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99
0198 은수의 돌잡이
동물들을 케어하고, 동물원 곳곳에 심어둔 식물들도 관리하고, 소은이랑도 놀아주고, 은수도 챙기다 보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지도 헷갈릴 지경인 봄이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며 다시금 여름이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름이 다가오며 함께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은수의 돌잔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정말 친한 이들만 불러서 가볍게 돌잔치를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꽤나 많은 이들이 찾아오긴 하겠지만, 소은이 때의 경험을 살려서 축의금은 물론이고 선물까지 받지 않기로 했으니 문제 되진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저번에 유모차만 몇 대를 받았더라?’
아이는 한 명인데 유모차만 세 대 넘게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받은 선물들 중, 실제로 소은이가 쓴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었으니 선물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선물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 나! 이거 은수 선물로 줄 거야!”
소은이는 지금까지 장난감 상자에 차곡차곡 모아왔던 용돈을 털어, 나무 모양의 인형을 은수에게 선물로 주었다.
은수목 주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듯한 은수의 모습을 자주 보아왔기에, 나무를 본뜬 인형을 주는 것이었다.
“누우! 무!”
이제 태어난 지 1년이나 다름없는 은수는 몇 개의 단어를 옹알이하듯 말하고 있었다.
엄마는 오마, 아빠는 아부, 누나는 누우. 그리고 은수목은 무. 그렇게 발음하는 은수는 소은이가 준 인형을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히히.”
은수가 제 선물에 만족하는 듯하자,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로 은수의 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해 주었다.
꺄르륵 웃는 은수와 소은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무언가가 발치를 슥-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남캣?”
내 곁을 조용히 지나간 것은 바로 남캣이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은수에게 다가간 녀석은, 폴짝 뛰어올라 은수의 아기침대로 난입하더니 은수에게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흐어어, 좋다.”
“……뭐 하냐?”
약쟁이라도 된 것처럼 은수에게 몸을 비벼대며, 몸을 꼬아대는 남캣의 모습에 황당함이 일었다.
“얘 너무 좋은데?”
나는 남캣이 은수에게 들러붙어 몸을 비벼대고, 애교를 부리는 듯한 행동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녀석은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소은이에게도 애교를 자주 부리지 않는 녀석인데, 은수에겐 대놓고 몸을 비벼대고 있었으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소은이가 캣닙이 가득 들어 있는 고양이용 인형을 들고 있다면 이런 반응을 보일까- 싶었다.
‘잠깐만……. 캣닙?’
캣닙을 마주했을 때 보이는 반응이, 지금 남캣이 보이는 행동과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장 구석에 숨겨놓았던, 캣닙이 들어 있는 인형을 가져와서 남캣에게 들이밀었다.
“이딴 건 이제 필요 없어!”
남캣 녀석은 캣닙이 그득한 인형을 품에 안겨주려 하니, 그것을 네 발을 모두 이용해 걷어찼다. 왜아오옹! 하는 울음소리는 덤이었다.
“……야, 너 왜 은수한테 붙어 있는 건데?”
“캣닙.”
“뭐?”
“얘가 캣닙 같다고. 그딴 쓰레기 같은 캣닙이 아니라, 최고급 캣닙 같아. 특히, 며칠 전부터 엄청 끌렸다고.”
남캣은 은수가 캣닙 같다는 말을 하며, 더더욱 은수에게 가까이 엉겨 붙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치킨이가 호다닥 달려와서는 은수에게 들러붙었다. 방해된다며 냥냥펀치를 날리는 남캣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이다.
“수환아, 얘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소은이한테도 이렇게는 잘 안 하면서.”
소은이를 좋아하긴 해도, 이 정도로 비비적거리는 일은 없는 고양이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 때문에 곁에 있던 누나가 의문을 표했다.
누나의 의문에, 곧장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아들이 캣닙 같다고 하네…….”
“캐, 캣닙?”
누나는 내 말에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누나는 은수를 안아들었다.
“아, 아앗! 데려가지 마!”
“내 캣닙!”
은수에게 몸을 비비던 남캣과 치킨이가 은수를 애절하게 바라보았다. 내 아들이야 이놈들아. 캣닙도 아니야.
그래도 녀석들은 차마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치킨이야 원래 우리 가족에게 덤벼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남캣은 폭신이 때문에라도 누나에게 덤벼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은수를 안아든 누나는 은수의 목덜미나 배 부근에 코를 가져가 킁킁거렸다.
“딱히 캣닙같은 냄새는 안 나는데?”
누나는 자기 코가 이상한 건가- 의심하며 내게 은수를 들이밀었다.
나를 보며 좋다고 파닥거리는 은수를 안아든 나는 누나가 그러한 것처럼 은수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하지만 딱히 캣닙 같은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캣닙이라기 보다는 싱그러운 풀 내음 같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아기 특유의 베이비파우더 향이나, 젖내음 같은 것이 아니라 솔잎 향 같은 느낌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솔향? 좀, 그런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며칠 전부터 은수한테 냄새가 별로 안 나던 거 같은데.”
“며칠 전?”
“응.”
누나는 지금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서 몰랐다며,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내 남캣이 며칠 전부터 은수가 무척 끌렸다고 한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우리 은수도 초능력이 제법 자리 잡는 거 같은데?”
“초능력이?”
“소은이 때 생각해 봐. 특히, 토끼즈. 걔들 소은이한테 붙잡혀 있는 게 귀찮다고 도망 다니기도 했었잖아. 나중에는 오히려 자기들이 소은이한테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고. 조금씩 클수록 초능력이 자리를 잡는 거지.”
내 말에 누나가 수긍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은수 초능력은 뭘까?”
“글쎄, 그건 조금 더 커봐야 알겠지. 아니면 딱 이거다- 싶은 효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걸어 다니는 캣닙이 되는 초능력 같은 건 아니겠지?”
“그런 초능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왠지 내 별명이 떠오르는 듯한 명칭에,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딴 능력이 어디 있겠어.
내가 일부러 내 별명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것임을 알아차린 누나가 부드럽게 눈웃음 지어 보였다.
이대로 있다간 새롭게 생긴 내 별명을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급하게 이야기를 전환했다.
“그래도 의심 가는 건 있긴 하잖아. 은수목이 저렇게 빠르게 자라나는 게 단순히 내 초능력 때문은 아닐 거야.”
“하긴.”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버리니 누나가 곧잘 따라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은수가 돌을 앞둔 상황에서, 은수목은 벌써 6미터가 넘는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1년도 안 되어서 보일법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직 내 초능력에만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랬다면 은수목뿐만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가로수 같은 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라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은수가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것은 거의 확정적인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며칠 후에 진행될 은수의 돌잔치였다.
초능력에 대한 검증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와 누나는 고양이들을 은수 주변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고서, 돌잔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켜.”
“그럴 순 없슴다. 쥔님께서 고양이들이 도련님께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하셨으니 말임다.”
“비키지 않겠다면 힘을 써서 비키게 만들어주마!”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보십셔.”
“죽어라!”
캣닙 금단……. 아니, 은수 금단현상에 빠진 남캣이 은수에게 들러붙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청호에게 가로막혔다.
청호 덕분에 은수가 고양이털 범벅이 되지 않도록 만든 나는 마음 놓고 돌잔치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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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은수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와아아!”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들을 초대한 돌잔치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많은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은수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짤막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은수야, 여기에 후~ 하고 바람 불어볼까?”
“부우우부우!”
떡으로 만든 케이크 위에 꽂힌 단 하나의 촛불에, 은수의 연약한 입바람이 불어졌다.
그 모습에, 나와 누나가 빠르게 바람을 불어내어 흔들리던 촛불을 꺼버렸다.
사회자가 그 모습을 보았음에도, 은수가 힘이 좋다는 둥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자, 그럼 이제 돌잔치의 메인이벤트인 돌잡이를 진행하겠습니다. 현재 돌잡이에 준비된 물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아이의 미래를 위해 돌잡이에 놓고 싶은 물건이 있으신 분들은 가지고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슬그머니 나와 물건을 하나둘씩 내밀었다.
저마다 여러 사연이나 의미를 담긴 물건들을 내밀었고, 하나같이 좋은 의미가 담긴 것들 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들을 흔쾌히 준비해둔 원목 쟁반에 올려놓았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아기가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나와 누나는 사회자의 말에 맞춰, 각종 물건들이 가득한 쟁반 쪽으로 은수를 앉혀주었다.
그리고, 그 쟁반에 놓인 물건들을 잠자코 바라보던 은수가 이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은수가 집어낸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와르르!
“재, 쟁반……?”
은수는 다른 물건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물건들이 올려져 있던 원목 쟁반을 집어 들었다.
위에 있던 물건들이 다 쏟아졌지만, 은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원목 쟁반을 오물오물 맛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 아! 아, 아기가 모든 물건들을 담을 수 있는 쟁반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대단한 리더가 되려나 봅니다! 박수!”
모두가 쟁반을 맛보는 은수의 행동에 황당해하고 있는 사이, 사회자가 센스 좋게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순간 이게 맞나- 싶었지만, 나와 누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