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3
0132 경호팀 면접(3)
팀장급들의 팀이 완성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임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미지의 적의 습격 상황이라 가정하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걸 목표로 하시게 됩니다. 팀장급은 경호능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을 지휘하는 것도 중요하니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입니다.”
내 말에 팀장급 지원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곧바로 지원자들 중 이름순으로 순서가 제일 앞 순번인 이를 불러냈다.
“김성국님은 팀원들과 함께, 이 마네킹을 들고 입구까지 가셨다가 돌아오시면 됩니다. 도중에 미지의 적이 습격을 할 거고, 그 습격에서 마네킹을 무사히 지켜내시면 됩니다.”
신변경호를 위주로 생각하고 있다보니, 내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였다. 습격자들로부터 보호하려는 사람을 확실히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원자들 역시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첫 주자는 팀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의 작전타임을 준 다음, 곧바로 김성국에게 마네킹을 주었다.
“사람 역할을 마네킹이 대신하니, 질질 끌고 가거나 짐짝처럼 들고 다니셔도 되긴 합니다. 다만, 파손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멀쩡하게, 이 모습 그대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게 대답한 김성국은 내게서 마네킹을 받아가며 조심스레 옆구리에 끼웠다.
준비를 끝마친 듯한 그의 모습에, 나는 곧바로 출발하라는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서 시작하라고 전달해줄래?”
“알았짹!”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참새 한 마리가 포로록, 날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동물원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은 아쉽겠지만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해하시죠?”
“예. 시험은 공평해야죠.”
나는 지원자들에게는 보여주지 않고, 나 혼자 영상을 바라보며 시험의 진행 상황을 바라보았다.
유부가 장비를 들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주 드론으로 찍는 영상처럼 깔끔한 영상을 보내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미리 모두에게 마이크까지 착용시킨 상태라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 ◑ ● ◐ ○ ◑ ● ◐ ○
“일단, 저희의 첫 목표는 저곳입니다. 동물원 전체의 지도와, 미지의 적이라 추정되는 동물들의 정보가 담겨 있는 안내책자가 있는 관광안내소입니다. 등 뒤를 가려줄 수 있고, 적들의 접근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저곳부터 향하겠습니다.”
팀장의 말에, 임시로 팀원이 된 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팀장을 중심으로 하는 원형의 진을 짜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살짝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추고, 주위에 있는 이들이 사주경계를 하며 이동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관광안내소로 향한 그들은 재빨리 안내책자 하나를 꺼내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입구까지 가는 최단 루트를 파악한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접근하는 동물들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재빠르게 움직였다.
“우측, 미확인 생명체 접근!”
“코뿔소, 코뿔소다!”
갑자기 코뿔소가 나타나 달려드는 모습에, 그들이 당황하는 것이 화면으로도 다 드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경력직이라 할 수 있는 팀장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B, D, E 세 사람이 코뿔소를 저지합니다. 빠르게 제압후 합류하십시오.”
팀장은 미리 인원들의 코드를 지정해둔 듯, 알파벳으로 빠르게 불러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정신을 차린 팀원들 중 세 명이 빠르게 달려나가, 돌진하는 코뿔소를 향해 달려갔다.
가장 힘이 좋아 보이는 한 명이 앞에서 코뿔소의 머리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던 두 명이 코뿔소의 몸통을 붙잡으며 그 충격을 감쇄시켰다.
초능력을 가졌기 때문인지, 그 세 사람은 아주 부드럽게 코뿔소를 막아낼 수 있었다. 싸움 등으로 동족끼리 상처를 내지 못하게 미리 컷팅된 뿔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부상 없이 코뿔소를 막아낸 것이었다.
“쓰러트린 다음 앞다리를 포박 후 합류하죠.”
세 명은 그대로 코뿔소를 밀어 넘어트리더니, 버둥거리는 다리를 밧줄로 꽁꽁 묶어버렸다.
코뿔소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그들은 재빨리 본진과 합류했다. 하지만 그들이 본진으로 귀환했을 때, 본진은 공격을 받고 있었다.
“큭! 이 타조 놈이!”
타조에게 콕콕 쪼이면서 마네킹을 보호하는 팀장 지원자와, 원숭이에게 회초리를 얻어맞는 팀원. 거기에 곰과 씨름을 하고 있는 팀원까지, 본진의 상태는 개판이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B, D, E 세 사람은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곧바로 합류하여 그 동물들을 밀어내었다.
“헉, 허억……. 뭔 놈의 타조가 이렇게 강한 거야.”
팀장 지원자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이동을 시작했다. 타조가 쪼아버리며 찢어진 조끼가 움직임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물풍선을 조심스레 쥐고 있던 까치와 까마귀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그들에게 물풍선을 투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초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이었기에, 겨우 물풍선 정도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듯 쏟아지는 물풍선을 가볍게 잡아 쳐내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 물풍선이 아니라, 돌덩이라 해도 딱히 피해가 있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마네킹을 들고 있는 지원자는 팀원들을 격려하며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로 향한 그들은 우리 동물원의 당근 약탈자라 불리우는 낙타를 만나게 되었다.
당근을 가진 사람만 보면 껄렁거리며 다가가 당근을 약탈하는 녀석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네킹의 약탈을 주문한 상태였기 때문에 녀석은 마네킹을 노리고 있었다.
“A가 낙타를 저지합니다. 그 사이, 저희는 입구로 접근한 후 돌아옵니다.”
A로 지목된 팀원이 빠르게 달려나가 낙타와 힘대결을 벌이기 시작하는 사이, 나머지 사람들이 재빨리 입구를 찍고 돌아왔다. 그렇게 힘을 합쳐 돌아온 그들은 낙타를 저지하고 있던 이를 도와 낙타를 제압했다.
그런데, 다시금 움직이려던 팀원들은 순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 어? 내 삼단봉이…….”
“어디서 떨어트리신 건……. 나, 나도 없잖아!”
“나, 나도!”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다들 챙기시지 않으셨나요?”
다름이 아니라, 미리 지급해준 삼단봉을 하나같이 다 잃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허릿춤에 걸려 있었을 삼단봉을 찾는 건지 허릿춤을 더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라진 삼단봉의 행방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우르르- 몰려온 거위들이 부리에 삼단봉을 야무지게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저 녀석들이 왜 삼단봉을 들고 있는 거야!”
거위들의 부리에 물려 있는 삼단봉의 존재를 확인한 그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삼단봉이 그 녀석들에게 있는 이유도 금세 밝혀졌다.
“라쿤들이 호랑이한테 들키지 않고 먹이를 훔쳐간다더니……. 확실히, 도둑질 실력은 대단한가봅니다.”
거위들 뒷편에 있다가, 삼단봉을 떨군 거위에게 다시금 삼단봉을 물려주는 라쿤의 모습이 보여진 것이었다.
그들은 라쿤들의 대단한 손기술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재빨리 거위들에게 다가가 삼단봉을 빼앗았다.
“끄아아악! 아악!”
다만 가장 앞서서 가다가 여덟 마리 거위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격당한 한 팀원이 무척 고통스러워했지만, 어떻게든 삼단봉을 빼앗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삼단봉을 빼앗은 것과 달리, 그들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다시금 내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았으나, 그 사이 포진한 동물들이 문제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기어나온 누렁이가 빠르게 접근하여 한 팀원을 꽁꽁 묶어버렸다. 당연히 그를 구출하려고 팀원들이 힘을 쓰려 했지만, 온 몸을 포박한 누렁이를 벗겨내기란 요원했다.
“먼저……! 먼저 가십쇼! 히야아악!”
온 몸을 포박당한 상태에서 팀원들에게 먼저 가라 외치던 팀원은 누렁이가 얼굴 근처를 샥샥 핥아대는 것에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위험하지 않음을 확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를 매정하게 버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대기중인 동물이 누렁이가 전부는 아니었다.
“우억!”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없던 바윗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한 팀원은, 갑자기 제 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끄에에엑! 머, 먼저억! 가요!”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거북이, 한무의 힘에 저항하지 못한 그는 결국 팀원들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그 팀원들이라고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코끼리! 네 녀석은 내가 상대해주마!”
갑자기 난입한 뿌우뿌우와 힘겨루기를 하며 점점 밀리고 있는 팀원도 있었고.
“고양이한테도 지는 호랑이한테 질 생각은 없-꾸엑!”
남캣에게 털리는 호돌이를 무시하다가 호랑이표 냥냥펀치에 바닥을 나뒹구는 팀원도 있었다.
심지어, 커다란 키를 가진 기린에게 물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팀원도 있을 정도였다.
“제기랄. 우리라도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팀원 구출은 추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팀장 지원자는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짓씹더니, 아직 동물들에게 붙잡히지 않은 팀원들을 이끌고 내가 있는 곳에 돌아왔다.
비록, 그 과정에서 악어들에게 한 명이 또 붙잡히고, 경호원으로 지원했으면서 오히려 마루에게 납치당하는 팀원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었다.
“수, 수고하셨어요.”
엉망진창인 꼴이 되었음에도 용케 마네킹은 무사하게 지켜서 들고온 지원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닙니다……. 그런데 잠시 어딜 좀 다녀오겠습니다.”
살짝 지친듯한 모습을 보인 그였으나, 이내 자신이 온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자신보다도 더 엉망인 상태의 팀원들을 이끌고 왔다. 자리를 비운 것이 팀원들을 구하러 간 것이었다. 구출하는 것도 나름대로 힘을 쓴 건지, 더더욱 지쳐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보호 대상인 마네킹도 확실하게 보호하고, 팀원들도 잘 챙기는 그 모습에 마음속으로 가산점을 주며 다른 팀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첫 도전자의 상태를 보며 동물들에게 습격당하는 것임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며 테스트에 임했다.
그 결과, 총 다섯 명의 팀장급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자 중 마지막 합격자는 마지막에 난입한 남캣 녀석의 꼬라지에 마네킹의 일부가 망가지긴 했지만, 그건 인정해주기로 했다.
냥아치 그 자체인 남캣 녀석은 자연재해나 다름 없었다.
더군다나, 떡대 좋고 수염까지 수북한 아저씨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합격자들을 추려낸 나는 그들을 모아 일종의 경비업체를 신설했다. 아무래도 삼단봉이나 조금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기류를 패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경찰서에 관련 허가까지 받은 다음, 본격적으로 경호원들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딱히 적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닌 탓에 경호원들이 당장 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묘하게 안심되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동물원의 영업시간이 끝나면 동물들과 힘을 합쳐 이런저런 훈련들을 하는 걸 보면 더더욱 안심됐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손짓발짓까지 해가며 참새나 까치, 까마귀들과 전술 훈련마저 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