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
0012 이게 머선 129
“안녕하십니까. 신수환씨, 초능력 연합회 정밀 검증 부서 장일운 대리입니다.”
“아, 오랜만이네요. 결과가 나왔나요?”
“예.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래는 통지서만 틱, 보내고 끝인데……. 신수환씨는 특별하시니 제가 특별히 전화로 먼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하하하…….”
장일운 대리의 말에 나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내게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등급이 어떻게 결정 됐나요?”
“일단, 등급 결정에는 제 사견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든 결정은 저희 상부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장일운 대리의 말에 나는 순간 흠칫했다.
이렇게 밑밥을 까는 건, 장일운 대리 생각에 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그 말씀은……?”
“상부에서는 신수환씨의 초능력 등급을…….”
“등급을?”
“최상급으로 결정했습니다. 애초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같이 노력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 초능력은 최소 상급 이상으로 결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
장일운 대리의 말에 나는 힘이 쪽-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괜히 쓸데 없는 밑밥을 깔고 있으니 긴장한 탓이었다.
‘아니 이 인간은 왜 밑밥을 깔고 있어?’
자기 부하 직원들에게 쫄쫄이를 입히거나 늑대 앞에서 하울링을 하도록 시켰을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장일운 대리, 이 인간 약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장일운 대리가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내게 중요한 것은 등급이 결정됐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최상급으로.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상급으로 결정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에이, 안 놀라시네요.”
이 인간, 100% 나를 놀려 먹기 위해서 밑밥 깐 거다.
“……최상급 맞죠?”
그러다보니 괜히 걱정이 들었다. 장일운 대리가 말하는 걸 듣다보니, 최상급이 아닌데 최상급이라고 거짓말한 것이라고 의심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잠깐 장난치긴 했지만, 제가 그런 걸로 거짓말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결정된 등급을 허위로 알려드리면 제가 징계를 받거든요. 어차피 인증서도 등기로 발송됐고요.”
“그럼 그 등기는 언제쯤 오나요?”
“그건 음……. 한……. 십…….”
“십?”
장일운 대리가 말을 하다 멈추는 것에 나는 의아함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체국 배달 예정) 신수환 고객님! 우체국입니다. 우체국등기를 오늘 배달할 예정 ……… 배송 조회하기]우체국에서 온 문자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장일운 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 내로 문자 올 걸요?”
“늦었어요. 이미 왔거든요.”
“까비!”
‘이 인간 진짜 이상한 거 같은데. 아니, 문자 올 시간은 또 어떻게 예상한 거야?’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한 미친……이 아니라, 장일운 대리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만 더 빨리 말할 걸 그랬네요. 아무튼, 등기는 곧 도착할 거고, 따로 서류가 필요하시면 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발급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네…….”
“따로 뭔가 더 궁금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장일운 대리는 드디어 설명할 것이 끝났는지 가볍게 인삿말을 남기고 전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서 잠깐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니 우체국에서 등기 우편이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A4 용지가 들어갈 법한 서류봉투에 우표가 붙어 있을 뿐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등기 우편이었다.
“오……!”
내부에 있을 종이가 찢기지 않도록 서류 봉투를 조심스레 열고, 그 내부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감탄했다.
진짜 금은 아니겠지만, 반짝이는 금박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는 초능력자 등급 인증서가 바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초능력자 등급 인증서] [최상급 –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초능력자 신수환]“오오오오!”
인증서에 대문짝만하게 적힌 내 이름을 보며,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온도를 맞추는 초능력도 가지고 있기에 인증서가 한 장 더 있긴 했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것은 그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고급졌다.
중급 이하의 인증서는 그냥 A4 용지에 대충 인쇄해서 보내주는 것에 반해, 최상급은 인증서도 최상급이었다.
나는 조만간 액자라도 사서 영구보존을 할 생각을 하며 인증서를 사진 찍었다.
개인정보라고 해봐야 내 이름이나, 초능력자 고유 번호같은 것이 전부였기에 유출되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름이야 기사까지 타고 퍼진 상황이었고, 초능력자 고유 번호는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찍은 나는 곧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진을 전송했다. 당연히 99% 정도는 자랑을 하기 위함이었다.
지이잉- 지이이잉-
그 증거로, 곧바로 내 친구들에게서 부러움에 가득 찬 메시지들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나를 향한 부러움에 자아도취되던 그 때,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다. 바로, 기자인 장미 아줌마였다.
[최상급으로 확정됐어? 혹시 이것도 기사로 써도 될까?]아줌마가 기사를 써주면 써줄수록 내게는 득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곧바로 수락하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 상상을 초월했다.
○ ◑ ● ◐ ○ ◑ ● ◐ ○
“고양이 어디 있나요? 화장실에 있어요?”
“아, 걔는 다른 곳에 있어요. 여긴 카페니까 웬만해서는 안에 들여보내지 않거든요. 식품위생법 때문에 안에 들이는 건 문제가 좀 있어서요.”
“으……. 아쉽네요. 뮤튜브로 볼 때 엄청 귀여워 보였는데…….”
여자 손님은 나를 보며 무척 아쉽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카드를 받아갔다.
그리고, 그녀가 자리를 비키자 마자 새로운 손님이 자리를 잡으며 커피를 주문했다.
“그 고양이, 정말 사장님이 훈련하신 거예요?”
“그렇긴 하죠. 제가 여기 사장이 아니긴 하지만요.”
“오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 그냥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한 잔이요. 가져갈게요. 아, 사진 한 번 찍어도 괜찮을까요?”
“네, 뭐…….”
나는 같이 사진을 찍자며 자신의 휴대폰을 흔드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힌 것을 확인한 나는 포스를 조작하여 남자가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결제해주었다.
그리고, 조금 전 남자가 보였던 행동과 비슷한 행동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질문을 받고, 셀카를 찍어주고, 결제를 하고. 그것의 반복이었다.
기계마냥 반복적으로 작업하던 나는 내 앞에 있는 손님의 뒤를 바라보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우다 못해, 바깥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질적이기 그지 없었다.
‘영상이랑 기사가 이런 나비효과를 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순전히 장미 아줌마가 쓴 기사와 내가 올린 뮤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내 유명세가 최상급을 받았다는 소식에 폭발해버렸고, 그 관심이 내가 업로드한 영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영상 구석에 위치해 있는 카페의 상호가 우연하게 노출된 것이 현 상황의 시발점이었다.
카페 상호를 통해 카페의 위치를 특정하고, 그것이 인터넷으로 퍼지며 최상급의 초능력자를 한 번 보겠다고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흐에에엥…….”
덕분에 영지만 죽어나가고 있었다.
영지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연신 에스프레소를 뽑고,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실수하나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뽑아내는 모습은 영지도 프로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그 표정만 아니라면.
누나는 뭐, 본인 카페가 흥하고 있으니 기분 좋다는 듯이 흥얼거리고 있지만…….
푸쉬이이익-!
“아, 아아아?”
그런데 갑자기 공기통에서 공기가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영지의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정체는 바로 에스프레소 추출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거 안 되겠는데?”
버튼을 눌러도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만 나고, 커피가 제대로 추출되지 않았다. 딱 봐도 기계가 맛탱이 간 것이었다.
느긋하게 일하던 영지처럼, 느긋하던 기계가 쉬지도 못하고 커피를 추출하다가 뻗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영지는 제 동료의 리타이어 소식에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영지도 힘들어하고…… 기계도 이래서 뭐 할 수도 없으니까.”
영지는 누나의 선언에 두 팔을 치켜들며 만세했다. 갑자기 몰려든 손님에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하지만 그런 영지와 다르게 내게는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나를 보며 주문하겠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손님들을 되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커피를 제외하면 따듯한 차나 빙수 정도 밖에 메뉴가 없었기에 불가피했다. 내부에서 마시고 갈 수 있는 자리도 없었으니, 이 쯤에서 오늘 장사는 끝내는 것이 옳은 일이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기계가 고장나서 더 이상 주문은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말에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듯한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제외한 메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빙수처럼 카페에서 취식하는 방법 밖에 없는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빈 자리 하나 없는 현 상황에서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손님이 아닌 손놈들 덕분에 카페 내부가 꽤 지저분해진 상황이었으니 정리도 할 필요가 있었다.
“수환아. 네가 희생 좀 해줘.”
더 이상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내 말에도 사람들이 나갈 생각을 하지 않자, 누나가 갑자기 내 등을 떠밀었다.
피리부는 사나이마냥 어그로를 끌어서 손님들을 밖에 내던지라는 누나의 요구에, 나는 황당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 방법 외에는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나갔다.
카페에 찾아온 목적이 커피가 아니라, 나와 남캣을 보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홀린듯이 나를 따라왔다.
카페 밖으로 나온 나는 구석에 숨어 있던 남캣을 들어올려,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야, 너도 포즈좀 취해봐. 앞발이라도 들어봐.”
내 요구를 들어주면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이 된 남캣은 내 요구대로 사람들을 향해 앞발 하나를 들어올렸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으나, 더 많은 셔터음에 묻혀버렸다.
어쨌거나, 사진을 찍으며 목적을 이룬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졌고, 수천 번의 찰칵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카페 앞이 한산해졌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며 카페 영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기계가 고장난 건 어떻게든 당일에 고치긴 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기계는 다시금 리타이어 됐다.
결국 누나와 나는 카페의 일시적인 영업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나와 누나, 영지까지 세 명이서 영업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내 능력을 검증하겠답시고 카페에 동물을 데려오려는 손놈까지 출몰하는 판이었으니, 더더욱 영업을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카페 영업을 중단한 덕에, 계획했던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기가 무척 수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