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19
0218 유니콘을 찾아서(1)
“보자……. 면도기 여기 있고, 손톱깎이가…….”
편의점으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물건들을 찾아냈다. 생각보다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어,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면도기가 딱히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뭐, 많이 쓸 것도 아니니까.’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이 있음에도 며칠에 한 번 정도만 면도를 해주면 되는 나로서는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체류 기간 동안 두 번 내지는 세 번 쓰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세 개의 면도기를 챙겨 계산대로 향했다.
영어라면 몰라도, 라오스의 언어인 라오어를 이용해 말하는 거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통역사를 대동한 상태였기에, 문제없이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자, 얘들아. 가자.”
편의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명의 경비원에게서 청호와 마루의 목줄을 넘겨받아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딱히 소매치기의 습격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명의 경호원들이 사주경계에 진심이라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 봐도 떡대 좋은 경호원들이 열심히 사주경계를 하며 언제든지 삼단봉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지간히 미친 소매치기가 아니라면 덤벼들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조금 전에 일어났던 소매치기는 운 나쁘게도 사각지대에서 들어온 것이다 보니 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거지, 지금처럼 사주경계가 손쉬운 곳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조금 전에는 경호원들이 잡아당길 때 내가 반사적으로 손을 내뻗으며 허우적거렸기에 휴대폰이 소매치기를 당했던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소매치기도 실패했을 것이 분명했다.
‘뭐……. 아무 일도 없다는 게 중요하지.’
어쨌거나, 나는 숙소 주변을 지키듯이 서있는 경호원들을 지나, 숙소 내부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소은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나갔다 온 사이에 어떻게든 씻기긴 했는지, 소은이에게 잠옷을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쿨쿨 자는 소은이가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고, 누나가 힘겹게 소은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었다.
“다녀왔어?”
“어, 도와줄게.”
나는 곧바로 소은이 옷 입히는 것을 도와주고서, 조금 전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떡해! 다치진 않았어?”
내 말에 화들짝 놀란 누나가 내 곁에 다가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뒤통수 깨진 곳이 있나, 갈비뼈 나간 곳이 있나 바라보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괜찮아. 경호원들이 제때 보호해 줬으니까. 마루랑 청호도 도와줬고.”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누나의 모습에 누나를 가볍게 안아, 토닥였다.
“누나는 앞으로 어디 갈 곳 있으면, 무조건 경호원들 대동하고 다녀. 청호나, 하다못해 콩콩이라도 같이 다니고.”
전투력 최강의 청호나, 누가 됐든 한 방에 떡실신을 시킬 수 있는 콩콩이라면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저녁에 안 나가는 게 최고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위험할 가능성이 있으니 나가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였다.
“그래, 그러자. 우리 남편 안 다쳐서 다행이야.”
“안 다치려고 경호원들이랑 다 데려온 거니까.”
“그래도.”
“알았어. 일단 씻고 올게.”
여전히 걱정하는 듯한 누나를 가볍게 달래주고 욕실로 들어갔다.
조금씩 흘린 땀이나 모래 바닥에서 날린 흙먼지 같은 것들을 씻어내리니 무척 개운했다.
그리고, 한껏 개운함을 느끼며 나오니 누나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졸리면 먼저 자지 그랬어.”
“같이 자려고 했지.”
“그래, 같이 자자.”
“꺅!”
나는 누나를 덮치듯 침대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같은 방에서 있었기에, 단순히 끌어안을 뿐이었다.
“잘자.”
가볍게 입맞춤 정도만 하고 우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이동 중에 틈틈이 잠을 잤다지만, 피로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는지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잠에 빠져들었다.
○ ◑ ● ◐ ○ ◑ ● ◐ ○
블루라군에서 즐겁게 보낸 둘째 날 이후, 우리는 이틀을 더 즐겁게 놀았다.
이런저런 관광지도 가고, 우리가 다녀왔던 블루라군이 갑자기 유명해졌다는 소리도 듣고, 즐겁게 노는 것이었다.
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짚라인을 탈 때가 가장 즐거웠다. 높은 허공을 줄 하나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이 무서울 법도 했지만, 곁에서 유부와 아라가 함께 속도를 맞춰 날고 있으니 묘하게 녀석들과 함께 비행하는 것 같아 즐거운 것이었다.
아라 녀석을 처음 만났던 때처럼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 녀석들과 함께 비행하면 무척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즐겁게 관광을 마치고 난 이후, 나는 라오스에 찾아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바로, 아시아의 유니콘이라고도 불린다는 ‘사올라’를 찾는 것이었다.
“사올라는 주로 베트남과의 국경 부근 산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 산맥의 초입 부근입니다.”
그 산맥이라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경비행기를 타고, 헬기를 타고, 차량까지 타고 이동해야 했다.
제법 힘든 여정이었지만, 끝없이 펼쳐진 밀림 같은 산맥의 모습을 보니 이 정도 고생은 한 번 정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올라! 나와랏! 나랑 가치 놀자!”
뽀니의 위에 올라타 힘차게 외치는 소은이의 모습은 무척 활기차 보였다.
“꺄아우웅.”
은수 역시, 수많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밀림 같은 산맥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한 모습으로 파닥거리고 있었다. 어느 동물이 지나가며 부러진 건지는 몰라도, 이파리가 잘 달려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주니 더더욱 좋아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근처에 있는 마을로 먼저 가실까요?”
“마을요?”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통역사가 슬쩍 마을로 갈 것을 제안했다. 왜 그런가 싶어 바라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올라가 찍힌 사진이 있긴 하지만, 해당 사진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잖습니까. 근처 마을에, 조금 오래되고 보관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사올라를 박제해둔 사냥꾼이 있습니다.”
하긴, 라오스 정부 측에서 사올라를 포획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받은 사진이 그렇게 자세한 건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듯한 사진 몇 장과, CCTV처럼 만들어둔 카메라 트랩에 찍힌 사진 몇 장 정도가 전부였다.
상태가 안 좋더라도, 일단 박제가 된 것이 있다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발견하는 것에 도움이 되긴 할 것이었다.
특히, 유부와 아라를 통한 공중 수색도 펼칠 생각이었으니, 실물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우리는 다시 차에 탑승해, 근처 마을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소은이가 탑승을 거부했다. 온몸에 힘을 딱 주고, 절대 올라가지 않겠다는 듯이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소은아, 왜 그래?”
“쿵쿵거려서 시러!”
아무래도 오지다 보니, 오프로드 차량 특유의 거친 승차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뽀니야, 여기서도 뛸 수 있겠어?”
“문제없어요!”
뽀니가 타닥타닥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럼 소은이는 뽀니 타고 따라올래?”
“웅!”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승차감이 좋지 않은 차량보다는 뽀니가 낫긴 하겠지. 튀어나온 돌부리 같은 것들을 피해서 뛰면 되니까.
“쥔님. 나도 뛸래요!”
“마루 너도? 뭐……. 그래라.”
“쥔님. 저도 같이 가겠슴다. 아가씨는 제가 지키겠슴다!”
“고마워. 부탁 좀 할게.”
그리고, 소은이가 뽀니를 타고 간다니 마루와 청호가 나섰다.
마루는 일단 뛴다니 나서는 것이었고, 청호는 소은이의 안전을 위해 나서는 것이었다.
콩콩이나 일기토, 누렁이는 낼 수 있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차량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유부나 아라는 애초에 차 지붕에서 한 번씩 날아오르기도 했으니 논외였다.
“그럼 출발하죠.”
소은이가 뽀니를 타고 간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긴 했지만, 어차피 뽀니의 속도라면 차를 아주 손쉽게 따라올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도로 사정으로 차량의 속도가 빠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움직이는 차량이 총 4대였기에, 그 사이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면 되는 일이었다.
“소은이 다치지는 않겠지? 갑자기 정차하거나 해서 차랑 사고가 나지는 않겠지?”
천천히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뒷유리로 보이는 소은이를 계속 바라보며 누나가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아. 뒤쪽 차 운전자는 우리 경호원 중에 운전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이고, 애초에 뽀니가 소은이를 다치게 할 리가 없잖아. 지금까지 뽀니가 소은이 낙마시킨 적이라도 있어?”
“그……으런가?”
누나가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 시작했다.
바닥상태가 어떻든, 뽀니라면 소은이를 절대 떨어트리지 않고 좋은 승차감까지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뒤에서 따라오는 뽀니는 아주 경쾌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차량을 따라오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위에 앉아 있는 소은이도 해맑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고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소은이는 자기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과자를 하나씩 꺼내서 맛있게 먹기도 했다.
“거 봐. 별일 없지?”
“그렇네.”
과자를 먹으면서 행복하다는 듯이 웃다가, 달리는 뽀니에게 당근 조각 하나를 먹여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시선을 뗄 수는 없었다. 계속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소은이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다 보니 어느덧 마을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니, 소은이와 우리가 꽤나 비교되었다.
허리가 아프다고 콩콩 두드리는 우리와 달리, 소은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뽀니 위에서 폴짝- 뛰어내릴 정도로 멀쩡했다.
그래도 한 명은 멀쩡하다는 것에 다행이라 여기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니 통역사가 다가왔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박제를 보유한 사냥꾼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외지인을 경계하지는 않지만,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면 겁을 먹을 수는 있으니 말입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통역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박제를 보유한 사냥꾼에게 정말 순식간에 다녀온 것이었다.
금세 다녀와 방문과 박제의 구경을 허락받아 온 통역사를 따라 사냥꾼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냥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러 동물들의 가죽 같은 것들로 만든 가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기에, 사올라의 박제를 확인했다.
통역사가 말을 했던 것처럼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사올라가 최소한 어떻게 생겼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는 있을 정도였다.
“얘들아, 이렇게 생긴 동물을 찾으면 돼. 할 수 있겠지?”
“흐음. 냄새로는 조금 애매하긴 함다. 그래도 노력하겠슴다.”
“하늘에서 한 번 찾아보겠소이다. 나무들이 빽빽해서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오.”
“저도 열심히 할게요!”
동물들이 내 물음에 열심히 하겠다며 답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했기에, 나는 사냥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마을을 떠났다.
이제부터는 아시아의 유니콘이라 불리는 사올라를 찾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