은 쉴 새 없이 적극적으로 공격해들어 왔지만, 내 방어에 전부 틀어박혔다.
“흥!”
그런데 니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이유를, 나는 뒤늦게 눈치챘다.
‘아차.’
지금 내 검에는 강기가 견고하게 전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날 부위에 자잘한 흠집이 생기고 있었다.
‘칼라드볼그의 힘인가.’
저건 하늘을 찌를 듯한 오러를 발생시켜 산을 부쉈다는 전설이 있다는 신화병장이다.
이름 없는 대장장이가 만든 검으로 대적하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검강을 뚫다니.’
나는 흥미를 느꼈다.
지난번에 게 볼그와 충돌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무기마다 상성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시 한번 충돌시켜 봤다.
그러자 금방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칼라드볼그에서 발산되는 뇌기가, 내 검강을 찢어 버리고 있군.’
수라홍련검으로 집어삼키는 것하고는 다르다.
파직거리면서 튀고 있는 뇌기가 내 강기를 찢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칼날이 강기에 보호되지 못해 손상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아주 너덜너덜해진 검이라도 강기를 전개한 상태라면 충분히 살상력이 있지만…….’
이대로 계속 충돌하면 이가 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이 완전히 부러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순수한 검강만으로 대처하는 건 위험하다.
‘그렇다면…….’
파직!
이번에는 내 검에서 뇌전이 번쩍였다.
수라창뢰검으로 뇌검(雷劍)을 펼친 것이다.
“그건……!”
니얼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생각보다 놀라는 정도가 약했다.
“번개의 오러……!”
“에르드손에게서 들은 모양이군.”
에르드손을 심문해서 나하고 어떻게 싸웠는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칼라드볼그의 힘이 더 강할 터……!”
쿠쿵!
뇌기와 뇌기가 부딪치자 더 큰 충격이 발생했다.
평소라면 내 뇌검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겠지만…….
‘이럴 수가.’
직접 부딪쳐 보니 알 수 있었다.
내 5갑자 내공으로 발생시키는 뇌기보다, 칼라드볼그에서 뿜어져나오는 뇌기가 더 강했던 것이다.
‘칼라드볼그 자체의 힘만으로 가능한 건지, 니얼의 오러에 칼라드볼그의 힘이 더해져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무림에도 저런 명검, 아니, 신검(神劍)은 존재하지 않았다.
검을 쓰는 무인으로서, 저 검을 직접 휘둘러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이쪽 세계에는 저런 검들이 더 많이 있을까.’
모리안이 쓰던 게 볼그도 대단한 창이었지만, 창이어서 그런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칼라드볼그는 달랐다.
동격(同格)이라는 그람, 발뭉 등에게도 관심이 생길 정도로.
‘그래도, 자제해야지.’
어차피 지금 화해하고 검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니얼을 제압하는 것이다.
‘뇌기에 뇌기로 맞서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화르륵.
수라홍련검으로 염검(炎劍)을 펼쳐 봤다.
타오르는 화기(火氣)가 칼라드볼그의 뇌기를 집어삼키려 했다.
“화, 화염의 오러……!”
다시금 눈을 크게 뜨는 니얼.
하지만 그 검술은 별로 흐트러지지 않았다.
사전에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음의 동요가 칼에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런 걸까.
‘이것도 아니군.’
평소처럼 불꽃으로 오러를 집어삼키려 했지만, 칼라드볼그의 뇌기가 불꽃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칼라드볼그의 엄청난 성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걸 들고 수라창뢰검을 펼치면 어떻게 될까.’
머릿속에서 잡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 지워 버렸다.
지금 당장 필요한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충 파악했다.’
수라창뢰검의 번개도, 수라홍련검의 불꽃도 찢어발기는 힘.
칼라드볼그의 뇌기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를 했으니… 대처하면 되는 거지.’
나는 불꽃도 거둬들였다.
평범한 검강으로 전환하여, 다시 한번 칼라드볼그에 맞섰다.
“흥! 힘이 다하신 겁니까! 번개도 불꽃도 쓰지 않다니……!”
오해한 니얼이 거칠게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받아쳤다.
‘칼라드볼그의 뇌기를… 흩어 버린다.’
수라무산식.
본래는 이쪽의 강기를 상대방의 강기 사이로 침투시켜 순간적으로 검강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기술.
지난번에 킹 리자드맨의 오러를 흩어버릴 때도 사용했던 그 기술로, 칼라드볼그에서 뿜어져 나오던 뇌기를 흩어 버린다.
“헉……!”
번쩍이던 번개 사이로 내 강기가 파고들었다.
강기의 실이 침투한 순간, 뇌기가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어떻게 이런……!”
그 직후.
나는 전신의 힘을 활용해 무거운 일격을 펼쳤다.
내 검 자체는 그다지 무거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니얼 입장에서는 육중하기 그지없는 중검(重劍)의 일격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으윽……!”
쿵!
뇌기에 보호받지 못한 칼라드볼그가 튕겨져 나갔다.
순수한 니얼의 능력으로는 내 일격을 받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
그리고.
망연자실한 니얼의 머리 위로, 뇌전이 파직거리는 내 검이 떨어져 내렸다.
* * *
“일어나라.”
“헉……!”
몸통에서 느껴진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
차가운 지하공간 바닥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니얼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살아… 있는 건가?”
분명 카이트가 번개를 실은 검으로 머리 위를 내리쳤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걸까.
“네 머리에는 칼날이 닿지 않았다.”
“……!”
카이트의 목소리를 듣고 니얼은 흠칫 정수리에 손을 댔다.
확실히 머리는 둘로 쪼개지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다.
“강기 끄트머리조차 닿지 않았지. 너는 뇌기에 휩쓸려 정신을 잃었을 뿐이야.”
“아…….”
이제 보니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불타 버린 것 같았다.
카이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번개에 감전된 여파인 것으로 보였다.
“어, 어째서…….”
“뭐가?”
“어째서, 저를 살려 주신 겁니까?”
니얼은 석관 위에 걸터앉아 있는 카이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칼라드볼그를 들고 덤벼들었을 때도… 마음만 먹으면 저를 그냥 죽여 버릴 수 있으셨을 겁니다.”
“눈치챘군.”
카이트는 칼라드볼그가 어떤 검인지 살펴보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여러 가지 기술을 시험해 보면서 칼라드보그의 성능을 확인해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카이트가 니얼을 죽이고 싶었다면… 굳이 여러 번 칼날을 부딪칠 필요도 없이, 니얼의 빈틈을 찾아내 목을 치거나 가슴을 찌르면 됐다.
니얼은 칼라드볼그를 든 채 카이트를 상대로 공세를 펼쳤지만, 실제로는 카이트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전투가 진행된 것이다.
“카이트 공자님은 지금까지 싸워 온 적들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 나에 대해 많이 조사했군.”
“그런데 왜… 저는 죽이지 않으신 겁니까?”
“그게 궁금한가?”
“당연히, 궁금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지.”
카이트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여기서 너를 죽여 버리면, 피어너 공작이나 모리안한테 사정 설명을 하기가 귀찮아져.”
“네?”
“네가 역심(逆心)을 품고 있어서 해치웠다고 설명한다고 해도… 내가 왜 너를 따라서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도 해명해야 하니까.”
“아…….”
하긴 그것도 그렇다.
잠들어 있는 피어너 공작 몰래 열쇠를 빼앗아 지하공간으로 들어올 때, 카이트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까.
“이게 에인헤랴르와 관계된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여긴 피어너고 말이야.”
“그럴듯한 변명을 지어내기가 귀찮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역시 똑똑하네.”
“…….”
어떤 변명을 하든, 피어너 공작 측에서는 카이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피어너 가문과 에인헤랴르 가문 사이의 관계 개선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카이트 공자님, 저를 살려 주시는 대신 이번 일을 덮어 버리라는…….”
“두 번째 이유.”
니얼의 말을 중간에서 끊고, 카이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내 부하로 삼고 싶어서 말이다.”
“……?”
잠시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카이트 공자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뇌전에 귓구멍이 터지기라도 했나?”
“저를… 부하로 삼고 싶으시다고요?”
“그래, 되도록 피어너를 떠나 나한테 왔으면 좋겠는데.”
“…….”
니얼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카이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니얼, 너는 내가 지금까지 대화를 나눠 본 이쪽 사람들 중에서 가장 대국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놈이야.”
“네……?”
“그동안 내가 숨통을 끊어온 놈들은 대부분 자기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놈들이었지. 야망을 불태우는 놈도 있었지만 결국 그냥 소인배였어. 하지만… 너는 좀 다른 것 같더군.”
“카이트 공자님…….”
“너는 세상을 자기 뜻대로 바꿔 보려는 이상을 갖고 있지. 방향성을 잘못 잡으면 마(魔)의 길로 들어서기 쉽지만…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는 가치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니얼은 눈을 깜박였다.
“에인헤랴르에도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놈들은 많이 있지. 하지만 참모 역할을 할 만한 놈은 없었어.”
“차, 참모……?”
“그래, 내 참모 말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참모.
그 말이 머릿속이 떠오른 순간, 어째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꽤 거리가 먼 곳에 있는 내 정보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지. 그 정보 수집력도 상당히 탐나는 부분이야.”
“카이트 공자님…….”
방금 전, 카이트는 분명히 말했다.
너 같은 놈하고 동맹을 맺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
싸우는 동안에 생각이 바뀐 걸까.
“하지만, 확실히 말해 두지.”
“네?”
“이건 상하관계다, 니얼.”
카이트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너와 대등하게 손을 잡는 건 아니다. 네가 어떤 이상을 갖고 있든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 나는 내 뜻대로 움직일 거고, 너는 내 명령에 맞춰서 움직이면 된다.”
“……!”
니얼은 뒤늦게 깨달았다.
카이트는 딱히 니얼과 손을 잡으려 하는 게 아니다.
니얼이 ‘도구’로서 쓸 만해 보였기에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을 뿐이다.
“너에게 거부권은 없다, 니얼.”
“카, 카이트 공자님…….”
“거부하면 네 목이 달아날 뿐이지. 피어너 가문의 역적으로서 말이야.”
“윽…….”
지금 니얼의 생사여탈권은 카이트가 쥐고 있었다.
“물론, 배신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중에 내 뒤통수를 치려고 하면 네 뒤통수가 먼저 쪼개져 있을 거다.”
어느새 카이트의 손에는 칼라드볼그가 들려 있었다.
희미한 뇌기를 발산하며 빛나는 그 검을 보고 있으니, 카이트의 협박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니얼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꼈다.
공포에 의해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흥분도 느껴졌다.
‘혹시, 이게 답인 건가……?’
북부일통.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사람을 따라야 한다.
아니, 이 사람을 따르지 않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충 이해가 된 모양이군.”
카이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니얼, 이제부터는 나를 따르도록 해라. 내가 에인헤랴르로 돌아갈 때 동행하도록.”
“자, 잠시만요.”
니얼은 다급히 말했다.
“저는 피어너 가문의 가신입니다. 공자님을 따라 에인헤랴르로 갈 수는 없습니다. 자칫하면 두 가문 사이에서 마찰이…….”
“그건 네가 생각해서 해결해. 그 똑똑한 머리로 말이야.
“카, 카이트 공자님, 이건 너무……!”
바로 그때.
카이트가 손에 들고 있던 칼라드볼그를 치켜들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
“그 머리카락 전부 뽀글뽀글해지고 나서 정신 차릴래?”
니얼은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사람은 정말로… 내 머리꼭대기 위에 있는 사람이구나.’
칼라드볼그를 보여 주면서 잘 구슬리면 포섭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컨트롤한단 말인가.
‘내가 정말… 바보였군.’
니얼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 * *
– 회주님.
– 뭐냐, 총관.
– 정말로 천룡회에 저런 놈을 받아들이실 겁니까? 야심이 너무 강하다고 흑사련에서도 추방당했던 놈입니다.
– 흑사련에서도 쫓겨났으니 저놈이 어딜 가겠냐. 마교 같은 곳에 투신하기 전에 천룡회가 거둬들여야지.
– 아무리 그래도 저 녀석은 너무 위험합니다. 회주님에게도 칼을 들이댔었는데…….
– 그동안 저 녀석은 칼을 어디에 들이대야 할지 제대로 감을 못 잡고 있었지.
– 네?
– 총관, 세상에는 제대로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칼이 너무도 많아.
– 무슨 말씀이신지…….
– 아무나 찔러대면서 피가 흐르게 만들지. 때로는 자기 자신을 찌르기도 하고 말이야. 결국 자기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부러지고 말지.
– …….
– 그런 칼들을 거둬들여,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지 않겠나?
– 그게 천룡회의 역할이라는 겁니까?
– 그렇지. 천룡회는 그런 칼들을 거둬들이는 곳이 되는 거다.
– 회주님…….
– 총관, 걱정 마라. 천룡회가 거둬들인 뒤에도 녀석이 엉뚱한 곳에 칼을 들이댄다면, 내가 직접 그 녀석의 칼을 부러뜨릴 테니까.
– 회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믿겠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는 무릎을 꿇은 니얼을 응시했다.
무림에서 천룡회를 이끌던 시절, 나는 온갖 인물들을 다 거둬들였다.
커다란 야심을 품고 있는 놈이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 놈일수록 방향성만 잘 설정해 주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함부로 날뛰게 하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놈이야. 하지만 내가 거둬들여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준다면… 보다 큰일을 할 수 있겠지.’
나도 이 녀석이 지금 당장 진실한 충성심을 바쳐 줄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거둬들여서 잘 조련해준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놈이다.
그걸 알기에 거둬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한테는 이 녀석이 필요해.’
이 녀석은 북부의 정세 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쪽 세계의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에드르손 같은 놈들이 또다시 덤벼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녀석이 필요하지.’
니얼의 힘을 빌리면…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을 터.
앞으로 내 곁에 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칼라드볼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니얼이 기절해있는 동안 몇 번 휘둘러보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정말로 좋은 검이었다.
‘이걸 합법적으로 내 소유물로 만들려면… 니얼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평상시에는 바깥에 꺼내지도 않는다는 피어너 가문의 신화병장.
나는 칼라드볼그를 내 검으로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