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6
0235 평범하지 않은 동물들(3)
[설마 택배분류를 동물들이 하는 거임?] [와 그럼 동물들이 글자도 읽는 건가?] [ㄹㅇ 짐승만도 못한 놈이 많아질 듯ㅋㅋㅋㅋ]택배가 온 상태에서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동물들에게 택배분류를 시키는 건 줄 아는 듯했다.
나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 의견을 부정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기르는 녀석들이라고 해도, 글자를 읽지는 못해요.”
[동물테마주 풀매수 했는데;;;] [아모른직다 일단 가르쳐 보자!] [그럼 동물들이 글자 읽는 것보다 신기한 게 있다는 건가?] [ㄲㅂ]글자를 읽지 못한다니 실망하는 사람이 조금 있는 듯했다. 아니, 어떻게 동물들이 글자를 읽게 만드냐고. 유부도 글자를 읽어서 배송해 주는 게 아니라, 위치에 따라서 해주는 건데.
아무튼, 아쉬워하는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젓고 있으니,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택배 도착 문자를 받은 직원들은 물론, 따로 분류를 하는 직원들까지 몰려온 것이었다.
그렇게 몰려온 직원들은 택배 상자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분류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직원들이 분류하면서도 자신들의 택배를 우선적으로 찾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어 택배를 분류하다 보니, 분류 작업은 금세 끝났다. 수백여 개의 택배 상자가 있었지만, 다 분류되고 일부 직원들이 가져가고 나니 고작 수십여 개의 택배만이 남아 있었다.
[직원들이 택배 분류하는 게 신기한 거?] [아 ㅋㅋㅋ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는 거면 신기한 거라고 ㅋㅋㅋㅋ] [?????]“거 참. 좀 기다려 봐요.”
어서 신기한 걸 보여달라며 떼를 쓰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으니, 멀리서부터 자그마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하고, 마치 드론이 날아오는 듯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드론의 소리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였다.
[꿀벌ㅎㅇ!] [저게 꿀벌이 맞긴 한가 싶다….] [꿀벌(말벌한테 안 짐)] [꿀벌(말벌 1:1로 조짐)] [ㄲㅂㄱㅇㅇ] [신수님 꿀은 팔 생각 없나요? 저번에 우연히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던데 ㅠㅠ]“꿀이요?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안 그래도 자연구역 정비하고 나서 꿀이 너무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채팅들 중 이목을 잡아끄는 채팅 하나에 답을 해주고 있으니, 멀리서부터 다가오던 꿀벌들이 근처로 다가왔다. 내 근처로 다가온 녀석들은 나를 발견하더니 반갑다는 듯 허공에서 유영하며 대화를 위한 페로몬을 뿜어댔다.
‘반가움! 매우!’
“그래, 나도 반가워.”
내게 다가오는 몇 마리의 꿀벌들을 손에 얹어, 손가락으로 날개 사이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녀석들은 그게 좋은 건지, 여러 마디로 되어 있는 배를 움찔거렸다.
잠시 녀석들을 쓰다듬어준 다음, 다시금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꿀벌들이 탐지견보다 후각이 좋은 거. 후각 하나만큼은 얘들도 청호한테 뒤지지 않을 정도죠.”
[콧구멍이 없는데 그게 가능함?] [아니 페로몬으로 길 찾고 하는 거 보면 후각이 개쩌는 거 같긴 한데…] [청호한테 안 뒤진다고? 그럼 개쩌네] [쩌는 것의 기준 : 청호]실제로, 꿀벌들의 후각은 탐지견들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각종 폭발물이나 위험물질은 물론, 질병 같은 것들의 발견에도 꿀벌들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정도였다.
[웨않되 님이 5만 원 후원!] [“그럼 탐지견 보다 꿀벌 쓰는 게 낫지 않나요?”]“음……. 그건 아니에요. 훈련이 비교적 쉬운 탐지견과 다르게, 꿀벌들을 훈련시키는 건 힘들거든요.”
어느 정도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며 뜻을 유추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탐지견과는 달리, 꿀벌들은 단순히 조건 반사식의 훈련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에서 자극을 주는 형태로 훈련을 하는 건데, 그것도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꿀벌들의 수명이 짧다는 거죠. 일반적인 꿀벌들은 애벌레 상태를 포함해서도 두 달 정도밖에 못 살아요. 그러니 그 짧은 시간 동안 훈련을 해서 성과를 내기가 쉬운 건 아니죠. 가능하다, 훈련을 했다, 성과가 있다고 간혹 뉴스가 나오긴 해도 대부분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인 것도 그런 이유가 크죠.”
내가 키우는 벌들도 따로 내가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훈련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일반적으로 양봉 이외의 방법으로 꿀벌들을 이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나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가 꿀벌들을 부리는 것도 이 녀석들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거예요. 더군다나 제가 기르는 녀석들은 일반 꿀벌보다도 수명이 길고, 다음 세대에 훈련된 것을 전파하도록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보면, 갓 성체가 된 개체와 오래 산 개체들이 같이 있죠?”
내가 가리킨 곳에는 힘이 조금 빠진 듯한 개체들과, 색도 진하고 건강해 보이는 개체들이 함께 있었다. 오래 산 녀석들이 이제 막 일에 투입되는 녀석들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제가 신기한 거 보여드린다고 했죠? 얘들아, 시작해.”
벌들을 바라보며 지시하자, 잠시 바닥에 내려앉았던 녀석들이 다시금 힘차게 날아올랐다. 부우우웅- 소리가 나며 날아오른 녀석들은 곧장 택배상자 주위를 빠르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택배상자 위로 안착해서 더듬이를 빠르게 흔들기도 하고, 약간의 틈이 있으면 그곳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보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거 뭐 하는 거임?] [설마?] [훈련 힘들다며! 훈련 힘들다며! 훈련 힘들다며!] [이건 힘든 일이에요(실제로 한 말)]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한 채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벌들이 왜 저러고 있는 건지 눈치챈 분들도 많네요. 맞습니다. 벌들은 지금 택배를 검사하고 있는 거예요. 위험한 것들이나 폭발물 같은 게 있는지 확인하는 거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제가 꽤 유명한 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온갖 것들이 택배로 오거든요.”
정말 온갖 물건들이 택배로 오는 편이었다. 단순히 손 편지 같이 팬들의 선물부터 시작해서, 왜 보낸 건진 몰라도 속옷 같은 것들이나 위협적인 것들이 도착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 한 번은 누군지 모를 사람이 휘발유를 통에 담아서 보낸 일도 있었다.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진 건 아니지만, 께름칙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 벌들에게 각종 물질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지시하고, 벌들이 일단 먼저 분류하도록 한 것이었다.
“일단 택배가 오면, 벌들이 찾아와서 위험한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을 해요. 탐지견들 보다 후각이 뛰어난 벌들답게, 아무리 잘 포장한다고 해도 감지를 해내거든요. 휘발유나 화약 같이 인화성이나 폭발성 물질들을 잘 찾아내죠.”
“찾았을 때요? 그러면 지금 저러고 있는 것처럼 해당 상자 위에서 특정 모양을 그리면서 날아다니……고 있지 왜?”
나는 어느 한 상자 위에서 붕붕 날갯짓을 하며 무한을 표시하는 문자(∞)처럼 움직이고 있는 벌들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평범한 물건들이라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는데, 위험한 물건을 찾아냈다고 표시하고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험. 불.’
게다가 찾아낸 것이 인화성 물질이었는지, 몇 마리의 벌들이 다가와 위험한 물질임을 알려주었다.
[튀어!] [이거 진짜임? 짜고 치는 거 아님?] [뭐 폭탄 들어 있는 거 아니에요? 일단 튀어요!] [타이밍 좀 너무 공교롭지 않나?]내가 당황하니, 채팅창이 번잡해졌다. 미리 연출된 상황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서 도망치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어차피 이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 상황을 해결하는 절차도 있었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잉-
[로봇? 저게 왜 동물원에서 나와?] [4차 산업혁명은 동물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동물원(로봇전시)]바로, RC카 같이 생긴 로봇 하나가 나타나,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들고서 구석에 있는 자그마한 문을 밀고 이동했다.
“다 처리하는 방법이 있죠. 이 방식을 만든다고 쓴 돈만 억 단위니까요.”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었기에, 꽤나 큰돈을 투자해서 위험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둔 상태였다.
“저렇게 로봇이 상자를 수거해서, 따로 만들어둔 방으로 이동해요. 그다음, 그곳에 따로 만들어둔 산업용 로봇팔을 이용해서 박스를 개봉하죠. 엄청 옛날 일이긴 한데, 유나바머라고 소포를 개봉하면 터지게 만든 폭탄 테러범도 있었으니 조심하는 거죠. 아무튼, 그렇게 로봇을 이용해서 개봉한 다음 내부를 확인한 다음 처리하는 편이에요.”
내가 말한 그대로, 벌들이 신호를 표시하던 택배상자를 들어 올린 로봇이 자그마한 문을 통과했다. 이후, 로봇팔이 있는 곳으로 향해 상자를 내려놓는 모습이 CCTV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에 출력되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로봇팔이 움직이며 상자를 개봉하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 로봇은 많은 돈을 들인 보람이 느껴지게, 아주 정확히 상자를 개봉했다. 그리고, 로봇팔의 끝 부분이 뒤집어지며 칼날이 사라지고 흡착판이 나타났다.
테이프가 잘린 상자의 뚜껑 부분을 활짝 열어젖히는 로봇팔 덕분에, 상자 내부의 내용물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데 ㅋㅋㅋㅋ 위험 상황은 아니었던 걸로 ㅋㅋ] [맥이 탁 풀리네;] [범인 : 여왕님] [근데 이것도 나름 위험물질은 맞긴 하잖아 ㅋㅋㅋ]상자의 내용물이 보이니, 채팅창에는 언제 걱정했냐는 듯이 웃음이 가득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택배상자 내부에 들어 있던 것은 누나가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손톱관리용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멀쩡한 제품이었다면 벌들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겠지만, 네일 리무버라고 불리는 아세톤을 담은 용기가 파손되어 있는 상태였다.
조금씩 흘러나온 아세톤의 흔적이 모니터로도 보였기에, 벌들이 그것을 위험 물질로 분류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패널을 조작해 상자를 다시 가져 나오게 만들었다. RC카 같은 로봇이 다시금 상자를 끌고 나왔고, 그것을 다시금 포장했다. 물론, 금이 가서 아세톤이 새어 나오고 있는 용기는 내다 버렸다.
“유부야, 이거 좀 집에 갖다 놔줄래? 베란다에 놔두면 돼.”
“알겠소이다.”
테이프를 둘둘 말아, 유부가 발로 잡을 수 있도록 손……아니, 발잡이를 만들어주었다. 튼튼히 고정해 주니, 녀석은 곧바로 그것을 붙잡고 날아올라, 집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뭐, 잠깐 소동이 있긴 했지만, 저희 집은 이렇게 택배가 안전한지 확인된 다음에 도착한다는 거죠. 벌들 덕분에 이상한 것들이 저희 집까지 들어오는 일은 없어요.”
벌들이 택배를 검사한 이후로, 집까지 이상한 택배가 오는 일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수고한 벌들을 불러들여,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고생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당연한 일.’
자기들이 만드는 꿀보다 맛있는 게 없다는 녀석들인 만큼, 녀석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이었다.
내 손길에 만족한 녀석들이 남은 택배상자도 마저 검사한 뒤, 다시금 집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다시금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뭐……. 이 외에도 여러 동물들이 평범함을 거부하니, 자세히 보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찾아오셔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더 보여줘!] [빼애애애액!] [추가 결제해야 보여 주는 거 같은데?] [이러면 또 가야 하잖아 ㅠㅠ] [너무 감질나게 보여주네. 더 보여줘!]방송을 끌 타이밍을 잡으려 했지만, 후원 메시지가 계속 들어오며 더 많은 동물들을 보여달라고 하는 통에 방송을 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여러 동물들을 더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기다란 풍선을 가지고 용 한 마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풍선 아트의 마스터인 원숭이, 기어 다니기보단 용수철처럼 통통 튀어 다니고 있는 누렁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피막을 펄럭여서 지상에서부터 날아다니기 시작한 하늘다람쥐인 하늘이.
그 외에도 평범함은 거부한다는 듯한 여러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