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5
0234 평범하지 않은 동물들(2)
어떤 동물들을 보여줄까- 생각하면서 동물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그리고, 때마침 옅은 노란색의 털뭉치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루야!”
다다다 뛰던 마루 녀석이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마자 더 빠른 속도로 내게 달려왔다.
녀석은 내게 다가오자마자 꼬리를 붕붕 흔들어댔다. 사실 어마어마한 속도의 근원이 꼬리가 아닐까- 할 정도로 빠르게 흔들고 있었다.
“쥔님! 쥔님!”
꼬리를 붕붕 흔드는 녀석은 내게 들러붙어 몸을 흔들어댔다. 즐겁게 놀다가 나를 만나니 더 좋다는 듯,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마루를 거의 흔들듯이 쓰다듬고 나서야 녀석이 조금 진정했다.
조금은 얌전해진 마루를 조금 더 쓰다듬어준 나는, 채팅창을 슬쩍 바라보았다. 마루가 나타났다는 것에, 등평도수의 마루를 재현해 달라는 요청이 무척 많았다.
마침 옆에 수로도 있겠다, 나는 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루야. 물 위를 달리는 거 한 번만 보여줄래? 잠깐이면 돼.”
“네!”
마루 녀석은 내 부탁에, 다짜고짜 튀어나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수로를 말 그대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물이 주변으로 파바박 튀어댔지만, 마루 녀석은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를 빠르게 달려 나갔다.
“자, 봐요. 진짜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어 방송에 송출해 주었다. 편집을 끝내고 뮤튜브에 올라가는 영상과 다르게, 방송으로 바로 송출되는 영상은 또 다른 느낌이 많았다.
[개 쩌네 진짜 ㅋㅋㅋㅋ] [개(가) 쩐다] [그러라고 만든 수로가 아닐 텐데?] [방금 비버 밟히지 않았나?] [수로(육지생물용)]채팅창에는 마루가 물 위를 뛰어다니는 것이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뮤튜브로 공개된 것이다 보니, 뿌우뿌우가 코로 푸시업을 하던 것만큼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관람하던 이들이 실제로 보게 되었기 때문인지 더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 위를 달리다가 또 달리기에 확 꽂혔는지, 마루는 돌아오지 않고 자연구역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쟤 또 뛰러 가네…….”
그 모습을 잠시 황당하게 바라보다가, 다시금 다른 동물들을 보여달라는 시청자들의 성화에 걸음을 옮겼다.
“뭐고. 또 뭐 하노?”
채팅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동물들이 무엇인지 체크하며 잠시 걷고 있으니, 포동이들이 다가왔다.
한때는 약탈자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소매요정으로 더 유명해진 포동이들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확인하니,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굿즈 교환권]“……이건 또 언제 넣었어.”
남들한테 물건들을 약탈해서 그걸로 간식을 바꿔먹지 말고, 사람들이 즐겁도록 만들어주고 간식을 얻어먹으라고 주는 교환권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넣어주라고 했었는데, 간혹 우리 가족들한테도 넣어서 문제 아닌 문제였다.
“뭐고. 소포동이. 니가 넣었나?”
“내는 안 넣었다. 행님이 한 거 아이가?”
“뭐라카노.”
“그럼 누가 넣었노?”
포동이들은 서로 투닥거리며 니가 했니 내가 했니 다퉜다.
“너희들……. 이제 무의식적으로 훔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넣고 있냐.”
자기들이 훔친 줄도 모르고 물건들을 약탈하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넣은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들의 황당한 모습에 어이가 없는 것도 잠시였다. 이 녀석들도 평범함을 거부하는 녀석들이었으니, 이 녀석들의 모습도 자세히 보여주면 괜찮겠다 싶었다.
약탈자일 때나, 소매요정일 때나 쉽게 들키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이 움직이는 걸 아주 자세히 보는 사람들은 소수의 팬들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얘들이 잘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고서는, 포동이들에게 메어준 힙색 같은 것을 가져왔다. 녀석들이 사람들에게 뿌릴 교환권을 넣어두는 주머니였다.
거기서 열 개의 교환권을 꺼내 들고서 포동이들에게 다섯 장씩 내어주었다.
“아무한테나 주고 와. 대신, 절대 들키지 않게.”
“아따, 그 정도는 쉽제!”
교환권을 받아 든 포동이들은 아주 쉽다며, 교환권을 물고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폴짝폴짝 뛰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
마치 무언가 급한 일이 있어서 내달리는 것처럼 나아간 녀석들은 주변 한 바퀴를 살짝 돌고서 다시금 돌아왔다.
[뉴비핥짝 님이 3만 원 후원!] [“뭐죠? 넣은 거 맞나요? 아무것도 못 봤는데.”]“넣은 거 맞아요. 얘들이 이제 소매넣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나는 그것을 증명하듯, 조금 전 방송용 휴대폰이 아닌 내 휴대폰을 이용해 찍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고속촬영으로 촬영된 영상답게, 많이 느린 영상이 재생되었다.
단순히 앞으로 폴짝폴짝 뛰어나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고속촬영된 영상으로 보니 녀석들의 움직임이 자세히 보였다.
사람을 피하는 것처럼 뛰어오른 녀석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거리를 벌리며 가지고 있던 교환권 중 하나를 사람들의 주머니에 쑥 집어넣는 것이 보였다.
어찌나 손놀림이 좋은 지, 녀석들이 노린 목표에 교환권을 밀어 넣지 못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왁!”
그리고, 동물원에까지 와서 내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가 한 명이 있는 것 같았다. 몇 초 정도 생기는 방송 딜레이가 끝나니, 한 사람이 휴대폰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 사람의 손에는 조금 전 포동이들이 넣은 교환권이 쥐어져 있었다.
“와, 진심 뭐 넣는 느낌 하나도 안 들었는데……. 아무튼 선물 감사합니다! 포동이들, 너희도 고마워.”
내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맞았던 건지, 포동이들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했다. 물론, 포동이 녀석들에게도 육포를 조금 내어주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않의 웨 동물원에서 방송을 봄?] [진짜 넣었네;; 안 넣은 줄 알았는데.] [진심 손기술 하나는 쟤들이 최고다 ㅋㅋㅋㅋ]손기술을 한 번 거하게 펼쳐준 녀석들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내가 가져왔던 힙색 같은 가방을 갖고 사라졌다.
저 멀리서 또 한 사람의 주머니에 교환권 한 장을 몰래 숨기는 것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녀석들이 아주 좋은 손기술로 들키지 않고 교환권을 넣는 바람에, 동물원의 재방문율이 꽤나 올라갔으니 나로서는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라진 포동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채팅창을 확인하고 있으니 무언가가 훅 다가왔다.
“후르릇.”
다름이 아니라, 편지 하나를 물고 있는 유부가 찾아온 것이었다.
녀석은 내 근처에 가뿐히 착지를 하고서 부리에 물고 있는 편지를 살짝 흔들었다. 마치 ‘당신 것이니 어서 가져가시오!’하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모습에 채팅창이 터져나갔다.
수리부엉이인 유부 녀석이 편지를 물고 있는 것은 소은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소설과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모 세대들에게 무척 유명했던 것들이다 보니, 지금 아이들에게도 꽤나 유명한 것들이었다.
[뭐임? 신수님 마법학교 가요?] [호구왓 신입생(그런데 이제 초딩 딸이 있는)] [1학년은 빗자루 금지니까 뽀니타고 가자 ㅋㅋㅋㅋ] [형 청호 데리고 가자!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놈 한 방에 보내기 쌉가능 ㅋㅋㅋ] [준비물 사 오라는 편지임? 빨리 사러 갑시다 ㄱㄱ]그 소설과 영화를 엮어서 말하는 모습에 나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내가 받으라는 편지는 받지 않고, 웃기만 하고 있으니 유부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편지를 흔들었다.
“고마워.”
“별 것 아니오.”
유부 녀석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당장 딱히 줄만한 것들을 챙기지 않아, 나중에 주기로 약속하며 편지를 확인했다.
“봐요. 제가 신년 인사를 늦게 한 건 아니라니까요?”
유부가 가져온 편지는 근처 공공기관에서 보낸 연하장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팬들이 워낙 많은 데다, 부산에서 꽤나 유명한 관광지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이렇게 연하장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았다. 연말연시가 되면 유부가 물어오는 우편의 절반 정도가 연하장일 정도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연하장임을 확인한 나는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고, 유부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부가 우편배달을 어떻게 하는 건지 이참에 좀 알려드릴게요.”
[첨탑 부엉이장 가나요?] [부엉이 많아요?] [유부는 소포 배달은 못 하나요?]우편배달을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어서 가자고 재촉하기도 하고, 여러 질문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도착하면 대부분 해소될 질문들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동물원에 도착하는 우편들이 모이는 곳으로 움직였다.
동물원의 사무를 보는 건물의 1층 구석에 위치한 곳에 만들어두었는데, 그곳에는 여러 우편과 소포들이 가득했다. 직원들이 직장으로 주문한 택배 같은 것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드론 택배가 아닌 일반적인 택배나 우편들은 보통 여기에 도착하는데, 저희 가족들 거는 따로 분류돼서 이곳으로 모여요.”
나는 구석에 만들어둔, 우리 가족의 이름이 적혀 있는 구역을 보여주었다. 내 이름과 누나의 이름은 물론, 소은이와 은수의 이름도 있었다.
“여기에 우편이나 소포가 있으면, 유부가 시간 날 때마다 들려서 가져다줘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유부 녀석이 누나의 이름이 적힌 곳에 놓인 우편 하나를 물었다.
“지금 은수 데리고 할머니한테 갔는데, 어딘지 알아?”
“부후릇!”
내 물음에 유부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날아올랐다.
“참고로, 유부가 시력이 엄청 좋다 보니, 하늘 높은 곳에서 사람을 찾아서 가기도 해요. 가끔 밖에 있을 때도 유부가 우편을 물어서 올 정도로요.”
하늘을 날아가는 유부를 바라보며 말하니, 역시나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아니, 오히려 소설은 현실이었다며 부엉이가 편지를 물면 편지의 주인이 어디 있든 찾아간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채팅들을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소은이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소은이의 이름으로 온 탓에, 유부가 그것을 물고 소은이에게 갔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명목으로 그 영화 역시 보여주었는데, 소은이가 그것을 보고서 처음에는 자기도 마법학교에 가는 거냐고 물을 정도였다. 내용물에 적힌 집 근처 초등학교의 이름이 아니었더라면 꽤나 고생할 뻔했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웃고 있으니 웬 트럭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택배와 우편물들이 실린 트럭이었다.
“마침 택배가 왔는데, 신기한 거 하나 보여드릴게요.”
나는 트럭에서 내려지는 택배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