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9
0188 동물 구조대! (2)
쿠르르르릉!
지축이 뒤흔들리며,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동물들 사이에 파묻혀 있음에도 그 진동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덩치 큰 녀석들 사이로 보이는 가로등은 휘어진 건가 싶을 정도로 크게 흔들렸고, 나무는 얇은 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소은아!”
나는 소은이를 꼬옥 끌어안는 누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동물들이 에워쌌다. 녀석들의 따듯한 온기가 주변에서 느껴지며, 약간이지만 안도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의 능력을 잘 알다 보니, 이 녀석들이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그 믿음은 허황된 믿음이 아니었다.
뿌그극!
강한 진동을 버티지 못한, 근처에 있던 가로등 하나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휘어졌다. 이윽고, 텅- 소리가 나며 바닥에 고정하던 고정부가 터져나갔다.
고정부가 터져나간 가로등은 진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넘어졌고, 우리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로등이 우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가로등이 쓰러지는 그 순간, 그것을 발견한 콩콩이가 아주 가볍게 붙잡아 바닥에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드드드득-
바닥에 놓인 가로등이 지진의 진동으로 인해 보도블럭과 함께 떨리며 소음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러한 소음은 금세 잦아들었다.
지진은 보통 1분가량 지속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끄, 끝난 거야?”
“그런 거 같네.”
여전히 놀란 얼굴로 소은이를 꼬옥 끌어안고 있는 누나의 모습에, 누나를 도닥여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진이 끝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물들이 주변에서 조금씩 공간을 만들어준 덕분에 편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하……. 개판이네.”
주변을 바라본 나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가로등이 쓰러진 것도 문제였지만, 곳곳에 피해 아닌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이파리들이 떨어진 것은 기본이었고, 진동으로 인해 바닥에 깔아둔 보도블럭들이 여기저기 튀어 올라와 있었다.
더군다나 집의 벽면에 붙어 있던, 담벼락 밖에서도 보이던 거대한 벌집이 똑- 떨어져 있었다. 벽면에는 거대한 벌집이 붙어 있던 흔적과, 우리 가족이 먹을 꿀을 저장해 주는 자그마한 벌집만이 남아 있었다.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서 보니, 마당에 거대한 벌집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진동이 있는 데다, 집의 벽면에 붙어 있다 보니 그 진동을 버티지 못한 것 같았다. 애초에 벌집의 무게도 어마어마하게 무거웠으니 말이다.
“괜찮아?”
‘집. 파손. 애벌레, 무사.’
집은 파손되었지만 그래도 애벌레들은 무사하다며, 널브러져 있는 벌집위에 앉아 있던 여왕벌이 날아왔다.
“다시 지어야겠네. 아니면 따로 큰 상자 같은 거를 좀 구해줄까? 그 안에 집을 지으면 보온이나 그런 부분은 해결될 거잖아. 대신 벌집을 더 키울 때는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 마음대로 확장하기가 힘드니까.”
‘긍정. 상자, 부탁. 규모 확장, 불가.’
여왕벌은 이 이상 규모를 키울 수 없다며 상자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나는 곧 구해줄 거라는 말을 해주고서, 다시금 동물원의 피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호돌이 녀석을 타고 동물원 한 바퀴를 빠르게 돌며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보도블럭이나 나무들의 피해가 있긴 했지만, 건물에 금이 가거나 동물들의 우리가 파손된 것은 없었다. 지하굴 역시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
그렇게 동물원을 한 바퀴 순찰하고 돌아오니, 누나가 휴대폰을 붙잡고 여기저기 안부를 물어보고 있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네, 네네. 저희도 괜찮아요. 아, 저희 엄마랑 같이 계시다고요? 네. 나중에 찾아뵐게요.”
“영지야 너희는 괜찮아? 아, 응. 그래. 내일 봐.”
“너희 괜찮아? 응, 우리는 괜찮아. 뱃속의 아기도 멀쩡해.”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들까지 전화를 돌린 누나는 안도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들 괜찮대?”
“응. 네 방송이나 기사를 보고 미리 대피한 사람들이 많나 봐. 다들 미리 대피해 있어서 피해는 없다네.”
내 덕분이라는 듯이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그런데…….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정신을 차린 나는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가로등을 바라보며 난감함을 느꼈다. 쓰러지긴 했어도, 내부에 있는 전선이 여유로운 덕분에 전선이 끊어져서 누전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아 다행이긴 한데.
가로등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나중에 시설팀이 출근하면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돌리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휴대폰에는 지진으로 땅이 울리던 사이에 도착한 재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부산 해상에서 규모 6.0 지진 발생]“햐……. 어제 그 지진은 전진이었나 보네.”
나는 꽤 강한 지진의 규모에 고개를 내저었다. 하긴, 그 정도는 되니까 이렇게 피해가 생겼겠지.
지진의 규모가 꽤 강했던 만큼, 다른 곳의 상황도 꽤나 궁금해졌다. 나는 곧바로 휴대폰으로 지진에 대한 부분을 확인했다.
[부산에서 규모 6의 지진 발생. 어제의 지진은 전진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지진으로 낙하한 낙하물에 다쳤다는 신고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음.] [드루이드의 동물들. 또 지진을 예측하다!] [기장 해안가에 위치한 가건물 붕괴. 다만 인명 피해는 없어.]온갖 기사가 올라오는 와중에도, 딱히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기사는 없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감사또감사 님이 30만 원 후원!] [“진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어?”
갑자기 울려 퍼지는 후원 메시지에, 나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이 소리가 왜 들리지?
그러고 보니, 방송을 끈 기억이 없었다.
방송용 휴대폰을 확인하니, 여전히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중이었다.
[혹시 몰라서 머리 위에 뭐 없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나 있던 곳에 간판 떨어짐 ㄷㄷ]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가 방송 보고 취소했는데 약속 장소 유리창 다 깨졌다고 함;] [ㄹㅇ 신수님 방송 안 봤으면 인생 절반 손해가 아니라 남은 인생 통으로 손해 볼 뻔했네]채팅창에는 내 덕분에 다치지 않고 살았다며 안도하는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나는 그런 채팅들을 보며 무척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계속 방송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이번 지진으로 생긴 피해 같은 것들을 수습해야 할 테니, 방송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작별 인사를 마무리한 나는 곧바로 방송용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동물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청호야, 너 괜찮아?”
“예, 저는 괜찮슴다. 여쥔님이나 아가씨는 무사하심까?”
“괜찮아. 그래도 네가 소은이랑 잠깐 놀아줄래? 소은이도 조금 놀라긴 한 것 같으니까.”
“맡겨주십셔!”
누나와 소은이에게 호다닥 달려가는 청호를 시작으로, 다른 동물들을 모두 한 번씩 상태를 체크했다.
“살리도! 와 또 밟는긴데!”
“음, 문제없네.”
“살리달라꼬!”
“아, 콩콩아. 손 괜찮아? 아까 가로등을 잡았잖아.”
“아이고! 라쿤 죽는다아아악!”
호돌이의 양쪽 앞발에 하나씩 깔려 있는 대포동과 소포동을 가볍게 무시하며 콩콩이의 손을 확인했다.
두껍고 크고 굵고, 하여튼 커다란 손을 확인했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너희는 괜찮아?”
그리고,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걱정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코뿔소들을 체크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녀석은 무척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동물들을 모두 확인했지만, 딱히 문제가 있는 동물들은 없었다.
“꾸웨에에엑! 라쿤 살리도!”
맷집 하나는 튼튼한 라쿤들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동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또 동물원의 보수를 위해서 동물원의 영업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내용으로 홈페이지와 각종 SNS에 글을 올린 나는, 지쳐 보이는 듯한 누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진 때문에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동물들이 구하러 올 거라는 말을 하니 누나는 금세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해하던 모습을 보이던 동물들이 모두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도 한몫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잘까?”
이틀 연속으로 지진을 겪으니 꽤나 심적으로 지치게 되었다. 결국, 나와 누나는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 ◑ ● ◐ ○ ◑ ● ◐ ○
“어제 있던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집계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성금이 모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침부터 티비에서는 어제 일어났던 지진에 관한 뉴스가 마구 올라오고 있었다.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아 비교적 대비가 부족한 실정에도 인명피해가 매우 작았던 것은 한 초능력자의 영향이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동물들이 이상반응을 보이는 것에 적극적으로 피난을 권유한 덕분이라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러한 내용을 보게 된 나는 괜히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뉴스에서까지 그게 내 덕이라고 하니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이어진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던 가상산의 가상터널에 총 9명의 매몰자들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이호터 기자.”
동물원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동물들을 살핀 다음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던 나는 처음 듣는 소식이었다.
“……현재, 터널에는 총 9명의 매몰자들이 있는데, 모두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다만 토양액상화 현상과 무너진 터널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하여 구조에 난항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구조도 힘들다는 말에, 누나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빨리 구출되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지금 우리도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망가진 동물원의 일부를 정비도 해야 했고, 동물들의 관리도 해야 했다.
그런데, 동물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던 도중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신수환님 휴대폰 맞습니까?”
“어……. 예, 누구시죠?”
“부산소방 구조단 라숙규 소방령입니다.”
스스로를 소방령이라 소개한 사람의 말에 나는 잠시 기억을 뒤적였다. 친구 중 하나가 소방관이라 그 계급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 편이었는데, 높은 직급 중 하나라는 것이 떠올랐다.
혹시 사칭인가- 싶어서 그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 정말 라숙규라는 소방관이 있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전화를 한 거지? 그것도 소방에서.’
나는 라숙규라는 사람이 왜 전화를 한 것인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금세 해소되었다. 라숙규가 본론을 바로 꺼냈기 때문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도움이요? 제가요?”
솔직히 내 초능력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게 소방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다.
“정확히는 선생님께서 기르는 동물들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라숙규는 나보다는 내 동물들의 힘을 빌리고 싶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번에 붕괴된 가상터널 매몰자들을 구출하는데 동물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게 가능한가요? 동물들로 붕괴한 터널에서 사람들의 구조를 할 수 있다고요?”
“다른 동물들은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기르는 동물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동물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을 가득 담아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나도 동물들이 정말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해 보니, 의외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땅을 파는 것을 넘어 콘크리트도 파 버리는 두더지들, 동물원 지하 전체를 헤집고도 멀쩡한 땅굴을 파낸 토끼나 카피바라 같은 동물들, 중형차로 데드리프트가 가능한 지게차 같은 고릴라, 사람 팔뚝만 한 나무를 30초 안에 갉아내는 비버 등등.
‘이거 진짜 가능한 거 아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 가능하겠는데?’로 바뀌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