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4
0253 수조 채우기(2)
“오빠, 상괭이는 어디 있어요?”
상괭이를 찾으러 간다고 말을 해둔 상태였기에, 바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괭이를 찾고 있었다. 분명 노트북에는 점이 겹쳐져 있으니, 보일 법도 했건만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기 스스로도 이상한 질문이라고 인식했는지, 에헤헤 웃으며 바닷속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면에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바닷속에 있을 거야. 게다가 녀석한테 달린 GPS도 완벽한 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오차가 있을 수도 있고.”
오차를 감안하면 이 주변 일대를 다 둘러보긴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찾을 거예요?”
“……어떡하긴. 들어가야지 뭐.”
나는 따로 구비해 둔 잠수복과 산소통을 챙겨 들었다. 주변을 바라보니 어느덧 파도 하나 없이 바다가 잔잔한 상태였다. 입수하기 딱 좋아 보이는 상태인 것이었다. 게다가, 이 주변에는 위험한 해류도 없어 보였다.
재빨리 잠수복과 산소통을 들쳐 멘 다음, 바닷속으로 퐁당 빠져들었다. 따로 잠수까지 하고 싶진 않았던 바리가 위에서 GPS를 확인하면서 무전을 해주기로 했다.
“오……!”
“오빠 왜요?”
“아래쪽 풍경 엄청 좋아서.”
무전을 위해 헬멧 형태로 제작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주변이 무척 깨끗하게 잘 보였다.
온통 푸르른 물과, 해안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다 보니 깊은 수심에서 보이는 짙은 푸른색이 쫘악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깊은 수심에서 오는 그 푸른색이 조금 사람의 공포심을 가볍게 자극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볼만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풍부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디를 보더라도 한두 마리씩 있는 물고기들 덕분에 마냥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포심을 살짝 자극하는 짙은 푸른색의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언가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상괭이인가?’
제법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에, 상괭이가 지나간 건가 싶었다. 나는 곧장 몸을 움직이며 조금 더 깊은 곳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짙은 푸른색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내려가니, 순식간에 지나갔던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의 정체는 상괭이가 아니었다.
“뭐야, 바다거북이잖아.”
빠르게 지나갔던 동물의 정체는 바다거북이었다.
그 바다거북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거북 녀석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주변에서 인간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를 향해 호기심을 드러냈다.
조금씩, 경계를 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접근하기 시작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에, 나는 미리 챙겨두었던 물고기 한 마리를 꺼내 들었다. 일종의 미끼 같은 것으로 쓰기 위해 미리 챙겨 온 정어리였다.
손질된 정어리를 쥐고 슬쩍 흔들었다. 물속에서 그 정어리의 냄새 같은 것이 퍼져나가는 건지, 바다거북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가까이 접근한 녀석을 향해 정어리를 슥- 밀어주었다. 물속을 유영하며 거북에게 날아간 정어리는 순식간에 녀석의 주둥이로 들어갔다.
“맛있어!”
“하나 더 먹을래?”
“하나 더? 좋아!”
새로운 정어리 하나를 흔드니, 바다거북이 내게 호다닥 접근했다. 빠르게 다가온 녀석은, 내가 제 등껍질을 만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내 손에 있는 정어리를 베어 물었다.
“안녕?”
“으능!”
정어리를 베어문다고 정신없는 바다거북이었지만, 내 인사에 어떻게든 반응을 해주었다.
그 모습에 녀석의 머리나 등껍질을 조금 쓰다듬었다.
가까이서 보니, 녀석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푸른바다거북임을 알 수 있었다. 등껍질 부분만 하더라도 내 상체보다도 더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녀석도 아쿠아리움에 함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북아, 거북아. 나랑 같이 갈래?”
나는 곧장 거북이를 꼬시기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음대로 포획해서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잡은 물고기들은 딱히 대화가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낚아 올린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호기심을 드러내는 거북이를 꼬시는데 집중했다.
“나랑 같이 가면 좋을 거야. 포식자의 공격이나, 먹이 걱정 같은 건 하지 않게 해 줄게. 물론, 네가 살던 이 자연처럼 끝없이 펼쳐진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좁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거야. 언제든지 원한다면 이곳에 돌아올 수 있게도 해줄 거고.”
“정말? 이런 거 계속 주는 거야?”
“그래. 약속할 수 있어.”
“그러면 좋아!”
다른 건 몰라도, 먹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성장한 바다거북은 어지간한 동물이 아니고서는 천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무척 마음에 든다는 듯, 나를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머리를 비벼대고, 넓적한 지느러미 같은 다리로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가볍게 웃으며, 녀석을 거칠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녀석의 등껍질 양쪽 끝 부분을 꽈악 붙잡았다.
“잠깐 이 주변을 돌아보려는데, 도와줄래?”
내가 이곳에 잠수한 근본적인 이유는, 방류했던 그 상괭이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꽉 잡아!”
바다거북은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듯, 등껍질을 꽉 붙잡으라는 소리를 했다. 녀석의 말에 조금 더 손아귀에 힘을 주니, 바다거북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다.
거북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하니, 아라를 타고 비행할 때 바람이 얼굴을 때리듯이 물이 온몸을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바다거북을 붙잡고 잠시동안 빠른 속도의 수영을 즐겼다.
그러던 도중 또 무언가 하나가 조금 더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언뜻 보인 것 같았다.
“저기로 가자.”
팔에 힘을 주어 바다거북의 방향을 살며시 틀어주니, 녀석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헤엄쳤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다.
“찾았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된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면이 꽤나 멀게 보일 정도가 되니, 드디어 상괭이 녀석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와아! 또 만났어!”
내 외침 때문인지 상괭이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순간 몸을 꿈틀거리다가, 내 얼굴을 떠올렸는지 기쁜 모습으로 호다닥 다가왔다.
녀석은 내가 붙잡고 있는 바다거북을 살짝 쳐다보고선, 나와 바다거북 사이를 파고들었다. 마치 바다거북을 질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푸하핫- 웃음을 터트리며, 상괭이를 끌어안고 몸 전체를 쓸어주었다.
“나도!”
물론, 상괭이에게 밀려난 바다거북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녀석도 상괭이를 밀어내려는 듯이 파고들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 그만!”
이대로 있다간 두 녀석의 칭얼거림에 밀리며 영해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녀석을 진정시킨 다음, 나는 곧장 상괭이에게 같이 갈 것인지 물어보았다. 이전에 했던 말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녀석은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긍정을 표했다.
바다거북과 상괭이 두 녀석 모두 나와 함께 가길 선택했기에, 천천히 두 녀석을 데리고 수면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올라가면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올라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두 녀석을 데리고 수면으로 올라가니, 바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왔……. 거북이는 덤이에요?”
상괭이를 데려 온다던 사람이 바다거북까지 데려왔다는 것에, 바리가 조금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가볍게 웃은 나는 곧바로 배에 올라, 배에 달려 있는 크레인을 작동시켰다. 애초에 상괭이 녀석을 데려오기 위한 배였기에, 상괭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이 달린 상태였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인지, 상괭이 녀석은 아주 수월하게 크레인에 스스로 매달렸다.
위잉- 소리가 나며 크레인이 움직이고 나니, 커다란 상괭이 전용 수조에 상괭이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바다거북 역시 아주 쉽게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바리야. 일단 복귀했다가, 다시 나오는 거로 해야겠다. 워낙 많이 잡아 놔서, 한 번 비워야겠어.”
수많은 물고기에 더불어 상괭이와, 예상치 못했던 바다거북까지 포함되니 수조가 거의 가득 차게 된 상태였다.
“그럼 가는 김에 집에서 자고, 아침에 만나는 걸로 해요!”
“그래, 그러자.”
나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바리의 모습에, 곧장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미리 준비한 차량을 이용해 동물원 속 아쿠아리움으로 도착한 나는, 곧바로 낚아 올린 물고기들과 상괭이, 바다거북을 수조에 풀어놓았다.
이미 모든 공사가 끝나, 수조에 물까지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돔을 비롯한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주변을 헤엄치기 시작했고, 상괭이와 바다거북 역시 주변을 기웃거리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3층 전체를 관통하는 수직 수조와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수평 수조가 붙어 있었기에, 두 녀석은 아주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두 녀석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만들어낸 수조가 나름대로 만족스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압빠! 돌고래가 동글동글해!”
“신기하지? 상괭이라고 하는 동물이야. 돌고래랑은 친척이라고 할 수 있어.”
“우와!”
당연한 말이지만 수조에 물고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에, 소은이가 아쿠아리움을 찾아와 구경하고 있었다.
소은이는 상괭이가 특히 신기했던 건지, 상괭이를 빤히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물론, 상괭이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은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예뻐! 공주님이야!”
녀석은 자신을 바라보는 소은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소은이가 손을 휘휘 휘저을 때마다 그 손짓에 맞춰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질투를 느낀 바다거북 역시 소은이의 손짓에 맞춰 상괭이와 함께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
“웅! 좋아!”
“물고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지?”
“더 많이 많이 많으면 좋겠어!”
소은이가 두 팔을 크게 펼쳐 보이는 것에 가볍게 웃은 나는, 다시금 바리와 함께 바다로 나섰다.
이후, 수백여 마리의 일반 물고기와, 수십여 마리의 멸종위기종의 해양생물들을 수조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