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8
0257 고향 친구(2)
“그럼 동물들의 이송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떤 동물들을 데려올 건지 물어보던 대사는, 뒤이어 동물들의 운송 방법에 대해 물었다.
아무래도 옆집에서 옆집으로 이동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행기로도 한 번에 이동하지 못할 거리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기술의 발전으로 어떻게든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다곤 하지만, 정규 비행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먼 거리에서 동물들을 데려오는 것이다 보니, 선택지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제가 직접 가야죠. 동물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려면, 제가 직접 가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잖아요.”
동물들을 장거리 이송하는 것은 동물들에게 무척 스트레스가 가득 주어지는 것이었다. 심할 경우 이동 도중에 폐사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그럼 이참에, 드루이드께서 만든 관광지도 한 번 둘러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만든……? 아!”
대사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던 나는 이내 갈라파고스에서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먹이를 주면 뒤에서 하트(♡) 모양으로 목을 겹쳐주는 홍학들, 몸에 묶이거나 들러붙은 해양쓰레기를 떼내주면 각종 선물을 갖다 주는 동물들이 떠오른 것이었다.
“갈라파고스에 도착하시면 그 두 장소를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대사의 모습에,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길래 그러나 싶었다.
따로 갈라파고스에 대해서 찾아보질 않아서 어떻게 되어 있는지 조금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이런저런 이야기와 절차를 마무리한 나는 다시금 집으로 돌아갔다. 출발하기 위해서는 조금 준비할 것도 많았으니 말이다.
○ ◑ ● ◐ ○ ◑ ● ◐ ○
“누나. 이번에 갈라파고스에 우리 둘만 다녀올래?”
“우리만? 애들은?”
“엄마한테 맡아달라고 하지 뭐.”
누나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들어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걱정이 되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결국 잠시동안 고민하던 누나는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엄마랑 아빠 둘이서 여행 다녀와도 돼? 소은이랑 은수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돌봐주실 거야.”
아이들이 떨어지기 싫어하면 하지 않는 거고, 아이들이 상관없다 하면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지가 주어진 아이들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수도 알아듣는 말이 많아졌기에, 말뜻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갠차나!”
“짜나!”
은수는 소은이를 따라 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마냥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며칠 정도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시간을 보내도 상관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며칠 동안 단둘이서 하게 될 데이트를 기대하며 빠르게 준비를 끝마치고 출국을 앞뒀다.
“그럼 엄마랑 아빠가 며칠 일하고 올게. 여섯 밤만 자고 나면 올 거야.”
“웅!”
“빠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우리를 향해 손을 휘휘 흔들어주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찐하게 뽀뽀까지 해주고 출국장을 나선 우리는 미리 준비된 전용기에 올랐다.
“아이들이랑 며칠이나 떨어지는 건 처음이지?”
“그런 거 같은데? 아니어도, 최소한 아이들이랑 떨어져서 다른 나라에 가는 건 처음이지.”
다른 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곁에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 무척 어색했다.
“뭐……. 네 분이 잘 돌봐주실 거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냥 재미있게 다녀오자. 일하러 가는 거긴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고서, 은근슬쩍 누나의 허리를 휘감았다.
아이들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듯한 내 모습에 눈을 흘기던 누나도 금세 나와 마찬가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내 품으로 조금씩 꼼지락거리며 파고들었다.
“모하는 거양?”
“으악!”
“꺅!”
그리고, 그 순간 튀어나온 한 녀석에, 우리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페엥 녀석이 불쑥 튀어 오르며 고개를 갸웃거렸기 때문이다. 모처럼 페엥의 고향으로 가는 것이니, 녀석을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우리끼리 놀고 있는데, 왜?”
“배고픈 거양!”
“아, 그래? 잠깐만.”
나는 재빨리 가방을 꺼내 페엥을 위해 준비한 간식거리들을 늘어놓았다. 페엥이 그중 일부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제 몫으로 만들어진 쿠션에 드러누웠다.
당장 잠에 빠지려는 페엥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다시금 침대로 올라가 누나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랬네.”
“그러게. 순식간에 뽈록 튀어나오니까 엄청 놀라게 되네. 근데, 이번에도 가는 게 오래 걸리겠지?”
“그건 어쩔 수 없지 뭐. 거리가 거리니까. 그래도, 그동안 항공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시간은 많이 단축됐다더라. 경유하지 않고 바로 도착할 수도 있고.”
간단하게 수다를 떨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척 비싼, 퍼스트 클래스를 가볍게 뛰어넘는 가격을 자랑하는 좌석이었다. 2명이 함께 누울 수 있는 침대 같은 좌석에, 테이블과 소파 같은 것도 꾸며져 있는 곳이었다.
한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이동이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곳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다음, 누나와 함께 침대 같은 좌석에 드러누웠다.
“후후, 여전히 탱글탱글하단 말이야.”
짜악!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엉덩이 만지지도 말고.”
“으, 진짜 배구 쪽으로 초능력 있는 거 아냐? 손이 왜 이렇게 매워?”
가볍게 한 번 두드렸다가, 손등이 아주 강하게 두드려졌다.
따끔따끔한 손등을 문지르며 누나의 허리를 다시 휘감았다. 모처럼 이렇게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떨어져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륙을 한다며 찾아온 승무원에 의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륙 후에는 다시금 찰싹 붙어 있었다.
“꺄아악!”
“워, 씨……!”
모처럼 둘만의 시간이라는 것에, 우리는 평소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보기 힘든 공포 영화 같은 것들을 보며 서로 끌어안기도 하고, 아이들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내식을 조금씩 먹여 주기도 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데이트 분위기를 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에콰도르에 도착하게 되었다. 영화도 세 편을 보고, 간단한 보드게임도 하고, 잠깐 잠을 자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금세 도착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에콰도르의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금 비행기를 갈아타게 되었다. 이전에는 배를 타고 입도했다면, 이제는 수륙양용 비행기를 타고 입도하는 상황이었다.
경비행기에 가까운 수륙양용 비행기를 타고 잠시 이동하니, 무척 오랜만에 오는 갈라파고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 위에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오랜만에 갈라파고스 섬에 발을 디뎠다.
“여기 정말 오랜만이네. 신혼여행으로 온 거였잖아.”
갈라파고스에 도착하니, 이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인지 누나가 미소를 지었다.
항구에서 섬의 안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으니, 나 역시 여러 추억들이 떠올랐다.
“저기 기억나? 웬 바다사자가 갑자기 소은이를 보고 페엥이를 물어왔었잖아.”
“맞아. 그때 분명 선물이랍시고 물어왔었는데.”
페엥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니, 페엥 역시 그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죽는 줄 아라쪄!”
바다사자에게 물려 왔던 녀석은, 그 기억이 떠오른 건지 바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녀석을 들어 올렸다. 주변에서 바다사자 몇 마리가 은근슬쩍 입맛을 다시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을 들고, 미리 예약을 해둔 숙소를 향해 이동했다. 딱 이틀만 있을 예정이라, 따로 갈라파고스 주정부에 협조를 부탁한다거나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약한 것이었다.
물론, 아는 숙소라고는 저번에 묵었던 숙소밖에 없는 탓에 그쪽으로 예약했지만 말이다.
천천히 걷다 보니, 오랜만에 찾아온 섬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더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여기서 바다사자들이 길을 막고 있었는데.”
“아, 맞아. 한무가 다 밀어버렸었지?”
“불도저처럼 다 밀었지.”
한무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덩치의 바다사자들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이 꽤 우스웠었다.
“소은이가 지금 은수보다 더 작았는데.”
“그러게.”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이동하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숙소가 시끌시끌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움직이면 따라오는 경호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숙소를 통째로 예약했을 정도로, 경호원들이 많은 탓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숙소에 짐을 풀게 된 나와 누나는 곧장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첫 목적지는, 해양쓰레기에 묶여 있던 동물들을 구조해 주었던 그 해변이었다. 에콰도르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던 장소중 하나이기도 했다.
“……?”
“전에도 여기가 이랬었나……?”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한적한 해변이라,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주변에 상가도 크지 않았었다. 기껏해야 카페 겸 물놀이 용품을 파는 가게 같은 것들이 두어 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고, 상가들도 많이 생겨난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변화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왜 전부 다 작은 칼 같은 걸 들고 다니는 거야? 저기 줄은 또 뭐고?”
바로, 사람들이 하나같이 1cm 정도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칼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해변가를 향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경호 단계를 강화할 정도였다.
“잠깐만.”
그런데, 그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자그마한 칼날을 쓴 기억이 말이다.
그 기억을 따라,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지나 해변가로 다가가니 내 기억 속에 있던 모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Oh-! Yeaaaaaaaaaah!”
한 사람이 크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바다사자 한 마리가 내미는 물고기 한 마리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저거, 저번에 네가 했던 거 아니야? 거북이였나? 묶인 밧줄 풀어주고 뭔가 받지 않았어?”
“……맞아. 그때 출국하기 전에,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줬었지.”
이게 될까- 싶으면서도 동물들에게 전파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물을 비롯한 해양쓰레기가 몸에 달라붙었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 다음 보답을 해주면 된다는 것을 전했었다.
그게 계속해서 주변으로 퍼져, 결국은 정말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동물들이 줄을 서서 다가오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2~3분에 한 마리 정도가 다가오고 있었으니 나름대로 관광지로 쓰일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해양쓰레기가 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누나도 한 번 할래? 기왕 왔는데.”
내가 만들어낸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갈라파고스의 관광 아이템이 된 것을 누나에게 권유했다. 내가 만들었어도 관광 아이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냐, 됐어.”
하지만 누나는 딱히 흥미를 보이진 않았다. 하긴, 집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쓰레기를 풀어주는 건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만지기 쉽지 않은 동물들을 얼마든지 만질 수 있었다.
“Holy! It’s gold!”
“와, 저 사람은 누가 흘린 반지를 받았나 본데?”
“진짜네?”
반짝이는 금반지를 거북이에게 보답받은 한 사람의 모습에, 누나가 잠깐 흥미를 보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누나와 함께 다시금 움직였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관광지이자, 포토스팟인 플라밍고 호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홍학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홍학들과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카메라와 먹이만 들고, 원하는 위치에 있으면 홍학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모습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태였다.
“여기도 사람이 많네? 우리 남편 능력도 좋아. 드루이드가 아니라 관광지를 만드는 초능력 아니야?”
그 모습에,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어때, 남편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잖아?”
“에이.”
놀리는 재미가 없다는 누나와 함께, 홍학 몇 마리를 불러 사진을 찍었다. 모처럼 다시 찾은 곳이었으니 기념 삼아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과거에 찾아왔던 때처럼, 홍학들을 조형물처럼 놓고 사진을 찍은 우리는 그 이후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아쿠아리움으로 데리고 갈 동물들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