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98
0197 걸어 다니는 풍요와 건강의 토템
촤아아아아아악!
욕실에서 아기 욕조에 물을 받는 나는 한 손을 물에 넣은 채, 다른 손으로는 온도조절 레버를 붙잡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움직이고 있었다.
내 두 번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처음 개화했으니 첫 번째 초능력인 ‘물의 온도를 잘 맞추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은수가 목욕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레버를 좌우로 현란하게 움직이며 물 온도를 맞추며 물을 받으니 어느덧 물이 충분히 채워졌다. 온도는 두 말 할 것 없이, 은수의 목욕에 딱 알맞은 온도가 되어 있었다.
“누나! 다 됐어!”
욕실에서 소리치니, 곧이어 누나가 은수를 안고 욕실로 들어왔다.
“자, 우리 은수. 목욕하자.”
홀딱 벗겨진 은수가 따듯한 물속으로 발부터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꺄흥!”
발바닥에 물이 닿는 것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적절한 온도 때문인지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즐거워하는 은수였다.
은수가 물에 머리까지 빠지지 않도록 내가 붙잡고, 누나가 아기들 목욕 용품을 꺼내어 은수를 씻기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겨주니, 은수가 즐겁다는 듯이 꺄르륵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은수가 즐거워하는 목욕시간이 지나고, 물기를 닦아낸 다음 따듯하도록 옷가지를 입혀주고 욕실에서 나왔다.
“압빠! 나두! 나두 은수 안을래!”
욕실에서 나오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건지 소은이가 다가와 폴짝폴짝 뛰며 은수를 안고 싶다고 외쳤다.
더 크게 되면 여타 남매들처럼 싸울지는 몰라도, 지금은 무척 은수를 좋아하는 소은이었다. 나는 안 될 거 없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들은 아직 연약하니까 소은이가 잘 안고 있어야 한다?”
“웅!”
아기를 안는 자세를 알려주니, 소은이가 곧잘 따라 하며 은수를 안아들었다.
“히히, 은수야아아!”
“아우우.”
은수를 안고 있는 것이 그리 좋은지,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아직 어린 탓에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은수 역시 해맑게 웃으며 몸을 파닥거렸다.
“소은아, 이제 은수 엄마한테 안겨줘. 은수도 이제 맘마 먹어야지.”
“우웅.”
은수를 얼마 안고 있지 못했기 때문인지, 소은이는 살짝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은수를 떠나보냈다.
그래도 은수를 보는 것은 포기하지 못했는지, 누나가 은수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에도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모녀가 행복한 표정으로 은수를 바라보는 모습을 한동안 조용히 구경했다.
“내가 닦아줄래!”
그리고, 배가 부르다는 듯이 더 이상 젖을 빨지 않는 은수의 모습에, 소은이가 손수건을 가져와 들이밀었다.
아직 어린 아기인 동생이 연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은이는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은수의 입가에 있는 침 같은 것들을 닦아냈다.
“히잉.”
물론, 트림을 해야 하기에 등을 두드려주는 것은 소은이가 할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씻고 밥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은 은수는 즐겁다는 듯이 팔다리를 휘적휘적, 파닥파닥 움직여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은수를 데리고 잠시 외출을 하기로 했다.
이제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더 지난 상태였으니, 조금씩 바깥을 돌아다녀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8월에 태어나, 3개월이 더 지난 지금. 바깥은 가을과 겨울이 뒤섞인 시기였다.
나는 은수를 거진 눈사람이나 다름없도록 따듯하게 입히고, 외출할 준비를 마쳤다.
“나두우!”
소은이 역시 빵빵한 패딩을 챙겨 입고 따라나섰다.
“압빠, 어디 갈꾸야?”
“은수목 보러 갈 거야.”
은수목. 은수가 태어난 날에 맞춰 심었고, 어마어마한 성장력을 보이는 것 때문에 은수목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 소나무였다.
지나다니는 관람객들에게 적당히 인사를 해주며 동물원의 중앙으로 향한 우리는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는 은수목을 마주했다.
“이야, 진짜 많이 컸네. 소은이보다 더 크겠는데?”
은수보다 작은 크기던 은수목은 어느덧 은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따지자면 소은이만한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스치듯 지나가며 다시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가 다가왔음에도 은수목은 아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 겨울이든 뭐든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최소 1cm씩 자라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소은이는 제 머리 위에서부터 손을 수평으로 움직이며 은수목과 제 키를 비교하고 있었다.
“진짜 나보다 커!”
소은이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자기보다 작던 은수목이 이제는 자기보다 크다는 것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소은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되면 다른 나무들처럼 엄청 커질걸?”
“진짜아?”
소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1년 하고도 3개월 정도가 더 남은 상태였다. 지금 같은 성장 속도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소은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면 고개를 크게 젖혀야 그 꼭대기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 굵은 가지와 수많은 이파리 덕에 아래에서는 그 끝을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으우!”
“은수도 만지고 싶어?”
거대하게 성장해 있을 은수목을 상상하고 있으니, 품에 안겨 있던 은수가 버둥거리며 은수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초능력의 효과로 은수가 은수목을 만지고 싶어 하는 것임을 알게 된 나는 은수목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은수를 은수목에 가깝게 내밀었다.
“우!”
“그래, 은수목은 은수 거야.”
벌써부터 은수목이 자신의 것임을 아는지, 은수는 은수목을 탁탁 두드리며 자신의 것임을 주장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은수목을 놓지 않으려 하는 은수를 힘겹게 떼어내고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나올 때 미리 챙겨둔 식물용 영양제였다.
“어떻게 된 나무가 영양제를 하루에 한 통씩 빨아먹어.”
다른 식물들에 줄 때는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빠져나가던 영양제가, 은수목 주변에만 꽂았다 하면 하루 만에 텅텅 비어있었다. 마치 은수목이 영양제를 쪽쪽 빨아내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영양제 하나를 꺼내, 기존에 있던 영양제의 빈 통을 뽑아내고서 그 자리에 끼워 넣었다.
스르륵-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며 은수목의 아직 얇은 가지들이 팔랑팔랑 흔들렸다.
마치 그 모습이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기에, 꽤나 신기했다. 타이밍이 이렇게 참 좋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마니 먹고 마니 자라야대!”
“으부부부!”
그리고, 그 모습에 소은이는 은수목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물론, 은수 역시 팔다리를 버둥거리면서 비슷한 행동을 보였고 말이다.
나는 잠시 동안 두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집으로 향했다. 은수가 외출이 가능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날씨가 제법 쌀쌀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우우!”
“내일 또 나와서 보자.”
아쉬워하는 은수를 달래며, 곁에서 빙글빙글 뛰어대는 소은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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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이드의 초능력은 동물이 끝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큰 폭으로 커지는 소나무!] [식물학자, 은수목은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재조명되는 드루이드의 화단.]당연한 말이지만, 매일같이 성장하는 은수목은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못해도 매일매일 1cm씩 자라나는 나무가 평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큰 크기를 자랑하는 소나무라고 하지만, 은수목의 성장 속도는 평범한 소나무와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키우고 있는 다른 식물들도 크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야 내 영상이나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킹스베리라는 품종의 딸기도 아니면서 성인 주먹만한 과실을 맺는 딸기라던가, 어지간한 멜론 크기의 참외 같은 것들이 큰 관심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각종 곡창지대에서 나를 초대하고 싶다는 초대장들이 마구 날아오고 있었다.
“누굴 진짜 걸어 다니는 풍요의 토템으로 아나…….”
걸어 다니는 토템 취급에, 초대장을 대충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아니, 무슨 논 가운데에서 축제를 열겠다는 거야.
“푸흐흐흐흐!”
“남편이 토템 취급받아서 좋지? 아주? 응?”
“꺄하하학! 하, 항복!”
배를 잡고 바닥에서 웃는 누나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나서, 누나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누나가 항복이라고 외칠 때까지 간지럽히던 나는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시간이 남길래 방송을 하던 도중, 은수목이 어느 정도로 빨리 자라는지 궁금하다는 몇몇 시청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솔직히 나도 궁금한 것이었기에, 나는 저속 촬영 카메라를 특별히 공수해서 설치할 계획이었다. 1초에 1장가량의 사진을 찍으며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해서, 그 변화를 확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카메라였다.
그런 카메라를 설치하고 난 다음, 72시간이 흘렀을 때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확인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짜 엄청 빨리 자라네.”
72시간을 약 10분 정도로 단축한 영상에서 보이는 은수목은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가지와 이파리들이 움직이며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72시간 만에 성장한 결과는 약 5cm였다.
내가 봐도 정상적인 속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그 영상을 그대로 뮤튜브에 업로드했다.
그 결과, 내게 새로운 별명이 생기게 되었다. 바로, ‘걸어 다니는 풍요와 건강의 토템’이 말이다.
과거, 내 초능력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아니라 드루이드임을 밝혀낸 국제 초능력 연구소 한국지부의 지부장이 드루이드 대신 지으려고 했던 그 이름이 별명으로 붙어버린 것이었다.
동식물 가리지 않고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그러한 별명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각종 작물들을 경작하는 곳에서 온 초대장들을 다 내다 버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