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65
0264 대장!
[엔초 람라리, 그 이름에 걸맞은 힘을 가지다!] [드루이드 퀄리티인가, 람라리 퀄리티인가.] [그 어떤 경주마도 따라오지 못하는 압도적 피지컬!] [아름다움과 신체능력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 하이퍼호스!]엔초 녀석이 경주마들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하자, 곧장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경마장에서 구경을 하던 이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들을 이용해 기사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람라리에서 홍보 효과를 보기 위해서 손을 쓰고 있던 건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수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었다.
특히, 엔초가 1위의 기쁨을 토로하며 앞다리를 들어 올렸던 그 모습이 찍힌 사진이 주로 쓰이고 있었다. 마치 람라리의 마크를 실사화한 것처럼 찍힌 탓에, 람라리의 마크와 같이 사용될 정도였다.
이게 람라리에 관한 기사인지, 엔초에 관한 기사인지 헷갈리는 것마저 있었다.
“무슨 하이퍼카도 아니고, 하이퍼호스는 또 뭐야?”
심지어, 람라리가 하이퍼카 제조사라는 것을 어필하듯, 엔초에게 하이퍼호스라는 괴상한 별명까지 지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 괴상한 별명이긴 했지만, 엔초 녀석은 그 별명이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뛰어남을 칭송하는 별명이니 어찌 싫겠냐는 반응이었다.
“이건 진짜 돈 많이 받았나 본데? 말 중의 최강은 엔초, 차 중의 최강도 엔초라니…….”
엔초 람라리는 최강의 말이었고, 엔초 람라리는 최강의 차라는 소리를 하는 기사도 있었다.
더 보고 있다가는 홀려서 람라리의 차를 한 대 더 사게 될 것 같았다. 휴대폰을 대충 소파에 툭 던져 놓고, TV를 켰다.
TV를 켜니 팟- 소리와 함께 곧장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끄기 전에 뉴스 채널에서 끈 탓이었다.
[……에서 붉은귀거북이 대량 발생하……. 속보입니다.]뉴스가 잠깐 진행되는 듯하더니, 갑자기 속보라는 말이 나오며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화면을 본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경부고속도로에 한 마리의 말이 출몰하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말은 드루이드 초능력의 보유자로 알려진 신 씨가 키우는 미니호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속 약 110Km에 달하는 속도로 질주 중이며…….]“뽀니 저 놈이 왜 저기 있어!”
뉴스에 보이는 화면에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들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뽀니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화면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니,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무하마드]뽀니를 데리고 있을 무하마드의 전화였다. 곧장 전화를 받으니, 다급한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루이드! 뽀니가 사라졌다요!”
“……뽀니라면 지금 고속도로에 있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뽀니가 갑자기 왜 고속도로에 있어요?”
“그게, 꼬마 공주와 엔초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예요……. 그걸 보더니 튀었다요.”
“어이고.”
나는 갑작스럽게 현기증을 느끼며,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무하마드가 엔초의 위에 있는 소은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을 보고 경악한 뽀니 녀석이 어떻게든 동물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 초능력이 귀소본능을 최신형 내비게이션 수준으로 만들어줬던 건지, 녀석은 아주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며 부산을 향해 질주하는 상태였다.
“일단, 뽀니가 여기 동물원으로 올 생각인 것 같으니까, 오면 다시 안전하게 돌려보낼게요. 걱정하지 마요.”
“미안하다예요. 나 때문에 일이 생겼다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집니다요.”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무하마드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가 끊기자마자 다시금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저장되지 않았는지, 휴대폰 번호가 떠올라 있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한국도로공사의 백기로입니다. 신수환 씨 되십니까?”
“아, 네…….”
나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뽀니가 고속도로를 질주 중이니, 그 도로를 관리하는 곳에서 연락이 오는 것은 당연했다. 솔직히, 경찰이든 어디든 연락이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무튼, 스스로를 백기로라 소개한 사람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뽀니가 무단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에 대한 책임은 그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 내게 있다는 것이었다. 말도 법에서 정하는 차마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솔직히, 지금 말이 어지간한 차량들보다 빠르게 달려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말이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게 놔둘 수는 없어서 말입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뽀니를 가까운 휴게소로 유도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럼 제가 바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예, 일단 해보겠습니다.”
“따로 패드 같은 게 있으면, 제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유도하시면 될 거예요.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백기로에게 팁 아닌 팁을 알려주며,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말썽꾸러기 녀석을 데리러 가야 했다.
“아라야!”
집밖으로 나온 다음, 곧바로 아라에게 매달려 날아올랐다. 휴대폰을 봐가며 아라에게 방향을 지정해 주니, 주변 풍경이 빠르게 변해갔다.
그렇게 잠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백기로입니다. 현재 말을 인근 휴게소로 유도하여 보호 중입니다.”
“제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백기로에게 휴게소의 위치를 전해받아, 그곳을 향해 곧장 움직였다.
워낙 빠르게 나는 아라였기에, 금세 뽀니가 있는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각종 언론사의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구경꾼들이 뽀니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어휴.”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갔고, 소란스러워지는 사람들을 피해 뽀니에게 다가갔다.
한국도로공사라는 글귀가 적힌 옷을 입고 있는 이들에게 보호받는 듯한 뽀니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녀석의 얼굴을 턱- 붙잡았다.
“얌마. 누가 사고 치래?”
“하지만……! 공주님이……!”
다른 말을 타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에 참을 수 없었다는 뽀니였다.
“소은이가 다른 말을 탈 수도 있지, 짜샤.”
“그치만!”
“소은이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될 거야. 그럼 그때도 널 타고 다녀야겠어?”
“네!”
뽀니가 해맑게 푸히힝-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등허리에 올라탔다.
“내 발이 땅에 닿는데? 소은이라고 안 닿겠어?”
“크흥…….”
올라탔음에도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에, 뽀니 녀석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녀석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덩치가 작은 자신에게 소은이가 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너도 알잖아. 언제까지 소은이 곁에 있을 수는 없다는 거. 너한텐 무하마드가 있잖아.”
“주인님!”
“그래, 그래. 네가 소은이만 좋아하면 무하마드가 슬퍼할 거야.”
내 말에 뽀니가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은이가 다른 말을 타고 있다는 것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오긴 했지만, 하나씩 따지면서 생각하면 큰일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뭐, 일단 이렇게 왔으니까, 집에 가서 소은이나 한 번 보고 갈래?”
뽀니 녀석은 소은이를 보겠냐는 물음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장 뽀니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물론, 차가 없다 보니 한국도로공사 측의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집으로 도착하게 된 뽀니는, 곧바로 소은이를 찾았다.
“공주님!”
“뽀니야!”
마침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소은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뽀니를 보고서 달려들었다. 마찬가지로 제게 달려드는 뽀니를 덥석 안아 든 소은이는, 마치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뽀니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서로 인사를 나눈 소은이는 냅다 뽀니 위에 올라타서는 동물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동물원을 도는 둘은 정말 행복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동물원을 일주한 소은이는 수고했다며, 뽀니에게 당근을 비롯한 간식 같은 것을 한가득 먹여주었다. 고속도로를 전력으로 질주해 온 덕에 배가 고팠는지, 뽀니는 소은이가 주는 것들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그리고, 한동안 소은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뽀니 녀석은, 소은이가 숙제를 하러 집으로 들어간 이후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엔초 찾는 거라면 저쪽에 있는데.”
마치 엔초를 찾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엔초의 위치를 알려주니, 뽀니가 곧장 엔초에게로 다가갔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따라 나와!”
그리고, 엔초에게 다가간 뽀니는 그대로 엔초에게 결투를 요청했다.
“…….”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엔초가 가소롭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우아한 자태로 뽀니의 앞에 섰다.
덩치 차이가 제법 많이 났지만, 뽀니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승부다. 누가 더 공주님에게 어울리는 말인지 결판을 내자!”
“흥, 보나 마나 이 엔초가 이길 것이 뻔하지.”
경주마들을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엔초가 자신만만하게 그 결투를 받아들였다.
두 녀석은 자연구역을 포함한 동물원 일대를 달려서 승부를 내기로 하고, 곧장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곧장 아라를 불러, 하늘에서 두 녀석을 지켜보았다.
나름대로 녀석들에겐 중요한 문제였는지, 두 녀석은 아주 진심으로 승부에 임했다.
동시에 땅을 박차고 튀어나간 두 녀석은 가장 먼저 넓은 대로처럼 되어 있는 입구를 질주했다. 관람객들이 많이 빠진 시간이라, 녀석들이 뛰는 것에 방해가 될만한 요소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고, 소은이에게 갖가지 훈련을 받은 뽀니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흥,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공주님을 태우겠다고? 아직 한참 멀었어!”
“크읏……!”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나가는 뽀니의 모습에, 엔초 녀석이 이를 악 물며 땅을 박찼다.
하지만 함께해 온 세월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는 것이 아닌듯했다. 뽀니와의 격차가 좁혀지긴 커녕,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장애물이 될만한 것들이 가득한 자연구역에서는 그 차이가 더더욱 선명해졌다. 장애물에 걸리지 않도록 조금 속도를 줄이는 엔초와 달리, 뽀니는 장애물을 더 빠른 속도로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꽤나 큰 격차로 뽀니가 엔초에게서 승리를 쟁취하게 되었다.
“이 엔초가 패배하다니……!”
엔초는 자신보다 반 이상 자그마한 뽀니에게 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너무 자만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뽀니의 뒤꽁무니를 보는 것이 전부였고, 단 한 번도 뽀니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페널티나 다름없는 신체조건임에도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뽀니의 모습에 패배를 인정한 것이었다.
“대장, 대장으로 모시겠소!”
심지어, 압도적인 격차로 자신에게서 승리를 따낸 뽀니를 대장으로 모시겠다며, 녀석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뽀니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푸르릉-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숙이고 있는 녀석의 머리 부근으로 다가가, 목을 비벼댔다.
“그래도 공주님을 모실 최소한의 수준은 되는 것 같네.”
“대장……!”
“내가 없는 동안은 네가 공주님을 잘 보필해.”
“알겠습니다, 대장! 이 엔초, 목숨을 다 해 아가씨, 아니! 공주님을 모시겠소이다!”
엔초는 무척 감동받았다는 듯한 모습으로 뽀니를 향해 다시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치 우두머리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뽀니 녀석에게 다가갔다. 이제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오늘 안에 무하마드에게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동물원 일주를 하며 작별인사를 거하게 한 뽀니를 데리고 무하마드에게 향했다.
“오우, 뽀뉘-!”
“주인님!”
여기서도 마치 이산가족을 상봉한 듯한 느낌으로 재회하는 둘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젠 사고 치지 말고. 무하마드한테 소은이 휴대폰 번호 알려줄 테니까, 소은이가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하게 해달라고 해.”
소은이를 보고 싶다고 또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든 다음,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나를 반기는 것은 하나의 우편물이었다.
[고속도로 진입금지 위반 단속 안내]뽀니 녀석이 고속도로에 들어간 것에 대한 벌금 고지서였다.
“꺄하하하하하항!”
그런 내 곁으로, 어느덧 혼자서 엔초의 등에 올라탈 수 있게 된 소은이가 엔초를 타고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