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71
0170 출입금지의 이유
* 이번 편은 카페를 운영하던, 조금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무하마드, 오랜만이에요.”
“오, 반갑다예요!”
오랜만에 카페를 찾은 무하마드의 모습에,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다. 내 주 수입원이나 다름 없는 무하마드였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속물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무하마드를 반겨준 나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물론, 그 대화의 대부분은 무하마드가 맡긴, 그가 무척 좋아하는 뽀니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 맞다. 요번에 뽀니가 점프하는 거 배운 거 아시죠?”
“비디오, 봤다예요. 보고, 눈물이 흘렀다! 감동!”
무하마드는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했다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뽀니는 어디 있다요?”
“아, 뽀니는 소은이랑 유치원 갔어요. 유치원 알아요? 어린아이들이 여러가지를 배우는 곳인데.”
“오! 안다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무하마드였으나, 이내 살짝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뽀니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듯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다녀와씀미다아아!”
유치원이 조금 이른 시간에 끝났는지, 아니면 뽀니가 열심히 달려온 건지는 몰라도 소은이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돌아왔기 때문이다.
“압빠!”
유치원 가방을 메고 도도도도 달려온 소은이는 내게 덥석 안기더니, 내 맞은편에 있던 무하마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함 아찌!”
“소은아. 무하마드.”
“웅웅, 마드 아찌!”
두 글자 이상으로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지만 무하마드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지, 부드러운 웃음으로 소은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꼬마 공주. 선물이다요.”
무하마드는 소은이에게 선물이라며, 목걸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끝에 당근 모양의 장식이 달랑거리는 목걸이였는데, 당근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걸로 보아 금당근 같았다.
‘역시 오일머니라고 해야하나?’
평범한 사람은 아이에게 줄 선물로 생각하지도 못할 것을 태평하게 내민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 목걸이를 소은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거마씀미다!”
내 앞에 놓여 있던 자그마한 빵 하나를 언제 입에 넣었는지, 소은이는 빵을 우물거리며 허리를 꾸벅 숙여보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무하마드는 소은이가 토끼즈에게 뽀르르 달려가는 것을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바로, 제 곁에서 옷을 물고 잡아당기는 뽀니에게로 말이다.
“뽀니이이!”
뽀니를 힘차게 끌어안은 무하마드는 기쁨을 표했다. 녀석을 안고 부둥부둥 몸을 흔들어대는 것은 기본이고, 저러다가 갈기가 다 빠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쓰다듬어댄 것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못 보일 반응인 건 아니었다.
잠시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격렬하게 회포를 푼 무하마드가 정신을 차렸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옷매무새도 가다듬으니 평소의 무하마드로 돌아왔다.
“이번엔 얼마나 있다가 갈 거예요?”
“음. 삼, Day 있을 거다요.”
“그럼, 그동안 뽀니는 무하마드랑 지내는 걸로 할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요.”
“매우 좋다예요!”
내 말에 무하마드가 반색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보니, 이렇게 한 번씩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낙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소은이가 아쉬워하는 건……. 청호한테 맡기지 뭐.’
뽀니를 타고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것에 소은이가 아쉬워하긴 하겠지만, 매일 뽀니만 타고 다니는 건 아니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하마드와 뽀니가 함께 하던 그 날 밤. 우리 가족은 무하마드와 뽀니가 즐겁게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 ● ◐ ○ ◑ ● ◐ ○
“쑤한!”
“수환이예요. 아무튼, 무슨 일 있었어요?”
카페를 오픈하기 이전부터 찾아온 무하마드의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크서클이 내려와 안색이 퀭-하게 변해 있고,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는 모습은 결코 중동 오일부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뽀니……. 체력, 좋다. 매우…….”
무하마드가 그 꼴이 된 이유는 하나였다. 뽀니가 지칠 때까지 놀아준답시고 놀아주다가 밤을 지새웠다는 것이었다.
“하하…….”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미니호스 역시 말은 말이었다. 인간의 체력으로 지칠 때까지 놀아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는 무하마드는 커피를 찐하게 마시며 졸음을 쫓아내더니 입을 열었다.
“쑤환. 뽀니, 얼마나 강하다요?”
“뽀니가 얼마나 강하냐고요?”
“궁금하다입니다.”
“음…….”
나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뽀니가 어느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평범한 미니호스의 수준을 벗어난 뽀니였기에, 녀석의 정확한 신체능력 수준을 알지 못하는 것도 이유중 하나였다.
“이참에 직접 한 번 알아볼까요?”
“어떻게 한다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부산의 끝에서 끝이긴 한데……. 부산에 경마장이 있거든요. 그곳에 있는 말들이랑 경주 한 번 시켜 보죠 뭐.”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부산의 경마장에서 나를 초청한적이 있긴 했다. 내 초능력이 어느정도로 영향이 미치는지 알고 싶다며 그쪽에서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어차피 내 초능력의 영향을 확인하려는 목적 같았으니, 그들이 원하는 것도 이루고 무하마드가 알고 싶은 것도 해소할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다예요!”
무하마드도 뽀니의 능력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무하마드와 함께 부산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경마장으로 향했다.
무조건 뽀니와 함께, 그것도 바로 곁에 타야한다는 무하마드가 대형 SUV보다 더 큰 덩치의 리무진을 가져와, 이동 자체는 무척 편했다. 기사까지 딸려 있었으니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편안하게 이동하며 미리 연락을 준 덕분인지, 관계자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내가 중동인처럼 보이는 사람과 함께 거대 리무진에서 내리는 것에 놀란 모습이긴 했지만,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 이 친구가 뽀니인가요? 갈기도 윤기가 흐르고, 체격도 좋네요. 미니호스가 아니었으면 충분히 경마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을 것 같네요.”
“음음. 으흐흠.”
뽀니가 칭찬받는 것이 그리도 좋은지, 무하마드가 무척 흡족한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무하마드라고, 뽀니의 주인이예요. 저는 뽀니를 맡아서 돌보고 있는 입장이고요.”
“아, 그렇습니까?”
관계자는 뽀니, 굿- 이러면서 무하마드에게 따봉을 날렸다.
나는 무하마드가 그런 관계자에게 마주 따봉을 날려주는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고개를 내저은 나는 관계자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내부로 안내를 받았다.
“저희 경마장에서는 말들의 컨디션을 위해 모든 걸 다 신경쓰고 있죠. 24시간 의료진 대기는 기본이고, 복지에도 무척 신경쓰고 있습니다. 먹이도 언제나 최상의 것만을 주고 있지요.”
자부심을 가지고 경마장 운영에 최선을 다 한다는 관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말들을 몇 마리 만났는데, 녀석들 가운데 현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엔 절대 안 진다!”
“헹, 너 따윈 내가 옆으로 뛰어도 이겨.”
“해볼래? 니가 옆으로 뛰어서 나한테 지면 어쩔래?”
“오늘 저녁밥 너한테 다 준다. 한판 뜨실?”
“따라나와!”
조금 경쟁심이 과한 것 같기는 해도, 상태가 좋지 못한 녀석은 없어보였다.
그 외에도 여러 시설들을 구경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경마장이었다. 마침 경마가 진행중이었던 건지, 여러 마리의 말들이 열심히 트랙을 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응원하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수환님. 아까 말씀하셨던 것 있잖습니까. 뽀니와 경주마들의 경주 말입니다.”
“아, 네. 무리일까요?”
“아뇨아뇨. 오히려 저희측에서 부탁하고 싶은 겁니다만……. 혹시, 이벤트성 경기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따로 돈을 걸지는 않고, 승자를 맞춘 분들께는 음료 쿠폰을 지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저야 상관 없죠. 무하마드는요?”
“문제 없다요!”
자신의 애착마, 뽀니가 실제 경주마들과 경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는 무하마드는 당장이라도 경기를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경마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진 다음, 방송이 울렸다.
[지금부터 이벤트 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드루이드 초능력자로 유명한 신수환님께서 돌보는 뽀니와, 경주마들이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방송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이 승패를 점치기 시작했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는 경주마들을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한 건지, 수 많은 사람들이 경주마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우우……. 뽀니, 이겨야 된다입니다.”
“걱정 마요. 뽀니가 이길 걸요?”
뽀니가 달리는 모습을 봐왔던 나로서는, 뽀니가 이기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경기에서 달리던 경주마들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뽀니가 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의 배팅 시간이 이어진 후 경기가 시작 될 조짐이 보였다.
스타트 라인에 말들이 서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에 뽀니가 자리한 것이었다. 무하마드는 열심히 뽀니를 향해 힘내라며 소리쳐대고 있었다.
잠시 후, 스타트 라인의 출발을 가로막던 가림막이 착! 펼쳐지며 말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짙은 검은색의 윤기나는 털을 가진 커다란 말들 사이로, 쬐끄마한 말 한 마리가 존재감을 내비쳤다.
몇몇 사람들은 자그마한 말이 어떻게 저 큰 말을 이기겠냐 말하며, 자신들이 선택한 말이 1등을 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반응은 금세 뒤바뀌었다.
“Yes! Yes! 뽀니! Faster!”
무하마드는 경마장 트랙으로 진입을 가로막는 난간을 쥐고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그런 무하마드의 응원에 힘입은 건지, 뽀니는 점점 더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가장 느리게 달리던 한 마리의 말을 제치더니, 점점 속도가 붙으며 어느새 상위권 싸움에 진입한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뛰는 뽀니를 위해, 나도 응원 한 마디 정도 보태기로 했다.
“뽀니야! 1등 하면 무하마드랑 소은이가 엄청 좋아할 거야!”
“다 꺼져어어어!”
내 외침이 들린 건지, 뽀니는 거칠게 투레질을 하더니 더더욱 속력을 냈다. 좋아하는 무하마드는 물론이고 소은이를 위해서라도 1등을 하겠다는 듯, 녀석은 다른 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력을 내고 있었다.
그 결과, 뽀니는 하나둘씩 제치더니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아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녀석들과 엄청난 차이를 내며 달리게 되었다.
[이변입니다! 저 작은 말 한 마리가, 심지어 기수도 타고 있지 않은 말이 선두에 진입합니다!] [날쌘돌이, 작은 말의 추월에 놀랐는지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1위를 밥먹듯이 하는 우리의 만년일등! 결국 1등의 자리를 내어줍니다!] [아아, 아직 더 높일 속력이 남았나봅니다! 만년일등과 무려 100미터의 격차를 냅니다!]중계를 하는 사람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놀랐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뽀니의 행동에 경악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 경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작은 말이 선두를 차지하다 못해 후위권들을 재차 추월했습니다!]뽀니가 선두와 격차를 벌리다 못해, 마지막으로 달리던 말들까지 추월했다. 후위권과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날 정도의 속력으로 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주마들은 그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격차를 줄이긴 커녕 오히려 더 키우게 되었다.
“뽀니이이이-! 마이 뽀니이이이이!”
경주마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1등을 한 뽀니를 끌어안은 무하마드는 덩실덩실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어디서 술이라도 마셨나 싶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뽀니가 1등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이들의 아쉬움 가득한 외침과, 장난삼아 1등할 것이라 예측한 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내저은 나는, 무하마드와 뽀니를 데리고 경마장을 조금 더 구경한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말들은 경마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생길 거라는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서 말이다.
‘하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말 자체를 육성하는 사업이 아닌, 내게 말을 맡기기 위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싸움이 될 것이 뻔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