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1
0230 자연구역 정비
“아뿌!”
마당에 있는 화단을 정리하고 있으니, 어떻게 온 건지 은수가 마당에 있었다.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에 절로 나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으니, 가까이 다가온 은수가 내게 폭 안겨들었다.
“은수 좀 봐줄래? 사무실에 좀 다녀오게.”
당연한 말이지만, 은수가 마당에 나올 수 있던 것은 누나 덕분이었다.
“알았어. 다녀와.”
내게 안겨드는 은수를 안은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고맙다며 손을 흔들고 사무실로 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은수가 품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쥐고 있던 모종삽이 탐났던 건지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은수, 이거 갖고 싶어?”
“아뿌! 쭈!”
쥐고 있던 모종삽을 들어 올리니, 은수가 안달 난 듯한 표정으로 두 손을 내밀었다. 어서 달라는 듯한 그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모종삽을 쥐여주었다.
“꺄!”
아직 어린 은수에겐 조금 큰 모종삽이었지만, 은수는 좋다며 모종삽을 땅에 폭- 박아 넣었다.
비록 힘이 약하기 때문에 끝 부분만 살짝 박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은수야. 아빠랑 같이 식물들 옮길까?”
“나우무!”
내 물음을 이해하기라도 한 건지, 은수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은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모종삽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은수의 손을 감싸 쥐었다.
마치 은수가 직접 하는 것을 돕는 것처럼, 은수의 손과 모종삽을 같이 잡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럼 딸기부터 하자.”
“따따!”
나는 은수가 하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딸기가 심어진 곳 주변으로 모종삽을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그런 행동을 전후좌우 반복하며, 몇 뿌리의 딸기를 모종삽으로 퍼냈다.
“짜잔, 은수가 딸기를 뽑았네?”
“따!”
뽑아낸 딸기 줄기를 들어 올려, 은수의 앞에 가져가니 은수가 냅다 끌어안았다.
동물을 보면 사족을 못쓰는 소은이처럼, 은수는 식물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흙이 있건 말건, 그대로 줄기를 끌어안은 은수는 내 초능력 덕분에 계절 상관하지 않고 맺히는 열매를 입에 넣고 있었다. 줄기에서 뜯지도 않은 걸 입에 넣고 쭈압쭈압 즙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어이구, 그렇게 좋아?”
“쭈아압!”
어찌나 열심히 먹는지 소리까지 내며, 입가로 붉은 과즙을 흘려대는 은수를 황당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입가에 흐르는 과즙을 가볍게 닦아준 다음, 은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이미 딸기에 꽂힌 것 같았으니, 그 사이에 하던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푹푹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모종삽을 화단에 꽂아 넣으며, 몇몇 식물들을 뽑아냈다.
은수와 뽑아낸 딸기부터 시작해서, 참외, 방울토마토, 오이 같은 것들을 뽑아낸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식물들을 뽑아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연구역에 심기 위함이었다. 풀어놓은 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자연구역에 만들어놓으려는 생각이었다. 물론, 지나다니던 관람객들이 먹을 수도 있었지만, 몇 알 정도 먹는 건 봐주기로 한 상태였다.
어쨌거나, 은수가 뽑아낸 딸기 줄기에 달린 열매 몇 알을 쭈압쭈압 먹는 사이에 일을 끝마쳤다.
마당에 빽빽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던 식물들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양이 남아 있었다. 네 가족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내 초능력 덕분에 열매가 꽤 많이 열리는 덕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많다는 것의 기준은 내가 조금 전에 뽑은 것들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꺄으우!”
은수는 제 곁으로 수북하게 쌓인 식물들의 줄기를 보며 행복하다는 듯이, 그대로 식물들을 끌어안았다. 수십 줄기나 되는 것들이 은수의 품에 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은수는 마치 이불이라도 덮는 것처럼 제 몸 위로 식물들을 덮었다.
“은수야, 그렇게 좋아?”
내 말에도 은수는 식물들을 꼬옥 움켜쥐며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은이가 동물들에게 하던 것과 똑같은 듯한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도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남매들이 참 개성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이이이이잉-!
그런데, 그 순간 마치 말벌의 날갯짓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는 말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애초에 말벌은 우리 집 벽에 붙어사는 꿀벌들에게 퇴치당하는 녀석들이었기에 마당에 있을 수가 없었다.
“오, 벌써 왔네. 역시 드론 택배야.”
말벌의 날갯짓 같은 소리는 드론이 내는 소리였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론 택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드론에는 내가 주문했던 것이 담긴 상자가 달려 있었다.
툭-
드론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 아래로 다가가니, 드론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드론에 묶여 있던 상자가 지상을 향해 퉁- 떨어졌다.
“앗!”
그런데, 실수로 상자를 놓쳐버렸다. 여전히 한 손에 모종삽을 들고 있다 보니, 제대로 잡지 못하고 내 손에서 튕겨나간 것이었다. 크기도 조금 큼지막한 상자라, 어떻게 보면 놓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딱히 바닥에 떨어진다고 부서지는 물건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자 자체가 완충재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특수재질이라 파손이 염려되진 않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가 놓친 상자가 떨어진 위치였다.
“애아오옹! 뭐야! 자는데 왜 건드려!”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저게 그랬어.”
나는 내가 놓친 상자에 살짝궁 깔렸던 남캣을 바라보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하필이면 이 녀석에게 떨어질 게 뭐람.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이 유유히 떠나가는 드론을 향해 책임을 전가했다.
“거기 서! 가만 안 둬!”
허공을 날아가는 드론을 쫓아 떠나는 남캣을 잠시 바라보다,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들었다.
[산딸기 묘목] [블루베리 묘목] [브로콜리 씨앗]상자에는 내가 주문한 묘목과, 여러 종류의 씨앗들이 들어 있었다. 사실상 묘목이라고 하긴 하지만, 나무젓가락만 한 수준이라 크게 무겁거나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상자를 열어서 보니, 그냥 동네 뒷산에서 주워 온 가지 같이 생긴 묘목들도 몇 개 있을 정도였다.
“아뿌! 아뿌! 나아!”
“은수 이거 갖고 싶어?”
“나!”
내가 묘목들을 확인한다고 꺼내서 보고 있으니, 식물 줄기를 이불삼아 덮고 있던 은수가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허우적거렸다.
자기가 처음 보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서, 갖고 싶다고 탐을 내는 것이었다.
적당한 묘목 하나씩 양손에 쥐어주니 무척 행복하다는 듯이 빵긋빵긋 웃음을 지었다.
“자연구역에 이거 심으러 갈까?”
자연구역이라는 말에 은수가 팔다리를 휘적였다. 몸을 덮고 있던 줄기들이 흘러내렸지만, 그것에는 관심도 주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은수가 좋아하는 장소의 첫번째가 가족이 있는 집이었고, 그 다음이 은수목 주변, 그 다음이 자연구역이었다. 당연히 자연구역에 가자는 것을 반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허우적거리는 은수 안아들고, 바닥에 있던 줄기들과 묘목, 씨앗들을 짐을 담아 끌고 다닐 수 있는 끌차인 웨건에 실었다.
한 손으로 웨건을 질질 끌며 집을 나선 나는 곧장 자연구역을 향해 움직였다.
“우히히히히힝!”
저 멀리서 소은이가 여러 동물들과 술래잡기를 하듯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여, 절로 웃음이 나왔다.
“누우, 나!”
“그래그래, 은수 누나 저기서 놀고 있네.”
은수도 그 모습을 봤는지 누나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록 열심히 논다고 보지 못한 소은이가 지나쳤기에 금세 시무룩해졌지만 말이다.
“아빠랑 딸기 심으러 가자.”
“따!”
그래도 식물들을 심으러 간다니, 다시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은수를 데리고 자연구역을 돌며 묘목을 심거나 씨앗을 뿌리고, 마당 화단에서 캐낸 줄기들을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식물들을 심다 보니, 조금 불편했다. 은수를 안은 채로 땅을 파고, 식물들을 심어야 했기 때문에 자세가 불편한 것이었다.
“주인님. 뭐 해여?”
“오, 짜몽아.”
불편한 자세를 이리저리 고쳐가며 식물들을 심고 있으니, 근처에서 놀고 있던 건지 웰시코기인 짜몽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계속 시선이 웨건에 있는 은수와, 그 품에 있는 딸기에 고정되는 걸로 봐서는 딸기 냄새를 맡고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런 짜몽이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씩-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짜몽아. 딸기 먹고 싶지?”
“먹어도 돼여?!”
“일 좀 도와주면 줄게.”
“시켜주세여!”
짜몽이는 이름 그대로 짜리몽땅한 다리를 들어올리며 어서 일을 시켜달라고 짖어댔다.
나는 그런 짜몽이를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를 네 무릎 높이까지만 파줄래? 넓이는 내 주먹 정도로.”
“알았어여!”
짜몽이는 내 요구에, 아주 빠른 속도로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소리가 나며 흙더미가 주변으로 밀려났고, 순식간에 자그마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덩이에 마당에서 뽑아온 딸기 한 뿌리를 심었다. 그리고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다시 흙을 채워 넣고 주변 땅을 가볍게 다져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조금만 더 도와줘.”
“딸기 줘야 해여.”
“넉넉하게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 장담에, 짜몽이가 열성적으로 내 지시를 따랐다.
한 곳을 지정해주면 짜몽이가 열심히 땅을 팠고, 내가 그곳에 식물을 심고 흙을 다져 넣었다.
“부브브바!”
그리고, 은수는 그렇게 심어진 식물들을 축복이라도 하듯, 식물의 줄기 부근을 가볍게 토닥이고 있었다.
“……뭐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왠지 그 식물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막 옮겨 심은 터라 뿌리가 땅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을 건데, 가지나 줄기 같은 것들이 조금 더 꼿꼿하게 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볍게 은수의 초능력 영향이겠거니- 생각하며, 나머지 작업들을 다 끝내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짜몽이 녀석의 도움으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숙여야 해서 힘든 땅파기가 생략되었기에 꽤나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묘목과 줄기들은 물론, 따로 준비해둔 씨앗들까지 자연구역 전체에 고르게 심어진 것이었다.
집 마당에 있던 것들을 제외하면 아직 묘목이거나, 심지어 씨앗인 상태였음에도 무언가 자연구역이 더 풍족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심은 것들이 크게 자라난다면 더더욱 풍족해질 것 같았다.
“은수도 오늘 심은 게 빨리 자랐으면 좋게지?”
“빠리!”
“어이구, 우리 아들이 이제 빨리라고도 말하네?”
나는 빨리라고 말하는 듯한 은수의 모습에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고생해준 짜몽이 녀석에게 딸기 한 줄기를 다 뜯어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주인님이 키운 딸기가 제일 맛있어여!”
와구와구, 소리까지 내며 허겁지겁 딸기를 해치우는 짜몽이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짜몽이의 도움과 은수의 축복까지 더해지며 심은 식물들은 아주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딸기나 방울토마토 같이 옮겨 심은 것들은 벌써부터 손톱만한 열매들이 맺혔고, 묘목들에서는 자그마한 가지가 뻗어나오며 씨앗들은 새싹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임에도 나와 은수의 초능력 덕분에, 자연구역이 푸르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