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6
0155 인줄 알았는데 (2)
“노랭아. 이 냄새를 찾아야 해.”
“찾았뜨아아!”
훈련소에서 이런저런 사무업무를 보던 한 직원을 불러와 테스트를 했음에도 아주 확실하게 결과가 나타났다.
단순히 턱을 두 번 쓰다듬어주고, 찾아야할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만으로 탐지견의 역할을 해낸 것이었다.
소시지나 육포 같은 것들을 흔드는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주머니에 밀가루가 포장된 자그마한 비닐을 찾아내었다.
“여기! 여기! 여기!”
주머니에 밀가루를 숨기고 있는 사람을 찾아낸 노랭이라는 녀석은 밀가루를 가진 사람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멍멍 짖어댔다.
“이야……. 역시 드루이드라고 해야하는 겁니까? 저희가 그렇게 노력해도 쉽지 않던 걸 삼십 분도 안 돼서 결과를 내시네요.”
“대화가 통한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메리트를 무시할 순 없죠.”
정말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노우주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어느정도 적응될 법도 했지만, 칭찬만 받으면 괜히 으쓱하게 됐다.
어쨌거나, 그렇게 탐지견들이 찾아야할 냄새를 알려주는 방법을 만들어준 나는, 다음 훈련으로 넘어갔다.
한 마리에게 하나의 냄새만 기억하게 한다면 마약이나 폭발물 같은 것들을 찾기 위해 많은 수의 탐지견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탐지견 훈련 역시 받아온 청호를 대동하고, 탐지견 후보견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 조금 전에 너희들에게 알려준 걸 응용할 거야. 할 수 있지?”
“뭐든 다 찾아주마!”
“당연하져!”
“저 아저씨 진짜 맛있는 거 가지고 있는데, 먹고싶다.”
“오예, 보물찾기 좋아.”
내 말에 후보견들이 좋다며 방방 뛰어댔다. 좀처럼 진정하지 않는 녀석들이었지만, 곁에 있던 청호가 크게 한 번 짖는 것으로 녀석들을 제압했다.
“조금 전에 알려준 것처럼 사람들이 너희한테 냄새를 알려줄 거야. 그럼 그걸 찾으면 되는데, 만약에 알려준 냄새가 두 개라면 어떻게 할까?”
“조금 더 맛있는 걸 찾는다!”
“먼저 하라고 한 거 찾기!”
“둘 다 찾으면 돼요.”
“아무거나!”
250마리 가량의 후보견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며 왈왈 짖어댔다. 그래도 그 중에서도 몇몇 녀석들이 말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둘 다 찾아야 돼. 세 개라면 세 개를 찾는 걸 목표로 해야 하고.”
내 말에 녀석들이 반색했다. 인간들이라면 일이 늘어났다고 귀찮아하겠지만, 개들은 이걸 일종의 놀이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보물찾기에서 찾아야할 보물이 늘어났다고 오히려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찾아야 하는 걸 찾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먹는다!”
“일단 한입 해서 맛을 본다!”
“주인님 갖다준다!”
“찢어발겨!”
후보견들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순하고 충성심이 높은 견종의 녀석들은 주인에게 갖다준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해댔고, 자기가 먹어본다는 이야기를 하는 녀석들도 많았다. 심지어 지랄견이라는 비글 같은 몇몇 녀석들이 찢어버린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다 틀렸어. 먹어도 안 되고, 찢어도 안 돼. 찢는 건 더더욱 안 돼!”
“히잉.”
찢으면 안 된다는 것에 시무룩해진 비글을 가볍게 무시했다.
“너희들이 찾아야 하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거야. 그런데, 막 물어버리려고 하거나 뺏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그러니까 그걸 찾으면 그 자리에서 찾았다고 알려주기만 하면 돼.”
“찾았다! 이렇게요?”
“그렇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50마리의 개들이 ‘찾았다’를 외치며 짖어댔다.
“조용히 함다! 놀러왔슴까!”
“낑…….”
물론, 그런 소란은 청호의 외침에 금세 끝나게 되었다.
적당한 순간에 적당한 도움을 준 녀석을 쓰다듬어준 나는 몇몇 후보견들을 뽑아 테스트를 해보았다.
미리 사람들이 몇 개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기로 한 상태였기에, 그 물건들 중 일부를 꺼내어 찾도록 시킨 것이었다.
첫 순서는 찾아낸 것을 찢어버리려던 비글이었다.
녀석의 턱을 쓰다듬으며, 두 가지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해주었다. 감기약을 분쇄한 가루약을 포장한 것과, 흔히들 콩알탄이라고도 부르는 자그마한 화약뭉치였다.
“이걸 찾으면 돼. 할 수 있지?”
“찢어!”
“찢지말고!”
비글은 곧바로 호다닥- 달려나갔다. 주변 일대를 킁킁거리며 달리더니, 몇몇 사람들이 있는 곳을 맴돌았다. 그리고, 사람들 주변을 돌며 유심히 냄새를 맡더니 우뚝 멈춰섰다.
“찾았뜨아아!”
두 개의 물건 중 하나인 콩알탄을 가진 사람을 찾아낸 것이었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 맞다고 알려주니, 다시금 뛰쳐나갔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감기약 가루를 찾기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포장이 된 것이라고 해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진 개였다. 포장지에 남아 있는 냄새의 흔적 수준으로도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 있네!”
녀석은 금세 가루약 역시 찾아내었다. 주머니에 꽁꽁 숨겨놓은 것임에도, 금방 찾아내어 찾았다며 왈왈 짖어댔다.
“잘했어.”
내가 지시해준 두 개를 모두 찾아낸 녀석에게 간식을 하나 물려주었다. 물건을 찢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듯, 녀석은 간식으로 준 육포를 찢어먹었다.
그런데, 육포를 찢던 녀석이 갑자기 달려나가더니, 근처에 있던 한 사람에게 다가가 짖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테스트를 위해 가져왔던 물건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필요가 없어 돌려주었더니, 그것을 그대로 찾아낸 것이었다.
“……그래. 이렇게 계속 찾으면 되는 거야.”
위험물을 한 번 찾고 말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녀석을 칭찬해주었다.
나는 몇몇 개체를 뽑아 테스트했고, 단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성적이 안 좋은 녀석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4개의 냄새를 기억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250마리의 후보견들을 탐지견으로 바로 기용해도 될 정도로 만든 나는, 청호를 앞세웠다.
내가 매번 훈련을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녀석들이 자체적으로 후대에 노하우 같은 것들을 전수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단발성으로 육성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탐지견의 육성을 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기에 해주는 것이었다.
“집합!”
청호는 250마리 가량의 개들을 불러모으더니, ‘교육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내리갈굼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후배들이 잘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확실한 시범을 보여준 다음,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그 때 갈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알아듣긴 한 건지, 청호의 교육이 끝난 이후 개들의 표정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괜한걸 가르친 건 아니겠지?’
왠지 다음에 교육할 개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내가 힘든 건 아니었기에 가볍게 무시한 나는 청호와 함께 노우주에게 다가갔다.
“벌써 다 끝나신 겁니까?”
“뭐,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아무리 후대에 기술을 전수하도록 만드는 거라곤 해도, 원래 동물들도 후대에 여러 지식 같은 것들을 전수하는 편이거든요.”
실제로 동물들은 자기 새끼들에게 이런저런 노하우들을 전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 동물원에 있는 새끼 동물들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을 따로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부모 개체들에게 전수받아 화장실 이용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우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꾸벅- 숙여보였다. 내심 300마리 가까이 되던 전체에서 절반만 탐지견으로 만들어도 성공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다수를 탐지견으로 만들어냈으니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노우주에게 너무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며, 주의사항 몇 개를 알려주었다.
“개들에게 이렇게 냄새를 알려주고, 그걸 찾게 하는 건 꽤 좋은 방법임은 분명합니다만……. 노즈워킹 자체가 개들에겐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거든요. 개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들도 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하도록 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할 생각이니까요.”
“그리고, 걸러내야 하는 물건들이 안 나오는 날에는 가짜로 만들어서라도 뭔가를 찾아내게 해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내 말에 노우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걸러낼 걸 오히려 가짜로 만들어서라도 찾아내게 해야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일종의 성취감 부여죠. 발견에 성공하면 보통 간식을 보상으로 받으니, 찾지 못하는 날은 내가 실패했구나- 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마루도 어제의 자신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하면 하루를 시무룩하게 보내는 경향이 있었다.
“그 부분은 휴식과 함께 탐지견을 운용할 부서에 반드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훈련을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해주고서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항공, 항만, 우편 등등의 부서로 배치된 탐지견들이 속속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체국, 탐지견으로 찾아낸 마약을 비롯한 위험물만 약 1천 건에 달해.] [개인 수화물로 숨겨오는 각종 위험 약물의 발견. 1등 공신은 탐지견.] [되찾아가는 마약청정국의 지위. 마약은 들어오지도 못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탐지견 훈련의 외주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탐지견들이 꽤나 성과를 내고 있는지, 기사에서 탐지견들을 거의 찬양하다시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모습을 본 다른 몇몇 국가에서 탐지견 훈련의 외주를 맡기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게 마냥 거짓정보는 아닌지, 노우주가 해외에서 들어온 요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내게 로열티를 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수환아! 너한테 상 준다고 일정 좀 알려달라는데?”
“……상?”
“응. 무슨 감사패 같은 거라고 하네. 이번에 탐지견 그거 때문인가봐.”
게다가 탐지견을 육성하는데 도움을 줘, 각종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한다며 감사패까지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