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5
0154 인줄 알았는데 (1)
청호가 꼬리를 붕붕 흔들 정도로 녀석을 쓰다듬어준 나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길래 답답할 정도였는지 궁금했다.
놀고 싶어하는 소은이를 적당히 근처에서 놀도록 보내준 나는 청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꼭 해야할 말이 있었다며.”
“아, 그게 말임다.”
내 물음에 청호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야기의 시작이 좀…… 과거였다.
“제가 원래 있던 곳 있잖슴까.”
“군견훈련소?”
“그렇슴다. 제가 거기서 훈련하던 것들 중에는 냄새를 맡아, 물건들을 찾는 것도 있었슴다.”
나는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호를 데려올 당시, 군견훈련소에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각종 폭발물이라던가 하는 위험한 물건에 대한 훈련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왜?”
“여쥔님이랑 갈 때 그 냄새를 맡았었슴다. 제가 그 냄새를 찾으면 인간들이 긴장하던 걸로 봐서는 딱히 좋은 거라고 판단할 수 없어, 알려드리려고 했었지 말임다.”
“그래?”
녀석의 말에 나는 제법 놀란 모습을 보였다. 군견이 냄새로 찾아내는 거라면 위험한 물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라 가지 못하게 했는데 말임다. 말이 통해야지 말리든 말든 할 거 아니겠슴까?”
아무리 짖어도 왜 그러냐는 반응으로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며 청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여행을 가면 보통 지도 어플을 보며 가장 빠른 경로로 다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앞에 위험할지도 모르는 게 있다는 걸 모르면 일단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당연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마침 아가씨께서 근처에 있던 고양이를 하나 찾아서 따라갔지 말임다. 그래서 냅다 아가씨랑 같이 뛰어서 여쥔님이 따라오시도록 유도했었슴다.”
“잘했네.”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마저 회피했다는 것에 녀석을 칭찬해주었다.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동물들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녀석 다운 모습이었다.
녀석에게 큼직한 육포 하나를 준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선박 화재나 전복 같은 뉴스가 많았고,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도 제법 있었다. 어느 빌라에서 불이 났니, 관광지에서 누가 난동을 피웠니 하는 내용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뉴스들 사이로 보이는 몇 개의 기사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우편물을 이용한 묻지마 테러. 독극물과 소량의 폭발물이 해외에서 소포로 들어와.]“이거였나?”
청호 녀석이 맡았다는 냄새가 이 기사에 나온 폭발물의 냄새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게시일을 보니 날짜 역시 내가 무인도에 있으며 누나가 제주도에 있을 시간이었다.
기사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우편을 이용한 것이라 누나나 소은이가 위험할 일은 거의 없었겠지만, 그래도 청호 녀석이 스스로 판단해 위험을 벗어나도록 유도했다는 것은 칭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걱정마십셔.”
청호는 자기만 믿으라며 늠름한 자태로 꼬리를 살랑였다.
그런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육포를 몇 조각 더 주고 있으니 주머니에 들어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누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어, 누나.”
“수환아, 사무실로 잠깐 와줄래?”
“사무실? 알았어.”
사무실로 와달라는 누나의 요청에 흔쾌히 답했다.
“소은아, 엄마한테 갈래?”
“움…….”
내 물음에 소은이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엄마랑 붙어 다녔지만, 동물들과는 떨어져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얘들이랑 놀래!”
소은이는 자기가 타고 있는 뽀니의 목덜미를 포옥, 끌어안았다.
“그럼 놀고 있어.”
“웅!”
다른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뽀니를 타고 달려나가는 소은이를 잠시 바라보다 누나가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동물원의 세금이라던가 각종 비용처리 같은 부분부터 시작해 각종 사무업무를 보는 사무실이었다. 몇 명의 직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주며 누나가 있는 별도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너한테 협조요청서가 와서.”
“협조요청서?”
“응. 보니까, 경찰에 검찰이랑 항만, 항공……. 뭐 여러곳에서 컨소시엄처럼 협조요청을 해왔네.”
누나가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하는 것에, 종이를 바라보니 정말 여러 기관들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한테 왜?”
“설명해주는 것보단 네가 직접 보는 게 나을 걸?”
옆에 와서 보라는 듯이 손짓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누나에게 다가가 누나를 일으켜세웠다.
순간 내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누나였지만, 누나가 앉아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내 무릎에 누나를 앉히니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옆에 와서 보랬지, 무릎에 앉혀달라곤 안 했는데?”
“뭐 어때.”
“햐읏, 간지러워!”
누나를 살며시 끌어안고 옆구리를 쓸어주니 간지럽다며 몸을 비틀어댔다.
“엄마한테 소은이 오늘 하루만 재워달라고 할까?”
“이상한 소리하지 마.”
“아니, 내 무릎 위에 앉아서 그렇게 움직이면 내가 참아? 못 참지.”
“시끄러워. 내가 앉았니? 네가 앉혔지. 이거나 봐.”
슬쩍 얼굴을 붉힌 누나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가볍게 웃으며 모니터가 아니라 누나를 바라보니 누나가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윽, 소리를 내며 모니터를 바라보니 그제서야 고통이 사라졌다.
“음……. 마약, 폭발물 탐지견의 대규모 육성을 실행중인데 훈련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거네?”
모니터에 나타나 있는, 협조요청서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하나였다. 탐지견을 육성하고 있는데, 훈련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들어 개인 수화물로 약물이나 위험물을 숨겨 들어오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각종 이동수단의 화물이나 우편물 등을 이용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탐지견을 쓰겠단 소리였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라본 나는 조금 전 청호가 해주었던 이야기와, 조금 전 보았던 기사의 내용을 떠올렸다.
“하지 뭐. 어려울 것도 없을 거 같은데. 내가 케어하면서 훈련해달라는 게 아니라, 훈련하는 걸 가끔 도와달란 소리잖아.”
일종의 치안유지에 도움을 달라는 소리였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에게 긍정적인 답장을 보내달라 부탁하며,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간지럽다고 했지? 자꾸 오타나잖아.”
“아, 몰라. 오늘 엄마한테 소은이 보내자.”
누나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엄마에게 전화했다. 누나가 중간에 방해하려 했으나, 그 손길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결국 전화를 연결했다.
나는 몰라도 소은이라면 얼마든지 재워줄 거라는 엄마의 말에 상처받는 것도 잠시, 소은이를 불러 할머니와 같이 잘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 오늘 할무니랑 자?”
“소은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돼. 어떻게 하고 싶어?”
“조아! 할무니랑 잘래! 할무니이이!”
소은이 역시 할머니와 하룻밤을 보낸다는 게 좋다며, 뽀니를 타고 냅다 달려가버렸다.
방해상습범인 소은이를 보낸 나는 곧바로 누나와 이른 퇴근을 하기로 했다. 동물원 안쪽에 만들어둔 집이라 퇴근이라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른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어휴.”
침실을 차지하고 있던 남캣까지 내쫓고, 고개를 내젓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말은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슬쩍 반겨주는 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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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요청서를 받고 며칠 가량이 흘렀을 때. 나는 탐지견 훈련을 돕기 위해 청호와 함께 그들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위험물을 다루기도 해야하고, 수많은 개들을 키워야 함에 따라 교외의 인적이 드문 장소였다.
“아, 진짜 이런 꼬불꼬불한 길은 내 취향이 아닌데.”
꼬불꼬불, 산길에서 운전하던 나는 자그마하게 투덜거렸다. 까딱 잘못하면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다른 차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청호야. 네가 운전할래?”
옆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청호가 부러울 정도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검까?”
“……못하긴 하지.”
신체구조상 가속은 커녕, 브레이크 페달도 밟을 수 없었으니 시킬 수도 없었다. 하지만 여러 도구를 써서 한 번 정도는 청호에게 운전을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하다고 해도 될 법한 생각을 하며 운전을 이어가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탐지견 훈련의 총책임자를 맡은 노우주입니다. 반갑습니다.”
그곳으로 가니, 입구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총책임자라는 노우주의 환대를 받으며, 나는 청호를 데리고 탐지견 훈련소에 발을 디뎠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들려오던 개들의 짖는소리에 맞게, 내부에는 온갖 개들이 가득했다. 지랄견이라고도 하는 비글은 물론, 마루와 똑같은 골든리트리버나 청호같은 셰퍼드들도 가득한 것이었다.
“조금 많죠? 탐지견으로 1차적으로 합격한 아이들인데, 전국으로 나갈 예정이라 수가 많습니다.”
“……조금이 아닌데요.”
아무리 못해도 삼백 마리 정도는 되어 보이는 수준이었다. 1차적으로 합격한 녀석들이 그 정도 숫자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훈련에 약간의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탐지견의 후보견들 중 대다수가 탐지견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바로, 폭발물이나 마약같이 위험한 것들을 찾아내지 않고, 소시지나 자기의 흥미를 끄는 것들을 찾는 문제 말이다.
탐지견을 길러내는 사람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내게는 무척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찾아달라고 하는 것 보다, 말이 통하는 상대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 성공률이 높은 건 당연했다.
훈련소에 있는 모든 후보견들을 불러모아, 간단한 교육을 진행했다.
특정 상황에서 맡은 냄새를 기억하고, 그 냄새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시킨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턱을 두 번 쓰다듬고 냄새를 맡게 하면 그것을 찾으라는 의미다- 라는 식으로 교육한 것이었다.
물론, 사람도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개들도 그러한 녀석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녀석들을 제외하고나니 거진 이백오십 마리 가량의 개들이 남아 있었다.
“하, 하하…….”
노우주는 내 행동을 보며 허탈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탐지견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으나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는데, 나는 아주 손쉽게 해결해버렸기 때문이다.
내 교육이 진행된 이후, 내가 한 것처럼 턱을 두 번 쓰다듬고 냄새를 맡게 해주면 그것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것이었다.
소시지나 개사료, 개껌 같이 개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옆에 놓고서도 찾으라고 지시한 것들을 아주 잘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