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0
0149 서바이벌 드림팀(4)
“꺄아아아아악!”
여성의 하이톤의 비명에, 나는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났다.
순간 집이 아니라는 것에 당황했지만 무인도에 왔다는 것을 깨닫고, 비명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수 많은 촬영팀이 몰려와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카메라가 촬영중인 곳이 있었다. 바로 그곳이 비명의 근원지였다.
그곳에는 금바리가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딱히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슬그머니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힉! 아. 오, 오빠.”
내가 다가간 것에도 살짝 놀란 금바리는 나를 확인하더니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금바리가 왜 비명을 내지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저게 왜 여기 있어.”
초대형 조류 중 하나이자, 타조와 에뮤 다음으로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화식조가 그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호주를 다녀온 뒤 동물원에 들인 화식조와 꽤나 비슷하게 생겨 순간 착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우리 동물원에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하긴, 우리 동물원에 있을 녀석이 여길 어떻게 와.
“오빠. 저 새 죽은 거예요?”
내가 화식조에 대해 조금 아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금바리가 다가와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화식조가 죽은 것처럼 널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추욱- 늘어져서 조금도 힘이 없었고, 심지어 툭툭 건드리고 있음에도 반응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화식조에게 다가갔다.
“개수작 부리지 마.”
반쯤 감긴 눈이 구석에 쌓아놓은 과일 더미로 향해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있었다. 생선에 카사바로 모자라 과일까지 먹다가, 끝내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과일들이었다.
누가 봐도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틈이 나면 과일을 물고 도망갈 생각인 것이었다. 사람이 조금 많다보니 방심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다가가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
“죽은 척해도 소용 없어 임마.”
나는 화식조의 목덜미를 잡고 짤짤 흔들었다. 그러니, 그제서야 포기한 녀석이 착착 일어나며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아쉬움 가득한 녀석의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는 먹다 남은 과일 중 하나를 녀석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 맛이야!”
과일 하나를 툭 던져주니, 녀석은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과일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탁, 쪼며 과일을 꿀꺽- 삼켰다. 과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보여졌다.
“오빠, 저도 과일 줘도 돼요?”
그리고, 내 곁에 있던 금바리가 불쑥 다가왔다. 손에는 조금 전 화식조에게 주었던 과일이 하나 들려 있었다.
“응, 괜찮아. 그래도 손바닥에 놓고 주지는 마. 부리도 제법 날카롭거든. 쥐 같은 작은 설치류도 잡아먹을 정도니까.”
쥐도 잡아먹는다는 소리에 걱정하면서도 기대된다는 듯이 화식조에게 다가간 금바리는 과일의 꼭지 부분을 잡고 허공에 대롱대롱 들어올렸다.
자신에게 주는 것임을 알아차린 화식조는 재빨리 다가가 과일을 콕콕 쪼아먹기 시작했다. 과일 꼭지만 잡았음에도 그 힘이 느껴지는지, 금바리가 화들짝 놀라 과일을 떨어트렸다.
“와, 덩치 그대로 힘도 엄청 좋나봐요.”
“그렇지. 저 녀석은 야생에서 거의 먹이사슬 최상위권이니까. 이 섬에 늑대 같은 육식종이 없으면 천적이 없다고 봐도 될 걸? 발톱이 엄청 날카로워서, 나무판자 같은 건 그냥 뚫을 정도기도 하고.”
내 말에 금바리가 살짝 무섭다는 듯한 모습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화식조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머리 위로 닭의 벼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꽤나 단단해서 그립감이 괜찮았다.
그렇게 녀석을 쓰다듬고 있으니, 어느새 용기를 낸 금바리가 다가와 녀석을 쓰다듬었다.
“오빠랑 여기 있는 동안 매일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화식조를 쓰다듬은 금바리는 우리 집의 천장 부분에 널부러져서 자고 있는 딱따구리를 바라보았다.
첫날엔 딱따구리, 오늘은 화식조. 이렇게 매일같이 한 마리씩 늘어나는 건 아니냐는 장난스런 물음이었다.
물론, 나는 그런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하자니 양심에 찔렸고, 맞다고 하자니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 형님. 그 동물은 또 뭡니까?”
“수환아. 걔, 너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랑 똑같은 종이지?”
“힉! 엄청 커!”
그리고, 밤 사이 친밀해진 팀원들이 하나둘씩 깨어나며 다가왔다.
팀원들은 화식조가 신기하다는 듯이 몰려와, 화식조를 구경했다. 화식조가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한 명씩 과일을 물려주니 좋다고 몸을 부벼댔다.
“오빠, 우리 얘 키우면 안 돼요? 열흘만이라도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와 열흘 정도 같이 생활한다고 해서, 이 녀석이 야생에서의 생존법을 다 잊을 거라고 보긴 힘들었다. 부모 개체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 개체도 아니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였다.
화식조에게 열흘동안 같이 살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니, 녀석도 흔쾌히 수락할 정도였다. 녀석은 다른 것을 다 떠나 과일같은 것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듯했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어젯밤에 쥐가 있는 것 같았거든요. 화식조가 있으면 쥐도 없어지겠죠?”
그리고, 화식조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금바리가 무척 다행이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는 사이에 쥐같은 것이 부스럭거리며 지나다녔다고 하는 걸로 보아, 화식조와 같이 있고자 하는 이유가 쥐 때문인 것 같았다. 어쩐지, 화식조가 쥐를 잡아먹는다니까 감탄하더라.
“화식조야 잘 부탁해!”
김손과 금바리가 화식조에게 과일을 주면서 쥐의 처리를 잘 부탁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쩐지 두 사람이 화식조를 무척 잘 챙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우리는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식조에게 주고 남은 과일을 하나씩 먹으며 일어난 우리는 곧바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수집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누구는 과일을 찾으러 가고, 또 누구는 물을 길어오기 위해 움직이는 등,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와 권설도는 집을 새로 짓기 위한 재료를 구하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딱따구리를 데리고 말이다.
“힘들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좀 부탁할게.”
“나 딱따구리야!”
자신이 딱따구리라며 외친 딱따구리 녀석은 곧바로 포로록, 날아가더니 대나무 밑동을 빠르게 쪼기 시작했다. 하룻밤 나와 함께 지냈다고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건지, 녀석은 엄청난 속도로 대나무를 쓰러트렸다.
뿌그덕- 뿌극- 소리를 내며 대나무들이 우수수 쓰러져갔다.
순식간에 대나무를 쓰러트린 딱따구리는 내 어깨로 날아와 착지하더니, 나 어떠냐는 듯이 가슴팍을 부풀렸다.
가볍게 칭찬도 해주고, 미리 준비해둔 과일조각까지 내어준 나는 권설도와 함께 대나무들을 집터로 옮겼다.
고개를 꽤나 들어올려야 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대나무들을 옮기고, 또 옮기니 어느덧 허리 높이만큼 대나무가 쌓였다. 꽤나 힘든 노동에
“대나무가 이렇게 많이 필요해?”
“좀 크고, 튼튼하게 지으려고요. 한 3층 정도로?”
“그게 대나무로 가능해?”
“안 될 건 없죠.”
권설도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그를 도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딱따구리도 포함해서 말이다.
“형님. 여기랑 여기에, 손 한 뼘 정도 깊이로 구멍을 파주세요. 가능하면 딱 이 대나무 지름 정도로 파주면 좋고요.”
“그래.”
다 타고 남은 숯을 필기구삼아 나무에 표시가 되었고, 나는 딱따구리를 시켜 그 위치에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다. 권설도의 요구대로 대나무만한 지름과 손바닥만한 깊이의 구멍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변 일대 나무 몇 개에 구멍을 내주니, 권설도가 대나무를 그 구멍에 맞춰 끼우기 시작했다. 주변 나무들과 이리저리 이으며 대나무를 끼우니, 중앙이 비어 있는 사각형이 만들어졌다.
“여길 조금 더 보수하면서 바닥을 만들면 바로 2층이 되는 거죠.”
권설도는 바로 대나무 여러개를 손질해, 바닥을 만들어냈다. 건설계열 초능력자 답다고 해야할지, 겉으로 보기엔 약해보여도 직접 만져보니 엄청 튼튼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권설도는 조금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3층을 만들어냈다. 2층은 식량 같은 것들을 저장하는 창고겸 탈의실, 3층은 수면 공간 등으로 쓸 생각이라고 했다.
“형님 여기도 구멍 좀 뚫어주세요. 2층, 3층을 좀 쉽게 올라가려면 역시 계단이 있는 게 좋으니까요.”
이어서 계단까지 만드니 대나무로 만들어낸 3층집이 완성되었다. 바람을 막아줄 벽과, 비를 막아줄 천장. 채광과 환기를 위한 창문까지 만들어내니 정말 집이 따로 없었다.
“진짜 대단하긴 하네. 대나무랑 덩쿨만 써서 이렇게 만들 정도면…….”
마치 정글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건물이 뚝딱 만들어진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그것은 저마다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감탄하며 3층집 여기저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물론, 집을 구경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따라 들어온 화식조가 1층 구석의 아늑한 자리에 몸을 낑겨넣으며 자리를 잡았고, 딱따구리가 창문 틀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집을 지은 권설도 덕분에 우리는 무척 만족스러운 둘째날을 보낼 수 있었다.
하인두와 금바리가 아주 열심히 식량을 찾아온 덕에 첫날 처럼 풍족한 식사까지 하고, 아늑한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워낙 많은 양의 식량을 저장한 덕분에, 우리는 셋째 날인 내일은 모처럼 바다에 다 같이 나가 휴가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넘치는 식량과, 아늑한 집까지 완성되었으니 마음 편하게 놀 궁리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