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20
0219 유니콘을 찾아서(2)
박제를 확인한 우리는 곧바로 마을을 나서, 느긋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마을도 조금 외진 곳에 있었기에, 조금만 걸어도 정글 같은 울창한 산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아! 압빠! 여기 어어어엄처어어엉 넓어!”
집이 포함되어 있는 동물원이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소은이는 끝없이 펼쳐지는 듯한 산맥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제2의 도시라고도 하는 부산이니 만큼 동물원이 있는 산 주변이 죄다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지평선이 아니라, 높다란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런 부산과 다르게, 끝없이 펼쳐지는 듯한 산맥의 모습은 아직 어린 소은이에게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기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마냥 좋아하고 있는 소은이와 똑같이 생겼으면서도 소은이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 역시 있었다.
“수환아, 그런데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바로 누나였다. 소은이가 못해도 15년 정도 더 살면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싶은 얼굴의 누나가, 걱정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왜?”
“너무 넓잖아.”
똑같이 넓은 대자연의 모습을 보았지만, 똑 닮은 외형과 달리 반응이 180도 달랐다.
넓어서 마냥 좋은 소은이와, 넓어서 마냥 걱정인 누나였다.
어린이라 마냥 해맑은 것인지, 아니면 상식에 찌든 어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걱정하고 있도록 놔둘 생각은 없었다.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언제 동물 관련된 일에서 실패한 걸 본 적 있어?”
나는 자신만만하게 누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내 초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물에 관련된 일에서 내가 실패한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없긴 하지.”
“그래. 그러니까, 자연에서 논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잠시 고민하던 누나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누나에게서 은수를 데려와 안아들었다. 아직은 우리 가족 중에 체력이 가장 약한 사람이 누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은수가 자그마한 아기라고 해도, 어느덧 10kg에 가까워진 몸무게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계속 안아들고 걷는 것은 누나에게 부담이 될 것이 뻔했다.
“바바바!”
“응, 아빠한테 안겨서 가자.”
은수를 안으니, 은수가 해맑게 웃으며 내 옷을 꽈악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런 은수를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압빠! 은수 내가 안을래! 뽀니 타고 이쓰니까, 내가 안을 거야! 엄마랑 압빠 힘드러!”
자기는 뽀니를 타고 있으니 괜찮다며, 소은이가 은수를 안겠다고 열심히 어필을 한 탓이었다.
내가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소은이는 그래도 자기가 안고 갈 거라며 앙탈을 부렸다. 아아아앙! 하고 어깨를 흔드는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은수를 바라보았다.
“은수야, 누나한테 안길래?”
“누우우나!”
소은이에게 안길 거냐고 은수에게 물었더니, 은수가 꽉 붙잡던 내 옷을 놓고 소은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서로 좋다고 들러붙으려는 남매의 모습에 웃으며, 소은이에게 은수를 안겨주었다.
“히히! 눈나가 꼬옥 안아주께!”
소은이는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은수를 꽉 끌어안았다. 은수는 그런 소은이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자그마한 손으로 소은이의 볼을 감쌌다.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에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은이에게는 안타깝게도, 소은이가 은수를 계속 안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은수를 안고 있는 자세가 조금 불안하기도 했거니와, 뽀니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은이가 신경 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뽀니에게 연결된 고삐도 잡아야 하고, 은수도 안아야 하고, 흔들리는 몸의 중심도 잡아야 하고. 할 것이 많았다.
더군다나 은수도 계속 흔들리는 자세가 조금 불편한 것인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안아야겠네. 소은이는 나중에 쉴 때 안아주자.”
“히잉. 아라써.”
아쉬워하는 소은이에게 다시금 은수를 받아든 나는 조금 시무룩한 소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금 움직였다.
그래도, 시무룩한 소은이는 금세 기운을 회복했다. 사올라를 찾겠다며 연신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주변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어어! 압빠아아아아! 저기이이이!”
그리고, 열심히 고개를 휙휙 돌리던 소은이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크게 소리쳤다.
소리만 들어보면 사올라를 발견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아쉽게도 사올라는 아니었다. 아니, 사올라일 수가 없었다. 소은이는 지상이 아니라 나무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압빠, 저기 쟤! 쟤 모야?”
“어디? 저쪽?”
“아니이! 쩌어기!”
소은이가 가리키는 곳을 힘겹게 찾아내니, 그곳에서 한 마리 동물을 찾을 수 있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불쌍하고 억울하게 생긴 동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이 동그랗지만 몸을 많이 웅크리고 있는 녀석인 ‘늘보로리스’였다.
내 위치가 위치다 보니, 나름대로 동물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알게 된 동물이었다.
“쟤는 늘보로리스라는 동물이야. 야행성인데다 멸종 위기 동물이라, 발견하기 쉬운 동물은 아닌데……. 소은이가 잘 찾았네?”
“히히히! 늘보!”
해맑게 웃은 소은이는 늘보로리스를 향해 냅다 도도도- 달려갔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빨리 뛰쳐나가, 소은이를 붙잡았다. 소은이가 늘보로리스를 붙잡기 전에 말이다.
“그러면 안 돼. 늘보로리스는 독이 있는 동물이거든. 아무리 소은이가 동물들한테 사랑받는다고 해도, 독이 있는 동물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만지면 안 댄다!”
“그렇지. 늘보로리스는 겨드랑이 쪽이랑 입에서 독이 나오기 때문에, 만지면 안 돼.”
“우웅.”
소은이는 아쉽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동물을 좋아하는 소은이라고 해도, 본인이 아프면서까지 동물을 만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슴도치를 만났을 때도 가시에 찔리면 아프니 코 정도만 살살 만져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는 없는지,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은수를 누나에게 안겨주고서 따로 챙겨온 장갑을 꺼내, 늘보로리스에게 다가갔다.
“으어……?”
내가 가까이 다가가고, 우리가 소란스럽게 한 탓인지 쿨쿨 자던 늘보로리스 녀석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녀석이 순간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나와 소은이를 바라보더니 도망치지 않고 태평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해칠 의도가 없음을 금세 파악한 것이었다.
“잠깐 시간 좀 내줄래?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이라면…….”
손을 내미니, 늘보로리스 녀석이 스스로 내 손 위로 올라탔다.
손바닥에 올라탄 녀석을 데리고, 소은이와 누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우와앙! 안녕!”
늘보로리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로 손을 붕붕 흔들었다. 누나 역시 늘보로리스는 처음 보는 동물인지, 제법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독이 있다는 소리 때문인지 은수가 손을 뻗지 못하도록 안아들고서 말이다.
우리 모두 겨드랑이에 있는 독과 독성이 가득한 침이 있는 탓에, 따로 늘보로리스를 만지지는 않았다. 나도 장갑을 끼고 특히 조심하며 녀석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늘보로리스를 소은이와 누나, 은수에게 충분히 보여준 나는 사진 하나를 녀석에게 보여주었다. 사올라의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여기, 이 동물을 본 적 있어?”
“……본 적 없는 것 같네요.”
잠시 사진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녀석은 금세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쉽게 발견할 수는 없구나- 생각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녀석을 다시금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주었다.
“수환아, 걔가 뭐래?”
늘보로리스를 내려주고, 끼고 있던 장갑을 조심스레 비닐에 담아 폐기물로 버릴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누나가 다가와 물었다.
내가 보여준 사진이 사올라의 사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모른다네.”
“그래? 아쉽다.”
“뭐……. 늘보로리스가 모르는 게 이상한 건 아냐. 늘보로리스의 영역이 그렇게 넓은 건 아니니까. 사올라의 영역이랑 겹치는 부분이 없으면 모르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이 산맥에서 사올라가 발견된 건 확실하다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물과 티슈를 이용해서 손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은수를 다시금 안아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사올라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소은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천천히 앞장 서면, 우리가 그 뒤를 따르는 모양이었다.
따로 초능력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소은이가 동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았기 때문이다.
주먹만 한 다람쥐인 하늘이가 동물원의 어느 나무에 숨어 있는지도 찾아낼 정도로, 동물을 찾아내는 것에는 소은이가 최고였다. 그런 소은이를 믿고 소은이가 가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었다.
“압빠! 저기!”
그것을 증명하듯, 10여 분 정도 걷고 있으니 소은이가 다시금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나무 위가 아니라, 지상이었기에 제법 기대를 품으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토끼다! 토끼야아아!”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토끼였다. 지금 한 경호원의 가방 위에 올라타서 열심히 중심을 잡고 있는 일기토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생긴 토끼가 있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며 귀여운 인상인 일기토와 달리, 소은이가 발견한 토끼는 야생 토끼로 조금은 거친 느낌의 외형이었다. 흰 털을 가진 일기토와 달리, 갈색과 검은색의 위장색 같은 털과, 조금은 뾰족한 듯하게 생긴 외형이 거친 느낌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은이는 거친 느낌이고 뭐고, 일단 토끼는 토끼라는 생각을 하며 토끼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와 토끼의 모습에 발끈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애기의 관심을 다른 토끼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거샤! 결투샤!”
경호원의 가방에 올라가 있던 일기토 녀석이 폴짝 뛰어내려 토끼에게 다가가더니, 대뜸 결투 신청을 해버렸다. 일기토가 야생 토끼에게 일기토를 거는 것이었다.
“너는 뭐쟈?”
“나는 일기토샤! 감히 애기의 관심을 빼앗아가려는 네 녀석을 처단해주겠샤!”
“가소롭쟈!”
서로 시옷(ㅅ) 모양의 입술을 씰룩대던 두 마리 토끼가 곧장 격돌했다.
내 초능력의 영향으로 강해진 일기토는 순식간에 야생 토끼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짜리몽땅한 뒷다리로 몸을 일으켜, 마찬가지로 짜리몽땅한 앞다리를 휘둘러댄 것이었다.
하지만 짜리몽땅한 일기토와 달리, 포식자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야생 토끼는 다리가 제법 길었다. 빠르게 피해낸 야생 토끼가 길쭉한 다리로 일기토에게 반격을 날렸다.
“훗, 제법 이샤.”
“훗, 너도 제법인 거쟈.”
한 번씩의 공방을 주고받은 두 녀석은 잠시 떨어지더니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싸움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빈틈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동안 서로의 눈치를 바라보던 두 녀석이 다시금 격돌했고, 이번 격돌로 결투의 승패가 정해졌다.
“애기의 관심을 빼앗길 수는 없는 거샤.”
“분하다는 거쟈…….”
바로, 짜리몽땅한 다리임에도 강한 힘을 실어 한 방에 야생 토끼를 쳐낸 일기토의 승리였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두 녀석에게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