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6
0255 다이빙
“안 돼.”
“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래도 안 돼.”
내 옷을 붙잡고 애교를 부리듯 몸을 흔들며 떼를 쓰는 소은이의 모습에 순간 허락할 뻔했다.
“왜에! 나두 수영할 수 이써!”
다름이 아니라, 역시나 걱정한 대로 소은이가 메인 수조에 뛰어들겠다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손짓으로 빙글빙글 돌게 만드는 등으로 함께 놀기는 하지만, 역시 직접 만지고 놀고 싶어 했다. 소은이에게 동물 친구들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직접 놀 수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압빠, 압빠. 웅? 웅웅웅?”
헤실헤실 웃기도 하고, 통통 튀기도 하고, 고개도 갸웃거리고, 끌어안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며 귀여운 척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어떻게든 메인 수조에 들어가기 위한 허락을 받으려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그 모습은 내 방어막을 순식간에 걷어냈다.
“어휴……. 알았어.”
“와앙!”
기쁘다는 듯이 만세를 한 소은이가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허락해 주긴 했지만, 마냥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잉.”
그냥 허락해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소은이가 조금 아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서, 소은이가 메인 수조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알려주었다.
“며칠 전에 들어온 언니 알지?”
“다인이 언니!”
“그래, 윤다인 언니. 그 언니한테 수영을 배우면 들어가게 해 줄 거야.”
“나 수영할 수 있는데!”
어푸어푸- 소리를 내며 팔을 휘젓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락해 줄 수는 없었다.
“메인 수조는 엄청 깊어서, 그냥 수영만 할 줄 아는 걸로는 안 돼. 제대로 수영을 할 줄 알아야지.”
“우웅. 아라써.”
단호한 모습으로 말하니, 소은이도 더 이상 떼를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서 배울 거야!”
“아빠랑 같이 가자.”
당장 뛰어가려는 소은이를 데리고, 윤다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윤다인이라는 사람은 아쿠아리움을 개장하기 직전에 고용한 사람이었는데, 메인 수조에서 일종의 공연을 하거나 동물들을 케어할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수영에 관련된 초능력을 보유한 초능력자였는데, 수영복 하나 딸랑 입은 채로 프리다이빙을 하는 여자였다. 수중에서 숨 한 번 쉬지 않고 1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데다, 최고 수심 150m까지 내려간 기록마저 가지고 있었다.
윤다인이라는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판타지 소설 같은 곳에서 나오는 운디네나 운다인 같은 물의 정령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윤다인을 찾아 나섰다.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아쿠아리움 뒤쪽에 있는 곳에서 공연 연습을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어? 사장님?”
인어공주 느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었기에, 다인은 두 다리를 감싸는 비늘 같은 재질의 지느러미가 달린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요. 후후후!”
다인은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소은이가 쪼르르- 달려갔다.
“언니언니! 진짜 인어였어?!”
다인에게 다가간 소은이는 다인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옷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다인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물속으로 퐁당- 잠수해 들어갔다.
“보그르르륵.”
“압빠! 다인이 언니가 인어였어!”
물속에서 거품 방울이 보그르륵 올라오는 것에, 소은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인이 물속에서 숨을 내쉬며 생긴 거품방울이었지만 소은이에겐 마치 인어가 말을 거는 것처럼 들렸나 보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될까- 생각하고 있으니, 물속에 뛰어들었던 다인이 물 밖으로 올라왔다.
“짜잔!”
“다리다!”
그것도, 물속에서 인어코스튬을 벗어낸 건지 수영복차림의 모습으로 나온 것이었다.
“언니는 사실 인어로 변할 수 있는 초능력자야!”
“와아아앙!”
다인의 말을 정말 믿는지, 소은이가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물속에서 벗어둔 코스튬이 수면으로 둥둥 떠올랐다.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 쪽으로 코스튬을 묶어뒀던 건지, 뒤늦게
“……사실, 뻥이야.”
“잇쒸!”
자기가 속았다는 걸 깨달은 소은이가 발을 콩 구르며 짜증을 냈다.
그 모습에 나와 다인이 웃음을 흘렸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소은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이번만 봐줄 거야.”
“고마워. 그런데 소은아, 여기는 왜 온 거야?”
“수영 배우러!”
새침한 표정을 짓던 소은이는 다인의 물음에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 딱히 다인이 원하는 수준의 대답은 아니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다인의 모습에 내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은이가 메인 수조에 들어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같이 놀고 싶은 동물들이 좀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아무튼, 소은이가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을 가지고 깊게 잠수할 수 있도록 좀 가르쳐주세요. 수영을 할 줄은 알아도, 깊게 잠수하는 방법은 모르니까요.”
동물원에 수로가 생길 때부터 소은이는 그곳에서 간간이 수영을 했었다. 당연히 또래에 비해 수영 실력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깊은 곳에서의 수영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었다.
“어느 수준까지 가르치면 될까요?”
“산소통을 메고 있는 기준으로, 심층 바닥까지 내려가서 30분 정도는 놀 수 있을 정도로요.”
“아직 어린데, 괜찮을까요?”
다인은 소은이가 8살이라는 것이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 초능력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괜찮아요.”
소은이가 8살이긴 하지만, 평범한 8살과 똑같다고 볼 수 없었다.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연습을 겸하면서 소은이의 수영도 봐주겠다며 소은이에게 곧장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게 산소통인데, 이걸 메고 들어가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어. 이걸 입으로 물고, 숨을 쉴 때는 무조건 입으로 쉬어야 해. 코로 쉬면 많이 다칠 수 있거든.”
소은이는 다인의 곁에서 열심히 다이빙에 관한 것들을 배워갔다. 어린이용 산소통을 따로 준비해 주니, 그것을 이용해 아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메인 수조에서 동물들과 함께 헤엄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다인에게 수영을 열심히 배운 소은이는 결국 메인 수조에 다이빙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늘어났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으며 자라난 소은이는, 체력이나 습득력 모두 최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소은이에게 다이빙을 배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압빠! 나 메인 수조에 들어가도 되는 거지? 웅? 웅웅?”
소은이는 어서 대답해 달라고 재촉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응- 하고 한 마디만 해주면 당장이라도 메인 수조로 뛰어들 것 같은 그 모습에, 소은이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좋아. 들어가도 돼. 대신, 아빠가 볼 때만 들어가는 걸로.”
“웅! 그럼 지금 바로 들어갈래!”
마침 보고 있으니 괜찮지? 하고 말하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메인 수조를 향해 움직였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은 곳을 통해 들어가니, 수조의 뻥 뚫린 윗부분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곳에는 벌써부터 선객들이 있었다.
“얼른 오라는 거양!”
“들어와서 같이 놀아요!”
“타!”
“들어와.”
페엥, 상괭이, 바다거북, 점박이물범이 수조의 입구에서 옹기종기 모여 소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소은이는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더니, 내가 따로 준비해 준 잠수복을 들고 탈의실로 쏙- 들어갔다. 혼자서도 잘해요~ 하듯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소은이는 산소통을 들쳐 멨다.
“끄응!”
제법 묵직한 산소통이었지만, 우월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일어난 소은이가 천천히 물속으로 몸을 담갔다.
“후히히히! 가자!”
수조에 들어간 소은이는 곧바로 동물들을 이끌고 아래로 잠수하기 시작했다.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특별제작한 헬멧형 마스크를 쓴 소은이는 머리까지 물에 잠기자, 곧바로 곁에 있던 바다거북, 바북이를 끌어당겼다.
당연히 바북이가 끌려오기보다는, 소은이가 바북이에게 다가가는 느낌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바북이에게 다가간 소은이는, 그대로 바북의 커다란 등껍질 위에 몸을 올렸다. 내 상반신보다 조금 더 커다란 수준의 등껍질이었기에, 소은이가 올라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북이의 등에 올라탄 소은이 주변으로, 세 마리의 동물들이 다가왔다. 펭귄 페엥, 상괭이 동글이, 점박이물범 땡이. 세 마리가 마치 호위라도 하듯 포지션을 잡으며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저기로 가자!”
소은이는 동물들이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아래를 향해 잠수를 시작했다.
다만, 소은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북이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바북이의 위에 올라탄 소은이는 바북이가 이끄는 대로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천천히, 소은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내려가니, 어느새 중층의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다.
“와아앙!”
소은이는 제 곁을 스르륵 지나가는 수십여 마리의 물고기 떼를 보며 환호하더니, 바북이의 등껍질에서 내려와 녀석들을 쫓기 시작했다.
같이 가! 하고 소리친 소은이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며 물고기 떼를 쫓았다. 손에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던 물고기 떼는 수조의 끝 부분에 도달했을 때 방향을 휙- 틀었다. 소은이가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또 소은이를 즐겁게 해 주려는 것처럼 소은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잠수복을 입고 있었기에 물고기들이 피부에 닿는 건 아니지만, 잠수복 위로 물고기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지 소은이가 간지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은이 주변을 회오리치듯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를 호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세 녀석들이 호다닥 다가왔기 때문이다.
페엥, 동글이, 땡땡이. 누구 하나 물고기를 먹지 않는 녀석이 없었다. 주는 먹이만 먹도록 교육이 되어 있긴 하지만, 물고기 떼는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도망친 것이었다.
“이잉.”
소은이는 그렇게 도망친 물고기 떼가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제게 머리를 들이밀며 비벼대는 세 녀석들의 모습에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금 메인 수조 속에서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큰 덩치를 자랑하는 다금바리와 수영 대결을 펼치기도 하고, 관람을 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인사를 해주기도 했다.
심지어, 수조 밖에서 그러한 것처럼, 동글이와 땡땡이를 물속에서 빙글빙글 돌리던 것을 자신이 먼저 나서 돌기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열심히, 또 즐겁게 수조에서 놀던 소은이는 어느덧 산소통에 채워진 산소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눈치챘다.
“나중에 또 올게!”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소은이는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수면을 향해 움직였다. 물론, 이번에도 바북이의 등껍질에 올라탄 채로 말이다.
수중에서의 이동을 바북이가 책임졌기 때문인지, 소은이는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는 것처럼 자기 스스로 수조에서 빠져나왔다.
“어때, 재미있었어?”
“웅! 나중에 또 놀 거야!”
소은이는 무척 즐거웠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즐겁게 놀았다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웃음을 지은 나는, 곧바로 소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가찌 가!”
그 뒤를 따라 육지에서 살아갈 수 있는 페엥이 아주 열심히 뒤뚱거리며 따라왔고, 다른 세 녀석들이 그런 페엥을 무척 부러워했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물론, 물범인 땡땡이 녀석도 따라오려 했지만, 물개와 달리 뒷다리가 많이 퇴화된 물범의 속도로는 따라올 수가 없었다.
오히려 수면에 살짝 튀어 오른 동글이에게 붙잡혀서 물속으로 끌려갔다.
“너까지 놓칠 순 없어!”
“으아악!”
나도 물개 녀석들처럼 움직이고 싶어-! 하는 외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