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25
5화
촤아아악!
척살조의 검격이 달려드는 아이스 트롤들의 머리를 순식간에 잘라 냈다.
투둑!
아이스 트롤들의 머리가 얼어붙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트롤 특유의 파란 피가 잘린 몸체에서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아무리 트롤이라도 머리가 잘린 이상 재생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척살조는 검을 거두고는 쓰러진 아이스 트롤을 옆으로 치웠다.
벽 뒤에 숨은 지크는 단칼에 아이스 트롤을 쓰러뜨린 척살조의 실력에 그람을 쥐고 숨을 가다듬었다.
‘최소 청색 기사 이상이다.’
사냥개들이 기사 훈련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렇게 강한 놈을 본 건 처음이었다.
‘황제가 새로 보낸 놈들인가. 어쩌면 계곡에서 눈사태가 일어났던 것도 놈들 짓일 수도 있겠군.’
그때 아이스 트롤을 치운 척살조가 지크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주변을 살피며 오는 것을 보니 동굴 안을 탐색하는 듯싶었다.
계곡에서 장비를 모두 잃은 지크에게는 클레이모어인 그람밖에 남지 않은 상태.
‘놈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지크는 바닥에 있는 돌들을 주워서 천장 위로 튕겼다.
투둑!
청색 기사급의 실력을 가진 척살조는 곧바로 그 소리에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 지크가 튀어나와 가장 앞에 있는 놈의 목을 쳤다.
촤아아악!
워낙 빠른 기습이라 청색 기사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절명했다.
하지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척살조가 곧장 지크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그에 따른 계획도 세워 두고 있던 지크는 쥐고 있던 돌멩이에 혼신기의 힘을 담아 그들에게 던졌다.
콰아앙!
폭의 의지를 담은 돌멩이가 그들의 검과 부딪치면서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당황한 척살조가 비틀거리면서 지크의 기척을 놓쳤다.
그 틈에 지크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척살조의 목을 꿰뚫고는, 곧바로 떨어진 검을 주워 다른 척살조를 향해 던졌다.
퍼억!
검이 목표가 된 척살조의 가슴팍을 뚫고 나왔다.
순식간에 청색 기사 급 척살조 세 명을 처리한 지크였다.
“크윽.”
다만 부작용이 있는 혼신기의 힘을 쓴 바람에 지크는 현기증을 느끼며 몸을 추슬러야 했다.
‘혼신기만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스승인 나이젤에게 기술을 전수받기는 했지만 지크로서는 이 힘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기에,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지크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죽은 척살조의 몸을 뒤져 단검을 비롯해 필요한 장비들을 챙겼다.
그러고는 놈들의 시신을 감춘 뒤 다시 밖으로 나가는 탈출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미 동굴 안에 사냥개들이 깔려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벽을 뚫고 우회로를 찾은 모양이군.’
노예들을 시켜 빙룡 계곡 전체를 뒤지고, 우회로가 될 만한 곳을 찾아 얼음벽을 마력 폭탄으로 무너뜨린 듯싶었다.
그 폭발의 여파로 눈사태가 일어나고, 얼음 절벽에 금이 가 유물을 먼저 발견할 수 있었으니 지크로서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이 좋았다며 위로할 때가 아니었다. 사냥개들의 눈을 피해 탈출로를 찾아야 했다. 그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동굴을 탐색해 나갔다.
그렇게 며칠 동안 고생을 하며 탈출로를 찾던 지크는 드디어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나가는 길을 찾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이미 빙룡 계곡 전체에 사냥개들이 천라지망을 깔아 둔 것이었다.
* * *
“놈을 발견했다고?”
사냥개 부대의 부대장이 부관에게 보고를 받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겨우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우회로를 찾았건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누군가가 유물을 가져간 뒤였다.
게다가 탐색을 나갔던 사냥개들과 척살조가 침입자에게 기습을 당해 죽은 흔적들까지 발견됐다.
부대장은 그 침입자가 북부의 유령인 지크 머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총력을 기울여 놈을 잡도록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지크 머레이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동굴에 배치해 둔 사냥개들의 시신만 추가로 발견됐을 뿐이었다.
신출귀몰한 지크 머레이의 움직임에 부대장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문제는 아벨 드레이커와 척살조였다.
놈들은 처음 동굴에 선발대를 들여보낸 뒤로는 오히려 병력을 빼놓으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피해를 본 건 사냥개들뿐이었고, 그들의 노력으로 지크 머레이가 동굴에서 빠져나와 설원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었다.
콰앙!
부대장이 탁상을 내려치며 부관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놈을 붙잡아야 하는데 척살조는 지금 뭘 하고 있다는 말이냐!”
그 말에 부관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크 머레이를 잡기 위한 천라지망을 펼친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부대장의 눈동자가 커졌다.
“천라지망? 척살조 인원만으로는 그걸 펼치는 것이 불가능할 텐데?”
“……우리 쪽 인원을 비롯해 히모나스 성에 주둔하고 있는 카스트로 군단장의 병력까지 차출해 메웠습니다.”
부대장은 아벨 드레이커가 자신의 수하들은 물론 카스트로 폴록의 병력까지 마음대로 뽑아 천라지망에 배치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으드드득, 놈이 아주 제멋대로 구는구나. 내가 지크 머레이를 유적지에서 놓치면 빙룡 계곡에서 놈을 잡아 공을 높이려는 심산이겠지.”
지크 머레이가 엘더 드래곤의 유물을 가지고 있는 이상 어떻게든 놈을 잡아야 했다.
그래야 황제에게 공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무리 황제가 전권을 위임하라고 명령한 상태였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공들여 온 임무를 외부인인 아벨 드레이커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부대장이 부관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도 당장 출진한다. 지크 머레이, 놈은 반드시 우리가 잡아야 해!”
부관은 부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제국 새끼들이 단단히 미쳤군.’
눈밭 아래에 몸을 묻고 은신 중인 지크는 빙룡 계곡뿐 아니라 얼음 산맥 전체에 천라지망이 깔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지크를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도대체 누가 이딴 짓을 벌인 거지.’
고대 유물 하나 찾겠다고 이런 대규모 천라지망을 펼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지크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제국 측 지휘관을 욕하며 숨을 죽였다.
기사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씨벌, 오지게 춥네 진짜.”
히모나스 성에 주둔하고 있던 카스트로 폴록의 기사들 역시 차출되어 천라지망에 배치된 상태.
따듯한 남부 지역에 위치한 롬 제국 출신 기사들은 유독 추위에 약했기에, 절로 투덜거림이 터져 나왔다.
상부의 명령이라고는 해도 거친 북부에 끌려온 것이 영 마뜩잖은 그들이었다.
그때 다른 기사가 불만을 토로한 기사에게 말했다.
“소문으로는 침입자가 그 유명한 북부 유령이라던데.”
롬 제국군에게 북부 유령은 악명이 높았다.
그 말에 불만을 토로하던 기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 북부 유령이라. 이름만 그럴듯하지 결국 나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릴…….”
푸욱!
그 순간 눈밭에서 검이 튀어나와 기사의 목을 꿰뚫었다.
다른 기사는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가 눈밭 속에서 일어난 지크의 검에 의해 목이 베였다.
툭!
순식간에 기사 둘을 처리한 지크는 곧장 힐링을 사용해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저체온증으로 벌써 죽었을 테지만 힐러인 지크는 스스로를 치료해 가면서 아등바등 버티는 중이었다.
지크는 죽은 기사들을 눈 속에 파묻고는 곧장 움직였다.
‘놈들이 내가 누군지를 알고 있다.’
천라지망을 펼친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유물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북부 유령이라 불리는 자신을 잡는 것 또한 목표로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민하던 지크는 다시 방향을 틀어 얼음 산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쪽이 아니라 오히려 북쪽으로 가야 놈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천라지망에 동원된 북부 주둔군은 설마 다시 북쪽으로 향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지크를 제대로 추격하지 못했다.
지크는 중간중간 마주하는 놈들을 해치우면서 흔적을 지우고 얼음 산맥으로 향했다.
그러던 와중 문제가 생겼다.
늦게 합류한 사냥개 부대의 부대장이 우연히 북쪽에서 지크와 마주한 것이었다.
“놈을 잡아라!”
피슈우우우웅!
신호탄이 터지자 천라지망의 모든 인원이 지크가 있는 얼음 산맥 쪽으로 몰려들었다.
‘제길…….’
지크는 재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장 자신을 발견한 사냥개 부대의 부대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노, 놈을 막아!”
사냥개 부대원들이 지크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람에서 솟구친 오러 블레이드가 사냥개 부대원은 물론 부대장까지 단숨에 베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투둑!
지크의 실력이 적색 기사 이상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부대장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설원 위에서 피를 흘린 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후우.”
사냥개 부대의 신호로 북부 주둔군 병력이 북쪽으로 올라와 지크의 퇴로를 막아섰다.
지크는 이들의 추적을 뿌리치며 얼음 산맥에서도 높고 험하기로 유명한 만년설산 쪽으로 이동했다.
주변이 모두 단단한 눈과 얼음장벽으로 이루어진 만년설산은 북부 레인저들조차 오르기 힘들어하는 곳이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지크는 그런 만년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숨을 내뱉을 때마다 숨결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고 폐에 유리가 낀 것처럼 아팠다.
힐링으로 몸을 회복하며 가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쓰러졌을 터였다.
‘조금만 더 가면…….’
지크는 히모나스 군대에 몸담았을 때 이미 만년설산을 넘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그곳에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얼음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그곳으로 가려 했다.
동굴 안에서 몸을 추스른 뒤, 산맥을 넘어 탈출을 하려 한 것이었다.
눈보라를 헤치며 얼어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인 지크는 겨우 동굴과 가까운 얼음장벽에 닿을 수 있었다.
막 동굴 입구 쪽으로 향한 순간 지크의 감각이 경고 신호를 보냈다.
휘이이이익!
지크를 향해 날카로운 검격이 날아왔다.
그가 얼어붙은 손으로 그람을 들고 검격을 막았다.
콰쾅!
동굴 안과 입구 쪽에 숨어 있던 사냥개 척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크가 이곳에 올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준비한 채 그를 기다리고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곧장 지크를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퍼억!
놈들은 빠르게 지크를 몰아붙이며 팔다리에 검을 꽂아 넣었다.
“크윽!”
지크가 달려드는 척살조의 등에 칼을 꽂았다.
하지만 다른 놈들이 달라붙어 다리를 찌르고 검으로 팔을 잘라 냈다.
투둑!
척살조에게 붙잡힌 지크는 양팔을 잃은 채 동굴 바닥에 쓰러졌다.
척살조는 쓰러진 지크를 보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독한 새끼…….”
그들은 양팔이 잘린 지크를 내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북부의 유령도 잡고 보니 별거 없네.”
“단장께서 일단 놈을 살려 두라 했잖습니까. 이렇게 두면 출혈로 금방 죽을 겁니다.”
그 말에 다른 척살조가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큭큭, 저 새끼 때문에 죽은 동료가 몇 명인데 그딴 걸 신경 써. 반항하다가 죽었다고 하면 뭐 어쩌겠어.”
그 말에 다른 척살조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 악명 높은 북부 유령을 쉽게 죽이는 것도 좀 그렇잖아. 게다가 위쪽에서 뭐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반항이 심해서 죽였다고 하면 그만이지. 난 이 새끼 사지를 찢어 놔야 분이 풀리겠는데 말야. 나만 그래?”
그의 말에 몇 명이 동의하자, 그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지크를 죽이겠다고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러자 분위기에 휩쓸려 서로 자신이 북부의 유령을 죽이겠다며 나섰다.
척살조 중 한 명이 품에서 동전을 하나 꺼내 들었다.
“누가 죽일지 이걸로 정하자고.”
그가 동전을 위로 튕겼고, 모두의 시선이 동전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동전을 튕긴 척살조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어?”
분명 양팔을 잘랐는데 어느새 한 팔로 검을 쥔 지크가 그들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마, 막아!”
지크는 마치 짐승처럼 척살조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의 배와 등에 검 십수 개가 박혔다.
그럼에도 지크는 멈추지 않았다.
검으로 찌르고, 돌로 내리찍고, 이빨로 목을 물어뜯고, 도망치는 놈은 붙잡아 다리로 목을 졸라 죽였다.
사냥개를 모두 죽였지만, 지크의 상태는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아, 하아.”
그는 비틀거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점점 의식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앞에 눈더미 속에 떨어진 거무튀튀한 드래곤 조각상이 보였다.
지크는 무의식적으로 조각상을 향해 손을 뻗어 주워 들었다.
그러고는 얼음 장벽에 기댄 채 고통스럽게 죽음을 기다렸다.
‘빌어먹을.’
죽음을 기다리는 지크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그의 주군이었던 알리시아 히모나스와 북부 기사들, 스승인 나이젤, 남부 히트맨 시절과 아카데미에서 쫓겨났던 그 순간까지.
강해지면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것만을 쫓아 살아왔음에도, 결국 원하던 힘은 얻지 못했다.
‘X 같은 이 삶도 마침내 끝이구나.’
그때, 멀어지는 의식 사이로 눈앞에 문자들이 떠올라 시야를 가득 메웠다.
[강력한 의지가 고대의 힘을 각성시킵니다.] [엘더 드래곤의 넋이 의지를 가진 자의 영혼에 각인됩니다.]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어 멍한 지크의 눈앞으로 계속 문자들이 떠올랐다.
[시스템이 각성자의 위험을 감지합니다.] [긴급 조치가 발동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아파 죽겠다고. 빌어먹을…… 그래, 동의한…….’
웅웅웅웅웅!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진동이 울리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각성자의 동의를 확인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된 힘이 발동합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5, 4, 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