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1
0130 경호팀 면접(1)
“코오오.”
마치, 나 자고 있어요- 하고 알리듯이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잠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와 누나는 맥주와 과자 조금을 가지고 베란다로 향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놔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시원한 밤바람이 우릴 스쳤다.
“난 좀 쌀쌀한데? 옷 갖고올게. 너도 갖다 줄까?”
“아니, 괜찮아. 난 딱 좋거든.”
“알았어.”
누나가 다시금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다. 뮤튜브도 보고, 아웃스타도 잠깐 보고 나니 누나가 옷을 챙겨 입고 돌아왔다.
“쨘.”
얇은 가디건을 입고 온 누나와 가볍게 맥주 캔을 맞대고 가볍게 한 모금을 머금었다.
“아 맞다. 수환아, 나 내일 약속 있는 거 알고 있지?”
“내일? 어……. 저번에 들은 거 같기도 하고.”
“지윤이 결혼식 있다고 말했잖아.”
“맞네.”
나는 누나의 말을 듣고서야 생각이 났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몫까지 축의금 주고 올래? 누나 친구면 나도 아는 사람이잖아. 뭐……. 친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난 우리였기에, 서로의 친구는 훤히 아는 편이었다. 친한 건 둘째치고, 일단 누가 친구인지는 다 아는 것이었다.
덕분에 학창시절에 누나 몰래 친구들이랑 PC방을 가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금세 시간이 흘러갔다.
짙은 어둠이 내리 깔리고, 최소한의 조명만이 동물원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 보여졌다.
“응?”
그런데 사람이라곤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던 동물원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앞서 날아가는 유부와, 그런 유부의 뒤를 따르는 까치와 까마귀들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의 뒤로 육상 동물들이 따르고 있었다.
“뭐지?”
동물들의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나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관람객이 없는 시간대부터는 동물들도 휴식을 취한다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부를 따라 주기적으로 훈련하듯이 비행하는 까치와 까마귀들은 몰라도, 육상동물들이 그렇게 그 뒤를 따라 몰려다니는 것은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조금 뒤쳐진 곳에서 한무를 비롯한 거북이들이 아주 열심히 따라가고 있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건지 보고 올게.”
“혹시 모르니까, 같이 갈까?”
“소은이 있잖아.”
“안고 가지 뭐.”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벌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누나는, 조금 걱정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누나는 곤히 자고 있는 소은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안아들더니, 나와 함께 동물들이 움직인 곳을 향해 이동했다.
“여긴 뭐 없는데 왜 온 거지?”
동물들이 움직인 곳을 향해 가고 있으니, 목적지가 어딘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다가가니, 녀석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끄으으윽……. 사, 사람 살려…….”
나는 각종 조류들에게 여기 쪼이고 저기 쪼이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호돌이에게 깔린 상태로 말이다. 묵직한 녀석에게 깔렸으니 꼼짝도 못 하고 새들에게 쪼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장 열성적으로 그 사람을 쪼고 있던 페엥을 붙잡아 어떻게 된 것인지 물으니, 녀석은 한 단어로 대답을 요역해주었다.
“치밉쨔!”
“침입자라고? 뭐야, 그럼 또 도둑 든 거야? 아니, 경비 시스템은 어떻게 뚫었다냐…….”
나는 또 다시 도둑이 들었다는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 카페에 있을 때도 한 번 도둑이 들었으나, 곧바로 동물들에게 포획당했던 것은 나름대로 유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 동물원에 침입하면 동물들에게 응징당한다는 것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인터넷도 안 하는 얼간이 같은 인간이 누굴까, 하는 생각을 한 나는 그대로 호돌이에게 깔린 남자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나 도둑이요-하고 알려주는 것처럼 그의 모습은 수상하기 그지 없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임에도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의 모자를 푹 눌러쓴 상태로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모습은 누가봐도 수상할 정도였다.
소은이를 안고 있는 누나를 내 뒤로 숨긴 나는 도둑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가갔다.
뒤에서 누나가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솔직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호돌이는 물론이고, 수십 마리의 동물들이 있는데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거라곤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호돌이에게 깔려서 끙끙거리는 도둑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명령은 잘 들었는지, 도둑은 다친 곳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저, 나뒹굴며 흙먼지가 묻은 정도였다.
딱히 신경쓸 정도는 아니라는 것에, 나는 도둑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이 인간 때문에 이렇게 몰려온 거야?”
“그렇소이다. 순찰을 돌던 까치 하나가 침입자의 존재를 알렸고, 우리가 그대로 몰려온 것이오.”
“치밉쨔는 찌저야댕!”
“이 인간을 잡았으니, 고기를 좀 주시면 안 되나요? 라쿤들이 또 훔쳐가서…….”
나는 라쿤들이 열심히 품에 숨기려는 닭고기를 빼앗아 호돌이의 입에 물려주고서는 도둑을 바라보았다.
닭고기가 뼈 채로 호돌이의 입에서 으깨지는 소리가 와그작 와그작 울려퍼졌다.
“히, 히이익! 사, 살려주세요!”
제 몸을 깔아뭉갠 호돌이가 닭고기를 야무지게 삼키는 소리가 들리니 도둑은 거의 울 듯이 살려달라며 소리쳤다.
“쥔님. 이 쉑……. 아니, 이 인간 지렸슴다.”
심지어 아랫도리 부근에서부터 물이 주르륵 퍼져나가는 모습이 보여졌다.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 도둑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이 인간을 본보기 삼아, 아무도 침입할 생각을 못하게 해야 했다.
곧바로 경찰을 불러 그 도둑을 인계했다. 호돌이에게 깔려 있는 현행범의 모습을 본 경찰이 순간 흠칫한 모습을 보였지만, 호돌이가 비켜주니 재빨리 도둑을 체포해갔다.
‘아니, 체포는 아닌가? 살려달라고 경찰한테 들러붙었으니까.’
자기 스스로 경찰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안도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체포가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기에, 나는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군견인 청호도 든든했지만, 호랑이인 호돌이가 지켜준다는 생각 때문인지 누나도 더 이상 걱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한 놈이 아니었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긴 문을 뜯지는 못했는지, 박살난 창문과 그 너머로 난장판인 내부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발견할 수 있던 것이 있었다.
천 마리가 넘어가는 벌들이 윙윙 날갯짓을 하며 위협적으로 날아다니는 사이에서 벌벌 떨며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도둑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한 놈이 동물들 시선을 끌고, 다른 한 놈이 집을 터는 계획이었나봐?”
나는 벌들 사이를 가볍게 헤치고 들어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둑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돌아간 경찰들을 다시금 호출한 나는 날아다니는 벌들 사이에서 가장 큰 여왕벌을 불러들였다.
‘인간. 집, 공격. 우리, 방어.’
“그래. 잘 했어. 너희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네.”
나는 여왕벌이 내뿜는 페로몬이나 날갯짓을 통해 녀석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칭찬을 해달라는 듯이 몸을 낮추는 녀석의 날개 부근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면 두 사람이 도둑질하러 온 거야?”
“응. 저렇게 벌들한테 잡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지만.”
“경비 시스템도 있는데 그건 또 어떻게 뚫은 거야…….”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처음과 달리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천 마리가 넘는 벌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그렇게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도 누나와 마찬가지였기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온 경찰에게 도둑을 인계했다.
그리고, 며칠간의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경비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잘 아는 이들이 경비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침입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비 시스템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나와 누나는 경호팀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느니, 내가 직접 챙기며 운영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경호팀을 고용하기로 결정한 나는 곧장 채용 공고를 올렸다.
업계 1위를 가볍게 뛰어넘는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하니, 수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가 밀려들었다.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이력서였기 때문에 약간의 조건을 추가하기로 했다.
[동물원에 있는 소형 동물을 제외한 동물 3종 이상을 이길 수 있는 무력 또는 무술 실력을 보유한 자] [강한 개체를 상대로 이길 수록 채용 점수에 가산이 됩니다]단순하게 조건을 달았을 뿐인데, 들어온 이력서의 90%가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관련 경력이 있거나, 체대나 특전사 출신 등의 사람들을 추려내니 나름대로 면접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다.
나는 곧바로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아니, 말이 면접이지 실제로는 일종의 실력 테스트였다.
동물원 내부라면 몰라도,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을 하는 누나가 있었으니 미루고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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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팀의 면접이 있는 당일 저녁, 동물원의 관람 시간이 지난 이후 동물원 입구에는 덩치가 상당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었다.
그 모두가 하나같이 경호팀에 지원한 이들이었다. 인상이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도 있었고, 외모와 몸이 어울리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소은이나 누나의 경호를 담당할 여성 경호원에 지원한 이들도 많았다.
나는 그런 이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끼며 그들을 동물원 내부로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