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8
0277 회식!(1)
아침에 소은이를 학교에 보낸 우리는 사이좋게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물론, 평일 아침이다 보니 방송 중인 것은 나이가 들어도 별다른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아침 토크쇼나 뉴스뿐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TV를 보는 것보다 은수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아우瑠퓻裏?”
장난감 하나를 쥐고 알 수 없는 옹알이 같은 것을 내뱉은 은수가 바닥에서 혼자서도 즐겁게 놀고 있었다.
“우리 아들 엄청 귀엽지.”
“은수가 한 귀여움 하지. 얌전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해맑게 웃을 때 가장 귀엽게 보였다. 물론, 그것보다 더 귀여울 때는 얌전히 있을 때였다.
“기저귀 때문에 엉덩이 빵빵한 거 좀 봐. 너무 귀엽다.”
“아기들 챠밍 포인트긴 하지. 저런 엉덩이로 의자에 있다가 꽉 끼는 것도 귀엽고.”
생각만 해도 귀엽다며 누나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누나의 모습에 엄마를 따라 하길 좋아하는 은수가 마주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제 전해드린 소식이었죠? 부산항에서 관계자가 갑자기 쇼크로 의식을 잃었던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라는 것으로……”]그런데 뒤이어 뉴스의 내용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부산이라는 지명이 들어가면서 뉴스에 나오다 보니, 다른 뉴스보다 조금 더 집중된 듯했다.
“어제 저런 뉴스도 있었나?”
“어제는 뉴스 안 봤잖아. 소은이가 갑자기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해서 밖에서 먹었잖아. 은수는 아스파라거스 엄청 잘 먹었고.”
“아, 맞네.”
기억이 떠오른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뉴스에 시선을 집중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주로 독충의 독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부산항 측에서는 벌이 아닌 다른 종의 독충으로 인해 발생했을 거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높은 가능성으로는 붉은불개미의 유입을 손에 꼽고 있으며, 붉은불개미의 퇴치를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은 개미를 수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색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붉은불개미? 수환아, 너도 아는 거야? 나도 어디서 들은 거 같긴 한데, 모르겠네.”
“어…….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야. 유입되면 주변 생태계를 망치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져서 반드시 퇴치해야 하는 개미라는 정도만 알고 있어.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올 정도면 약간의 독은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하고.”
“개미잡겠다고 수색까지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지. 내 기억으로 예전에는 붉은불개미를 발견해서 신고하면 포상금도 줬던 거 같은데. 요즘은 모르겠다.”
내 말에 누나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순간 누나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너한테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거 아니야? 네가 벌도 키우고 있으니까 곤충한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잖아. 도저히 못 찾겠으니까 너한테 도와달라고 요청…….”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항만 마탐견 담당 이거당 팀장]누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산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모습에 누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 어?”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헤, 헤헤……. 미안!”
“안 돼. 안 봐줘.”
나는 지잉지잉 진동을 울리는 휴대폰을 무시하며, 누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누나의 옆구리를 간질간질, 간지럽히며 누나가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히햐악- 소리를 내며, 누나가 몸부림쳤다.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것에 가장 약한 누나답게,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조금 붉어지기도 했고.
“미안! 미안해! 잘못했으니까 봐줘!”
“잘못을 반성하는 느낌이 전혀 없군! 신은수! 엄마한테 간지럽히기!”
“뺘!”
내 말에 은수가 누나의 품에서 꼼지락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결국 누나는 나와 은수의 합동 공격에 아주 가쁜 숨을 내쉬며 소파에서 떨어졌다.
“하아, 하아……. 한 번만 봐달라고 했더니, 그걸 안 봐주네.”
“이걸로 끝낸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흥.”
“어쭈?”
“미안!”
콧방귀를 뀌던 누나는 내가 다시 간지럽힐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니, 재빨리 사과했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부재중 전화 알림이 떠있는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그대로 콜백을 해주니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이거당 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예, 마약탐지견 관리팀 이거당 팀장입니다.”
“전화 주셨죠? 무슨 일이에요?”
“그……. 염치없지만 이번에도 수환 님의 도움이 절실해서 말입니다.”
“……붉은불개미죠?”
“예.”
확답을 하는 이거당 팀장의 말에, 마이크 부분을 가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히약!”
겸사겸사 누나의 옆구리도 한 번 쿡- 찔렀다. 무방비하게 안심하던 누나가 파드득 놀라며 은수를 안고 내게서 떨어졌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에 집중했다. 더 이상 찌를 생각이 없다고 손바닥을 펴서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뭘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거죠? 수색? 아니면 퇴치?”
“일단……. 밤을 꼴딱 새우면서 어떻게든 찾긴 찾았습니다만,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말입니다. 방역을 하려고 하면 도망칠 구석이 워낙 많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방역을 위해서는 수환 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흐음.”
이거당 팀장의 말에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한 개미들을 퇴치하는 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라고 해서 완벽하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못 드려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이대로 방역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네, 그럼 내일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나는 전화를 끊으며 다시금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렇게 앉으니, 누나가 슬쩍 다가왔다.
“헤헤, 미안.”
“아냐, 괜찮아. 누나가 미안해할 건 아니지.”
어색하게 미소 짓는 누나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간지럽힌 것도 장난친 거지, 정말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행이라는 듯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 누나를 끌어안았다.
“우……!”
우리를 바라보던 은수가 두 눈을 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았지만, 누나의 얼굴이 시야를 가린 덕에 제대로 보지 못했다.
○ ◑ ● ◐ ○ ◑ ● ◐ ○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와. 독 있는 개미라니까 물리지 말고!”
이른 아침, 소은이가 학교에 갈 준비를 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아이들은 잠에 빠진 상태라, 누나만이 나를 배웅해 줬다.
그런 누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집 밖으로 나온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하늘을 향해 두리번거리던 나는 내가 찾던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라야! 유부야!”
하늘을 날고 있는 아라와, 근처 나무 위에서 깃털을 정리하고 있는 유부를 불러냈다.
두 녀석은 내 부름에 곧장 쏜살같이 날아와, 내 앞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오늘 너희들, 나랑 일 좀 하러 가자.”
“일?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개미들을 좀 잡아야 하는데, 너희가 도와줘야겠어.”
내 말에 두 녀석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녀석 모두 곤충보다는 고기를 먹는 조류였기 때문이다.
주먹보다 큰 고깃덩이를 던져 주면 날카로운 부리로 뜯어 먹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근처에 밀웜이 지나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아, 너희한테 개미들을 잡으라는 소리를 할 건 아니야. 그냥, 새들을 좀 모아줬으면 해서. 개미들을 잡아먹을 새들을 말이야. 왜, 길거리에 널려 있잖아? 참새나 비둘기들.”
“알겠소이다. 그 녀석들을 데려오면 되는 것이오? 예전에 내 부하들을 불러왔던 것처럼?”
“그렇지.”
까마귀들과 제비들을 말하는 유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비들은 개미도 먹지? 그럼 제비들도 데려가자. 앵무새들도 좀 데려가고. 한 마리라도 더 있는 게 편하긴 하겠지.”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제비와 앵무새들도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까마귀들은 제법 큰 덩치 때문에 개미를 잡아먹지 않지만, 제비나 앵무새들은 개미 같은 자그마한 곤충들도 잘 잡아먹는 편이었다.
그리고, 두 녀석이 내 요구를 알아듣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비들은 유부, 그대가 데려오세요. 앵무 친구들은 제가 데려올 테니.”
“그리하겠소.”
아라와 유부가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잠시 후, 녀석들이 돌아올 때는 그 뒤로 수백여 마리의 새떼가 졸졸 따라오는 중이었다.
제비도 거의 백여 마리에 가까웠고, 자그마한 앵무새들은 제비보다 족히 두 배는 많은 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 일단 출발하자. 다들 따라올 수 있지? 거리가 좀 되긴 하는데. 몸이 안 좋다거나 하는 새들은 안 가도 돼.”
내 말에, 몇 마리 새들이 총총 바닥을 뛰며 옆으로 빠져나왔다. 건강상 이상이 있다기보다는, 부부 싸움을 하다가 털이 쥐어 뜯긴 듯한 앵무새나 포란이나 산란을 하기 위해 빠진 새들이 전부였다.
“자, 그럼 출발하자.”
새들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늘 가지고 다니던 막대를 쥐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라가 퍼드득 날아오르며 막대를 힘껏 움켜쥐었다.
아라의 힘찬 날갯짓 소리가 펄럭펄럭 들려오며, 몸이 붕- 떠올랐다.
그렇게 아라에게 매달려 천천히 부산항을 향해 이동했다. 자그마한 앵무새들을 비롯해서, 다른 새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아, 유부야.”
동물원이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 잠시 잊고 있던 것이 떠올라 유부를 불렀다.
하늘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던 유부가 날아와 속도를 맞추었다.
“부르셨소?”
“가서, 참새랑 비둘기들 좀 데려올래?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거기 알지? 부산항. 컨테이너라고 하는 철상자가 많이 쌓인 곳. 거기로 오면 돼.”
“알겠소. 부하 몇 마리도 데려가겠소이다. 가자!”
내 지시를 알아들은 유부가 몸을 기울여, 아래를 향해 급강하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몇 마리의 제비들이 그런 유부를 따라 움직였다.
중간에 유부와 헤어졌지만, 아라는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꾸준히 이동했다.
그렇게 잠시 이동하고 나니, 바닷가가 멀리서 보였다. 그 바다를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덧 부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환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저 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부산항 입구에 도착해 지상에 착륙하니, 이거당 팀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도 하지 않고 왔는데, 어떻게 알고 있나 싶었다. 그런 내 의문이 담긴 물음에 이거당 팀장은 씩- 웃으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재앙의 징조? 아니! 드루이드의 징조!] [드루이드가 검독수리 아라에게 매달려, 수백 마리의 새떼를 이끌고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되어 화재다. 이동 경로의 끝 지점에 부산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부산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에 관한 일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와…….”
내가 아라에게 매달려서 이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힌 사진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건 또 언제 찍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