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2
0271 드루이드는 드루이드를 연기한다(1)
간척사업……이 아니라, 간택을 받게 해주는 간택 사업은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수천 명의 애묘인, 애견인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을 만들어 냈고, 시민들이 호평을 자아내게 만든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생기는 문제점 같은 것들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은 쓰레기 봉지는 길거리를 깔끔하게 만들었고, 지뢰처럼 곳곳에 있는 동물들의 배변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조금 더 강한 방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이야 길거리에 있는 해충퇴치제 같은 것들을 주워 먹지 않지만, 동물들은 달랐다. 그것을 먹을 동물들의 대다수가 사라지니, 강한 방역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해충은 물론, 유해조수로 유명한 쥐가 대폭 감소했다. 고양이들이 사라지니 오히려 쥐가 더 사라지는 기현상이 펼쳐진 것이었다. 길고양이가 어지간해선 쥐를 잡지 않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만 먹었던 영향이다.
극히 소수의 일부를 제외하면 모든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이유였다.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만나는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쉽다는 평이 있긴 했지만, 다른 장점들에 비하면 큰 단점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간택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간택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움직였었다. 초반에는 동물들을 직접 데려와야 했었고, 후반에는 동물들이 사람들과 마찰을 빚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교육들을 해야 했었다. 그만큼 심력을 소모했으니 지친 상태라는 것이었다.
“후히히힝, 압빠 이거 봐!”
거실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소은이가 보여주는 귀여운 행동들을 보며 웃는 것으로 힐링을 하고 있었다.
“아유, 우리 딸 왜 이렇게 귀엽지? 누굴 닮아서 이럴까.”
“히히히!”
귀엽다는 말을 제일 좋아하는 소은이답게, 귀엽다고 하니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던 도중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내 것이 아닌, 소은이의 것이었다.
“우웅? 압빠. 나, 나가서 놀다 오면 안 돼?”
진동을 울린 휴대폰을 확인한 소은이가, 그 내용을 내게 보여주며 나가서 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휴대폰을 바라보니, 소은이의 어주 절친한 친구가 되어 있는 지연이가 보낸 문자가 보였다. 심심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 예정인데, 나와서 같이 놀자는 내용이었다.
“그래, 다녀와.”
나가서 놀고 싶다는 표정을 바라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상, 원활한 교우관계를 위해서라도 친구들과 교류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다녀오게씀미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소은이가 호다닥 튀어나갔다. 소은이가 동물들과 노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이 친구들과 뛰노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은이가 순식간에 가고 나니, 잠시 적막함이 내려앉았다. 집안에서 가장 활발하고, 활기찬 아이가 나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적막을 이불 삼아 잠시 잠에 빠져들려고 하니, 어디선가 아삭아삭하고 무언가를 씹어 먹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은수 왔어?”
“뿌!”
바로, 은수가 오이를 맛있게 먹는 소리였다.
만두나 감자튀김 같은 간식을 매우매우매우! 선호하는 소은이와 다르게, 은수가 가장 선호하는 간식은 당근과 오이였다. 그렇다 보니, 누나가 은수의 간식으로 당근이나 오이를 자주 챙겨주는 편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오이를 들고 나타난 은수는 아장아장 걸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앙증맞은 손으로 자그마한 오이 조각을 움켜쥔 채로 말이다.
“빠아. 오이!”
“아빠 주는 거야?”
“으웅!”
매일 소은이를 보며 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은수는 소은이처럼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웅- 소리를 냈다.
“고마워.”
은수가 내미는 오이 하나를 대충 씹어 삼켰다. 그리 선호하는 채소는 아니지만,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난 것답게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다.
“은수가 주니까 더 맛있네.”
“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남아 있는 오이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아껴먹을 생각인 건지, 쪼롭쪼롭 오이의 물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은수를 배 위에 올린 채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조금 전에 소은이가 뛰어나가던데, 어디 가는 거야?”
소파에 드러누우니, 어느새 신발을 정리하고 들어온 건지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한껏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호다닥 달려간 소은이를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지연이가 놀자고 톡 보냈더라. 놀고 와도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지연이? 그러면 괜찮겠네.”
또래보다 조금 더 활기차고 아이다운 면모가 가득한 소은이와 다르게, 소은이의 절친인 지연이는 제법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그렇기에, 누나는 소은이가 지연이와 논다는 이야기에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경계심이라는 것이 조금은 부족한 소은이를 잘 케어해주는 것이 지연이였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려 한다거나 하는 경우에 소은이를 제지해 주는 것도 지연이가 해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들어온 누나는 겉옷과 짐들을 대충 내려놓고 소파로 다가왔다.
“우리 애들은 왜 이렇게 아빠 배를 좋아하는 걸까?”
“누나도 올라올래?”
“올라가긴 어딜 올라가? 이상한 소리 또 할 거야?”
장난스레 말하니, 누나가 내 배를 찰싹- 두드렸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은수가 해맑게 내 배를 통통 두드렸다.
“이거 봐. 은수도 올라오라잖아.”
“뭐래? 그냥 엄마가 좋다고 따라 하는 거잖아. 그치이?”
“엄므아!”
“그래, 엄마 여기 있어요.”
누나는 은수를 안아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그 장면에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 누나와 은수를 함께 끌어안았다. 누나를 강하게 끌어안으면서도 은수가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줬더니, 은수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은이한테 조금만 있다가 나가라고 할 걸 그랬네.”
누나와 은수를 한 번에 끌어안고 있으니, 괜히 소은이가 놀러 간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따로따로 안는 것은 거의 매일같이 하는 거지만, 이렇게 다 같이 끌어안고 있는 건 며칠에 한 번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은이도 안아주면 되잖아.”
“그래야지.”
누나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더욱 두 사람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얼굴을 은수에게 가까이 가져가니, 은수가 온몸으로 내 얼굴을 끌어안았다.
아기 특유의 살 내음이 맡아지며 기분이 나른해졌다. 마음 같아선 소은이가 돌아올 때까지 끌어안고 싶었지만, 방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드드드드드득-! 유리 테이블에 놓은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수환아. 전화, 네 전화 울려.”
“전화가 좋은 시간을 방해하네.”
내 전화가 울린다는 누나의 말에 아쉬움을 강하게 느끼며 포옹을 풀었다. 그리고, 곧바로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들어 올렸다.
[파이엇코리아 라전두 팀장]“이 양반이 무슨 일이지?”
좋은 시간을 방해한 사람은 내가 즐겨 하던 게임 제작사의 한국 지부의 팀장들 중 한 명이었다. 원숭이 녀석이 프로로 데뷔하며 생긴 인연이었다.
“여보세요.”
“아, 신수님! 파이엇코리아 라전두입니다. 혹시, 지금 전화 가능하십니까?”
“잠깐은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리폿 좀 들어왔다고 또 정지 때리려는 건 아니겠죠?”
너무 못한다고 불량 유저 리포팅이 다수 접수되었다는 것을 사유로 정지를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아니었다.
“리폿은 여전히 모든 유저 중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계십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그래도 자제 좀 해주세요. 어떻게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리폿당하는 겁니까.”
“그게 제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요……? 아니, 아무튼. 정지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라면 무슨 일로 전화한 거예요?”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덕분에 잠깐 다른 곳으로 빠진 이야기의 주제가 제 위치를 되찾았다.
“혹시 신수 님의 퍼블리시티권이 어떻게 됩니까?”
“퍼블리시티권은 갑자기 왜요?”
갑자기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라전두 팀장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게, 사람에 대한 상업적인 권리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정도로 생각해도 될만한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나나 소은이의 외형을 똑 닮은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내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퍼블리시티권을 묻는 것에,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파이엇의 게임을 즐겨 하긴 한다지만, 그것과 내 퍼블리시티권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 일단, 이건 외부에는 아직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저희 파이엇 본사에서 신수님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실제 초능력자를 모티브로 하여 캐릭터를 제작할 계획이 수립된 상태인데, 신수님만 한 분이 없었다고 하네요.”
파이엇게임즈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며, 무척 강한 초능력을 보유하였으며, 사람들에게 무척 유명한, 그런 인물을 찾다 보니 내가 딱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이야기는 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하는 게임에 내가 캐릭터로 나온다고? 이건 못 참지.
“근데, 게임에 이미 드루이드 캐릭터가 있지 않던가요?”
“아, 괜찮다고 결론지은 모양입니다. 기존 캐릭터는 뭐랄까, 일종의 정령을 부리는 느낌이잖습니까. 신수님은 자연을 부리는 느낌이니 괜찮다는 겁니다.”
“으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비용만 지불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것을 수락하니 스피커 너머로 한숨을 들려왔다. 꼭 협상을 성공시키라는 압박이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라전두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었다.
“그럼 저희가 조만간 계약서를 챙겨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에 관한 부분을 조율하고서 라전두와의 전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는 듯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누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야?”
“아, 내가 하는 게임 알지? 거기서 나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네. 그래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기로 했어.”
내 말에 누나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쥐고 있던 오이를 붕붕 흔드는 은수의 손을 붙잡았다. 딱히 게임엔 관심이 없는 누나였기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모습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들뜨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