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22
0121 참새술사
“하……. 예비군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이른 아침부터 예비군훈련장 앞에 도착한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올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군복도 몸에 좀 안 맞는 느낌이라 더더욱 집에 가고 싶었다.
“옙군 슨뱀들! 들어가시겠슴다! 차량은 우측으로 가셔서 주차하시고, 도보로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시기 바람다!”
아, 이제 들어가네.
일찍 오면 일찍 오는대로 기다려야 하는 것도 귀찮다 여긴 나는 곧바로 그들의 지시를 따라 이동했다.
“크……! 판단 좋았고.”
훈련장 입구를 들어가다가 적당히 눈치를 보며 화장실로 잠깐 빠졌다가 합류하는 것으로 조장을 피했다. 조장만큼 귀찮은 게 없지.
방탄모와 탄띠를 착용하기 보다는 몸에 걸치고서 강당으로 들어갔다. 내 옆으로 나와 비슷한 이들이 줄지어 앉았다.
“올해도 이렇게 예비군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한 군인의 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비군 훈련의 시작이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이 벌써부터 휴대폰에 빠져들 것처럼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나 역시 비슷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군인은 잠시 망설이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단 하나였다.
아주 열심히 하는 조는 특별히 점심먹은 후 퇴소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
“오……. 점심 퇴소라……. 여러분. 열심히 하실래요?”
조기 퇴소 소리가 나오니, 우리 조의 조장이 슬그머니 제안을 내밀었다. 조기 퇴소는 그만큼 달콤한 제안이었다.
“개 빡세게 뛰고 집에 일찍 가죠. 운동 조금 했다 치고요.”
“점심 퇴소를 목표로 해요. 오늘 마누라한테 여덟시간 걸린다고 했으니까.”
“어? 그쪽도요? 저돈데. 끝나고 당구장이나 피시방이라도 가실래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온 이들이 퇴소라는 목표 하나를 목적으로 뭉쳤다.
“그럼 1조 부터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예비군들이 저들끼리 의기투합하는 것과 동시에 훈련이 시작됐다.
내가 포함 된 조는 총기 분해조립과 사격이 첫 훈련이었다.
적당히 조교가 하라는대로 따라하고, 안전 관련 영상을 보니 어느덧 사격을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비록 앞 조의 사격이 끝나지 않아서 조금 대기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내 곁에 있던 한 조원이 나를 톡톡 건드렸다.
“저기, 그 새는 키우시는 건가요?”
“예? 무슨 새요?”
“어깨 위에…….”
“으악! 씹, 깜짝이야!”
조원의 말에 고개를 돌린 나는 화들짝 놀랐다. 웬 참새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앉아,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뭐야? 어디서부터 온 거야.”
“처음부터 따라왔짹!”
“하……. 처음부터? 그럼 집에서 온 거잖아? 네가 여길 왜 따라와. 아니, 잠깐만. 그럼 차에 붙어서 왔단 거야?”
“그렇짹!”
녀석의 말에 자세히 바라보니, 집에 자리를 잡고 사는 참새들 중 한 마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부의 부하들인 까치와 까마귀들의 기에 눌려 잘 나다니진 않는 녀석들이지만,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형성한답시고 가슴팍의 털을 v자 형태로 헤쳐놨기에 알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신수님 아니세요?”
그리고, 내가 참새와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던 한 조원이 내 정체를 알아보았다.
나는 괜히 민망하게 느껴져,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팬이예요. 나중에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오예!”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는 조원의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조교가 슬쩍 다가왔다.
“슨뱀들. 이제 올라가시겠슴다.”
귀마개를 하나씩 제공해주며 사격할 차례라는 조교의 말에, 우리는 곧바로 귀마개를 귀에 꽂았다.
귀마개를 끼운 상태임에도 귀마개를 뚫고 총성이 들려왔다. 따앙, 따앙 소리가 울려퍼지며 살짝 긴장되었다. 물론, 총기에 대한 공포라기 보다는 내 사격 실력이 개판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다들 열심히 해봅시다.”
가볍게 조기 퇴소를 향한 목표의식을 불태운 우리는 사격장으로 이동하고, 한 사로씩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시작!”
따다다당, 소리가 울려퍼지며 조원들이 열심히 총을 쏴댔다. 어째 하나같이 표적지 부근이 아니라 그 뒤쪽의 산을 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나대로 열심히 쐈다.
하지만 열심히 한 것 치고는 결과가 형편 없었다. 6발의 사격을 실시했는데, 표적지 부근에 착탄된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조기 퇴소는 무슨, 시간을 꾹꾹 채워 훈련 받을 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야. 저기 가면 종이가 있을 거거든? 거기에 구멍이 뚫려 있을 거야. 그거랑 비슷한 형태로 오밀조밀하게 구멍 여섯 개만 뚫어놔. 한 개가 있으면 다섯 개를 뚫고. 이해했지?”
“알았짹!”
여전히 어깨쪽에 있던 참새를 향해 지시하니, 녀석이 포로록 날아가 표적지를 꿰뚫었다. 당연하지만 사람들의 사격이 모두 끝나고, 잠시 대기하는 그 사이에 보낸 것이라 참새가 다치는 일 따윈 없었다.
조교를 비롯한 이들은 시끄러운 사격장에 참새가 나타난 것을 신기하게만 바라볼 뿐, 쫓아낸다거나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참새는 내 부탁을 900% 정도 초과달성했다.
종이라고만 했더니, 전방에 위치한 모든 종이들을 꿰뚫어버린 것이었다. 내 것은 물론, 조원들의 것들을 모조리 뚫은 것이었다.
“이야, 이 조는 특등 사수들만 모여 있는가 봅니다. 어떻게 한 명도 빠짐 없이 탄착군이……. 혹시, 볼펜으로 뚫은 건 아니죠?”
“에, 에이……. 요즘 누가 볼펜으로 표적지 뚫어요. 운 좋게 다들 잘 맞춘 거죠. 거기다가 우린 볼펜도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참새의 행동이 걸리는 일은 없었다. 총기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듯이 사수들만 보던 지휘관이었기에, 참새가 표적지를 뚫었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우리 조는 덕분에 전원 100% 명중이라는, 다른 조들이 이뤄내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산을 쏜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표적지만 보자면 그랬다.
“와, 진짜 동물이랑 대화 되는 게 대단하긴 하네요.”
조원들은 표적지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참새가 자신의 표적지를 꿰뚫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적지를 꿰뚫은 그 참새가 내 어깨에 앉아 있는 것 역시 볼 수 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수님만 계시면 저희 조기 퇴소는 따놓은 당상이겠는데요?”
“맞아요! 대신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제가 조금 있다가 냉동 쏘겠습니다!”
조원들은 내가 행한 행동을 보고서 한껏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조기퇴소가 걸린 만큼, 그들은 꽤나 간절해 보였다.
“저도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까, 한 번 노력해보죠. 그래도, 여러분들이 노력은 해주셔야 하는 거 알죠?”
고개를 파닥파닥 끄덕이는 조원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조교를 따라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이번은 시가전 훈련입니다. 디지털 장비로 하는 서바이벌 훈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팀을 나누어 진행하게 될 겁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을 이수하시면……. 아시죠?”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지휘관의 말에, 조원들은 물론이고 다른 조의 사람들 역시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고 있으니 어느새 우리 조의 차례가 다가왔다.
“열심히 해서, 진짜 조기 퇴소 할 수 있도록 힘냅시다!”
입구에서 전의를 다진 우리는 곧장 저마다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차량 뒤에, 또 누군가는 건물 뒷편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가장 뒷편에서 몸을 숨긴 채, 어깨에 있던 참새를 날려보냈다. 정찰은 역시 드론이지.
잠시 후 돌아온 참새에게서 적팀의 위치를 전해들은 나는 그대로 팀원들에게 브리핑해주기 시작했다.
“전방 차량 뒷편 한 명, 그 우측 코너 두 명. 열 시 방향 건물 2층 창문 한 명. 최후방 드럼통 부근 다수.”
상대방의 위치를 미리 파악한 우리는 재빨리 움직였다. 가장 구석 라인을 타고 소리를 죽여 이동한 우리는, 멍하게 힘 없는 예비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량 뒤 클리어.”
“코너 클리어.”
“아, 죄송. 창문 정리 실패요.”
“드럼통 하나 다운.”
마치 FPS 게임을 하듯 조원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그리고 곧 이어 한 조원의 기쁨에 가득찬 외침이 들려왔다.
“이겼닭! 오늘 점심은 퇴소닭!”
우리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상대팀을 박살내는 전적을 올릴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압도한 모습을 보인 우리의 모습에 무척 흡족해한 지휘관은 우리 조에게 조기 퇴소의 영광을 하사했다.
“제가 예비군을 담당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여러분들처럼 적극적이고 강렬한 모습을 보인 분들은 처음입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예비군의 귀감입니다!”
지휘관은 마치 교장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에게 이런저런 설교같은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슬슬 굳어가는 조원들의 표정을 본 것인지, 지휘관은 말을 아꼈다.
“그래도 다른 분들과의 형평성이 있으니, 점심 이후에 자택으로 귀가하시면 되겠습니다.”
“오!”
조기 퇴소가 확정되자, 점점 굳어지던 우리 조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더군다나, 다른 조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동안 휴식시간까지 생겼으니 더더욱 밝은 모습이었다.
“PX나 가실까요?”
“저도 같이 갑시다.”
“좀 전에 보니까, 지금 닫혀 있던데요?”
“에라이…….”
그러나 PX 문이 닫혀 있다는 소식에 그들의 표정은 다시금 시무룩해졌다.
나 역시 뭔가 아쉬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던 도중, 내 어깨에서 깃털을 정리하는 참새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 가서, 친구들 좀 찾아가지고 열매같은 걸 좀 따다줄래? 먹을 수 있는 걸로.”
“산딸기면 되겠짹?”
“응. 충분하지.”
참새는 내 말을 듣자마자 날아가더니, 돌아올 때는 그 수가 꽤나 많이 늘어나 있었다.
“……여러분들도 좀 드시죠.”
수십 마리 참새들이 계속 가져오는 산딸기를 방탄모 가득 담게 된 나는 그것들을 조원들과 나누었다.
야생 산딸기라 그렇게 맛있다-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기에 조원들은 꽤나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이 인간 좋은 느낌이짹!”
산딸기를 가지고 돌아온 참새들이 내 곁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계속해서 산딸기를 가져오는 녀석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참새들 덕분에, 내게 참새술사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참새를 이용하여 표적지를 조작하고 참새를 드론으로 써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참새들을 이용해 식량까지 조달하니 붙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