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5
0254 아쿠아리움
엄청난 수의 해양생물들을 수조에 넣은 나는 수조 내부를 열심히 꾸미기 시작했다.
수조에 들어간 해양생물들과 잘 어울리도록 인테리어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바닥 일부에는 커다란 돌덩이나 모래바닥을, 또 다른 일부에는 산호 같은 것들을 깔아 둔 것이었다. 물론, 모래가 있는 곳에는 수많은 해초들을 심어둔 상태였다.
덕분에 주변 환경이 무척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자면 정말 자연의 바닷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아쿠아리움인데, 그 최하층 전체가 메인 수조의 바닥 부분이라 특히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바다의 심해에서 따와서 심층이라고 부르는 최하층은 층 전체가 수조인데, 그곳에 투명한 터널을 뚫어놓은 듯한 형태로 길을 만들어냈기에 더더욱 바닷속의 느낌을 주고있었다.
심층에서는 어디를 둘러본다고 해도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환아, 저거 대게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가족들과 1차적으로 아쿠아리움을 둘러보던 도중, 누나가 심층에서 보이는 것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갈색의 커다란 게들이 돌덩이들 사이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간이 밥상에 오르던 녀석들이 아쿠아리움 수조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으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드는 듯했다.
“쟤들 어디서 가져온 건 줄 알아?”
“어디서 가져왔는데?”
“수산시장.”
“…….”
“아니, 바리가 미끼로 쓸 생선을 산다고 갔는데 있더라고. 그래서 냉큼 사 왔지.”
내 말에 누나가 묘한 시선으로 대게들을 바라보았다.
밥상에 올라오던 종이 수조에 있는 게 아니라, 밥상에 올라갈 뻔했던 녀석들이 수조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대게들이 있는 곳을 지나니, 다시금 누나와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구경한다는 듯 고개를 연신 돌리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심층의 바닥에는 온갖 해양생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산호초 주변으로는 자그마한 열대어 같은 물고기들이 모습을 숨겼다가 드러내길 반복하고 있었고, 기다란 곰치 같은 녀석들도 한 번씩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 외에도 모래가 깔려 있는 곳에는 해초가 하늘 거리며, 넙치 같은 것들이 바닥에서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 해초들 사이에도 온갖 생물들이 가득했다.
자그마한 새우들은 물론이고, 얇은 해초에 꼬리를 엮고 있는 해마 같은 녀석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주 가끔이긴 해도 몇몇 조개들이 펄럭펄럭 수중에서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뿌! 아뿌! 쩌거!”
“응? 저거 보고 싶어?”
누나가 편하게 구경하라고 은수를 안고 있던 나는, 어딘가를 가리키는 은수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바닥에 살짝 내려주니, 아장아장 걸어서 수조의 벽면에 찰싹 달라붙은 은수가 하늘하늘 움직이는 다시마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물고기 한 마리가 움직이며 해초가 크게 들썩이니, 은수도 몸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마치 다시마를 따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꺄하하하항! 좀 더 빙글빙글!”
그리고, 소은이는 자신이 왔음에, 수조의 벽면을 따라 움직이는 상괭이와 바다거북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빙글빙글 돌려대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 참 개성적이야.”
“그러게.”
우리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이들의 성향이 참 자기들 초능력을 따라간다 싶었다.
그러던 도중, 제법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주변을 아주 느긋하게 헤엄쳐 가고 있었다.
“수환아, 저건 뭐야?”
“아, 다금바리야.”
“바리?”
“걔 말고. 진짜 물고기 다금바리. 바리가 우연히 잡았던 녀석이야. 다금바리가 드디어 다금바리를 잡았습니다! 하고 카메라 보고 소리치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
다금바리를 낚았던 바리의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팔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강한 힘을 자랑하는 다금바리와 힘싸움을 하고 결국 낚아 올렸던 바리는, 카메라를 보며 거의 울 것처럼 환호했었다.
“다금바리면…… 엄청 비싼 물고기 아니야? 바리한테 따로 뭐라도 해줘야겠네.”
“오히려 바리가 여기에 맡긴 거야. 자기가 잡은 다금바리가 잡아 먹히는 게 아니라,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대신, 아쿠아리움에 다금바리에 관한 표지판을 만들 때 자기 이름을 꼭 새겨달라고 하더라.”
“바리도 생각보다 엉뚱하구나.”
내 말에 누나가 피식 웃었다.
“얘들아, 다른 곳들도 둘러봐야지.”
웃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3개 층 중에서 심층도 다 구경하지 않았다.
“오옹, 저거 어제 점심에 나온 물고기같이 생겨써!”
소은이는 상괭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넙치를 보며, 학교 점심시간에 먹었던 메뉴가 떠오른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가자미 같은 것이 나왔겠거니- 생각을 하며, 가족끼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수십 마리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앗!”
그러던 도중 갑자기 머리 위쪽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에, 누나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걱정 마. 가오리니까.”
갑자기 드리운 어둠은 가오리 녀석이 참 공교롭게도 조명이 내리쬐는 부분을 절묘하게 가린 탓이었다. 덩치가 그리 작지 않은 녀석이다 보니, 조명을 가리며 생긴 그늘이 제법 컸다.
“가오리도 잡았어?”
“잡은 건 아니고, 받았어. 어떤 어선에서 잡았는데, 처리하기 곤란하다고 하던 걸 받아 온 거야.”
낚시를 하던 도중, 근처에 다가왔던 다른 어선에서 잡은 가오리였다. 어떻게 잡은 건진 몰라도, 갑판에서 독침에 찔리지 않기 위해 파닥거리던 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났다.
“아빠 쟤는 모야?”
“가오리야. 정확한 이름은 노랑가오리. 배 쪽이 조금 노랗지?”
“웅. 근데 쟤 표정이 이써!”
소은이는 머리 위, 터널이라 할 수 있는 원통에 척- 걸터앉은 가오리에 흥미를 보였다.
특히, 이모티콘처럼 생긴 가오리의 얼굴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조금 웃는 것 같기도 한 가오리의 모습에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가오리는 꼬리에 독침이 있어. 그래서 만지면 죽을 수도 있어.”
“히엑!”
“그래도 소은이는 가시를 꺼내서 만지는 게 아니면 찔릴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딱히 식재료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오리와 약간의 대화가 통했다. 그걸 감안하자면 가오리의 독침에 소은이가 공격당할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소은이와 가오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서, 계속해서 아쿠아리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닌 심층에서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은수는 해초들이 무척 마음에 든 듯,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해초들이 있으면 가까이 가길 원했다.
당연히 소은이는 새롭게 만나는 해양생물들이 좋기 때문에,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도도도도- 뛰어다닐 정도였다.
물론, 아이들만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수환아, 저기 쟤 좀 봐. 너무 귀엽지 않아? 어떡해! 사진, 사진 찍어야겠다!”
누나도 매우 좋아하고 있었다. 바로, 아쿠아리움에서 귀여움을 담당할 ‘우무문어’를 보았기 때문이다.
주먹만 한 문어였는데, 다리도 짧은 데다 머리 위에는 고양이의 귀 같은 것이 달려 있는 우무문어였다. 다리로 머리 부분을 슥슥 문지르면서 모래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귀여움으로 무척 유명한 동물이지만, 심해에 살다 보니 일반 아쿠아리움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내 초능력 덕분에 어떻게든 낮은 수압에서도 적응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조금 더 돌아다니며 심층을 모두 둘러본 우리가 향한 곳은 두 번째 층이자, 중층으로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우아아아아아아! 페엥이다아아!”
중층으로 올라간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페엥이었다. 애초에 갈라파고스의 바다에서 살아오던 녀석 답게, 큰 메인수조를 제집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페엥의 곁에서 물범 한 마리가 페엥을 쫓아 헤엄치고 있었다.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지는 몰라도,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포획되었기에 찾아온 녀석이었다. 수조에 넣어 주었더니, 페엥 녀석과 잘 어울려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물범이 작은 녀석이다 보니,
“쟤는 누구야?”
“점박이물범이야. 보면 몸에 까만 점이 많지? 그래서 점박이물범이라고 부르는 거야.”
“오오오옹!”
소은이는 무척 신기하다는 듯이 상층과 심층까지 이어져 있는 수조의 벽면에 얼굴을 찰싹 붙였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조만간 어떻게든 수조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그 두 녀석뿐만 아니라 상괭이와 바다거북을 비롯해서 여러 대형 생물들이 가득한 상태였으니, 소은이가 탐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메인 수조가 아니라 다른 구경거리들 역시 둘러보기 시작했다.
층 하나가 통째로 수조가 되어 터널을 만들어둔 심층과 달리, 중층은 거대한 메인수조의 일부와 벽면에 만들어둔 중형 수조들이 가득한 구조였다.
중층의 수조에는 다른 해양생물과 합사가 불가능한 몇몇 종들을 전시해두고 있었다. 메인 수조의 동물들을 모조리 잡아먹거나, 해초들을 다 뜯어먹을 녀석들 위주였다.
그런 녀석들도 한 번 다 훑어본 다음, 가장 위층인 상층으로 올라왔다. 맨 아래부터 올라오는 형식으로 관람을 시작했기에 상층을 마지막으로 관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 마지막으로 상층. 여기는 주로 체험이 가능한 형태의 해양생물들이 있어. 아니면 화려하거나.”
상층에는 아이들이 만져도 될만한 해양생물들을 전시해 두었다. 낮은 높이의 개방형 수조에 불가사리나 해삼 같은 것들, 아니면 조개 같은 것들을 주로 전시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층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독이 있는 생물들이었다.
독 때문에 따로 개방해두진 않았지만, 독을 가진 동물들이 가진 특유의 화려한 외형은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조였다.
“이건 파란고리문어라고 하는 독문어야. 지금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티가 잘 나지 않는데,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파란색 고리가 튀어나와.”
“보구시퍼!”
내 설명에 소은이가 보고 싶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문어의 몸에 파란색의 고리들이 가득 생겨났다. 딱히 위협을 느꼈다기 보단, 소은이가 원한다는 것을 느낀 듯했다.
역시 소은이라는 생각을 하며, 독을 가진 다른 동물들을 구경했다.
아름다운 연체동물이라고도 불리는 푸른갯민숭달팽이, 독침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청자고둥, 해파리라는 이름이 붙지만 해파리가 아닌 고깔해파리 등등. 여러 독이 있으면서 화려한 동물들은 곁을 지나가면 시선을 확 사로잡는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심층에서부터 거꾸로 관람을 시작한 우리의 관람이 녀석들을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어때?”
“나는 좋아! 내일 또 올 거야! 페엥이랑 땡땡이랑 동글이랑 바북이랑 놀 거야!”
벌써 점박이물범, 상괭이, 바다거북이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인지 소은이는 동물들과 놀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한동안 소은이가 메인 수조에 뛰어들려는 걸 막으려고 힘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내저으며, 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은수에게도 물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어차피 해초에만 관심 있는 은수였으니 패스하기로 한 것이었다.
“누난 어때?”
“난 좋아. 특히 우무문어가 제일 좋았어. 일반 관람객들한테 개방해도 될 거 같아. 충분히 돈을 내고서라도 관람할만해.”
나름 괜찮은 평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관람까지 마친 다음 아쿠아리움을 개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