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9
0018 애교 훈련(2)
“자, 그럼 숙련된 조교인 남캣의 시범을 먼저 보겠다.”
나는 곧바로 남캣에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꼿꼿하고 도도하게 서 있던 남캣이 부드럽게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손을 다시 휘저으니 앉아 있던 남캣이 엉덩이를 들었다.
“이건 앉아와 일어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지.”
내 지시에 잘 따른 남캣에게 약간의 츄르를 짜준 다음, 다른 녀석들에게도 비슷한 훈련을 시행했다.
남캣을 제외한 일곱 마리의 동물들은 내 지시에 맞춰 앉았다가 일어나길 몇 번 반복하며 자그마한 간식을 얻어 먹었다.
사료 몇 알부터 시작해서 츄르까지 먹여주며 훈련을 진행한 덕분인지 빠른 속도로 훈련을 습득했다.
앉으라는 말과 함께 손을 살짝 내리듯이 휘저으면 여덟 마리의 동물들이 모두 앉았고, 일어나라는 말을 하니 또 일어났다.
“와, 진짜 훈련 한 번 빠르네…….”
누나는 앉아, 일어서를 말 몇 마디 하는 것만으로 해결해버리는 내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나는 괜히 으쓱이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다른 애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각종 행동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애교들도 알려주었다.
가령, 중지와 엄지를 손가락을 동그란 모양으로 말아쥔다면 그 사이로 새카만 코를 집어넣게 한다던가 하는 행동을 알려준 것이었다.
이외에는 손가락을 V자로 펼치면 턱을 얹고, 손가락을 휘저으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을 알려주었다.
“짜몽이 코!”
누나는 내가 가르치는 것들을 바라보더니, 대뜸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쥐며 짜몽이에게 내밀었다.
“멍!”
방금 배운 것을 잊을 녀석은 아니었기에, 짜몽이는 작게 짖더니 배운 것을 곧바로 응용했다.
동그랗게 말아쥔 누나의 손가락 사이로 짜몽이의 새까만 코가 불쑥 밀고 들어갔다.
“아하핫!”
그런 짜몽이의 행동에, 누나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짜몽이를 마구 쓰다듬었다.
아니, 촬영을 하시라구요!
나는 누나가 슬그머니 내려놓은 내 휴대폰을 주워들어, 누나와 짜몽이를 찍었다. 누나가 출연하기 싫다면 편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앗, 미안!”
짜몽이를 마구 쓰다듬으며 행복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던 누나는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내게서 휴대폰을 받아갈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누난 이어서 마루와 술빵이, 나태에게도 애교를 요구했다. 마루와 술빵이는 짜몽이가 한 것처럼 누나가 원하는대로 애교를 부렸다.
“나태, 코! 나태야! 한 번마아안!”
물론, 귀차니즘의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로 귀차니스트 김나태께서는 그런 누나의 애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드러누워, 제 이름을 부를 때 꼬리를 한 번 휙 흔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저 녀석, 개가 아니라 무슨 코알라나 나무늘보 같은 거 아냐?’
시츄가 분명한 외형과 다르게, 나태가 보여주는 행동은 녀석의 종족을 의심케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녀석의 종족을 의심하고 있을 때 결국은 나태에게 애교를 부리게 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누나가 내게서 휴대폰을 다시금 받아갔다.
“나태 괜찮은 거 맞지……?”
나태의 애교를 보는 것을 포기한 누나였으나, 오히려 누나는 나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평범한 강아지라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곁에 있는 마루와 짜몽, 술빵이가 활발하기 그지 없으니 비교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누나도 나와 같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 자그마하게 중얼거리는 나태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생각이 바뀌리라.
“숨을 안 쉬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숨 쉬기도 귀찮네…….”
흔히들 귀차니스트들에게 숨 쉬는 건 안 귀찮냐고 하는데, 나태 이 녀석은 숨 쉬는 것도 귀찮다고 하는 녀석이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누나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괜찮아. 저 녀석, 진짜로 귀찮아서 저러는 거야. 지금 숨 쉬는 것도 귀찮다고 하고 있어.”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 거 같은데?”
누나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지가 하기 귀찮아 죽겠다는데 어떻게 해? 괜히 움직이기 싫다는 놈을 움직이게 강요해봐야 좋은 그림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태야. 좋은 거 하나 알려줄까?”
“…………………………뭐죠?”
“대답 한 번 늦는 거 봐라. 아무튼, 나태 너는 네가 직접 움직이는 게 싫다는 거잖아?”
“………그렇죠.”
내 말에 흥미가 돋았는지, 나태의 대답이 조금은 빠르게 돌아왔다.
“그럼 방법은 하나지. 누군가가 너를 들고 옮겨주거나 하면 되는 일이잖아.”
“…………오!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간단해. 네가 누군가의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돼. 대부분은 너를 피해가겠지만, 너를 들어올릴 사람이 있을 거거든. 그렇게 되면 너를 들어올린 사람에게 네가 원하는 걸 요구하는 거지.”
나태는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바닥에 드러누운 자세로.
나는 그런 나태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인형도 아닌 녀석이 무슨 인형마냥 꼬리를 제외하고서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누가 너를 들어올려 준다면, 너는 그 때 앞 발을 하나 들어올려. 네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팔도 좀 톡톡 치면서 말이야. 한 번 해봐.”
나태는 내 말을 잠시 이해하려는 듯이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태는 내 팔을 톡톡 치더니 오른쪽 앞 발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그런 나태의 발 끝이 가리키는 곳은 조금 전까지 녀석이 있던 소파였다.
“……하여간.”
나태하기 그지 없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녀석을 소파에 내려주었다.
귀찮음의 끝판왕 그 자체인 녀석은 소파의 쿠션 골 사이에 몸을 파묻으며 안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래, 너는 거기서 그러고 있어라.”
나태는 이름값을 하라고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다. 드러누워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을 녀석을 괜히 끌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나태는?”
“숨 쉬는 것도 귀찮다는데. 그냥 내버려두지 뭐. 저런 애도 하나쯤은 있으면 재미있잖아.”
“그건 그렇지.”
내 말에 누나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베시시 웃음을 흘렸다.
모든 동물들이 애교 넘치고 살가운 것보다, 나태 녀석 처럼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녀석들도 있으면 좋았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무척 다양하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계속해서 동물들에게 애교라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알려주었다.
영화에서 죽는 사람들 처럼 단말마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연기하는 죽은 척이라던가 하는 행동을 알려준 것이었다.
그 외에도 먹을 것을 받으면 감사의 표시로 몸을 부벼준다던가, 배를 까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행동 역시 훈련시켰다.
덕분에, 행복함에 죽을 것 같다는 모습을 보이는 누나였다.
말이 통하는 내가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는 누나를 통해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좋아 죽으려 하는 누나의 모습대로였다.
“아하하하핫! 얘들 너무 좋아! 어떡해!”
제 손짓 한 번, 한 번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본 누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휴대폰을 다시금 내게 건네주고서는 동물들을 마구 껴안고 부벼댔다.
영지가 보이는 모습과 비슷한 걸로 봐서, 영지가 그런 모습을 보인 이유는 모계쪽 유전인 것 같았다. 아니, 그게 분명하다.
‘만약 나랑 누나 사이에서 딸 생기면 누나랑 영지랑 똑같은 거 아냐?’
나는 기대감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을 느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이제 그만 일어나. 그러다가 영지처럼 바닥 뒹굴겠다.”
“응.”
누나는 아쉽다는 듯한 모습으로 동물들을 쓰다듬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지처럼 흙먼지와 잔디가 가득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물들의 털로 옷이 알록달록하게 바뀌었다.
“누가 보면 영지랑 사촌이 아니라 친자매라고 생각할 걸?”
“히히.”
누나는 내 말에 딱히 반박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베시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누나도 영지가 어릴 때 부터 자신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탓이었다.
저렇게 반응하면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잖아. 나는 누나에게 묻은 털을 가볍게 털어주고서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찍어낸 영상을 가볍게 컷편집 정도만 하고서 뮤튜브에 업로드했다.
동물들이 아주 간단하게 훈련을 따르고, 여러 애교들을 부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기 때문인지 영상의 조회수는 또 다시 폭발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뮤튜브에서 일정 구독자를 모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실버 버튼’을 신청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흐흐, 나중에 버튼 종류별로 모아서 장식 해둬야지.”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이것도 아무나 주는 건 아니라고. 심지어 이 정도 기간만에 실버 버튼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유명 연예인들 채널이나 그럴까?”
누나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가 좋다니 자기도 좋다는 듯이 가볍게 웃어주었다.
나는 그런 누나에게 마주 웃어주고서, 실버 버튼의 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간혹가다 문제가 있어서 바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문제는 없었기에 빠르게 신청할 수 있었다.
실버 버튼에 각인 될 채널 명을 입력하고, 배송 받을 주소 같은 것들을 영어로 번역해서 기입하는 것으로 신청이 끝났다.
뮤튜브 계정을 만들 때 연동 된 이메일에 실버 버튼의 신청이 완료 되었으며 어느정도 기간이 소요 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 이메일을 확인한 나는 아직 제작도 되지 않았을 내 실버 버튼을 장식할 위치를 골랐다.
그런데,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고민하던 내 시야에 아직 읽지 않은 이메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