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24
0223 사올라(3)
“끄…….”
“아오……. 무슨 소리야.”
이른 아침. 그 시각부터 들려오는 자그마한 소음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니 그 소리가 무언가 앓는 듯한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급히 누나와 아이들의 상태를 보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어 보였다.
“코오오오.”
일부러 소리를 내기라도 하듯, 소은이는 침을 한 방울 흘리며 ‘나 자고 있소-‘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으부.”
내 배 위에 엎드려 있는 은수도 아주 잘 자고 있었다.
그리고, 소은이를 나와의 사이에 두고 있는 누나 역시 푹- 자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가족 중에서는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배 위에 있는 은수를 조심스레 누나의 품에 내려놓았다.
“으응…….”
누나가 잠시 깨는 듯했지만, 이내 은수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다시금 잠에 빠졌다.
그 모습에 안도한 나는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텐트에서 빠져나왔다. 그제야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어제 사로잡은 밀렵꾼들이 내는 소리였다.
그것도, 사올라들에게 방석처럼 깔린 상태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쟤들은 왜 저러고 있어요?”
밀렵꾼들의 근처로 다가간 나는, 그들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던 한 경호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분명 어젯밤에는 꽁꽁 묶여서 나무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묶여 있는 건 똑같아도 바닥에 드러누워 사올라들에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여섯 마리 성체가, 밀렵꾼마다 두 마리씩 붙어 깔고 앉아 있었다.
“혹시라도 위험한 물건이 있을 수 있어, 저들이 지닌 가방을 수색하던 도중에 올가미 같은 것들을 발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올가미요?”
“예. 저들에게서 올가미와 덫을 발견한 것과 동시에 사올라들이 달려들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께서 따로 사람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접적인 공격은 가하지 않더군요.”
경호원은 말 그대로 직접적인 공격만 하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올라들이 날카로운 뿔로 나무 기둥에 묶어둔 로프를 잘라내더니, 그대로 넘어진 밀렵꾼들 위로 사이좋게 올라탔습니다. 마치 강아지들이 쿠션에 앉기 전에 자리를 고르듯이 몇 번 짓밟으면서 자리를 잡고 앉았죠. 그 이후로는 보시다시피, 쭉 저러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경호원은 편안하다 못해, 아예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자고 있는 사올라들의 모습을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보며 밀렵꾼들이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 인과응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도 그 상태로 놔두는 건 딱히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온몸이 묶인 채로 사올라 두 마리에 깔려 있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사올……. 아니, 사딸라야. 이제 그만 거기서 내려오지 않을래?”
“이 인간들은 우리의 적이에요!””
“적이라고?”
“이 인간들이 가지고 다니던 거! 그것들 때문에 제 친구가 크게 다쳤었어요!”
“그래?”
나는 사딸라와의 대화를 통해, 사올라가 밀렵꾼들을 깔고 앉은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을 다치게 만들었던 물건이 무엇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는데, 밀렵꾼들의 가방에서 그 물건들이 나오니 자신들의 적이라고 규정한 것이었다.
새로운 야생동물들을 들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인간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밀렵꾼들은 이렇게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 뿔에 뚫려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은 건 잘 했어.”
나는 아무리 원수 같은 적이라고 해도 내 말을 잊지 않고 따라준 사올라 녀석들을 칭찬했다.
괜히 밀렵꾼이라 해도, 사람을 공격해서 다치거나 죽게 만든다면 무척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만들었다는 꼬리표가 붙은 동물들을 동물원에 데려다 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딸라부터 구딸라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나는 곧바로 녀석들을 일으켜 세웠다.
녀석들은 내 요구에 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밀렵꾼들이 끙끙 앓는 소리를 밤새도록 들으면서 나름대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저놈들 한곳에 뭉쳐서 묶어두고, 슬슬 시내로 가죠.”
사올라들을 일으킨 나는 경호원들을 보며 철수 준비를 지시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며, 주변이 훤히 밝아졌기에 움직이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족들을 깨우기 위해 텐트로 다가가니, 어느덧 잠에서 깼는지 누나가 텐트 밖으로 얼굴을 뿅- 내밀었다.
“언제 일어났어?”
“방금…….”
정말 조금 전에 일어났다는 듯, 누나는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여전히 잠을 다 쫓아내지는 못한 듯 비몽사몽 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누나의 품에는 누나보다도 더 일찍 일어난 듯한 은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은수도 잘 잤니?”
“빠빠빠빠!”
나를 바라보며 꺄르륵 웃는 은수의 손을 잡고 같이 흔들어준 다음, 텐트로 들어가 여전히 잠에 빠진 소은이를 흔들었다.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귀마개를 빼고 흔들며 소은이를 깨우니, 소은이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물론, 다시 잠들려는 소은이를 깨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압빠…… 안녕히 주무세요…….”
“아니, 소은아! 다시 자면 안 돼!”
일으키면 고개를 숙이며 고꾸라지는 소은이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고, 물까지 한 모금 먹이니 그제야 소은이가 정신을 차렸다.
“후히히.”
옆구리를 가볍게 간지럽히니 웃음을 터트린 소은이는 내 얼굴을 붙잡고 가볍게 뽀뽀를 쪽- 하고서 일어났다.
“사딸라아아아!”
그리고, 그대로 텐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제 만났던 사올라들을 보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가볍게 물에 적신 수건으로 부스스한 모습을 정리한 누나가 다가왔다.
“이제 돌아갈 거지?”
“응. 사올라도 찾았으니까 일단 시내로 갈 거야. 바로 귀국할 건 아니고, 조금만 더 놀다가 가자.”
“나는 좋아.”
더 노는 거라면 일정이 더 길어져도 상관없다며, 누나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런 누나와 함께 곧바로 텐트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경호원들도 텐트를 모두 철거한 상태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따로 포장된 빵 같은 것들로 아침을 대충 때운 우리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둡지 않고 아주 밝은 아침이었기에, 우리는 제법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끙. 끙.”
그런데, 움직이다 보니 뒤편에서 자꾸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콩콩이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정확히는, 마냥 걷기 심심했던 콩콩이가 세 명의 밀렵꾼들을 이용해 운동하는 소리였다.
“……콩콩아. 밀렵꾼으로 웨이트 하지 마라.”
콩콩이를 바라보니, 마치 덤벨을 들고 운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줄에 꽁꽁 묶인 세 밀렵꾼이 덤벨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었다.
성인 남성 3명 분량의 무게다 보니 톤 단위로 드는 콩콩이에게도 운동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었다.
“끄잉.”
아무튼, 내 말에 콩콩이가 아쉽다는 듯이 얇은 소리를 내며, 열심히 올렸다 내리길 반복하던 밀렵꾼들을 얌전히 등에 걸쳤다.
현재로서는 짐덩이 그 자체인 밀렵꾼들이었기에 콩콩이가 짐덩이마냥 등에 짊어지고 오는 중이었다.
운동을 한 번 가르쳤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운동을 하려는 헬창이 되어가는 콩콩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렇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중간중간 여러 동물들을 마주치긴 했지만, 그 녀석들도 딱히 우리의 걸음을 멈추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에 많은 동물들까지 걸으며 소란을 피워대니, 대부분의 동물들이 멀리서부터 도망쳤기 때문이다. 사올라를 찾을 때야 무척 조심하며 조용히 다녔다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장님. 저쪽에 저희 차량이 보입니다.”
“오, 다행이네요. 더 걸으면 지루할 뻔했는데.”
한참을 걷다 보니, 가장 선두에서 GPS를 확인하며 걷던 경호원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사올라의 박제를 보았던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해둔 차량들이 멀쩡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완전히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동물들이 근처에 다녀갔던 건지, 흔적들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흔적은 크게 신경 쓸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차량의 트렁크 부분과 지붕 부분에 많이 있는 털과 깃털들을 털어내고 짐을 실었다.
그러고 나서 차에 올라타니, 누나가 다리를 조물조물 주물러댔다. 확실히 사올라를 찾기 위해 산맥을 이리저리 뒤지며 오래 걷기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지?”
“아냐, 괜찮아.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 마사지하는 거야. 너도 해줄까?”
“놉. 종아리는 간지러워서 싫어.”
“우리 남편 약점이 종아리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 몰라.”
“아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네……. 아, 소은이는? 사올라 보러 갔어?”
“이번에도 오프로드 지형은 뽀니 타고 간다고 하더라. 사올라들은 따라올 정도의 체력이 안 되니까 일단 이송차량에 태웠고. 이송차량 뒤에 뚫려 있으니까, 소은이를 보면서 가면 스트레스도 덜 받을 거 아냐.”
나와 누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차량이 천천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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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좀 처리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차량을 타고 시내까지 복귀한 나는, 곧바로 경찰서를 찾았다.
그곳에서 밀렵꾼들을 넘기며 통역사에게 잘 처리해달라고 전해달라 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아는 경찰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밀렵꾼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내가 단순히 관광 차원에서 온 관광객이 아니라, 국가에서 초청해서 왔기 때문이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쯤으로 여기는 듯, 경찰들은 밀렵꾼들을 아주 거칠게 대했다.
그 모습에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이유는 없어 보였기에, 나는 경찰서에서 빠져나와 다른 이들에게 연락했다.
사올라의 생포와 관리를 위해 나를 초청한 이들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다, 당장 오겠다고 합니다만……?”
사올라의 포획 사실을 알려주니, 나를 초청한 이들이 당장 찾아오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당장’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이십 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올라를 포획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지금까지 포획했던 사올라들이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해 폐사됐는데, 현재 포획된 사올라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관리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수많은 기자들을 대동하고 찾아온 그들은 내 손을 붙잡고 무척이나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전해 듣기로는 사올라의 포획이 성공하면 자연보호연맹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주기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유가 있는 감사 인사에 적당히 대꾸해 주며, 기자들의 질문들을 해소해 주었다. 대부분 사올라에 관한 것이었기에 크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가 되었든, 사올라들이 번식하여 충분한 개체수로 불어난다면 라오스의 국립공원에 방사해 주기로 약속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또 물놀이하자!”
이후, 블루라군을 또다시 가고 싶다는 소은이의 요구대로 블루라군을 찾아 하루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록 우리가 찾아갔다는 것 때문에 이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상태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겁게 놀 수 있었다.
“수환아, 저기 봐. 이제는 청호도 물 위를 달리는데?”
“……저건 달리는 게 아니라 물을 터트려서 날아다니는 느낌인데.”
특히, 마루에게서 물 위를 달리는 팁을 전수받아 물 위를 달리는 청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수면을 터트리듯 박차며 날아다니는 느낌이 강했지만 말이다. 파바바박- 소리를 내는 마루와 다르게, 청호가 움직일 때마다 펑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어쨌거나, 그렇게 즐거운 시간도 보낸 우리는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왔다. 갈 때와는 달리, 총 여덟 마리의 사올라들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