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15
0114 옛집, 새집
“자자, 얼른 타.”
나는 대문 앞에 대어놓은 차량에 동물들을 태웠다.
“어디로 가려는 것이오? 오늘은 카페에 가지 않소?”
“맞샤! 오늘 어디 가는 거샤?”
“쥔님. 아가씨 보러 가는 검까?”
평소라면 카페로 이동했을 시간에, 카페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에 동물들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갈거야. 앞으로 카페가 아니라 거기 있을 거고.”
“오오……!”
내 말에 동물들이 재미있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녀석들도 나름대로 오랜 시간동안 똑같은 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새로운 것에 기대하는 듯했다.
“뭐……. 몇몇은 이미 익숙한 곳이겠지만.”
나는 의아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동물들에게 씩, 웃어보이고서는 곧장 차를 몰아 동물원으로 향했다.
이미 간판을 바꾸고, 오픈에 관한 준비를 대부분 끝마친 동물원에 도착하니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다.
“으하핫! 우리 쏴장님 아냐!”
“아이고, 우리 코끼리 담당 사육사님 아니십니까? 일단 먼저 좀 올라갈게요.”
“그래, 난 여기 정리만 하고 올라갈게.”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코끼리 아재였다. 동물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미리 연락을 주었더니 이렇게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나는 곧바로 차를 타고 동물원으로 올라갔다.
“자, 다 왔다. 내리면 돼.”
동물원의 중심부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차의 문이란 문은 다 열어주었다.
“뭐꼬, 예전에 있던 곳 아이가?”
“옛집인 거샤!”
“허허허허, 그리운 곳이구먼.”
“옛집! 돌격!”
그리고, 차량에서 내린 동물들의 반응은 딱 두 부류……. 아니, 세 부류로 나뉘었다.
동물원에 처음 와보는 남캣과 청호같은 녀석들과, 토끼즈나 라쿤들처럼 동물원에서 온 녀석들. 거기에, 예전부터 살던 곳임을 눈치채고서는 그곳을 향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거위들로 나뉘었다.
“야! 멈춰!”
“꾸엑!”
내 외침에 열심히 달리던 거위들이 저들끼리 뒤엉키며 자빠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거위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이 여기에 살아서 익숙한 건 알겠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 너희가 살던 곳도 다른 녀석들이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뛰어가면 안 돼.”
나는 거위들을 데리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얘들 어디갔어?”
그런데 요주의를 필요로 하는 녀석들이 사라졌다.
포동이들과, 남캣. 거기에 마루가 사라진 것이었다.
“포동이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겠다면서 떠났슴다. 남캣은 이곳에서 겨룰만한 녀석이 있는지 찾겠다고 떠났지 말임다. 마루는……. 그냥 넓으니 뛰기 좋다며 냅다 달려갔슴다.”
“하아…….”
청호의 말에 나는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나는 일단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녀석들에게라도 일단 주의사항을 알려주기로 결정하고서 입을 열었다.
“일단, 앞으로 너희들은 여기서 살 거야. 물론, 나도 이쪽으로 이사올 거니까 따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소은이도 너희를 좋아하는데, 떨어트릴 수는 없지.”
“그럼 여기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는 검까? 꽤 넓어 보이지 말임다.”
“응. 여기서는 원하는대로 돌아다녀도 돼. 대신, 초록색 철조망이 쳐져 있는 이 구역 자체를 벗어나면 안 되고, 맹수들이 있는 우리에는 들어가는 것도 안 돼. 이해했지?”
“알겠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구경좀 다녀 오겠슴다!”
“편한대로 돌아다녀도 되는데, 여기 원래 있던 다른 동물들도 있으니까 싸우지 말고.”
내 말에 동물들이 하나둘씩 흩어졌다. 특히, 이곳이 익숙하지만 밖으로 나돌아다닌 경험은 없던 토끼즈가 가장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도망친 요주의 동물들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요주의 동물 중 하나인 라쿤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고, 프사장! 이기 얼마만이고!”
“포동이들 아녀? 오랜만이여!”
라쿤들은 동물원 길거리를 천천히 배회하던 프레리독들을 만나 오랜만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기존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 힘든 동물들은 모조리 풀어놓은 상황이라 길거리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잡았다. 이 자식들아.”
“으엑! 언제왔노!”
내게 뒷덜미를 잡혀버린 포동이들은 잠시 버둥거렸으나, 이내 포기하고 축- 늘어졌다.
나는 다른 녀석들에게 알려준 것과 똑같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다시금 풀어주었다. 어차피 풀어놓을 생각이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포동이들은 그대로 프레리독과 다시금 회포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부벼대기도 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다른 두 녀석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마루는 몰라도, 남캣 이 녀석은 빨리 찾아야 했다.
파다다다다닥!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샛노란 빛깔의 무언가가 보였다. 당연히 이 동물원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건 딱 하나였다.
“마루야! 이리와!”
내 외침이 들렸는지, 마루는 끼이익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급하게 멈추더니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달리기 속도를 자랑하는 마루답게, 꽤나 멀리 있었음에도 몇 초 만에 내게 도달했다.
“너 이 자식. 누가 맘대로 돌아다니래?”
“자모해서여!”
마루의 새카만 입술이 보이는 볼살을 쥐고 흔드니 마루가 낑낑거리며 잘못을 시인했다. 나는 그제서야 녀석을 놓아주며 다른 녀석들에게 그러했듯이 설명을 해주었다.
“자, 그럼 가서 뛰어.”
“오예!”
풀려난 마루는 곧장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넓어서 다행이네. 카페였으면 벌써 코너링을 돌아야 했을 건데.
그리고, 마루 녀석이 뛰는 것을 보며 나도 이리저리 돌던 도중 전화가 울렸다.
“호랑이 사육사님이네?”
내게 전화를 건 것은 호랑이를 담당하는 사육사였다.
“여보세요.”
“사장님! 큰일났어요! 여기, 고양이가! 호랑이 우리에!”
“……혹시, 그게 남캣은 아니겠죠?”
“맞아요! 빨리 오셔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소은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뽀니에 태워서 보내는 게 아닌데!
작지만 강한 말인 뽀니를 타고 갔으면 엄청 빠르게 도착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하며 달리니, 숨이 찰 즈음 호랑이 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크허어어어엉!”
호랑이 우리가 시야에 들어오자, 곧바로 호랑이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나는 좋지 못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안 돼! 끔찍한 상상 때문인지 내 발걸음은 더더욱 빨라졌고, 금세 호랑이 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멈……!”
어떻게든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마법의 단어를 꺼내려했다. 눈에 보이는 광경만 아니었다면.
“뭐야. 약하잖아?”
“끼후웅…….”
호랑이 우리에 난입해 있는 남캣은, 호랑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거대한 크기의 호랑이를 조그마한 앞발로 짓밟고 있었다.
그 작은 발에 짓밟혀서 낑낑대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은 비현실적이었고, 자기보다 열 배는 더 커다란 덩치의 호랑이들 사이에서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남캣의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곁에 있던 호랑이 사육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총 세 명이었는데, 그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호랑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죠?”
“그게, 저희도 믿기 힘들긴 한데……. 남캣이 호랑이 우리쪽으로 뛰어서 들어가더니, 그대로 호돌이랑 싸우더라고요. 그 결과가 저 모양이네요.”
사육사는 얼떨떨한 표정을 떨치지 못한 채 대답했다.
하긴, 고양이 한 마리가 호랑이 우리에 쳐들어가서 우두머리를 박살내는 걸 목격하고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맛있는 거 먹네? 내놔.”
심지어, 남캣 녀석은 호랑이 우리에 놓여져 있는 닭고기를 갈취하고 있었다. 우두머리인 호돌이가 순식간에 떡이 되는 것을 본 다른 호랑이들도 차마 접근하지 못했기에, 남캣 녀석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닭고기를 갈취했다.
“다음에도 챙겨놔라?”
찹찹 소리를 내며 닭고기를 해치운 남캣 녀석은 자신이 우리로 들어갔던 루트를 그대로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엇…….”
그리고, 호랑이 우리 밖으로 나온 남캣 녀석은 나를 바라보더니 몸을 굳혔다. 하지만 녀석은 꿇릴 것 하나 없다는 듯이 다시금 자신감 넘치는 워킹으로 내게 다가왔다.
“뭘 봐?”
“진짜 누가 냥아치 아니랄까봐……. 야, 가만히 있는 호랑이는 왜 괴롭혀?”
“가만히 있긴. 날 노려 보던데.”
“……노려봤다고 저 꼴을 내놔?”
나는 바닥에 웅크려서 앞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호돌이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남캣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너 임마. 앞으로 다른 동물들 괜히 괴롭히고 다니지 마라?”
“흥.”
남캣은 내 말에 대답대신 콧방귀를 뀌더니 그대로 도도하게 걸어갔다.
“야!”
나는 그 모습에 다급히 다가가 녀석에게도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대신 동물원 구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만 알려주었다. 맹수 우리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들어가서 호랑이를 때려눕혔는데, 알려줘봐야 소용 없겠지.’
예상이긴 하지만, 호랑이가 아니라 코끼리 우리에 들어가도 남캣 녀석은 털 끝 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으하하하! 새 친구다!”
“시끄러워, 코쟁아. 그래도, 높으니까 마음에 드네.”
도도하게 코끼리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아 따끈따끈하게 식빵을 굽고 있는 남캣의 모습을 본 나는 녀석을 외면하기로 했다.
남캣을 외면한 나는 곧바로 사육사들을 불러모았다. 얼마 남지 않은 오픈에 맞춰 미리 준비할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자, 여러분.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준비는 마무리 되었죠?”
“예. 기존에 초식동물이나 소동물들이 있는 곳을 개방하고 체험공간 등으로 전환했고, 대형 동물들이나 맹수들의 우리를 더 확장했습니다. 동물들도 넓어진 공간에 좋아하는 것 같고요.”
나는 소동물처럼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위협이 되지 않는 동물들은 그냥 풀어놓기로 한 상태였다. 물론, 미리 사람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이 괴롭히거나 귀찮게 굴 때의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동물들을 풀어놓으며 생긴 빈 공간을 일종의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맹수나 코끼리처럼 위험한 동물들의 우리를 확장하는데 사용했다.
나는 그러한 준비가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코끼리 아재를 바라보았다. 동물원에서 최고참 사육사이던 만큼, 그에게 다른 부분도 맡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육사들과 일반 직원의 추가 고용은 다 된 상태죠?”
“그것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체험공간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카페에서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사육사들은 이미 현장에 투입되어 일하고 있는 상태고요.”
코끼리 아재는 주변에 다른 사육사를 비롯한 직원들도 있기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네요. 그럼 당장 오픈해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예. 사장님이 동물들의 교육도 하셨다고 했으니, 당장 오픈하더라도 문제는 없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픈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리고, 오픈 당일. 어린이 대공원에는 오랜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