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18
0217 일단은 관광부터(3)
“우와! 마루 대단해!”
마루가 물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에, 소은이가 튜브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박수를 짝짝 쳤다.
과학적인 상식에 찌든 나와 달리, 순수한 소은이는 그게 실제로 가능한 일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물 위를 달리는 마루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데, 물 위를 달리는 마루를 보며 박수를 치던 소은이가 갑자기 헤엄치기 시작했다.
“마루야!”
파닥파닥 팔다리를 움직이며 뭍으로 올라간 소은이가 마루를 호출했다.
물 위를 달리던 마루는 소은이의 부름에, 물 위에서 무려 드리프트를 하며 소은이에게 돌아갔다. 물이라 마찰이 많지 않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드리프트까지 가능한 거였냐고…….
나는 황당함을 가득 담아 마루 녀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후 소은이가 보인 행동에 더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루에게 하네스를 척- 채우더니, 하네스에 달린 줄과 자기 튜브를 연결해버린 것이었다. 이후, 소은이는 튜브에 엉덩이만 쏙 밀어 넣고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꼬!”
튜브에 올라탄 소은이가 마루를 향해 신호를 주었다. 그리고, 그 신호에 멍! 하고 짖은 마루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팽-!
마루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니, 하네스에 연결된 줄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팽팽해졌다.
팽팽해진 줄만큼 소은이가 올라탄 튜브에 당기는 힘이 가해졌고, 튜브가 물 위를 미끄러졌다. 관성으로 인해 소은이가 튕겨나갈 뻔했지만, 튜브를 꽉 잡고 있었기에 튕겨나가지 않았다.
“꺄하하하하하하항!”
마루가 있는 힘껏 물 위에서 내달리니, 튜브가 마루 녀석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패러글라이더나 보트에 연결된 보드를 타고 수면을 누비는 것처럼, 소은이가 튜브를 타고 블루라군 위를 누비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 하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황당함에 웃음을 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마루와 소은이의 질주는 오래가지 못했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소은이까지 매달고 물 위를 질주하는 것은 힘에 부쳤는지, 마루 녀석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다가 수면 아래로 꼬로록-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히히, 재미써따!”
소은이는 아쉽긴 해도 충분히 즐겼다는 듯이 해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말 그대로의 개헤엄을 치며 다가온 마루를 붙잡아 자기가 타고 있는 튜브에 걸쳐주었다.
“헥헥헥, 힘들어도 재밌어요!”
튜브에 걸쳐진 마루 녀석은 혀를 길게 내빼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소은이를 뭍으로 데리고 나왔다. 마루 녀석은 그대로 땅바닥에 널브러져 헥헥거렸고, 소은이는 다시금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었다.
꽤나 무더운 날씨의 라오스였기에, 물속이 가장 시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은이가 물에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비명소리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
큰 비명과 함께, 뒤이어 풍덩하며 커다란 물보라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니,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콩콩이가 범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공범이었다.
“It’s my turn!”
콩콩이는 제 앞에서 손을 번쩍 들며 알짱거리는 한 남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남자를 조심스레 붙잡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휙 내던졌다.
순식간에 4~5미터 정도 치솟은 남자는 익룡처럼 끼에에엑- 비명을 내지르며 블루라군을 향해 떨어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다시금 물보라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Awesome-!”
1초가량 수면 아래에서 올라오지 않던 남자는 잠시 후에 올라왔다. 그리고, 그대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호했다.
나는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던 누나에게로 헤엄쳤다.
홍학 튜브 위에 있던 누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물으니,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 네 팬이라고 찾아온 사람 있었잖아?”
“여기 들어올 때 본 그 사람?”
“응. 그 사람이, 마루가 물 위를 뛰는 걸 보더니 콩콩이한테 가서 바디랭귀지를 하더라고. 자기를 잡아서 물 위로 던져달라고.”
“……그래서 지금 콩콩이가 다이빙 발사대가 된 거야?”
또다시 한 명이 블루라군 위로 치솟는 모습을 가리키며 말하니,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재미는 있어 보이네.”
“너도 한 번 던져달라고 해.”
푸흐흐- 웃으며 말하는 누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콩콩이가 던져주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어 보였다.
나는 곧장 콩콩이에게 달려갔다.
“콩콩아, 나도 할 수 있지?”
콩콩이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슬쩍 손을 내밀었다. 솥뚜껑 같은 손이 내밀어지는 것에 올라타듯 잡히니, 녀석이 나를 하늘 높이 내던졌다.
슬링샷이라는 놀이 기구를 탄 것처럼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다.
바람을 온몸으로 가르며 치솟던 것이 꽤나 높이 올라가니, 느려졌다. 그리고, 뒤이어 천천히 속도가 붙으며 수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다른 사람들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는 풍덩- 소리 밖에 안 났지만, 내가 직접 수면으로 내던져지니 콰앙-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높이, 내 몸무게, 중력이 뒤섞이며 깊숙한 곳까지 빠져들었고, 많은 양의 물이 나를 덮쳤다. 순간이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블루라군의 바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빠진 나는 팔다리를 움직이며 빠르게 수면을 향해 올라왔다.
“푸하아아-!”
물에 떨어질 때부터 참던 숨을 토해내니 무척 즐거웠다. 아드레날린이 강하게 뿜어지듯, 기분마저 고조되었다.
그리고, 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내 앞에 튜브가 놓였다.
“쥔님!”
다름이 아니라, 내가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착각한 청호 녀석이 튜브를 들고 뛰어든 것이었다.
기특하기 그지없는 녀석의 행동에, 튜브를 잡고 녀석을 붙잡고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녀석을 쓰다듬어 준 나는, 다시금 콩콩이에게 다가가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중간에 소은이가 자기도 해달라며 떼를 쓰길래 1미터 정도 띄우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덕분에 소은이도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며 놀수 있었다.
물을 싫어하진 않지만 들어오는 것은 싫어하는 콩콩이도 나름대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며 좋아했기에, 이곳에서 노는 모두가 만족하며 놀 수 있었다.
유일하게, 아라 녀석만이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에 앉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가져온 간식들을 받아먹고 있었기에 녀석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쨋든, 그렇게 모두가 만족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 우리는 열심히 움직이며 꺼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이곳 역시 관광지로 조성되는 곳이다 보니, 주변에서 먹거리들을 조금씩이나마 팔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먹기로 한 상태였다.
고기와 야채를 뒤섞어 볶았다고 하는 랍이라는 음식과, 쌀국수같이 동남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에 각종 고기와 야채들이 알맞게 구워진 꼬치구이 같은 것들을 먹는 것이었다.
“어마! 아아!”
그리고, 지금이 바로 은수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었다. 헤엄을 잘 못 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물에 있을 때보다 지금을 더 좋아하고 있는 상태였다.
야채 같은 것들을 특히 좋아하는 은수였기에, 은수는 야채가 가장 많이 들어 있는 랍을 향해 손을 뻗으며 열심히 오물거리고 있었다.
“은수 입에 맞는 것도 있어서 다행이야.”
작은 입으로 열심히 야채를 골라 먹는 은수를 보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압븝, 으급므슷스!”
“……소은이는 다 먹고 말하자.”
물론, 소은이 역시 무척 맛있게 잘 먹고 있었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모두를 끼워두었던 꼬치구이 하나의 내용물들이 소은이 입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잘 먹으니 보기 좋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잘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배를 채운 우리는 블루라군을 떠나 다른 관광지를 보기로 했다. 물놀이는 워낙 체력을 많이 쓰는 일이니, 하루 종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떠난다는 것에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 우리가 향한 곳은 근처에 위치해 있는 유적지였다.
다만, 액티비티 한 것을 좋아하는 소은이는 유적지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뽀니의 등허리에 앉아 일기토와 노닥거리고 있었다.
은수는……. 반대로,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은수야 그거 놓아주면 안 될까?”
“으우우웅!”
유적지 주변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하나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꼬옥 붙잡고 놓지 않는 은수 때문에 곤란할 정도였다. 따지자면 유적지보다는 나무를 좋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은수는 이곳에 온 것을 무척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유적지나,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공원 같은 곳을 둘러보며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에서 다 같이 쓰러지듯 잠에 빠질 정도로 알찬 하루였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소은이나 은수나 잠에서 깨질 않았기에, 흐느적거리는 두 아이들을 안고 숙소로 들어가야 했다.
“어? 면도기 안 챙겼다.”
그런데, 숙소에 들어와 씻으려고 보니 면도기를 챙기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출국하던 날 아침에 쓰고 챙긴다는 게, 그대로 욕실에 놔둔 것이 떠올랐다.
“면도해야 돼? 어차피 수염 잘 안 자라잖아.”
“수염 나면 소은이가 뽀뽀 안 해주잖아. 까슬거리는 거 싫다고.”
“하긴, 수염 있을 때 뽀뽀하면 거슬리긴 하지.”
“조금만 가면 편의점 있던 것 같으니까, 거기서 사 오지 뭐.”
나는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소은이가 뽀뽀를 해주지 않는 것은 내게 중대사였다.
“조심히 다녀와. 경호원들도 데려가고.”
“그래야지. 청호도 데리고 갈 거야.”
라오스가 사회주의 국가로 경찰들을 비롯한 공권력이 강해, 치안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나라처럼 24시간 언제 다녀도 안전한 편에 속하는 국가는 많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면도기 하나를 위해 숙소를 나서니 두 명의 경호원과 통역사, 청호가 붙었다.
“쥔님! 나가면 나도 같이 가요!”
그리고, 움직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마루가 뒤이어 따라붙었다. 자기 직전까지 움직여야 만족하는 녀석이었으니, 일단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 가자.”
두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나가니 낮보다는 시원해진 공기가 느껴졌다.
빠르게 튀어나가려는 마루를 몸줄로 제어하며 천천히 편의점을 향해 걸었다.
지이잉-
막 편의점에 들어가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가 온 건지 짧게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내용을 확인했다.
[수환아 올 때 손톱깎이도 하나 부탁할게!]역시 누나도 잊은 게 하나 있었는지, 필요한 걸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부우웅- 하며 오토바이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조심하십……!”
뒤에서 경호원의 외침이 들려오며 몸이 경호원들에게로 당겨지는 것과 동시에, 내 손이 허전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오토바이가 내 앞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휴대폰을 훔쳐 간 것이었다.
“내 휴대폰!”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하며, 나는 내 휴대폰을 가져가는 오토바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내 시야에 이상한 것이 하나 보였다. 웬 두 개의 털뭉치가 다다다다다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었다.
“쥔님! 휴대폰 가져왔어요!”
조금 전에 보였던 털뭉치 중 노란색 계열의 털뭉치, 마루가 내 휴대폰을 물고 내 앞에 엉덩이를 철푸덕 깔고 앉았다.
그 모습에 얼떨떨했지만, 일단 마루가 물고 있는 휴대폰을 받으며 녀석을 칭찬해 주었다. 머리도 슥슥 쓰다듬어주니, 마루의 꼬리가 붕붕 흔들리며 바닥의 모래를 흩날리게 만들었다.
“자, 잘했어.”
생각해 보니, 집에 있을 때 휴대폰을 놔두고 소파에 누웠다거나 할 때면 마루에게 휴대폰을 가져오라는 잔심부름을 제법 시켰다는 것이 떠올랐다.
내가 휴대폰이라고 외치니, 그걸 가져오라는 말로 착각한 마루가 냅다 뛰어가서 소매치기범에게서 휴대폰을 찾아온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네.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고, 휴대폰은 마루가 가져왔으니까요.”
경호원들이 재빨리 반응한 덕에 딱히 다치지도 않았다. 휴대폰이 빼앗겼던 것은 소매치기들이 집요하게 노린 탓이었다.
그리고, 경호원들에게 괜찮다며 손을 휘젓고 있으니 우당탕탕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름이 아니라, 마루보다는 조금 느린 탓에 뒤처졌던 청호 녀석이 기어이 오토바이를 따라잡아서 걷어찼기 때문이다. 두 명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그들은 구석에 있는 진창에 빠졌다.
멀쩡하게 일어나 도망치는 두 소매치기를 보며,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역시 청호와 마루를 데리고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