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6
0145 드루이드 퀄리티
동물들의 체육대회가 끝난 뒤, 관람객들의 코스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체육대회에서 신기한 모습을 보인 동물들을 찾아가 재연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풍선아트로 어마어마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원숭이에게 다가가 풍선아트의 제작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가능한 것은 한 녀석 밖에 없는데다 녀석이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이다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바나나같은 과일들을 하나씩 사서 조공으로 바치며 풍선아트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 외로는 남캣의 위력을 체험해보겠다고 앞에서 츄르를 들고 까불다가 냥냥펀치를 얻어맞는다거나, 잠긴 자물쇠를 가져와 포동이들에게 들이밀기도 하는 것이었다.
“끙, 이건 좀 문제긴 하네.”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2개의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동물원의 최강자가 된 청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인간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청호! 내 꿈은 복싱왕이다! 나와 스파링을 해다오!”
“내가 먼저다! 내 꿈은 경호원계의 스페셜리스트! 청호, 한 수 가르침을 부탁한다!”
“난 부산초 1짱이야! 덤벼!”
저마다 자신들의 정체를 이야기하며 나타난 이들은 청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연하지만 군견으로 훈련받을 때도, 나와 함께하는 지금도 청호는 사람에게 힘을 쓰는 일은 없었다. 임무라거나 보호 대상에게 직접 위해를 끼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녀석은 자신이 절대 힘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알리려는 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제발 스파링 한 번만 해다오!”
“이 인간들 엄청 귀찮슴다…….”
비록 그 도전자들이 여전히 청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근처에서 껄렁대며 걸어가던 남캣이 도전자들을 박살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흥, 시끄럽게 하고 있어.”
도전자들을 대신 박살낸 남캣은 꼬리를 살랑이며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웃음이 흘렀으나, 잠깐이었다. 청호에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한 걱정 때문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또 다시 동물학대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다. 동물끼리 강제로 싸움을 붙였니 뭐니 하면서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주장이 쓸데없는 주장이라고 나를 대변해주는 이들이 많아서 당장에 큰 문제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것 자체가 신경쓰이는 상황이었다.
“흠…….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동안 고민하던 나는 결국 하나의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방송으로 직접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다. 놔두다가 더 큰 문제가 되었을 때 정리하느니, 가볍게 이야기만 나오는 수준인 지금 처리하는 게 나았다.
나는 곧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수 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오며 온갖 이야기들이 채팅창을 채워갔다.
“오늘 이렇게 방송을 켠 건, 해명아닌 해명을 위해서입니다. 이번 체육대회가 동물학대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말이죠.”
[드루이드가 동물학대? 개웃기자너~] [남캣한테 쳐맞는 거 잘 봤습니다 ㅋㅋ] [일단 되는대로 지껄이는 것들이 문제라니까.]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를 옹호해주는 이들이 채팅창을 점령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하나씩 거슬리는 내용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꺼낸 나는 일단 숨겨왔던 사실 하나를 알려주기로 했다.
“참고로, 체육대회의 대결에서 대진표는 조작된 겁니다. 저는 애초에 승자가 누가될지 알고 있었거든요.”
조작된 거라는 말에, 채팅창이 타올랐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예림이 그 패 까봐’, ‘주작주주주작작작’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조작이 아니에요. 이미 대결의 승패를 알고 있으니, 가장 할만한 수준으로 대진을 짠 거죠. 남캣과 기린, 청호와 뿌우뿌우를 붙인 것도 어떻게 될지 아니까 그렇게 한 거예요. 관광상품을 위해서 무리하게 붙인 게 아니라는 소립니다.”
나는 곧바로 미리 준비해둔 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그 영상은 초능력을 가진 경호원들이 코끼리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청호와의 대련에서 하나같이 떡실신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코끼리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그런 대결을 진행했다는 내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제가 억지로 시켰니 뭐니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드릴게요.”
나는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목표는 조금 전 지나간 남캣이었다.
“남캣!”
“뭐.”
“점프해서 공중제비 연속으로 세 바퀴 돌고, 귀엽게 야옹야옹 울어봐.”
“……이게 미쳤나.”
뜬금없는 내 말에 남캣 녀석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폴짝 뛰어올라 내 이마에 냥냥펀치를 갈겼다.
“악!”
꽤나 묵직한, 딱밤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의 타격이 머리를 울렸다. 얼얼한 이마를 슥슥 문지르고 나니, 남캣 녀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보셨죠? 제가 아무리 드루이드라고 해도, 동물들이 제가 하란다고 다 하는게 아니에요. 멈춰 같은 방법으로 움직임을 제한한다거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게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킬 수는 없어요. 그랬으면 저 냥아치놈 성격부터 고쳤지.”
이마를 문지르며 설명해주니, 사람들은 내 말을 듣기 보단 ‘ㅋㅋㅋㅋ’하며 초성을 남발하고 있었다. 다른 것을 다 떠나, 그냥 내가 맞는 것이 즐겁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을 알려줘도 못 알아듣는……. 아니, 알아들을 생각이 없는 인간들이 있었다.
[아몰랑 님이 1천 원 후원!] [“그래도 동물들이 다쳤잖아요. 그게 동물학대가 아니면 뭐죠?”]“다친 동물이요? 다친 녀석은 하나도 없는데요?”
체육대회를 자세히 보긴 한 건지 의문이 드는 후원 메시지에, 나는 동물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가장 격렬한 대결을 벌인 남캣과 청호는 물론이고, 다른 동물들 중에 다친 녀석은 없었다. 가장 상태가 안 좋은 녀석인, 착지용 발판이 되었던 유부 정도만이 흙으로 깃털이 더러워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아들을 생각이 없는 인간인 탓에, 진실을 보여주었음에도 믿지 않았다.
[아몰랑 님이 1천 원 후원!] [“그래도 기본적인 동물의 한계라는 게 있는데, 너무 위험한 행동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동물의 한계라……. 제가 드루이드 퀄리티가 뭔지 보여드릴게요.”
동물의 한계라는 말에 나는 가볍게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현재 집에는 동물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양봉……이라긴 그렇고, 벌이랑 같이 사는 건 아시죠? 그렇다보니 얘들도 제 초능력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았어요.”
집으로 들어가며 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나는, 벌들이 있는 마당으로 가 벌집을 톡톡 두드렸다.
집을 건드는 것에 부웅- 소리를 내며 공격적으로 벌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내가 있는 것을 확인한 벌들이 다시금 얌전해졌다. 대부분이 다시 들어가고, 몇 마리만이 내 손바닥 위에 안착했다.
[저게머시여 님이 3만 원 후원!] [“그거 꿀벌맞음? 아무리봐도 말벌인데?”]꿀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자, 사람들이 황당해했다. 꿀벌이라고 해놓고 꿀벌보다 덩치가 더 커다란 벌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말벌이라고 비교하긴 하지만 실제로 말벌에 비할 정도로 큰 크기는 아니었다.
“꿀벌 맞아요. 얘들이 모아오는 꿀이 얼마나 달달한데요.”
나는 꿀벌의 날개 사이 부분을 가볍게 쓸어보았다. 그러니 기분 좋다는 듯, 더듬이가 파라락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졌다.
그런데 그 때, 내 손바닥에 있던 몇 마리의 벌들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올랐다. 부우웅-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날아오른 녀석이 갑자기 어디론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어, 말벌이네.”
녀석이 날아간 이유는 바로, 벌들을 노리고 찾아온 한 마리의 말벌 때문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것임에도 커다랗게 보이는데다 우렁찬 드론 소리로 보아 장수말벌이 분명했다.
하지만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저번에 보고 꽤 놀랐었는데, 저희집 꿀벌들이 말벌을 조지더라고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꿀벌이 말벌에게 쇄도했다. 말벌은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듯이 꿀벌을 잡아채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꿀벌은 오히려 빠르게 움직여 말벌의 뒤를 점하더니, 그대로 녀석을 붙잡았다. 꿀벌치고는 크지만 장수말벌보다 작은 녀석임에도, 녀석은 아주 단단하게 장수말벌을 붙잡았다.
장수말벌 특유의, 그 드론의 프로펠러 같은 소리가 순식간에 멎었다. 꿀벌이 어찌나 단단하게 붙잡은 건지 날개를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벌을 잡은 꿀벌은 그대로 녀석을 붙잡고 조금 먼 곳으로 날아갔다.
[말벌아조씨 님이 5만 원 후원!] [“쟤 어디 가는 거예요?”]그 광경을 모두 카메라에 담으니 질문들이 쇄도했다. 대부분이 말벌을 붙잡은 꿀벌이 어디로 가냐는 것이었다.
“말벌을 처리하고 버리러 가는 거예요. 단순하게 벌집만을 집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물원 전체를 집으로 여겨서 시체를 가까이 놔두진 않거든요.”
어느새 홀로 돌아온 꿀벌을 보여주니 사람들이 더더욱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꿀벌이 조금의 상처도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나, 야생의 꿀벌들 수십 수백 마리가 모여 말벌 한 마리를 죽이는 것에 비하자면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이게 바로 드루이드 퀄리티입니다. 평범한 꿀벌이 혼자서 말벌을 조질 수 있을 정도로 만든다는 거죠. 저와 함께하는 녀석들에겐 한계 따윈 무의미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가볍게 웃으며 꿀벌을 집으로 돌려보내준 나는, 추가로 다른 동물들도 몇 마리 더 보여주었다.
속사포랩이라 부를만큼 빠른 랩을 딕션도 정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부르는 앵무새, 갈색이나 고동색 같은 위장색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을 내는 카멜레온, 콘크리트나 보도블럭을 얼음바닥마냥 미끄러져 다니는 페엥까지.
평범함과는 거리가 아주아주 머나먼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니 더 이상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함에 할 말을 잃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