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17
0116 소은이 쇼(2)
“뽀니!”
“부르셨나요오오오!”
저 멀리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뽀니는, 소은이의 외침이 들리자마자 호다닥 달려왔다. 소은이는 익숙하게 폴짝 뛰어올라, 뽀니의 등 위에 올라탔다.
“쪼기로!”
뽀니는 소은이의 요구에, 곧장 안전펜스를 넘었다. 호랑이가 넘은 철창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높은 안전펜스를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었다.
“와, 쟤 경마장 가면 개쩔겠다. 경주마들 다 씹어먹겠는데?”
“저번에 영상 못 봄? 경마 1위 밥먹듯이 하는 경주마가 꽁무니 쫓아가기도 버거워 하더라. 쟤 때문에 신수님한테 케어받은 말은 경마 출전금지잖아.”
“그랬어? 경마는 관심 없어서 몰랐네.”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 뽀니는 타다닥, 가벼운 발굽 소리를 내며 뿌우뿌우에게 다가갔다.
“뿌우뿌우. 올려조!”
뿌우뿌우에게 다가간 소은이는 뽀니에게서 내려가더니, 그대로 안아달라는 듯이 두 손을 벌렸다.
그 모습에 뿌우뿌우는 익숙하다는 듯, 길쭉한 코를 이용해 소은이의 몸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소은이를 제 머리 위에 올려주었다.
“꺄하하하?!”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뿌우뿌우의 머리 위에 안착하게 된 소은이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게다가 널찍한, 코끼리 특유의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바람까지 쐬게 해주니 소은이는 더더욱 즐거워하고 있었다.
“뿌우뿌우, 그거 해조! 슈웅!”
뿌우뿌우의 머리에 앉아 웃음 짓던 소은이는 녀석의 머리를 통통 두드리며 무언가를 요구했다.
이미 몇 차례나 겪었던 일이기 때문인지, 뿌우뿌우는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녀석은 구석으로 가더니, 체육관 등에서 볼법한 파란색의 폭신폭신한 매트를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끌고와 바닥에 놓은 녀석은, 몸을 살짝 굽히더니 코를 바닥으로 늘어트렸다. 대각선으로 살짝 휘어 있는 듯한 형태로 늘어트린 것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끄럼틀’처럼 말이다.
뿌우뿌우가 코를 늘어트린 것을 확인한 소은이는 그대로 녀석의 코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꺄하하항!”
두텁고 길쭉한 코끼리의 코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온 소은이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다시금 뿌우뿌우에게 손을 들어올렸다.
또 해달라는 것임을 눈치챈 뿌우뿌우는 다시금 소은이를 들어올려주었고, 소은이는 몇 번이나 코끼리 미끄럼틀을 타고 나서야 만족했다.
“고마어!”
충분히 코끼리 미끄럼틀을 즐긴 소은이는 고생했다는 듯이, 뿌우뿌우의 다리를 포옥 끌어안으며 토닥여주었다.
“으아아아, 귀여워!”
사람들은 그런 소은이의 모습을 보더니 무척 귀엽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확히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커플끼리, 혹은 혼자 온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부류의 방문객 유형은 아이가 포함된 3인 이상의 가족이었다. 당연히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있는 상태였다.
“나도! 나도오오오! 나아아아아도오오오오!”
“으아아아앙! 코끼리 미끄럼틀 타고 싶어어어!”
“엄마, 저두 하구 시퍼요…….”
“아빠! 코끼리 사조!”
아이들이 소은이 쇼……가 아니라, 소은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난리를 치는 것에 그 부모님들이 곤란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해자가 포함된 우리를 뛰어넘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코끼리를 사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난리는 소은이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우웅…….”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소은이는 이내 뽀니를 톡톡 건드리며 무언가 요구하듯 손짓발짓을 하기 시작했다.
소은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듯, 뽀니는 이내 파다닥 움직이며 다시금 코끼리 우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타세요. 새 주인님이 원하는 거 같으니까!”
“타, 타라고?”
“뭐라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타요!”
“우아아! 말이다!”
코끼리 우리 밖으로 빠져나온 뽀니는 아이들을 위주로하여 코끼리 우리 내부로 이송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뽀니에 태워 코끼리 곁으로 보내는 것에 불안해 하는 부모들도 있었으나, 소은이도 한 것이니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부모들 역시 많았다.
순식간에 뿌우뿌우의 곁에는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들어, 녀석을 만지고 쓰다듬어대고 있었다.
“으하하핫! 새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첫 만남 때가 떠올랐다. 관종 기질이 가득한 놈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해, 결국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교미하고 싶다고 소리나 치던 그 모습이 말이다.
애초부터 관종의 기질이 다분하던 녀석은 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들이닥친 것에 기뻐하고 있었는데, 옆에 아이들까지 몰려오니 더더욱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뿌우뿌우 녀석은 어린 아이들과 진심을 다해서 놀아주었다. 아이들을 코로 들어올려 태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의 훌륭한 미끄럼틀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었다.
“히히, 재미찌?”
“응! 고마워!”
소은이는 자신보다 큰 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이 그리도 좋은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허리에 손을 척!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코끼리 우리를 개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육사의 동행 하에 입장할 수 있도록 바꿀 생각을 했다. 관종답게 아이들의 접근을 오히려 좋아하는 뿌우뿌우를 보아하니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뿌우뿌우의 주변에 아이들을 토스해버린 소은이는 금세 흥미가 가셨다는 듯이 뽀니를 타고 코끼리 우리에서 탈출해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앗…….”
나는 다급히 아이들을 부모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사육사들을 붙여주었고, 재빨리 소은이의 뒤를 따랐다.
뽀니를 타고 동물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소은이의 뒤를 따르고 있으니, 어느 순간 소은이가 멈춰섰다. 왜 멈춘 것인지 자세히 바라보니,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주님도 하나 줄까요?”
소은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동물원마다 하나씩은 있을 법한, 각종 풍선을 파는 상점이었다. 기다란 풍선을 꼬아 모양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헬륨을 가득 넣어 둥둥 떠다니는 풍선들을 팔기도 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는 풍선에, 소은이가 자기도 하나 정도 갖고 싶은지 바라보고 있던 것이었다.
“주세요!”
두 손을 곱게 포개어 앞으로 내미는 소은이의 모습에, 풍선 판매를 담당한 직원이 부드럽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곧바로 기다란 풍선을 쑤욱- 불어내더니, 이리저리 삐익삐익 꺾어서 토끼 한 마리를 만들어냈다. 소은이가 토끼를 좋아하는 것이 워낙 잘 알려져 있다보니 토끼로 만든 듯했다.
“우아아! 토끼다!”
토끼 모양의 풍선을 받은 소은이는 그리도 좋은 건지 박수를 짝짝 치며 해맑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난입했다.
“끽!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소은이가 기뻐하는 모습에, 자기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난입한 것은 한 마리의 원숭이였다.
흰손긴팔원숭이라고 하는 종인데, 개장을 기다리면서 소은이와 나름대로 친해진 녀석이었다.
“앗! 그거 가져가면 안 돼!”
원숭이 녀석은 그대로 풍선 상점의 내부에 들이닥치더니 조금 전 직원이 토끼를 만들어낸 것과 똑같은 풍선을 찾아 꺼내들었다.
녀석은 직원이 하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건지, 그대로 풍선을 불었다.
직원이 그러했듯 순식간에 부풀어오른 풍선 끝을 잡아쥐며 묶은 녀석은 삐익삐익 소리를 내며 열심히 풍선을 꼬기 시작했다.
“오, 오오……!”
“내가 살면서 원숭이 풍선꼬는 걸 볼 줄은 몰랐네.”
“캬- 손놀림 화려한 거 봐라.”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처럼, 원숭이 녀석은 아주 화려한 손놀림으로 풍선을 꼬아댔다. 심지어, 한 개가 아니라 수십여 개를 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화려한 손놀림만큼이나 화려했다.
“페가수스다! 저건 페가수스야!”
“아니야, 잘 봐! 뽀니에 올라탄 공주님이라고!”
결과물은 아주 화려하고, 대단했다. 바로, 뽀니에 올라타 있는 소은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것이었다.
“고마어!”
자신과 뽀니의 모습을 본딴 풍선아트를 원숭이에게 선물받게 된 소은이는 직원이 준 토끼 인형을 내팽겨쳤다. 그렇게 빈손이 된 두 손으로 원숭이에게 받은 풍선을 끌어안았다.
“크흑……! 내 패배다!”
자신이 준 풍선이 소은이에게서 버림받는 것을 바라본 직원은 그대로 무릎을 털썩- 꿇더니 패배한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끽끽!”
원숭이는 제 앞에 엎드려버린 풍선아트 담당 직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패배자를 위로하면서 조롱을 같이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녀석의 실수였다.
“고, 공주님 어디간 거냐끽!”
애초의 목적이던 소은이는 이미 풍선을 끌어안고 그 자리를 이탈한지 오래였다. 그것도, 배가 고프다면서 엄마를 찾으러 간 상황이었다.
당연히 원숭이는 소은이를 찾으러 가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녀석은 움직일 수 없었다.
“스승! 내게 그 실력을 전수해다오!”
소은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풍선의 제작자인 직원이 원숭이의 팔을 붙잡고 늘어진 것이었다.
“끽! 놓으란 말이다!”
녀석은 어떻게든 소은이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반응이었지만, 직원은 녀석을 놓지 않았다.
나는 잠시동안 직원과 원숭이의 실랑이를 지켜보다, 직원이 원숭이와 사이좋게 풍선을 이리저리 꼬기 시작한 모습을 본 다음 움직였다.
“소은아, 맛있니?”
“웅!”
사람찾기 기능도 탑재된 듯한 뽀니 덕분에 엄마를 금세 찾은 소은이는 맛있는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후, 배가 뽈록해질 때 까지 점심을 해치운 소은이는 다시금 동물원을 누볐다.
앵무새들과 동요 대잔치를 벌인다던가, 곰에게 수박을 깨달라고 해서 간식으로 먹는 등 아주 즐겁게 동물원을 누빈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동물원을 누비며 온갖 신기하고 진귀한 광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소은이 덕분에, 소은이 유치원의 전화기와 홈페이지가 터져나갔다.
[신수의 둥지 관람 꿀팁] [공주님 유치원 휴원일에 맞춰서 가기. 평소에도 신기한 곳이긴 한데, 공주님이 더 신기하게 만들어줌.]소은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휴원일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와, 정보를 찾으려 홈페이지를 찾는 이들 덕분에 터져나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