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7
0236 해양 방류(1)
가볍게 휴대폰을 바라보던 나는 구석에서 광고처럼 올라오는 뉴스 한 토막을 바라보았다.
[해운대 아쿠아리움, 폐업 예정!]해운대에 위치해 있는 아쿠아리움이 폐업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였다. 지역에서 조금 흥미가 있는 뉴스라고 할 수 있었기에, 전국적인 뉴스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 관심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했다.
가지 않은 지 꽤 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때는 자주 찾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누나와의 데이트로 간간이 방문하기도 했고, 소은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두 번 정도 방문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 폐업을 한다는 소식이 조금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렇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휴대폰에 뜬 발신자의 정보가 누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할 일이 있다고 나갔던 누나였기에, 내가 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곧장 받았다.
“어, 누나.”
“수환아. 해운대 구청장이 전화 왔어.”
“구청장? 아니, 해운대?”
나는 누나의 말에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우리 동물원이 있는 곳은 부산진구였기 때문이다. 전화가 와도 보통은 부산진구의 구청장이 전화가 왔지, 해운대 구청장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내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가 있었다. 우연하게도 내가 해운대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의 폐업에 관한 뉴스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꿔줘.”
잠시 기다리라는 누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뚜루루- 하고 통화 연결음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처음 듣는, 조금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해운대 구청장, 장정구입니다.”
가볍게 인사로 시작한 장정구 구청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산 유일의 동물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부산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자기가 부산진구의 구청장이었으면 더 도움을 드렸을 건데 어쩌고 저쩌고. 꽤나 말이 길었다.
아부성에 가까운 말들이라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그래도 잠자코 듣고 있으니 잠시 후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신수환님. 혹시, 해운대에 있는 아쿠아리움이 폐업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아, 네. 조금 전에 기사가 있길래 봐서 알고는 있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해당 아쿠아리움을 인수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아쿠아리움요?”
장정구 구청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쿠아리움이라 하니, 동물원과 결합하면 제법 시너지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너지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었다. 부산의 중심에 위치한 동물원과, 테두리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은 같이 운영해도 딱히 메리트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생각이 없네요. 거리가 거리다 보니, 같이 운영한다고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
동물원이 흥행하고 있는 이유는 내 초능력의 영향이 99%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전 세계 어디를 가서도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동물원이라 흥행하는 것이었지, 단순히 동물들이 많다고 흥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화의 섬에서 그런 것처럼 내 초능력이 어느 정도 한 자리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것이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기엔 조금 무리였다.
현재로서는 진화의 섬을 관리하는 것도 제법 귀찮은 일이었는데, 거기에 아쿠아리움까지 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동물원 지하에 초 거대 수족관을 지어 올리는 형태라면 몰라도 말이다.
“아, 그러시군요.”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조금 서린 듯한 내 목소리에, 장정구 구청장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왜 그러나- 하고 아쿠아리움에 대해 찾아보니, 기부채납 형태의 아쿠아리움으로 매년 해운대구청에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구청에 들어올 돈이 줄어드니 아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화를 한 진짜 목적은 아쿠아리움 인수에 관한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러면 혹시 해양 생물들의 방류와 이송에 도움을 조금 주실 수 있으십니까?”
“방류요?”
“예. 안 그래도 아쿠아리움의 폐업에는 해양 생물들의 폐사도 영향이 있어서 말입니다. 구조된 동물들을 케어해서 방류하는 것도 아쿠아리움의 몫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손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방류해야 할 생물들은 방류하고, 그 외 생물들은 타 아쿠아리움에서 인수할 예정입니다.”
장정구 구청장의 말을 들으니, 그물 등에 잘못 낚인 돌고래 같은 녀석들을 구조하게 되면 아쿠아리움에서 보호하고 치료한 다음 방류한다는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 아쿠아리움의 손해로 고스란히 축적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안 그래도 인구수 감소 등으로 관람객 자체가 줄어들고, 동물 보호 등등으로 인해서 관람 수익이 주는 상황에서 그런 일까지 종종 발생하다 보니 폐업을 면치 못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보수가 없다고 해도, 관련된 내용으로 뮤튜브 영상을 업로드하면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럼 어느 정도로 도와드리면 되는 거죠?”
“타 지역으로 이송될 생물들이 이동 중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이동 자체에 놀랄 수 있잖습니까. 그런 동물들을 조금 진정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방류하게 될 생물들도 방류했을 때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정구 구청장은 딱 필요한 수준의 도움만 원하는 것 같았다.
생활하는 좁은 수조도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긴 하지만, 그보다 몇십 배는 더 좁은 이송 공간은 크나큰 스트레스는 주는 곳이었다. 게다가 물속에 있다고 해도 덜컹거리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더더욱 스트레스를 주게 될 것이 뻔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이나 그 외의 부분에 관해서는 천천히 조율하는 걸로 하죠.”
일정을 비롯한 것은 천천히 조율하기로 했다. 단순 방류를 위한 도움이라면 몰라도, 다른 전시 공간으로의 이송은 상업적인 부분이 가미된 것이었으니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야 하니 말이다.
○ ◑ ● ◐ ○ ◑ ● ◐ ○
“압빠! 나두 갈래!”
“소은이는 안 돼. 수영 잘 못 하잖아.”
“나 잘해!”
내가 아쿠아리움에 간다는 것을 들었는지, 소은이가 내게 들러붙었다. 자기도 아쿠아리움에 가서 상어들이랑 헤엄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떻게든 같이 가고 싶다는 듯, 허공에서 팔을 휘적휘적 흔들며 어푸어푸 소리를 내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래를 끄덕일 뻔했으나, 고개를 내저었다.
스킨스쿠버 경험이 전무한 것은 둘째 치고, 소은이를 데려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소은이가 상어 같은 놈들에게 물릴 일은 절대 없겠지만, 그래도 마구 비벼대며 수중으로 데리고 갈 가능성도 있었으니 말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소은이는 데려갈 수 없었다.
오늘 아쿠아리움에 가는 것도 해양 방류가 결정된 녀석들의 야생 적응 훈련을 돕기 위해서 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히잉.”
“대신, 나중에 아쿠아리움에 같이 구경 가자.”
“그치만 나는 같이 놀고 싶은 걸!”
소은이는 단순히 구경하기보다는, 같이 놀고 싶어 하고 있었다.
어깨가 추욱- 늘어지며, 몸까지 수그러들어 시무룩함을 표현하는 모습에 나는 곤란함을 느꼈다.
“……그러면, 나중에 아빠가 동물원 지하에 아쿠아리움 지어줄게.”
“진짜?! 진짜지! 약속!”
내 말에 소은이가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벌떡 솟아올랐다.
나는 그런 소은이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정구 구청장과 전화를 한 이후, 계속해서 생각해 봤는데 아쿠아리움을 동물원 지하에 짓는 것이 꽤 효과가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육지 생물, 수상 생물 할 것 없이 모두 볼 수 있는 동물원이라면 전 세계 최고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현재의 건설 기술은 소은이가 태어나기 이전의 기술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한 상태였으니, 지하에 아쿠아리움 하나 짓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가진 돈을 좀 탈탈 털어야 하긴 하겠지만, 금전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지을 수는 없어. 소은이도 동물들이 집 짓는 거 봤지? 오래 걸렸잖아. 그것보다 어~엄청 큰 건물을 짓는 거라서 오래 걸릴 거야.”
“갠차나!”
일단 아쿠아리움이 지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듯,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렇게 만족한 소은이를 뒤로하고, 해운대에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아쿠아리움의 관계자가 미리 나와 있었다. 해운대 아쿠아리움이라고 떡하니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에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우리는 곧바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폐업이 결정된 곳이다 보니, 동물들을 빠르게 정리해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보호 중인 상괭이가 다시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네. 야생에서 살다가 우연히 잡혀 보호소에서 치료하게 된 상괭이인데, 폐업 같은 문제 때문에 자연 방류 절차가 많이 미뤄졌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직접 주는 먹이가 아니면 사냥도 잘하지 않는 상태예요. 이대로 자연 방류를 하게 되면 죽기 직전까지 굶다가 사냥을 하던가, 정말 굶어 죽을지도 모를 정도죠.”
아쿠아리움 관계자의 말에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녀석을 직접 만나 보기로 했다.
아쿠아리움에서 제공해 주는 다이버 슈트를 챙겨 입고 산소통까지 둘러메고서 상괭이가 있는 수족관으로 잠수했다.
방류가 결정된 녀석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소형 관상어 같은 녀석들이 다른 아쿠아리움으로 이송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법 넓은 곳을 혼자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완벽한 혼자는 아니었다. 먹이로 쓰는 듯한 오징어 몇 마리와 새우 몇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상괭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헤엄쳐 다가갔다.
쇠돌고래과라는 과에 맞지 않게 돌고래 특유의 뾰족한 주둥이도 없고, 삼각형 등지느러미도 없는 물개 같은 녀석이 심심한 듯,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중간중간 가슴지느러미를 휘적이며 몸을 빙글빙글 돌려대며 심심함을 달래 보려는 모습이었다.
그런 상괭이의 모습에 우우- 소리를 내었다. 호흡기를 물고 있어 그 정도의 소리 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녀석에게 내 소리가 닿기엔 충분했다.
“오옹?!”
내가 낸 소리를 들은 상괭이가 몸을 빙글 돌리더니 무척 반가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향해 빠르게 헤엄쳐 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손을 내밀고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부그르륵!”
물속에 있어, 공기방울 내뱉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를 향해 돌진하던 상괭이 녀석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비록, 움직임만 멈춘 것이라 계속해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속도가 현저히 줄었기에,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녀석의 돌진을 피해낼 수 있었다.
“아코!”
하지만 내가 피한 뒤쪽은 수조의 벽이었다. 녀석은 조금씩 느려지며 약간의 속도를 가진 채 수조의 벽에 충돌했다.
돌고래 특유의 뾰족한 주둥이 없이. 말랑말랑하고 둥글둥글한, 마치 고래의 것 같은 머리가 통- 소리를 내며 수조의 벽을 두드렸다.
그래도 강하게 충돌하진 않았기에, 녀석은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대로 바닥을 향해 가라앉았다.
“……부그륵.”
이대로 두었다간 바닥에 넙치처럼 깔릴 것 같아,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를 담아 공기방울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