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Slayer Sword Demon RAW novel - Chapter 61
▣ 61화. 소드 마스터 (4)
9서클의 소드 마스터가 어떤 존재인지, 단편적인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확인이 필요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6서클 이상의 소드 엑스퍼트는 3갑자 이상의 초절정 고수에 대응된다.’
검강은 3갑자 내공을 지닌 초절정 고수는 되어야 시도할 수 있다.
오러 블레이드는 6서클 마력을 지닌 소드 엑스퍼트는 되어야 시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어느 정도는 대응된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9서클의 소드 마스터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미지수.’
시구르드가 9서클의 소드 마스터이긴 하지만,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8서클보다 강하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
지금까지 싸워 온 8서클들을 보면 대부분 초절정 고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9서클로 올라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니, 차별화된 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독으로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는 9서클은, 화경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아카샤니그두를 죽인 것도 화경에 도달한 이후였다.
그렇기 때문에 9서클이라면 화경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대일로 대응되는 게 아닌 이상,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만.’
방금 차르노보그는 마차 안에 있던 검을 불러들였다.
만약 저게 이기어검과 동급의 기술이라면 상당히 놀라운 얘기다.
검을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이기어검은 화경보다 높은 현경의 고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쪽 세계에서는 이기어검을 좀 더 쉽게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이론이 존재할 수도 있으니, 차르노보그가 현경 수준의 고수라고 단정하는 건 섣부른 일일 것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나를 부르면서 차르노보그가 자세를 취했다.
왼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치켜든 자세였다.
“이제 더 이상 자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겠네.”
“누가 들으면 평소에 자비를 잘 베풀어 주는 성격인 줄 알겠군.”
나는 땅에 쓰러져 있는 청, 적, 백, 흑의 제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평소 자비를 베푸는 성격이었다면, 네 제자들이 저기에 쓰러져 있지도 않았을 거다.”
“내 제자들을 쓰러뜨린 건 자네지.”
“스승이 제자들을 절벽으로 밀쳤다면 책임은 스승에게 있는 거지. 절벽에 책임을 돌리지 마라.”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군.”
“남 말할 처지가 아닐 텐데.”
차르노보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직후, 차르노보그가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검풍(劍風)!’
거리가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충격파가 전해져왔다.
칼라드볼그를 휘둘러 막아 냈지만,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용케 대응했군.”
차르노보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그저 상체만을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건 어떠냐.”
쿵!
무거운 충격이 느껴졌다.
오러를 직접 날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러 블래스트도 막아 내는 건가.”
차르노보그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검을 다섯 번 휘둘렀고, 나는 다섯 번 모두 막아 냈다.
“훌륭하군.”
비로소, 차르노보그가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음이 불편한 노인처럼 지팡이를 짚은 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그 느린 속도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을 때.
“흠.”
쿵!
갑자기 차르노보그가 튀어 올랐다.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하게 걸었던 건 나를 방심시키기 위한 작전이었을 것이다.
급격히 속도를 올린 차르노보그의 검이 내 목을 향했다.
쿠웅!
검과 검이 부딪히는 굉음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차르노보그의 이름 모를 검과 내 칼라드볼그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이것도 막아?”
재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차르노보그.
그런 노인을 향해 나는 처음으로 공격을 펼쳤다.
수라비룡검 뇌섬이 차르노보그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하지만 차르노보그 또한 교묘하게 칼을 놀려 내 공격을 엇나가게 만들었다.
“제법 기술이 뛰어나구나!”
쿵! 콰앙!
검과 검이 부딪히면서 계속해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공방(功防)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이쪽 세계에 와서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초고속의 전투가 펼쳐졌다.
“이런 속도에도 대응할 수 있다니, 훌륭하군! 역시…….”
“여유로운 척하지 마라, 차르노보그.”
“뭐라고?”
그 순간.
칼라드볼그에 묵직한 강기가 전개되었다.
아카샤니그두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출력의 검강이었다.
그 검강을 목격한 순간 차르노보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
꽈아아앙!
차르노보그가 방어했다. 하지만 뒤로 밀려났다.
이번 싸움에서 차르노보그가 본의 아니게 위치를 이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놈……!”
“호칭이 바뀌었군.”
나를 부르는 호칭을 바꾼 차르노보그를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꽈아앙! 아까보다 커다란 소리가 공기를 휘둘렀다. 차르노보그 또한 오러 블레이드로 대응하려 했지만, 내 검강이 더 강했다.
차르노보그는 자기 검이 튕겨져 나간 것에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결국 차르노보그가 뒤로 급히 물러섰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네놈, 그건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지 않나!”
“용케 눈치챘군.”
검강이 오러 블레이드와 별개의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한 건 차르노보그가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 검강을 보면서 ‘일반적인 오러 블레이드하고는 좀 다르네.’ 정도의 생각밖에 못 했으니까.
“역시 소드 마스터 정도 되면 이 정도는 꿰뚫어 볼 수 있는 건가.”
“게다가 그 에너지는… 마력이 아니다! 명백히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 검을 코팅한 거다!”
차르노보그의 눈썰미는 대단했다.
내가 마력이 아니라 내공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까지 눈치챘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네놈, 뭘 어떻게 하고 있는 거냐?”
“더 이상 여유로워하지 않는군, 차르노보그.”
“……!”
차르노보그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미지의 실력을 지닌 적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군. 이해할 수 없어…….”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면서 차르노보그가 말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걸 배웠나? 무슨 비전서를 얻었기에 그런 방식으로 힘을 쓰는 거지?”
“글쎄, 어떨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힘을 쓰는 검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네 아비인 시구르드조차…….”
그때 차르노보그가 갑자기 멈칫했다.
“가만 설마… 이건가?”
“왜 그러지?”
“10서클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여기에 실마리가 있는 건가?”
차르노보그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전신에 흐르게 한다고 해도 심장 근처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서클 숫자는 9서클이 한계… 9서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마력을 버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 마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로 몸을 재구성?”
“…….”
“그래, 그런 거라면…….”
바로 그때.
차르노보그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것이다.
“카이트 에인헤랴르,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멋대로 떠들어 대더니 멋대로 부탁을 하는군.”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네놈의 몸을… 제공해 주면 되는 거니까.”
차르노보그가 검을 옆으로 치켜들었다.
지금까지 하고는 명백히 다른 자세였다.
“네놈이 어떻게 그런 힘을 쓰는지,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다. 네 몸을 해체하면 내 스스로 알아낼 수 있을 테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나를 평범한 소드 마스터라 생각하지 마라, 카이트 에인헤랴르. 나는 그동안 10서클에 도달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 왔다.”
그때 차르노보그의 검에 흉흉한 오러가 깃들기 시작했다.
시커먼 빛을 발하는 오러 블레이드였다.
“네놈을 해부하여… 10서클에 도달하기 위한 실마리를 얻고야 말겠다.”
쿵!
지팡이를 내던진 차르노보그가 황색 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인간의 근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도약이다.
오러를 발 아래로 방출해 도약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용귀족들처럼 오러를 육체에 둘러서 활용한 건 아니야.’
용귀족들은 육체 자체가 인간보다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러를 병장기가 아니라 육체 표면에 전개해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차르노보그는 그렇게는 못 하는 것 같았다. 표면이 아니라 내부에 전개해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만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표면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방출하는 거라면… 가능한 건가.’
조금 전에도 차르노보그는 검에서 오러를 방출하여 나를 공격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발밑에 오러를 순간적으로 방출하여 도약력을 획득하는 게 가능한 것 같았다.
‘오러를 사용하는 기술이 지금까지 만나왔던 검사들하고는 천지 차이다.’
에인헤랴르의 기사들도, 피어너 가문의 창잡이들도, 이렇게 자유자재로 오러를 사용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소드 마스터라는 것인가.
“하압!”
쿠쿠쿵!
차르노보그가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칼라드볼그로 받아친 순간, 시커먼 오러가 내 검강 사이로 파고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차르노브그가 웃으면서 검을 비틀었다.
순간적으로 내 검강을 약체화시켜 충돌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것이다.
그 기술을 보면서 나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 정말로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어.’
조금 전의 시커먼 오러는 내가 사용하는 수라무산식하고 비슷했다.
지금까지 만나온 이쪽 세계의 검사 중에서 이런 식으로 오러를 활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 어떠냐……!”
차르노보그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내 자세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듯이 거칠게 파고들어 오는 공격이었다.
그걸 막기 위해 칼라드볼그를 휘두른 순간.
차르노보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승리를 확신한, 음흉한 미소였다.
“소용없다, 차르노보그.”
“……!”
파직!
나는 수라창뢰검으로 차르노보그의 공격을 쳐냈다.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는 수라창뢰검으로 발생한 뇌기(雷氣)까지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그 상태로 나는 몸을 비틀어, 뒤돌아보지도 않고 후방으로 검을 휘둘렀다.
내 배후를 노리고 있었던, 지팡이를 막아 내기 위해서.
“……!”
퍽!
날카롭게 튀어 올랐던 지팡이가 허무하게 두 조각 났다.
“네 녀석, 어떻게…….”
방금, 차르노보그는 지팡이를 집어 던졌다.
하지만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 지팡이도 차르노보그의 병장기라는 것을.
처음에 차르노보그가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 다니는 것처럼 행동했던 건 다 눈속임이었다.
‘이기어검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팡이를 끌어당겨 내 사각을 찌르려 한 거지.’
지팡이를 집어던진 시점에서, 나는 차르노보그의 작전을 눈치챈 상태였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력을 다루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군, 차르노보그.”
“네, 네놈…….”
“솔직히 놀라울 정도야.”
원래 이기어검은 현경의 고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경에 도달해야 내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화경에 불과한 나는 이기어검이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차르노보그가 나보다 더 앞서 있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것뿐이군.”
“뭐, 뭐라고?”
“위력이 약해.”
만약 내가 지금 내공으로 이기어검을 펼칠 수 있다면, 차르노보그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방금처럼 허를 찌르는 용도가 아니라, 상대방을 강하게 몰아치는 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래, 순서가 다른 것이었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니, 소드 마스터가 어떤 것인지 좀 이해가 된 것 같아서.”
무공 고수들과 소드 마스터의 차이.
그걸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공 고수들이 내공 효율을 극대화하는 화경을 거쳐서 내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현경에 도달한다면.
이곳의 소드 마스터들은 마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지보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경지에 먼저 도달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해볼 만하군.”
“……!”
수라홍련검을 펼쳤다.
타오르는 염검(炎劍)이 차르노보그의 시커먼 오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너희 소드 마스터들이 자유자재로 마력을 다루며 현란한 기술을 쓴다고 하더라도.”
불타오르는 화기(火氣).
그 화력으로 차르노보그를 압도했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순수한 힘으로.
“내 검이 더 강하면, 얼마든지 꺾을 수 있지.”
“……!”
업화(業火)의 불길이 차르노보그의 몸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