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12
0211 크리스마스
도도도도도!
집안에 어린아이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척 착해지는 12월의 어느 날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싼타 하라부지눈 알고 계신데~ 누가 차칸 앤지 나쁜 앤지!”
바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흥얼거리며, 소은이는 자신이 착한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엄마엄마! 내가 할래!”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점심을 먹었던 흔적을 치우는 누나에게 다가간 소은이가 그릇들을 열심히 날랐다.
반찬들은 냉장고로 직행했고, 음식 양념 같은 것들이 묻은 그릇은 식기세척기로 쏙쏙 집어넣는 것이었다.
“우리 소은이 엄청 착하네.”
“이히힝!”
착하다는 소리를 들은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렇게 착하다는 소리도 들었으니, 올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겠지? 하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소은이가 자그마한 과자 봉지 하나를 꺼내들고서 내게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안고 있는 은수에게 다가왔다.
“은수가 좋아하는 간식! 눈나가 먹여주께!”
내 품에서 당근 모양 인형과 나무모양 인형을 휘적거리던 은수가 과자라는 말에 소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우! 까까!”
“웅웅, 지금 주께!”
과자를 보고 입맛을 다시듯, 자그마한 입술을 오물거리는 은수를 본 소은이가 과자를 북- 뜯어냈다.
봉지를 뜯고 과자를 꺼낸 소은이는 곧바로 은수의 입에 물려주었다.
우무뭄- 귀여운 소리를 내며 과자를 베어 문 은수가 좋다는 듯이 웃음을 보였다.
“은수 과자는 왜 주는 거야?”
“차칸 어린이는 동생도 잘 돌본다고 해써!”
“그렇지. 착한 어린이는 동생이랑 사이도 좋고, 잘 돌봐 주지. 역시 소은이는 착한 어린이네?”
“헤헤헤헤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소은이가 헤실 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까까!”
“다 먹어써? 웅, 또 주께!”
그러면서도 은수에게 과자를 주는 걸 잊지 않는 걸 보니, 이번에는 선물을 조금 더 잘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은이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건지, 더더욱 열심히 착한 아이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내가 리모컨을 찾으니 어디선가 리모컨을 가져오기도 하고, 누나가 목이 마르다고 하니 곧장 뛰어가서 물을 받아오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역시 어린아이 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와 누나는 그런 소은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솔직히, 너무 귀여워서 더더욱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은이를 불렀다.
“우리 착한 소은아. 아빠랑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러 갈까?”
“트리? 웅! 조아!”
내 말에 소은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트리를 꾸미는 것은 소은이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트리 꺼낼 거야? 창고 구석에 있어.”
“아, 이번에는 그 가짜 트리 안 쓸 거야.”
“그럼? 어떻게 하게?”
이전에도 몇 번 사용했던 가짜 조립식 트리를 쓰지 않는다고 하니, 누나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나는 씩- 웃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어느덧 10미터 이상 자라나 있는 은수목이 보이고 있었다.
“저기 보이잖아. 트리.”
“……은수목? 그걸로 트리 꾸미게?”
“응. 지금 가지도 적당히 넓고, 장식하기도 좋잖아.”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은이와 은수에게 옷을 따듯하게 입혀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은수목은 외부에 있다 보니, 찬 바람을 맞으며 트리를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나와 누나도 옷을 챙겨 입고서 밖으로 향했다.
트리를 꾸밀 재료를 한가득 끌어안은 나와, 커다란 왕별을 품에 안고 있는 소은이가 먼저 은수목으로 향했다. 은수에게 모자도 꼼꼼히 씌워주는 누나가 뒤따라왔다.
차디찬 겨울의 날씨에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않고 은수목으로 향한 우리는, 곧장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일단 반짝반짝하게 전구부터 달까?”
“조아!”
“우!”
소은이가 좋다며 두 팔을 들어 올리니, 은수가 따라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고서는, 곧바로 은수목에 기다란 전구를 감기 시작했다.
아랫부분을 소은이가 잡고 있는 사이, 재빨리 넝쿨들과 가지 사이사이로 전구가 달린 전선을 빙글빙글 휘감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은수목의 크기가 10미터를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음, 사다리라도 가져올까.”
나는 위쪽을 어떻게 장식할까- 고민했다.
10미터라는 높이는 평범한 사다리로는 다 꾸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그냥 지금이라도 가짜 트리를 꺼내서 장식할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해답은 간단했다. 내가 아니라 소은이가 찾아낼 정도로.
“얘두라!”
소은이는 은수목 위를 쳐다보더니, 그대로 빽! 소리쳤다.
그 소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자, 곧바로 몇몇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임에도 춥지도 않은지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하늘다람쥐, 하늘이. 동물원에 합류하자마자 은수목의 꼭대기에 둥지를 짓고 자리를 잡은 독수리. 넝쿨을 타고 노는 것이 낙이나 다름없는 족제비들. 그 외에도 여러 종, 여러 마리의 새들까지.
온갖 동물들이 소은이의 외침에 따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우리 소은이 똑똑하네. 동물 친구들한테 부탁할까?”
“웅!”
나는 곧바로 전구가 달린 전선을 동물들에게 부탁했다. 녀석들은 자그마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전선 뭉치를 가지고 은수목을 등반했다.
순식간에 백 미터가 훌쩍 넘는 길이의 전선들이 은수목을 이리저리 장식했다. 커다란 나무에 걸맞게 기다란 전선들이 은수목 전체를 뒤덮은 것이었다.
“고생했어.”
고생한 동물들에게 간식을 던져주고서, 미리 가져온 전기 연장선에 코드를 꽂았다.
그리고, 전기가 꽂히는 것과 동시에 전원이 인가되며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빨강, 초록, 파랑을 비롯한 여러 색깔이 반짝거리며 은수목을 휘황찬란하게 만들어주었다.
“와아아아! 엄청 예뻐!”
“바밥부부바!”
전구만 밝혔을 뿐인데도 소은이는 벌써 예쁘다며 방방 뛰었고, 은수는 이렇게 빛이 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인지 놀란 모습을 보였다.
두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모습에, 나는 다른 장식물도 은수목에 붙이기 시작했다.
아래쪽에는 나와 소은이가 열심히 장식을 했고, 그 위로는 동물들이 열심히 노력을 해주었다.
반짝이는 금색과 은색의 공이나 종 같은 장식, 동그란 장식에 ‘Merry Christmas’라고 적힌 장식, 진저브레드나 산타 모양의 인형들, 선물상자나 붉은색의 양말 같은 장식품들이 은수목을 장식했다.
하지만 모든 장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라야! 부탁해!”
소은이는 아퀼라라는 영문명에서 ‘퀼’자 하나만 빼고 아라라고 부르는 독수리에게 커다란 왕별을 내밀었다.
나무의 끝, 뾰족한 부분에 꽂을 수 있는 형태의 장식이었는데 그것을 달기 위함이었다.
독수리, 아라는 그런 소은이의 요구를 알아차린 듯, 곧바로 커다란 왕별을 가지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크긴 커도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기에, 녀석은 금세 은수목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와아! 크리쑤마쑤 트리! 완성!”
소은이는 아라가 왕별을 은수목의 끝에 착- 꽂아 넣는 것을 보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방방 뛰어댔다.
그리고, 그렇게 뛰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인지 동물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하늘이를 머리에 올리고, 한 손에는 까치와 다른 한 손에는 족제비를 올린 채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춤을 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절로 흐뭇함이 느껴져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잠시 동물들과 춤을 추던 소은이가 우뚝- 멈춰 서더니 동물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은수목에 가까이 다가갔다.
“싼타 하라부지. 저는요, 이번에 엄청 착했어요! 한 번두 안 울었구…….”
은수목의 앞으로 다가간 소은이는 기도를 하듯 두 손을 맞대더니, 산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늘어놓았다.
친구가 넘어졌는데 자기가 달래줬다, 엄마가 바쁠 때 은수에게 밥을 먹여줬다, 동물들이 춥지 않게 자기 목도리를 씌워주었다, 그러한 것들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요오, 저 이번에는 선물을 많이 받구 싶어요! 강아지들이랑 놀 때 쓸 원반이랑, 남캣 새끼들이랑 놀 때 쓸 고양이 낚싯대랑, 음……. 또…….”
그리고, 자신이 착한 일을 한 만큼 많은 선물들을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질보다는 양을 선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동물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물건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녹음했어?”
“……중간부터. 독수리 인형 전에 말한 게 뭐였지?”
“음……. 루돌프한테 씌울 수 있는 안장일 걸?”
당연한 말이지만 나와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선물이 한두 개 정도라면 얼마든지 기억해서 사주겠지만, 지금 소은이가 원하는 건 거진 10개 정도였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지만, 그 종류가 많다 보니 준비하기가 참 힘들 것 같았다. 괜히 하나라도 까먹게 되면 자기가 덜 착했나- 하고 시무룩해 할 것이 뻔했다.
어떻게든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해두고 나니, 소원 비는 것이 끝난 소은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소원은 다 빌었어?”
“웅!”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해 주실까?”
“웅웅! 나 착하게 했어! 그러니까 꼬옥 줄 거야!”
받지 못하는 미래는 생각도 않는다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난처함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 ● ◐ ○ ◑ ● ◐ ○
12월 25일.
이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며 기다리는 바로 그날이었다.
그런 크리스마스의 이른 아침부터, 솔로라고 할 것 없다는 직원 한 명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는 중이었다. 바로, 산타 복장을 입고 소은이에게 선물을 주는 임무였다.
“오늘 좀 고생해 주세요.”
“에이, 걱정하지 마십쇼. 사장님. 절대 들키지 않고 마무리할 테니까요.”
“부탁드려요.”
나는 산타 복장을 입고, 루돌프 녀석의 위에 올라타는 직원을 바라보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소은이의 곁에 있을 나를 대신해서, 소은이에게 선물을 전해줄 산타 대역이었다. 언젠간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소은이가 산타에 대한 동심을 유지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산타의 모습을 보며, 루돌프에게 다가갔다.
“이거 먹고, 너도 잘 부탁한다.”
“맡겨 주세요. 것보다, 이 산딸기 맛있네요.”
산딸기를 허겁지겁 먹으면서, 제 코를 붉게 물들이는 루돌프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녀석이 배를 채울 때가 되니 녀석의 코는 정말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루돌프의 준비 아닌 준비까지 끝나자, 빨간색의 보따리를 갖고 있는 산타가 루돌프와 함께 출발했다.
동물원을 조금 돌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며놓은 은수목에 나온 소은이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오늘의 계획이었다.
“압빠! 엄마! 메리 클쑤마수! 은수도!”
“소은이도 메리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번쩍- 뜨자마자 나와 누나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한 소은이는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발받침을 세면대 앞에 놓고 물만 묻히며 고양이 세수를 한 소은이의 다음 목적지는 옷방이었다.
그곳에서 두터운 패딩을 꺼내 입은 소은이는 냅다 집 밖으로 튀어나가려 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은수목 앞에 커다란 양말을 놓고 왔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그곳에 있을 선물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가면 추워. 그리고, 다 같이 가야지?”
“힝. 아라써.”
먼저 튀어나가지 못하고 누나에게 잡힌 소은이는 아쉬워하면서도, 나와 누나가 모든 준비를 끝내길 얌전히 기다렸다.
은수가 춥지 않도록 옷을 꼼꼼히 입히고, 우리도 옷을 챙겨 입은 다음에 집을 나섰다.
“선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것이 그리도 기대되는지, 소은이는 타닥, 타닥 경쾌하게 뛰며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서 빨리 가자는 시위나 다름없었다.
그 모습에 웃으며 빠르게 걸으니, 금세 은수목에 도달했다.
“산타 하라부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소은이는 양말에 선물을 쑤셔 넣는 산타를 발견했다.
선물이 놓이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 소은이는 도도도도- 달려나가, 산타를 터억 붙잡았다.
“선물 주는 거예요? 저 이번에 잘했죠? 착한 아이죠?”
“허, 허허허! 아주 착한 아이더구나! 이 산타 할아버지가 무척 감동을 했어요. 자, 이것도 받거라. 착한 아이에게만 주는 선물이란다.”
붙잡힌 것에 당황한 산타였지만, 금세 정신을 가다듬고서 선물을 소은이에게 내어주었다.
장난감 공, 인형 같은 선물들이 소은이의 품에 두둑하게 안겼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단다.”
“네에!”
“그럼 잘 있거라! 호호호호!”
힘차게 대답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산타는 웃음을 남기며 루돌프를 타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앗! 산타 하라부지! 오디가!”
“소은아, 산타 할아버지도 바쁘실 거야. 소은이처럼 착한 아이들한테 선물 주러 가셔야 하잖아.”
“루돌프는?”
산타가 루돌프를 타고 간 것은 바라본 소은이는, 우리 동물원의 사슴을 왜 산타가 타고 가냐고 묻는 듯했다.
이런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었지만, 그래도 대답할 내용이 금세 떠올랐다.
“산타 할아버지가, 바쁘다고 하셔서 아빠가 루돌프한테 도와주고 오라고 했어. 루돌프도 소은이처럼 착하니까 도와주러 간 거야.”
“그러쿠나!”
소은이는 아직 어린 만큼, 착하니까 그렇다- 하면 적당히 수긍하는 편이었다.
오히려 루돌프가 산타를 도와주는 게 사실이었다! 라는 것에 흥미를 가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루돌프에 대한 생각을 지운 소은이는 자신이 받은 선물 꾸러미 가운데 자그마한 인형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거는 은수 꺼! 은수는 마니 울어서 선물 못 받아써! 그러니까, 눈나인 내가 줘야대!”
“우리 소은이 정말 착하네.”
자그마한 나무 인형 하나를 받은 은수가 기뻐했고, 나와 누나는 소은이가 무척이나 기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