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83
0282 판다(2)
아무래도 꽤나 유명한 동물답게, 판다들이 번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는 원인은 제각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누구는 성욕이 부족해서, 또 누구는 교미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또 누구는 판다가 게으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이유는 조금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판다의 발정기는 무척 짧은 편이었다. 번식기인 봄에 3일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판다들이 단독으로 생활하는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발정기가 왔을 때, 번식을 할 의지가 있는 암수 두 마리 판다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영역을 벗어나서 만나야 한다는 소리였다.
보통 봄에 번식기를 가지는데, 그 기간 내에 수컷 판다들이 영역을 벗어나서 발정기의 암컷을 만나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야생 판다들의 문제였고, 동물원에서도 번식이 쉽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워낙 판다를 아끼는 탓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어린 개체들을 따로 모아두고 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왜 문제냐고 할 수 있었지만, 가장 중대한 지식의 전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이 있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그것도 성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꽤나 충격적인 말이지만, 많은 동물들이 교미에 대한 지식을 ‘목격’하며 얻는 편이었다. 부모 개체, 혹은 다른 동족 개체들의 교미 장면을 보면서 교미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었다.
물론, 본능에 의해서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교미를 완전히 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판다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교미할 줄 아는 판다, 손.”
“……?”
내 물음에 손을 드는 판다가 하나 없었다.
“나, 나 알아!”
아니, 뒤늦게 손을 드는 한 녀석이 있었다.
“교미가 뭔데? 먹는 거야?”
“어! 맛있는 거야! 사과보다 맛있을걸?”
“와!”
“…….”
알고 보니, 손을 든 녀석도 교미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새끼가 어떻게 생기는 건지 아는 판다?”
“나! 수컷이랑 암컷이랑 꾸엉꾸엉하면 생겨!”
다행스럽게도 새끼가 생기는 방법에 대해 아는 판다가 한 마리 있었다. 그게 교미라는 행위라는 것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게 바로 교미라는 거야. 수컷과 암컷이 교미를 하게 되면 새끼를 낳을 수 있게 되는 거지.”
“오오!”
“신기해!”
“너! 나랑 그 교미라는 걸 하자!”
“좋아! 근데 교미는 어떻게 하는 건데?”
내 말에 판다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던 도중, 구석에 있던 두 마리 판다가 의기투합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두 녀석을 말리며, 교미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자, 이걸 봐.”
메이린을 통해 미리 준비하게 만든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판다 사육장의 벽면에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에서 사용했던, 판다용 포르노를 재생해 주는 것이었다. 사실 말이 포르노지, 그냥 판다의 교미 영상이 담긴 것이 전부였다.
“오, 오오옷……!”
영상이 재생되니, 판다들의 집중력이 아주 급격히 상승했다. 저들끼리 툭툭 건들며 장난치던 것도 하지 않고, 영상에 넋을 빼앗긴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황홀한 것에 정신을 빼앗긴 판다들은 슬금슬금 영상 앞으로 다가갔다.
빔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을 가리지 않도록 적당히 제지하며 녀석들이 영상을 보도록 내버려 뒀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성체였다. 그것도 번식기를 앞둔 녀석들이었다.
“정말 이런 걸로 효과가 있을까요? 저희도 이 영상을 이용해서 판다들에게 발정을 유도합니다만…….”
자신들이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내 모습에, 메이린이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과 나의 큰 차이라면 동물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었다.
“걱정 마세요. 아까 말했던 장소나 준비해 주세요.”
“네…….”
내 말을 들은 메이린이 고개를 가볍게 갸웃거리며 떠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가는 것과 동시에 영상의 재생이 끝을 맺었다. 판다용 포르노가 재생되고 있던 벽면에는 그저 새카만 화면만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 번 더 보여줘!”
“나는 두 번!”
판다들은 영상이 끝났다는 것이 아쉽다는 듯, 내게 다가와 영상을 다시 보여달라며 들러붙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본 게 교미라는 거야. 이해했지?”
“완전 이해했어! 그러니까 또 보여줘!”
마치 성인 영상을 처음 접한 남고생처럼 판다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판다는 발정기가 짧다 뿐이지, 정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야생에서 발정기의 판다가 하루에 40회가 넘는 교미를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판다는 절륜한 동물이었다.
절륜한 판다들이 모처럼 몸을 달구는 영상을 보았으니, 흥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자자, 이제 진정해.”
으엉, 엉엉. 마치 울듯이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판다들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한 녀석, 한 녀석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야 녀석들이 진정했다.
“너희들 혹시, 아주 가끔 몸이 좀 이상해질 때가 있지? 조금 흥분된다거나, 짜증이 날 때가 있다거나. 아니면 이성 판다를 보고 싶어지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어때?”
“오……! 나 있어!”
“나도! 얼마 전에 완전 그랬어!”
내 물음에 몇몇 판다들이 벌떡 일어나며, 내가 말한 것을 경험했다고 외쳤다.
“그게 바로 발정기에 접어든 거야. 암컷들은 그 상태가 되면 새끼를 가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조금 전에 본 것처럼 교미를 하면 새끼를 가질 수 있는 거야. 뭐……. 무조건 가진다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판다들이 서로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치 ‘하지 않겠는가-‘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다급히 그런 판다들을 제지하며, 메이린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수시로 눈을 맞추는 듯한 판다들을 제지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으니, 메이린이 돌아왔다.
“말씀하신 곳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얼른 가죠. 이 녀석들을 말리는 것도 제법 힘드니까요.”
앞장서서 움직이기 시작한 메이린을 따라, 판다들을 이끌고 이동했다.
그곳은 외부, 정확히는 바깥의 관람로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대나무와 자그마한 구조물들을 만들어둔 곳이었다.
“으엉? 이런 곳도 있었나?”
늘어져서 대나무나 먹는 녀석들답게, 새롭게 조성된 곳을 처음 본다는 듯한 판다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그런 판다들을 이끌고,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낸 곳의 중심으로 향했다.
“드루이드 님. 그런데 여기는 어떤 이유로 만들라고 하신 건가요?”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조성해두라고만 말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더니 메이린이 무척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딱히 숨길 것도 아니었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이곳을 조성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발정기가 된 판다들이 짝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클럽을 만들어준 거죠. 클럽 아시죠?”
“……그 클럽이라는 것이, 제가 아는 그 클럽이 맞습니까?”
“어떤 클럽을 생각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춤추고 술 마시고 노는 곳을 생각하신 거라면 맞아요.”
“…….”
클럽이라는 소리에 메이린이 입을 떡- 벌렸다. 내 요청에 만든 곳이 클럽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판다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앞으로, 아까 내가 말해줬던 발정기가 찾아오게 되면 이곳에 오도록 해. 그럼 비슷한 시기에 발정기가 된 판다들과 만날 수 있을 거니까. 물론, 오더라도 상대방이 없을 수도 있고, 수컷만 여럿이거나 암컷만 여럿이 올 수도 있어. 그럴 경우에는 당연히 경쟁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다칠 정도로 싸우지는 말고.”
이곳을 클럽이라 부른 이유는 하나였다. 발정기에 접어든 판다들이 이곳에 모여, 자신들의 짝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해 주니, 몇 마리 판다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교미를 하고 싶은 거라면, 저쪽 구석에 가서 하도록 해.”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판을 깔아 주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이, 판다들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판이 깔리면 오히려 망설이는 인간들과 달리, 판다들은 곧장 눈이 맞은 짝을 찾아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저……. 드루이드 님. 저쪽이 다 보이게 만들도록 주문하신 건 의도하신 겁니까?”
“당연하죠. 야생에서도 판다들이 교미라는 행위에 대해 습득하는 과정은 다른 개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어린 판다들이 자라게 되면 이곳으로 이동할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곳에 온 개체들이 이곳을 발견하고, 우연히 교미를 하는 판다들을 보고 그것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거죠.”
메이린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조심스럽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드루이드 님. 그렇다면 혹시, 야생 판다 보호구역에도 이런 곳을 만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야생 판다들도 번식률이 높지 않아서 말입니다.”
“뭐, 이런 공간만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요. 판다들을 모으는 거야,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내 말에 메이린이 급하다는 듯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메이린이 말하는 느낌을 보아하니, 엄청난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당장 공간을 조성하라는 이야기 같았다.
그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짝을 찾아 떠난 판다들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다른 판다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조만간 짝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바닥에 널브러지듯 퍼질러 앉아 있는 몇몇 판다들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동정할 거면 사과로 줘…….”
“……얘들 사과 좀 갖다주시겠어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던 판다들은 이내 큼직한 사과를 받아먹으며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뭐 이렇게라도 좋으면 됐지.
그리고, 모든 판다들이 만족하는 곳을 조성해낸 나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판다 전용 클럽을 만들어냈다.
근처에 위치한, 연구기지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끝낸 판다들이 방생되는 판다 보호구역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곳에도 많은 수의 판다들이 있었고, 저마다의 짝을 찾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호구역에 있는 수많은 판다들은 그 클럽을 무척이나 반겼다. 연구기지보다 더 넓은 보호구역에서 사는 판다들은 발정기가 와도 짝을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클럽을 조성한 직후, 수십여 쌍의 판다 커플들이 으슥한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드루이드 님의 이 공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물에 만족한 메이린이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그 감사도 사실상 정부를 대신해서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생해 준 대가라며 어마어마한 금액을 쾌척하는 걸로 모자라, 총 세 쌍의 판다까지 받게 되었다.
중국의 판다 외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그 조건이 내가 알던 판다 외교와는 무척 달랐기에 냉큼 받아들였다.
기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임대해 주는 형식으로 보내는 것인데다, 새끼가 태어나도 반환을 하거나 막대한 금액을 중국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 판다 외교였다. 심지어, 그렇게 받은 판다가 관리 측의 과실로 죽기라도 하면 큰 금액을 보상해야 했다.
하지만 내게 제공되는 판다들에겐 그런 조항 자체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소유권을 넘기는 형태인 것이었다. 그러니 판다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아줘!”
덕분에 집으로 향하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에서 무척이나 귀찮은 일을 겪어야 했지만 말이다.
“와앙! 판다다! 진짜 눈탱이 밤탱이야!”
그래도 한껏 기뻐하며 좋아하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니, 비행기에서 귀찮았던 것이 보상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