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0
0179 빼앗긴 방송
[패배!]모니터에 뜬 글자를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이건 좀 아니지. 이건 솔직히 팀원들이 날 억까한 거야. 인정?”
한숨을 내쉬며 말하니 곧바로, 내가 켜둔 방송에서부터 호응이 들어왔다.
[노인정김영감 님이 1만 원 후원!] [“시작부터 3뎃 연달아 박은 님 때문에 팀원들이 빡쳐서 던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자아, 이렇게 여러분들이 요청하셨던 게임 방송이 끝났습니다. 어떠셨나요?”
[노인정김영감 님이 1만 원 후원!] [“리액션 어디 감? 몇 판 더하기로 안 함?”]“아, 맞다. 뿌우뿌우 밥 주는 거 촬영하기로 했었는데 말이죠.”
연달아 들어오는 후원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내가 일부러 무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불태우고 있었다.
[2만 원 날로 먹었쥬?] [이 집 리액션 3만 원 이상이라고 ㅋㅋㅋㅋ] [이 악물고 무시하네 ㅋㅋㅋㅋㅋ] [신수환/논란/도네먹튀] [됐고 동물이나 보여주세요!] [겜방 끝났다고 해서 돌아왔습니다~]생각보다 민심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내 실력을 잘 알다 보니, 시청자들이 오히려 게임 방송보다는 동물들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무시한 만큼, 해당 후원은 환불을 해주고 방송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방송의 메인 콘텐츠를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동물원의 동물들과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방송을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컴퓨터에서 방송용 휴대폰으로 방송을 전환했다. 방송용 휴대폰을 셀카봉에 연결하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수환아-!”
그런데, 그때 거실에서 나를 부르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좀 있다가 올게요.”
셀카봉을 적당히 책상 위에 올려둔 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이거 먹어봐.”
“뭐야? 웬 빵이야?”
“소금빵이야. 레시피 보니까 생각보다 쉬워 보이길래, 조금 전에 만들었거든.”
“오…….”
나는 누나가 만든 빵을 곧바로 베어 물었다. 갓 만들어낸 것이 맞는 듯, 아직 따끈따끈한 빵은 꽤나 맛있었다.
“맛있는데? 짭짤한 것도 마음에 들고.”
“그래? 다행이다.”
배시시 웃는 누나의 모습에 마주 웃어준 나는, 누나가 만든 빵 하나를 집어 방으로 돌아왔다. 나가는 길에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온 나는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방송용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셀카봉마저 사라져 있었다.
“뭐지? 몰카인가?”
빵 먹으러 잠깐 나온 사이에 휴대폰이 사라질 줄은 몰랐다. 그 상황에 잠깐 당황하던 나는, 곧바로 주로 쓰는 휴대폰을 꺼내어 내 방송을 확인했다.
여전히 라이브 상태인 방송에는, 내 휴대폰을 가져간 범인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이전 상황을 돌려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 ◑ ● ◐ ○ ◑ ● ◐ ○
“압빠?”
내가 밖으로 나간 직후, 내가 있던 방에 들어온 소은이가 나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없고, 책상에 셀카봉과 연결된 휴대폰만이 있을 뿐이었다.
[떼에엥 님이 1만 원 후원!] [“방송 주인 어디 갔어! 이거 유기야 유기!”]“웅? 모야?”
내가 없는 모습에 곧바로 나가려던 소은이는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왔다.
[끼야아악 공주님이다!] [(찐)방송 주인 등장!] [공주님 안녕하세요오오오!]채팅창이 번쩍번쩍 빛나도록 채팅이 빠르게 갱신되고, 후원 메시지가 줄줄이 밀려왔다.
“안녕하세요!”
내가 방송하는 것을 잘 알고, 방송에도 많이 출연해 본 소은이는 방송 중임을 파악하자마자 인사를 했다. 매번 내가 방송을 시작할 때마다 인사를 했다는 걸 알고 따라 하는 것이었다.
[호위무사 님이 10만 원 후원!] [“공주님 존안을 뵈오니 이, 호위무사! 감개무량하옵니다!”]“모르게써.”
[ㅋㅋㅋㅋㅋㅋ10만 리액션 = 모르게써] [아 유치원생 어휘에 맞는 후원하라고 ㅋㅋㅋ] [채팅 조심해라? 공주님 나오면 매니저들 열일 함 ㅋㅋ] [붕붕이 님이 1만 원 후원!] [“ㄴ”] [붕붕이 님이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칼같이 잘림 ㅋㅋㅋㅋ] [후원 메시지 나오지도 않났는데 짤리누 ㅋㅋㅋ]내가 없음으로 인해 채팅이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방송을 관리해 주는 팀이 따로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은 소은이가 아직 읽지 못하는 것도 이유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 방송용 휴대폰에서 소리가 나오고 방송 중이라는 걸 알아차린 소은이는 휴대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읽어보려는 듯했다.
[ㄱㅇㅇ] [히이익! 공주님 얼굴이 가까이 왔어!] [거기 119죠? 제 심장이 멈췄어요.] [심쿵사한 사람의 채팅입니다.]“웅, 못 읽게써.”
[공주님이 채팅 빠르시단다! 자제해!]소은이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니, 채팅이 급격히 느려졌다. 정말 쓸데없이 채팅 치는 사람들이 자중하는 것이었다.
내가 할 때는 안 그러면서.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잠자코 화면을 바라보았다.
소은이가 채팅을 읽으며 헤실헤실 웃음을 지으니 사람들이 무척 좋아했다.
[해줘해줘 님이 20만 원 후원!] [“공주님! 아빠가 코끼리 보여준다고 했는데, 공주님이 보여주면 안 돼요?”]“코끼리? 뿌우뿌우?”
[네네네ㅔ네넨네넨] [ㅇㅇㅇㅇㅇㅇㅇㅇ] [야방ㄱ야방ㄱ야방ㄱ]“뿌우뿌우 보고 싶꾸나! 내가 보여 주께!”
코끼리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채팅을 확인한 소은이가 셀카봉을 번쩍 들어 올렸다.
보조배터리도 달려 있어, 나름대로 무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소은이에겐 무거운 무게가 아니었다. 내 초능력의 영향도 영향이지만, 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끌어안고 다니며 생긴 근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셀카봉을 들어 올린 소은이는 그대로 뽀르르- 뛰어나갔다.
그것이 내 방송용 휴대폰이 사라진 이유였다.
“……그래, 오늘은 소은이가 방송하게 놔두지 뭐.”
시청자들도 좋아하니 상관없겠다 싶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한 명의 시청자가 되어, 빼앗긴 내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화면에는 소은이가 뽀르르 뛰어가며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마루, 안녕!”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마루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어준 소은이는, 코끼리 우리를 향해서 뛰어갔다.
“토끼즈다!”
코끼리 우리로 향하던 소은이는 도중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토끼즈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소은이를 발견한 토끼즈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소은이에게로 돌진했다.
“꺄하하항! 간지러워!”
소은이에게 몰려온 토끼즈는 그대로 소은이를 덮쳐, 몸을 비벼대며 애정을 과시했다.
소은이는 그런 토끼즈를 끌어안고 바닥을 뒹굴며 행복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ㄱㅇㅇ!]그 모습에 귀엽다는 채팅이 가득해졌고, 소은이는 잠시 동안 토끼즈를 쓰다듬고 놀았다.
[목디스크 님이 5만 원 후원!] [“공주님! 화면이 돌아갔어요!”]셀카봉을 놓쳤는지 화면이 살짝 기우뚱하게 돌아가 있었다. 그 부분을 지적하는 후원 메시지가 도착했으나, 반응은 소은이가 아니라 시청자들한테서 나왔다.
[그럼 네 목을 돌리든 모니터를 돌리든 하시는 게 어떠실까요?] [어딜 감히 공주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임?] [죄송합니다. 제 목을 돌리겠습니다. 공주님을 보는데 디스크가 대수겠습니까?]한 후원자가 시청자들에게 채팅으로 두드려맞는 사이, 토끼즈를 쓰다듬던 소은이가 셀카봉을 다시 주워들었다.
“마따! 나 뿌우뿌우한테 가야대! 안녕!”
셀카봉을 들며 자신이 코끼리 우리에 가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해 낸 소은이가 토끼즈를 뒤로하고 다시금 움직였다.
하지만 코끼리 우리로 향하던 길목에는 소은이를 좋아하는 동물들이 무척 많았다.
당연히 소은이는 그 동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무리 못해도 가볍게 쓰다듬어주는 것 정도는 잊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며 이동하던 소은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옆에 있던 수로로 다가갔다.
“보뚜야아!”
갑자기 보뚜를 불러낸 소은이는 물가에 서서 물에 손을 넣고 물장난을 쳤다.
그러고 있으니, 근처에 있던 오리너구리 일가족이 스르륵- 다가왔다.
“오구리, 안녕! 애기들도 안녕!”
마치 개를 쓰다듬어주듯, 부리의 아랫부분을 부드럽게 간지럽힌 소은이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했는지, 수달들 역시 다가와 소은이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소은이가 작은 동물들을 귀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에 나타났다.
[힐링 그 자체.] [암이 나았습니다.] [본격 치료 방송;;]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무척 행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 전에 부른 보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뚜가 나타나자, 곧바로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은 소은이는 그대로 보뚜의 위로 발을 내디뎠다.
소은이의 무게가 실리니 잠깐 가라앉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보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출발!”
자리를 잡은 소은이는 그대로 출발이라고 외쳤고, 보뚜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수로 탐방 ㄷㄷ] [와 이런 광경을 볼 줄이야.]동물원 전체를 휘감는 수로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덕에, 사람들은 평소 보지 못하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는 풍경이라고는 중간중간 있는 다리 위에서 보는 수로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로의 주변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처럼 이렇게 수로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근데 진짜 보는 거만으로 힐링 된다. 마음이 편해져.] [폰으로 보다가 여친이 뭘 보길래 그렇게 실실 쪼개냐고 함; 그리고 같이 쪼개는 중 ㅋㅋㅋ] [아 둥지 마렵네. 바로 간다.]햇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화면에 담기니, 무척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푹 빠져 있는 사이, 보뚜는 소은이가 등을 탁탁 두드리니 천천히 멈춰 섰다.
“뿌우뿌우!”
보뚜의 위에 두 발을 딛고 우뚝 선 소은이는 곧바로 뿌우뿌우를 불렀다. 다름이 아니라, 보뚜가 멈춰 선 그곳이 코끼리 우리의 끝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올려조!”
소은이는 어느새 다가온 뿌우뿌우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뿌우뿌우 녀석이 기다란 코를 쭉 뻗어 소은이의 몸을 휘감아 들어 올렸다.
[으아아아악!] [세상이 빙빙 돈다] [갑분 롤러코스터;]뿌우뿌우가 소은이를 들어 올리며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시켰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화면이 꽤나 격하게 움직였다. 마치 롤러코스터의 맨 앞자리에 타서 360도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보뚜 고마어! 빠빠이!”
어느새 뿌우뿌우의 머리 위에 올라탄 소은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멀어지는 보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휴대폰의 카메라를 응시했다.
“구래서, 이제 모해?”
시청자들이 뿌우뿌우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긴 했는데, 이제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내가 했으면 그것도 준비하지 않았냐고 뭐라고 할 인간들이 오히려 열성적으로 콘텐츠를 꺼내기 시작했다.
[미끄럼틀 타는 공주님 보여주세요!] [난 그냥 공주님만 봐도 되는데?] [뿌우뿌우 밥 주기?] [공주님 하고 싶은 거 다 해!]나한테도 이런 반응 좀 보여줬으면 싶은 반응이 이어졌다.
소은이는 그런 채팅들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언~ 뿌우뿌우 밥 줄래!”
소은이는 뿌우뿌우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리 아찌!”
“아저씨 이름은 길휘에요.”
“웅, 기리 아찌!”
“……그래. 공주님, 뭘 원해서 아저씨한테 왔어요?”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포기해버린 코끼리 아재는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뿌우뿌우 밥 줄래요!”
“밥? 음……. 뭐, 지금 줘도 되겠지. 그럼 공주님이 줄 거예요?”
“네에!”
“그럼 내려와서 줄까요?”
소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뿌우뿌우에게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화면 변환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소은이는 시청자들이 괴로워하건 말건, 즐겁게 웃으며 코끼리 아재가 주는 코끼리 먹이를 받았다.
“많이 머거!”
손수레 가득하게 가져온 풀과 과일 더미를 받은 소은이는 풀 뭉치를 집어 들어, 뿌우뿌우에게 내밀었다.
기다란 코를 이용해 소은이가 주는 것을 받아먹은 뿌우뿌우는 즐겁다는 듯이 웃는 표정을 지으며, 행복한 식사시간을 이어갔다.
그렇게 뿌우뿌우에게 밥도 주고, 녀석에게 올라타서 놀기도 하며 잠깐의 시간을 보낸 소은이는 휴대폰을 들고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압빠아! 이거!”
돌아온 소은이는 내게 카메라를 주더니, 누나에게 달려가 배고프니까 간식을 달라며 엉겨 붙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여전히 켜져 있는 방송의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방장나와!] [공주님 우리 버려? 우리 버려?] [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방장 어디가써? 나 추워…….] [오뱅알!] [내일도 방송하겠지? ㅃㅇ~]소은이가 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듯한 반응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방송을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