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48
0247 숙제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누냐! 이히히.”
은수목에서 은수를 그네에 태워 흔들고 있으니, 학교 수업이 끝난 소은이가 동요를 흥얼거리며 폴짝폴짝 뛰어오고 있었다.
머리에 손을 얹어 깡총깡총 뛰는 토끼를 흉내 내듯 뛰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다른 사람들도 그 귀여움을 참을 수 없었던 건지, 귀엽다며 사진을 찍고 난리였다.
“뀨앙!”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앞으로 레서판다 한 마리가 나와 몸을 치켜들었다.
다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소은이에게 특별한 인사를 해주는 것이었다. 두 손을 한껏 들고 붕붕 흔들어대는 인사를 가끔씩 하는 소은이를 보고 배운 인사였다.
그렇기에, 레서판다의 울음소리도 달랐다. ‘크아앙!’하고 소리를 내던 위협과 다르게, 지금은 ‘뀨앙!’이었다.
“안녕!”
소은이도 그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레서판다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높게 치켜들며 인사해 주었다.
“대나무! 내놔랑!”
비록, 주변에서 대나무를 들고 가던 한 관람객을 뒤쫓아 레서판다가 금세 가버렸지만 말이다.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아!”
물론 소은이는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요를 이어 부르며 폴짝폴짝 뛰어댔다.
뛸 때마다 메고 있는 토끼 가방이 함께 흔들리며 귀여움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폴짝폴짝 뛰어 내가 있는 곳으로 소은이가 다가왔다.
“압빠! 학교 다녀와씀미다! 은수도 안녕!”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꾸뻑- 숙여 보인 소은이가 내게 덥석 안겨들었다. 이후 은수에게 다가갔다.
“누운나!”
소은이는 자기를 향해 손을 뻗는 은수의 손을 맞잡고 몸을 둥실둥실 흔들었다.
여타 남매들과 다르게, 나이 차이가 조금 있다 보니 싸우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소은이가 은수를 아주 잘 챙겨주고 있었으니 더더욱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소은이가 잊고 있던 걸 떠올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따! 압빠, 이거!”
“응? 이게 뭐야?”
갑자기 가방을 뒤적뒤적 뒤지던 소은이가 자그마한 상자를 내게 건넸다.
“학교 숙제! 엄마랑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하래써!”
“숙제?”
무슨 숙제길래 부모의 도움을 받으라고 한 건지 의아했다. 하지만 이내 상자를 개봉하고 나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거, 그냥 학부모용 숙제잖아.’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가 가져온 상자에는 몇 알의 콩과 몇 가지 재료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장의 쪽지와 함께.
[아이들이 식물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관찰하며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콩을 키워주세요. 콩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것은 다른 종이에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학교에서 아이들이 식물이 커가는 과정 같은 걸 탐구하겠다며, 콩을 키우게 한 것이었다. 당연히 초등학교 1학년 생이 콩을 키우기란 힘드니, 학부모가 해야 하는 숙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내가 어릴 때도 비슷한 숙제가 있었고, 엄마가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도 기억났다. 나도 잘 관리를 하지 않고, 엄마가 관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잊혀져서 시들어버렸었지.
그래도 꽤 빨리하는 편인 것 같았다. 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갔을 때 했던 것 같았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교육 수준도 높아지다 보니, 이렇게 이르게 하는 건가 싶었다.
“소은이가 콩을 키우면서, 콩이 자라나는 걸 일기처럼 쓰라는 숙제네.”
“웅! 병아리콩이래써!”
위에서 보면 병아리를 닮았다고 병아리콩이라 이름이 붙은 콩이었다.
‘내가 어릴 땐 강낭콩으로 한 거 같은데. 요즘은 또 다른가 보네.’
콩 키우기 하면 강낭콩이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런 콩 키우기 같은 숙제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더 쉽다고 할 수 있었다.
“소은이 점수는 만점이 확실하겠네?”
소은이가 가져온, 학부모용 숙제를 확인한 누나가 그렇게 평가할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나와 누나는 소은이의 숙제를 도와주기로했다. 사실상 우리의 숙제긴 했지만 말이다.
“어디 보자……. 동봉된 플라스틱 접시에 키친타올을 깔고, 물을 적셔 준다. 그 위에 콩을 올려 불린다. 소은아, 주방에 가서 물이랑 키친타올 두 장만 뜯어서 가져 올래?”
“웅!”
물과 키친타올을 가져오라니, 소은이가 호다닥 뛰어가서 두 장의 키친타올을 뜯어왔다. 한 손에는 물병을 들고서.
키친타올 두 장을 겹쳐, 반으로 접어 접시에 올리니 크기가 딱 맞았다. 그곳에 물을 부어 적신 다음, 병아리콩을 조금씩 간격을 두고 올려놓았다.
“이렇게 있으면 나중에 콩에서 싹이 조금씩 올라올 거야. 소은이도 예전에 본 적 있지? 감자 같은 거에 싹이 났던 거. 똑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게 싹이 날 거야.”
“오오옹!”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니, 소은이가 신기하다며 콩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것도 일기에 쓸까?”
“쓸래!”
소은이는 가방에서 ‘식물관찰일지’라고 적혀 있는 공책 하나를 가져오더니, 바닥에 철푸덕 엎드려 작성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접시에 얹어 놓은 콩을 한 번 슥- 바라보고, 공책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길 반복하는 것이었다.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접시에 콩이 있다- 정도는 표현하는 그림이었다.
“접시에… 콩을…… 올려따…….”
아이답다고 해야 할지, 자기가 쓰는 것을 고스란히 소리 내어 읽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소은아, 올려따가 아니라. 올렸다라고 써야 돼.”
“아라써!”
지우개로 자기가 썼던 걸 슥슥 지우고 다시 쓰는 모습에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소은이가 작성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은수가…… 하나…… 머거따.”
“……어?”
소은이가 일기 쓰듯 일지를 쓰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소은이의 말에 황급히 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콩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 건지, 은수가 무언가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은수야 뭐 먹니……?”
“아-!”
뭘 먹는지 물어봤더니, 은수가 아주 참 친절하게도 입을 크게 벌려 주었다. 자그마한 입안에 옅은 노란빛의 병아리콩이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었다.
“음……. 은수가 누나 숙제를 먹어 치우는구나.”
“눈나!”
“그래그래…….”
자기가 소은이 숙제를 먹고 있다는 자각은 없는지, 은수가 해맑게 웃어 보였다. 나는 소은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강낭콩 같은 건 생으로 먹었을 때 독성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지만, 병아리 콩은 생식을 해도 된다고 적혀 있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많은 아이들이 콩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섭취할 가능성이 있으니 생식을 할 수 있는 병아리콩으로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두 개 이상 먹으면 소은이 숙제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됐기에, 은수가 콩을 더 먹지 못하게 안아 들었다.
“그럼 이제 매일매일, 학교 다녀와서 콩을 확인해 보자.”
“웅!”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매일매일 소은이와 함께 콩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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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을 때는, 콩의 색이 조금 바뀌며 물에 불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내용으로 일지를 쓰는 소은이의 맞춤법을 조금씩 교정해 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되니 불어난 콩들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조금 끝이 갈라지는 듯하더니 1mm 수준의 싹이 나온 것이었다. 싹이라기보다는 무언가가 뽈록- 튀어나온 느낌에 더 가까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런 콩들을 더 지켜보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싹이 더 길게 자라났다. 정말 한 시간 한 시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1mm, 2mm, 3mm. 점점 커져가는 싹이 신기한지, 소은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콩을 확인했다. 물론, 그것은 은수도 마찬가지인지, 소은이가 콩을 확인할 때면 소은이와 같이 사이좋게 콩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압빠! 콩 많이 자랐어!”
그렇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던 소은이가 나와 누나를 열심히 찾았다.
“와아, 많이 커졌네.”
소은이의 부름에 다가가 콩을 바라보니, 정말 싹이 많이 자라났다. 1mm에 불과하던 것이 어느새 1cm가량 자라났다.
“이 정도 자랐으면 이제 흙이 담긴 화분에 옮기라도 되어 있네. 소은이가 해볼까?”
“응응! 은수랑 같이 할래!”
“그래, 은수랑 같이해봐.”
나는 소은이가 가져왔던 상자를 다시 내어주었다. 따로 화분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화분으로 쓸 수 있는 상자에 물건들을 담아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콩들을 키울 수 있는 흙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자 안에 물은 빠지고 흙은 빠지지 않게 망을 깔아주자. 그 위에 1번 흙이랑 2번 흙을 순서대로 부어주면 돼.”
소은이는 상자에 있는 것들을 바닥에 쏟아내고, 그곳에서 상자 바닥과 맞는 크기의 망을 찾아 상자에 깔았다.
“은수가 부어!”
그리고, 은수도 하게 해 준다는 듯, 흙이 담긴 봉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뜯어서 준 덕에, 은수는 곧바로 상자에 흙을 들이부었다. 입자가 굵은 흙들이 봉지에서 상자로 쏟아졌다.
“이거도 은수가 할래?”
“할꾸!”
두 번째 흙이 담긴 봉지 역시, 소은이가 은수에게 양보했다. 은수는 소은이가 뜯어 주는 봉지를 잡고 상자에 흙을 채워 넣었다.
“다해써!”
“그럼, 흙을 손가락으로 콕 찔러서 콩 개수만큼 구멍을 파. 1cm 정도 하면 돼.”
내 말에 소은이와 은수가 사이좋게 흙에 손가락을 콕콕 찔렀다.
그리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인지, 곧바로 파낸 곳에 콩을 쏙쏙 채웠다.
“거기에 주변 흙을 덮어주면 돼.”
“많이 자라야 돼!”
소은이는 콩이 많이, 빨리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흙을 덮고 있었다.
이후, 은수가 그 위를 가볍게 토닥토닥 두드리며 흙을 다졌다. 뭔가 알고 한다기보다는, 내가 화단 작업을 할 때 옆에서 바라보았던 경험과, 본능적으로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보인 것에 가까웠다.
어쨌거나, 그렇게 상자 겸 화분에 콩을 옮겨 심은 다음에도, 소은이와 은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콩을 확인했다.
흙을 비집고 싹이 올라오는 것에 감탄하고, 그 싹이 조금씩 자라나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그 싹의 끝에 이파리 같은 것이 튀어나오는 것에 또 감탄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파리가…… 나왔따……. 엄청…… 신기해따……!”
당연히 소은이는 그 모습을 보며, 일지를 작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열심히 자기가 느낀점 같은 것들을 함께 기록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곁에서 은수가 병아리콩이 자라나는 것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다만, 오히려 그 탓에 병아리콩이 더더욱 빠르게 자라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 자기 전에 봤을 때는 3~4cm 정도였던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7~8c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우와! 엄청 마니 컸어!”
“마이커!”
그 모습을 바라본 소은이와 은수가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콩들은 자그마한 흙에서도 빨아낼 영양분이 많다는 듯,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커갔다.
하루에 5~10cm씩 줄기가 길어져서, 소은이가 숙제를 받아온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으며 지지대를 꽂아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소은이가 화분을 학교에 가져가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워낙 빠르게 성장한다고 일지에 적은 탓에, 선생님이 의심하는 것이었다.
‘……다른 애들은 이제 싹이 트는데, 우린 한 30cm 정도 자랐으니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긴 하지.’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길게 자라난 콩들을 가지고 소은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소은이 담임 선생님을 놀라게 만들고 나니, 콩들은 화분마저 작다고 여겨질 정도로 자라나, 꽃까지 피어났다.
“압빠! 콩 생겨써!”
그리고, 꽃이 나고 며칠이 더 지나니, 꽃이 있던 자리에 초록색의 동글동글한 콩 열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 이 콩 열매의 껍질을 까면 소은이가 심었던 콩이 나오게 되는 거야.”
“우와아아!”
콩 심은 데 콩 난다- 라는 것을 알려주니, 소은이가 무척 신기하다고 했다.
물론, 은수는 그렇게 수확한 몇 개의 콩을 입에 털어 넣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