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96
0195 포동이들의 하루(1)
주방의 구석진 곳에 두 개의 덩어리들이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신수의 둥지에서 괴도로 유명한 대포동과 소포동이었다.
손님들의 물건을 약탈하고, 잠깐 시선을 파는 사이 물건을 절도해가는 유명한 괴도였다. 물론, 그 죄로 수갑을 차고 있다거나 청소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런 두 녀석은 주방의 구석에서 냉장고의 문을 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었다.
“행님아. 우리 이래도 되나?”
그러던 도중, 소포동이 대포동을 향해 걱정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고 있다가 걸리게 되면 또 수갑을 차고 동물원의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될 거 어데 있노? 들키도 쪼매 혼나믄 그만 아이가.”
“……그제?”
하지만 그런 걱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소포동 역시 괴도 중 하나. 벌받는 것을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대포동에게 무척 잘 휘둘리는 타입이기도 했고.
“내 보니까, 요를 쫙 잡아 땡기드라.”
“같이 함 해보자. 땡기라!”
두 녀석은 낑낑거리며 냉장고의 문틈을 붙잡고 힘을 써댔다.
그리고, 이내 노력의 과실이 맺혔다. 냉장고의 두꺼운 문이 쩌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차가운 냉기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두 녀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캬, 겁나 시원타!”
“고게 중요한 기 아이라. 자, 바라!”
몸을 떠는 소포동을 꼬리로 툭 건드린 대포동은 앞발을 내밀었다.
“해, 행님아. 내 행복해서 디지삐겠다.”
“내도. 일단 오기 전에 빨리 묵자!”
두 녀석은 냉장고 내부에 있는 각종 과일 같은 먹을거리들을 보며, 냅다 달려들었다.
딸기가 순식간에 작살나고, 포도가 처참하게 분해되었으며 사람 머리통만 한 배는 씨앗 몇 개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 외에도 더 많은 과일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두 녀석은 그것을 노리지 못했다. 배가 부르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삐이이- 삐이이이- 삐이이- 삐이이이-
문이 열렸음을 감지하고 어서 닫으라는 경고음을 내뱉는 냉장고 때문이었다.
“뭐고, 뭐고, 뭐고, 뭐고!”
“이씨, 일단 튀라!”
경고음에 놀란 두 녀석은 재빠르게 도망쳐, 근처에 있던 서랍장에 쏙-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수환이 당장이라도 달려와, 자신들을 잡아가 벌을 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숨어서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인 것이었다.
하지만 두 녀석이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끄럽소이다.”
펄럭, 소리를 내며 날아온 유부가 냉장고의 문을 걷어차서 닫아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만들 뿐이었다.
두 녀석은 안도하면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고민했다. 평소라면 수환이 사냥꾼마냥 찾아와서 붙잡아갔을 텐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은수를 케어한다고 정신이 없는 상황 때문이었지만, 그것까지는 대포동과 소포동이 떠올리지 못했다.
녀석들이 떠올린 것은 딱 하나였다.
“뭐 바쁜갑다. 그럼 뭐겠노?”
“이제 우리 세상인 거 아이겠나!”
두 녀석은 수환이 바쁘단 것만을 눈치채고, 활개를 치기로 결심했다.
“행님아. 뭐부터 하까?”
“하나 있다이가. 줄무늬 덩치들.”
씩- 웃으며 말하는 대포동의 말에 소포동이 마주 웃었다.
“금마들 요즘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랐드라. 그라믄 함 가주야 할 거 아이겠나?”
“그제~ 함 가주야제~!”
작당모의를 마친 두 녀석은 냉장고에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고, 집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집을 빠져나간 녀석들은 주변에서 먹을 것을 흔들며 관심을 끌려고 하는 관람객들에게 적당히 응해주었다.
다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탐나는 것들을 빼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물론, 지금 가려는 곳은 짐덩이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절도를 벌이지는 않았다.
두 녀석은 언젠가 자신들의 타겟이 될 관람객들의 방심을 유도하면서 착실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바로, 호랑이들이 살고 있는 호랑이 우리로 말이다.
“뭐고, 이거 언제 막혔노?”
다만 호랑이 우리로 다가간 녀석들은 자신들이 자주 애용하던 구멍이 막힌 것을 보고 당황했다.
매번 그 구멍을 이용해 출입하며 호랑이들의 먹이를 약탈했는데, 그 구멍이 아주 단단하게도 막혀 있었다.
“어쩔 수 음따. 물가로 드가자.”
“아오, 또 털 몽땅 젖어뿌겠네.”
빠르게 아쉬움을 털어낸 두 녀석은 근처에 있던 수로에 몸을 담궜다. 퐁당 소리가 나며 물속으로 들어간 녀석들은, 어딘가로 침입하는 특수부대원처럼 수면 아래에서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이어 수로와 연결되어 있는 호랑이 우리로 침입해 들어갔다. 침입을 막는 창살이 있긴 했지만, 두 녀석은 그 창살을 손쉽게 비집고 들어갔다.
“호돌이 놈. 아주 살판났드라.”
“그럼 금마부터 약탈하러 가믄 되겄네.”
호랑이 우리 내부로 진입한 두 녀석은 첫 피해자를 지정하고서, 곧장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치 주변에 동화되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기척을 줄인 두 녀석은 다른 호랑이들이 흐느적거리는 곳을 가뿐히 통과했다.
“아주 태평하게 퍼질러 자고 있노?”
“덕분에 우리가 편하니 됐다 아이가.”
대포동과 소포동은 배를 까고 쿨쿨 자고 있는 호돌이를 비웃듯 낄낄 웃음을 터트리고, 녀석의 근처에 떨어져 있는 생닭 한 마리를 들어 올렸다.
“잘 있으레이!”
짜악!
그리고, 닭고기를 들어 올린 소포동의 모습을 확인한 대포동이 호돌이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이마에 있는 왕(王)자 정중앙에 대포동의 앞발이 내리꽂혔다.
크허어엉!
갑작스런운 타격에 놀란 호돌이가 퍼득이며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던 호돌이는 웬 닭 한 마리를 가지고 잽싸게 튀는 라쿤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내, 내 밥!”
그것이 자신의 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근처에 있어야 할 자신의 닭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호돌이는 전력으로 달려나갔다.
콰앙!
“끄이야아앙!”
하지만 창살을 비집고 들어가 수로에 빠져들어가는 라쿤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되려, 외부와 격리하는 창살을 거하게 들이받고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역시, 점마 밥을 뺏어 묵는기 최고다.”
두 녀석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호돌이를 바라보며 수로를 헤엄쳤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다음, 두 녀석은 호돌이의 몫이던 닭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렇게 닭을 해치운 녀석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닭 뼈를 주변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과일에 이어 닭고기까지 먹으며 배를 채운 녀석들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잠시 쉬던 두 녀석들은 관람객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머, 귀여워라. 뱃살 포동포동하게 찐 거 봐. 라쿤 털이 이런 느낌이구나.”
얼마든지 만져도 된다는 듯, 대포동이 자신의 풍만한 뱃살을 관람객에게 내어주었다.
관람객은 그런 대포동의 모습에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무방비하게 녀석의 뱃살을 만져댔다.
그리고, 그 사이 움직인 소포동이 일을 냈다. 쪼그려 앉은 탓에 주머니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휴대폰을 소포동 녀석이 빼낸 것이었다.
“어허, 안 돼요.”
물론, 주머니에서 물건이 빠지는 것을 느낀 관람객이 막아내어 절도는 절도 미수가 되었다.
“퉤엣!”
절도에 실패한 라쿤들은 몸부림쳤다. 절도에 자신감이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이렇게 실패하면 몸부림치는 것이었다.
“귀여워.”
하지만 그 몸부림은 관람객에겐 그저 귀엽게 보이는 앙탈에 지나지 않았다.
관람객은 몸을 꼬아대는 두 녀석이 귀엽다며, 동물원에서 파는 간식을 조금 꺼내어 주었다.
“흥, 이걸 주니까 봐주는 기다.”
두 녀석은 간식을 얻어먹고 나서야 그 관람객의 물건을 노리는 것을 관두었다. 다른 타겟으로 삼을 관람객은 얼마든지 넘쳤으니 한 명 정도는 봐주겠다- 라는 것이 녀석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녀석의 다음 타겟이 될 사람이 제 발로 다가왔다.
“야야, 봐봐. 라쿤들은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는다니까?”
라쿤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한 관람객이 물이 담긴 그릇과 솜사탕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관람객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는데, 대포동과 소포동은 그 행동에 너무 많이 당해서 질린 상태라는 것이었다.
“치아라, 마!”
대포동은 물이 담긴 그릇을 탁, 엎어버렸다. 그 옆에 있던 소포동은 솜사탕을 이리저리 찢어버렸고 말이다.
“어, 어어…….”
그런 포동이들의 행동에 당황한 관람객은 멍하니 두 녀석을 바라보았고, 그것이 그의 실수가 되었다.
“앗! 내 이어폰!”
관람객은 무선 이어폰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대포동이 순식간에 그것을 가방에서 떼어낸 다음 가지고 도망친 것이었다.
금세 정신을 차린 관람객이 자신의 이어폰을 되찾기 위해서 동물원에서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누가 또 포동이들한테 물건 도난당했나 보네.”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도망치는 대포동을 붙잡았다.
“으아아아! 놔라 임마!”
대포동이 직원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했지만, 녀석은 관람객에게서 훔친 이어폰을 압수당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퉤엣!”
절도 행각을 저지당한 것에 분노를 표출한 대포동은, 자신을 따라온 소포동과 함께 다시금 움직였다.
“이럴 땐 맛난 거를 쫌 무 주야지.”
짜증날 땐 역시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며, 대포동과 소포동은 각종 간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창고를 털기로 계획했다.
두 녀석은 몇몇 여성 관람객들의 몸을 타고 올라가, 머리에 꽂힌 실핀 같은 것들을 훔쳐내어 간식 창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