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9
0258 고향 친구(3)
“페엥아, 오랜만에 고향에 가는데 느낌이 어때?”
가장 먼저 찾아가기로 한 장소는 펭귄들의 서식지였다. 페엥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녀석의 반응이 궁금했다.
“아무 생각 없쪄!”
페엥은 당당하게 소리치고는, 멸치같이 생긴 생선 하나를 흔드는 누나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딱히 고향이라고 특별한 느낌을 받는 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마시쪄!”
누나가 들고 있던 생선 하나를 호로록 삼킨 페엥은 누나의 곁에서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주 배를 훤히 까고 드러눕고 있는 모습을 보니, 쟤가 펭귄이 맞나 싶다.
페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갈라파고스 주정부에서 나온 이들과 함께 펭귄들의 서식지에 도착했다.
내가 아무리 드루이드고, 허가가 내려진 상태에서 동물들을 데려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이들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다른 이들까지 포함해서 펭귄들의 서식지 근처까지 도착한 나는, 여전히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페엥을 들어 올렸다.
“으의엑?”
그새 자고 있던 건지, 녀석은 몸이 들리는 것에 놀라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도착했어. 예전에 기억나? 네가 먼저 저쪽으로 가서, 사람들이 다가와도 놀라지 않게 했었잖아.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되는데,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페엥 녀석이 바닷속으로 퐁당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파도를 가르며 헤엄친 페엥이 펭귄 서식지에 도착했다.
“……저거 지금 싸우려는 거 아니겠지?”
“맞는 거 같은데?”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곳에 몇 년 만에 왔기 때문인진 몰라도, 펭귄들이 페엥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한 녀석은 페엥을 향해 공격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하고 있으니, 그 짧은 사이 녀석들이 격돌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결판이 나버렸다. 바로, 페엥이 원래 펭귄들의 우두머리인 녀석을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었다.
물어뜯기 위해 찔러 들어오는 부리를 순식간에 쳐내고, 되려 우두머리 펭귄을 한 번 강하게 쪼아버린 다음 올라탄 상태였다.
우두머리를 제압한 페엥은 마치 까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우두머리 펭귄을 향해 오로로록-하고 이상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맨날 뒤뚱거려서 귀엽게만 봤는데, 페엥이도 강하구나?”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매일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지거나 뒤뚱거리며 사람들에게 간식을 받아먹는 녀석이었는데,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접근하죠. 오라고 날개 흔드네요.”
우두머리를 제압한 페엥을 보며 신기하게 여기고 있으니, 녀석이 어서 오라는 듯이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보며 섬으로 진입하니, 펭귄들이 크게 경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다녀간 이후로도 사람들이 한 번씩 찾아와서 해양쓰레기들을 치워주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또는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펭귄이 찾아왔기 때문에 경계하는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거의 경계하지 않는 녀석들을 지나, 페엥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대장이양!”
“……그래, 대단하네.”
이젠 자기가 대장이라며, 전 우두머리 위에 콩콩 뛰는 페엥을 들어 올렸다. 사실상 티배깅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사자한테 선물로 잡혀왔던 녀석이 이제는 대장이라니.
어쨌거나, 그렇게 녀석을 들어 올린 나는 펭귄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곧장 펭귄들에게 나와 함께 갈 녀석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펭귄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하기 위해 설명은 페엥에게 떠넘겼지만 말이다.
“거기 엄청 좋은 거양! 공주님도 있쪄!”
“설명 좀 제대로 해봐.”
“움, 거기 가면 배 안 고픈 거양! 아프지도 않은 거양!”
페엥의 말에, 몇몇 펭귄들이 슬그머니 내게 다가왔다. 동물들도 저마다의 성격을 가진 만큼, 모험심이 강한 녀석들인 것 같았다.
“따라갈랭!”
“여긴 질려쪄!”
“공주님이 모양?”
“가즈앙!”
나와 함께 갈 생각으로 나온 녀석들도 있었고, 단순히 호기심에 나온 녀석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대상으로, 나와 함께 가게 된다면 어떻게 지내게 될 것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게 될 것이지만 포식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배가 고플 일이 절대 없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해준 것이었다.
페엥보다는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니, 몇몇 펭귄들이 슬그머니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아무래도 다른 가족이 있는 녀석들 같았다.
“너희는 나랑 같이 갈 생각이야?”
“배가 안 고프면 된 거양!”
“안 아프면 조케쪄!”
“대장이 가면 따라가야댕!”
펭귄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대고, 나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모인 펭귄들은 총 열 마리였다. 암컷 여섯 마리에, 수컷 네 마리. 비율이 조금 맞지 않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열 마리의 펭귄들을 불러 모아, 이곳에 남는 가족이 있는 개체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무리 못해도 몇 년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 작별 인사는 필수였다.
하지만 야생에 사는 녀석들인 만큼, 남아 있는 가족이 없는 개체들이 대부분이었다. 포식자들에게 잡아 먹힌 경우도 있고, 각종 질병이나 감염 등으로 기대 수명보다 빠르게 죽은 개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 마리가 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선, 페엥을 포함하여 총 열한 마리의 펭귄들을 보트에 올려주었다.
녀석들은 보트 구석에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페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공주님은 엄청 귀여운 인간이양! 저 인간 보다 더더더더더더더더 사랑스러운 거양!”
나를 향해 날개를 ?- 펼치며 말하는 페엥의 모습에, 녀석의 부리를 톡 건드렸다.
저 인간이라니, 뭔가 어감이 묘했다.
“출발할 거야. 갑자기 움직인다고 놀라지 말고.”
적당히 펭귄들이 놀라지 않게 주의를 준 다음, 펭귄 서식지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갔다.
그렇게 섬으로 돌아온 나는, 펭귄들을 데리고 항구에 발을 내디뎠다.
“후에에엑! 살리죠!”
그리고, 맛있는 걸 봤다는 듯이 눈을 빛내는 바다사자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내게 달라붙어 폴짝폴짝 뛰어대는 펭귄들은 덤이었다.
“멈춰!”
바다사자들이 펭귄들에게 다가오는 것에, 나는 녀석들을 멈춰 세웠다.
어차피 바다사자들도 몇 마리 데려갈 생각이었으니, 녀석들도 꾀어내기로 했다. 펭귄들처럼 열 마리까진 아니더라도, 네다섯 마리 정도는 꼬실 생각이었다.
“자, 여기서 나랑 같이 갈 바다사자는 왼쪽 지느러미를 들어봐.”
내 말에, 바다사자들이 다시금 움직임을 보였다. 어떤 녀석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널브러졌고, 또 어떤 녀석들은 반골기질이라도 있는 건지 뒤쪽이나 오른쪽 지느러미를 들어 올렸다. 물론, 내 지시대로 왼쪽 지느러미를 들어 올리는 녀석들도 몇 있었다.
나는 곧바로 왼쪽 지느러미를 들어 올린 바다사자를 불러내고, 다른 녀석들에겐 적당히 먹을 것들을 던져주고서 쫓아냈다.
“나도 줘!”
내 곁에 모인 바다사자들이 꾸엉꾸엉- 소리를 내며 먹을 것을 요구했다. 여차하면 펭귄들을 잡아먹겠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기에, 녀석들에게도 먹을 것을 내어주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건데, 그래도 나를 따라갈래?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곳으로 가면 먹을 것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해 줄게. 물론, 너희가 펭귄 같은 녀석들을 괴롭히지 않고, 잡아먹지도 않아야 하겠지만. 친구처럼 지내면 돼.”
“먹을 거……!”
내가 던져준 자그마한 생선을 한 입에 털어 넣은 바다사자들이 고개를 파닥파닥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거 하나면 된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녀석들은 열한 마리의 펭귄들과 아주 절친한 친구가 되기라도 한 듯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린 이제 칭구양!”
“좋아! 너는 먹을 게 아니라 내 친구다!”
마치 악수라도 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페엥이 오른쪽 날개를 쭉- 펼쳐내니, 마주 보고 있던 한 바다사자가 오른쪽 지느러미를 척- 내밀며 응수해 준 것이었다.
“……그럼 이구아나를 보러 갈까나.”
펭귄과 바다사자의 극적인 화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애써 외면한 나는 근처에 있는 이구아나들을 향해 움직였다.
바다에 잠수하여, 해조류들을 뜯어먹고사는 바다이구아나였다. 잠수를 하며 어쩔 수 없이 먹게 된 염분을 콧구멍에서 물총처럼 뿜어내는 행동을 보이는 동물로 나름대로 유명한 종이기도 했다.
푸헥!
“윽!”
갑자기 뿜어지는 바다이구아나의 콧물을 재빨리 피해낸 나는 곧바로 몇 마리가 뭉쳐 있는 이구아나 무리에게 다가가 의견을 물었다.
그중 네 마리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녀석들은 요즘 섬 주변의 해조류가 많이 사라져, 먹고살기 힘들다며 배고프지 않게 해 준다면 얼마든지 따라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데려가는 것이 결정된 녀석들을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 페엥을 포함해 열한 마리의 펭귄, 여섯 마리의 바다사자, 네 마리의 바다이구아나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오니 제법 북적였다.
“자, 그럼 그곳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려줄게.”
숙소에 도착한 나는, 누나와 함께 동물들에게 아쿠아리움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갈라파고스라는 관광적인 요소가 강한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녀석들인 만큼,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누나가 간단하게 쓸어주거나 만져주면 애교를 부리고, 보답을 받아먹는 식으로 교육을 한 것이었다. 아주 간단한 것이었지만, 대화가 통하기에 무척이나 효과적인 교육이었다.
“먹을 거 달라는 거양!”
게다가, 이제는 동물원 소속 동물계의 프로라고도 할 수 있는 페엥이 있었으니 더더욱 교육이 잘 되고 있었다. 앞장서서 애교를 부리며 먹을 것을 받아내니, 교육이 잘 될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잘 됐는지, 녀석들은 근처에서 숙소를 지키고 있던 몇몇 경호원들에게도 다가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바다사자 한 마리가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무릎 부근에 머리를 슥슥 비벼대며 먹을 걸 달라며 꾸엉꾸엉 울어댔다.
난처해하는 경호원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바다사자에게 줄 먹이 하나를 휙 던져주었다. 신체능력 하나는 최고를 달리는 경호원답게, 공중에서 날아오는 먹이를 가볍게 낚아챘다. 그리고, 그렇게 붙잡은 먹이는 곧장 바다사자의 주둥이로 빨려 들어갔다.
“오오오!”
애교를 부리면 먹을 게 나온다- 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나는, 교대를 준비하고 있는 몇몇 경호원들에게 먹이가 담긴 통을 넘겨주었다.
“얘들이랑 좀 어울려줄 수 있죠? 저는 방에 들어갈 생각이거든요.”
“걱정 마십쇼. 사장님.”
먹이가 담긴 통을 받아 든 경호원들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내 경호원 생활을 하며 동물원에 오래 있다 보니, 다들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나는 그런 경호원들에게 동물들을 맡기고, 누나와 함께 숙소로 들어왔다. 어차피 내가 방에 있는다면 경호원들도 경호하는 구역이 많이 줄어들게 되니 경호에도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하루라는 시간을 더 갈라파고스에서 보낸 우리는, 다시금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새롭게 스무 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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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정확히는 아쿠아리움에 정착하게 된 갈라파고스 출신 동물들은 무척 빠르게 아쿠아리움에 적응했다.
기존에 있던 동글이, 땡땡이, 바북이 같은 녀석들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어찌나 잘 적응하는지, 녀석들은 스스로 관계자용 출입문을 통해 관람구역을 돌아다닐 정도였다.
“꾸어어엉!”
“흐약! 까, 깜짝 놀랐잖아!”
“껑, 껑껑!”
“얘가 지금 나 놀랐다고 웃는 거지?!”
심지어, 코너에서 톡 튀어나와, 지나가는 관람객을 놀라게 하고서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을 정도로 과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페엥을 필두로 한, 총 열한 마리의 펭귄들은 수조 속에서 무리를 지어 수영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간간이 동글이나 땡땡이, 바북이, 바다사자 녀석들과 술래잡기 형식으로 쫓고 쫓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다사자들은 상층에 따로 만들어둔, 온열조명이 있는 곳에서 몸을 데우거나 관람객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먹을 것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이구아나 녀석들은 수조에서 심층구역까지 내려가,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것들을 뜯어먹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한국산이 입맛에 잘 맞았는지, 아주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아쿠아리움 관리팀에서 며칠 간격으로 새로운 미역과 다시마들을 심어야 했다.
“우우우!”
물론, 은수가 제 것이라 여기는 것들을 먹는 바다이구아나를 보며 발을 콩콩 굴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