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01
0100 이상한 나라의 소은이(2)
“청호!”
개와 고양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소은이는 그곳에서 가장 먼저 보인, 그리고 제게 가장 익숙한 동물인 청호를 발견하고 해맑에 소리쳤다.
“흐어억?!”
다만, 청호는 그런 외침에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개와 고양이들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반대였기 때문이다.
“멍멍멍.”
“야오옹.”
마치 개처럼 짖으며 꼬리를 빠르게 흔들어대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었고, 개들은 평소의 고양이처럼 울며 얌전하게 앉아 제 털을 핥아대고 있는 것이었다.
“우웅?”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한 소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개들은 고양이도 아니면서 그루밍을 해대고 있었고, 고양이들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드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흔들어대고 있었으니 소은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런 모습을 들키게 된 청호는 화들짝 놀라며 소은이의 곁으로 호다닥 다가왔다.
“아, 아가씨! 이건 말임다……. 그, 그으……! 그, 그건 그렇고, 타시지 않으시겠슴까?!”
무어라 변명을 하려던 청호는 어버버 거리다가, 등을 돌려 소은이가 탈 수 있도록 몸을 낮췄다.
소은이는 청호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금세 잊기라도 한 건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청호의 등에 올라탔다. 이미 수십, 수백 번 이상 올라탄 청호다보니 소은이는 아주 능숙하게 녀석의 털을 붙잡았다.
“아가씨! 제가 이곳을 구경시켜 드리겠슴다!”
“내가 하는 기다! 니는 뭐꼬!”
“시끄럽슴다.”
소은이를 두고 두 녀석이 날을 세웠다. 딸랑이와 유모차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립구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안대!”
둘이 투닥거리려는 것을 눈치챈 소은이가 청호의 등에서 내려, 두 녀석의 주둥이를 콱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손이 자그마한 탓에 청호의 주둥이는 입술을 움켜쥐는 수준이었지만, 대포동의 주둥이는 열지 못하게 그러쥔 것이었다.
“압빠가, 싸우지 말래써!”
화해해! 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두 녀석은 끙끙거리다가 화해를 했다.
청호와 대포동은 마치 악수라도 하듯이 서로의 앞발을 맞대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다시금 청호의 등 뒤에 올라탔다.
“꼬!”
한 손으로는 오기토를, 다른 한 손으로는 대포동의 줄을, 다리로는 청호의 몸통을 꽉 옥죈 소은이는 해맑게 소리쳤다.
“일단……. 가는 검다.”
청호는 대포동과 함께 걸음을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인 그들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동물들의 식사장소였다.
“여는 밥 묵는 곳이데이. 저기 가믄 맛있는 기 막 나오는기라.”
식사장소의 중심부에는 네모 반듯한 구조물이 있었다. 마치 자판기의 토출구처럼 하단부에는 사각형으로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고, 그 위에 커다란 버튼 같은 것이 있었다.
“바압?”
“아가씨, 배고프심까?”
“우웅……. 쪼금!”
토실토실한 배를 톡톡 두드리며 말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청호는 곧바로 그 구조물을 향해 다가갔다.
“여기에 튀어나와 있는 이 부분을 누르시면 먹을 걸 받으실 수 있슴다. 옆에 있는 그릇을 가져가서 받으시면 됨다!”
“웅!”
청호의 설명을 들은 소은이는 곧바로 곁에 있던 그릇 가운데 하나를 꺼내들어 구조물로 다가갔다.
아래에 있는 구멍에 그릇을 넣으니, 살짝 톡 튀어나와 있던 버튼에 소은이의 얼굴이 동글동글한 이모티콘처럼 표시되어 나타났다. 마치 네가 누른다면 네게 맞는 것을 주겠다- 라는 것처럼 표시되는 것이었다.
“소으니!”
자기 얼굴을 알고 있는 소은이는 제 얼굴임을 알아보고 해맑게 웃더니, 그대로 버튼을 꾹! 눌렀다.
챠라라락!
버튼을 누르자, 마치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아래에 놓인 그릇에 소은이가 좋아하는 과자가 한 움큼 떨어져내렸다.
“오옹!”
그 모습을 바라보며 놀란 듯한 모습을 보인 소은이는 그대로 버튼을 연타했다. 타다다다닥!
촤자자작, 소리가 나면서 소은이가 내려놓은 그릇 가득하게 과자가 쌓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한가득 얻게 된 소은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오기토마저 내팽겨치고 그릇을 챙겨들었다.
“과자에 밀린 거샤……?”
당혹, 충격 등의 표정을 짓는 오기토였지만, 소은이의 관심은 오로지 과자였다.
“후으응!”
과자를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넣은 소은이는 그리 맛있는지, 제 볼을 감싸며 몸을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대포동이 슬그머니 그릇을 가져가 자신이 자주 먹는 사료를 뽑아먹었다.
대포동이 사료를 빠르게 해치우는 동안 과자 먹방을 진행한 소은이는 슬슬 배가 부른 듯 다시금 청호의 등에 올라탔다.
“우뭄음, 므뭉므!”
“……아가씨, 다 드시고 말씀하시지 말임다.”
무어라 말은 하지만 입에 가득한 과자 때문에 뭐라고 말하는 것인지는 조금도 알 수가 없었다.
“우므음!”
“어……. 출발하라는 말씀이심까?”
“움!”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청호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억! 내, 내는 아직 다 안 묵으따! 아, 안 돼!”
다만, 여전히 사료를 해치우던 대포동은 소은이의 손목에 걸린 줄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새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유부! 페엥!”
그곳에는 유부와 페엥을 비롯해, 수 많은 까치와 까마귀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들은 마치 악마들을 믿는 이들이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중간에 놓여 있는, 웬 고양이를 닮은 듯한 바윗덩이 하나를 두고 까치와 까마귀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동그랗게 둘러싼 상태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까치는 왼쪽으로, 까마귀들은 오른쪽으로.
“이 간악한 괴물 고양이가 쇠약해지길 기원하시오!”
“기원해쪄!”
“타도! 괴물 고양이!”
“타도하라!”
바위를 탁탁 밟아대며 소리치는 유부를 따라, 그 근처에 있던 페엥과 까치, 까마귀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남캣에게 시달리는 조류들이 모여, 녀석이 약해지길 기원…… 아니, 저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툭하면 걸리적거린다고 얻어맞아 담벼락에서 떨어지며, 간간히 간식도 빼앗기고 있었으니 나름대로 원한이 쌓여 있던 것이었다.
“째들 모해?”
당연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소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에 당황한 건 청호와 대포동, 오기토였다.
“……어. 그게 말임다.”
“이걸 뭐라 해야 하노…….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거 아이가?”
“애기한테 이상한 거 알려주면 안 되는 거샤.”
소은이를 좋아하는 녀석들이 모인만큼, 새들이 보이는 반응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씨! 사실대로 말해뿌라! 아그야! 저 놈들이 하는 거는 말이제, 남캣이를 주꾸엑!”
“닥치샤! 애기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샤!”
진실을 알리려던 대포동은 오기토의 뒷발차기에 얻어맞고 몇 바퀴를 나뒹굴었다.
“웅? 오디가찌?”
몇 바퀴를 굴러가며 순식간에 퇴장해버리는 대포동의 모습을 스치듯 본 소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내 관심이 사라졌는지, 소은이는 청호의 등에 살며시 엎어졌다.
“우웅, 엄마 보구시퍼! 압빠도!”
“앗! 제가 모시겠슴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거샤.”
새들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인지, 청호와 오기토는 반색하며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들을 뒤로하고 이동한 녀석들이 도착한 곳은 자그마하게 만들어놓은 왕궁같은 곳이었다. 기다란 담벼락과 그 앞에 놓인 철창으로 된 문, 그 뒤에 보이는 저택은 동화에 나올 법한 왕궁의 모습이었다.
“꾸엑, 껙!”
왕궁의 정문으로 보이는 곳의 앞에서는 거위들이 있었는데, 녀석들은 마치 영국의 왕실 근위병마냥 각잡힌 모습으로 2마리씩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착착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이던 도중에 서로 마주치면 오른쪽 날개를 펼쳐들어올리며 경례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구거!”
구거일 부터 구거팔까지 이름을 대충……. 아니, 느낌이 드는대로 지었더니 소은이가 거위들을 부르는 것은 ‘구거’였다.
아무튼, 거위들이 있음을 발견한 소은이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랑 압빠 오디써?”
“현자님이 아가씨를 모셔다드릴 검다.”
“웅?”
청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은이를 태운 채로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저택의 입구를 막고 있던 두 마리의 거위가 청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지! 누구냑!”
“점다. 아가씨 때문에 현자님을 보러 왔슴다.”
“통과!”
당연하지만, 거위들은 소은이를 보더니 곧바로 길을 터주었다. 청호는 그들이 터준 길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커다란 의자에 올라가 있는 한무를 볼 수 있었다.
“무우, 여기서 모해?”
“허허허허.”
한무를 발견한 소은이는 손을 붕붕 흔들었다. 다른 동물들은 다 만났는데, 한무만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특히나 반가워하는 느낌이었다.
“이리 오너라. 이제 돌아갈 때란다. 허허.”
“엄마 압빠!”
“그래, 돌아가자꾸나.”
소은이는 청호에게서 내려가더니 그대로 한무에게 달려갔고, 이내 한무의 등갑 위에 올라탔다.
제 위에 소은이가 자리를 잡는 것을 확인한 한무는 그대로 고개를 주욱- 내빼었다.
그러자, 미리 연결된 와이어가 상승하더니, 소은이를 태운 한무가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와아! 한무가 나라써!”
약 10cm 정도를 허공에 떠오르는 것에, 소은이가 신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가, 같이 가는 거샤!”
소은이와 한무가 떠오르는 것을 본 오기토가 잽싸게 뛰어와 소은이의 품에 안겼다.
“꽉 잡거라.”
“웅!”
소은이가 오기토를 품에 안고 한무의 등갑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후 한무가 그대로 조금 더 떠오르는가 싶더니, 주변을 밝히던 조명이 모두 꺼지며 순식간에 암흑으로 뒤덮였다.
“우응?”
그리고 다시금 불이 켜졌을 때, 소은이는 침실의 입구에서 오기토를 끌어안은 상태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나와 누나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본 소은이가 재빨리 침대로 올라왔다.
“히히.”
품에 오기토를 끌어안은 소은이는 나와 누나 사이에 자리를 잡고 해맑게 웃더니, 이내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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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소은이가 잠든 모습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촬영이 끝이 났다.
살짝 어두웠던 조명이 모두 켜지며, 촬영을 하던 모든 스태프들이 기지개를 켜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와 누나 사이에 있던 소은이를 안아들었다.
조금 전까지 자는 것처럼 색색거리던 소은이는 눈을 번쩍! 뜨더니, 내게 안겨들었다.
“재미있었어?”
“웅!”
소은이는 촬영이 정말 재미가 있었던 건지, 고개를 아주 힘차게 끄덕였다. 그래, 소은이가 재미있었으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