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92
0291 드레멘 음악대(1)
“와, 쟤가 드디어 사장 달았네? 이게 예능이야, 시즌제 드라마야?”
“그러게. 인턴만 두 번 하는 거 보고, 쟤는 그냥 평생 인턴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우리 가족은 다 함께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소은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후속작을 보고 있었다.
인턴에서 정직원, 정직원에서 임직원, 임직원에서 사장까지 올라오는 스토리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존 사장들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 하나둘씩 은퇴하거나 참가하지 못하게 되니, 인턴이던 출연자가 결국에 사장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저 아저씨가 옛날엔 인턴이었어?”
“응. 구박이처럼 매일 구박 들었어. 소은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말이야.”
“오옹.”
소은이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던 것이라는 소리에, 신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딱딱딱딱딱.
그리고, 그 순간 딱딱한 무언가가 거실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부다!”
거실 유리창을 두드리는 것은 바로 유부였다. 소은이는 녀석을 발견하자, 곧바로 호다닥 달려가서 거실 유리창을 열었다.
푸드덕 날아 들어온 녀석은, 곧바로 소은이의 앞에 내려앉았다. 그런 녀석의 부리에는 편지 하나가 물려 있었다.
“내꺼야?”
“그렇소이다.”
“와앙!”
아직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소은이에게 올 편지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소은이는 유부가 모처럼 제 것이라며 가져다준 편지에 기뻐하고 있었다.
편지를 받은 소은이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기대하며 편지봉투를 개봉했다.
“와! 반짝반짝!”
편지봉투의 내용물을 꺼낸 소은이는 반짝반짝하게 코팅된 듯한 종이 하나를 들고 기뻐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가져와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거 봐! 나한테 편지 왔어!”
“진짜? 소은이 좋겠네.”
“히히힝!”
기쁘다는 듯이 해맑은 웃음을 터트린 소은이는 이내 편지봉투에 들어 있던 내용물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음악회 입장권? 이게 왜 소은이한테 온 거지?”
소은이에게 온 편지봉투의 내용물은 어떤 음악회의 입장권이었다. 실제 금이 아니라 단순히 장식이긴 하겠지만, 금박으로 번쩍번쩍하게 코팅된 입장권이었다.
그것을 앞뒤로 뒤집어가며 바라보고 있으니, 누나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저번에 그거인 것 같은데?”
“그거라니?”
“왜, 소은이가 가져왔던 가정통신문에 적혀 있던 거 있잖아.”
“어……. 아!”
누나의 말에 기억을 되짚었다. 잠시 생각을 하고 나니, 드디어 기억이 떠올랐다. 소은이가 방학을 하기 며칠 전에 가져온 통신문에 적힌 내용을 떠올린 것이었다.
“맞아, 방학에 문화체험인가 뭔가를 하고 짧게 감상문을 쓰라고 했었지. 그게 이건가?”
“음악회 관람도 일종의 문화체험이긴 하잖아. 어린 시기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봐야 나중에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쉽다는 취지였던 거 같은데?”
“하긴.”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은 것을 경험해 보는 건 중요하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하고 있었다.
“다음 주네? 누나, 시간 돼? 여기 보니까 가족 동반 가능이네. 최대 네 명. 우리 다 같이 가도 되겠는데?”
“나는 괜찮아. 그러는 넌?”
“나도 괜찮지. 그럼 다 같이 가는 걸로 할까?”
“와! 다 같이 음악회!”
모두 함께 음악회를 보러 간다고 하니, 소은이가 만세를 했다.
“소은아, 음악회가 뭔지 알아?”
“아니? 모르는데!”
“……그, 그래.”
음악회가 뭔지는 몰라도 일단 다 같이 가는 거면 좋다는 것이었다.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함께 웃으며 음악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니, 소은이가 무척 기대된다는 모습을 보였다.
음악회를 보러 가는 당일이 될 때까지 온갖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아니, 당일이 되어?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후으응, 우응후응~ 으으우후응!”
“소은아, 그렇게 기대돼?”
음악회를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니, 소은이가 발을 흔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대되고 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엄~청 기대하고 있어!”
엄청 기대한다는 말에, 음악회가 조금 부실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들었다. 당장 오케스트라를 어디서 섭외할 수 없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나는 제발 퀄리티가 좋은 음악회이길 바라며 음악회 장소로 향했다.
깜빡이를 켜면 모든 차량들이 비켜주는 모세의 기적을 실현한 덕에 도착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음악회 보러 가자!”
“와앙!”
어찌나 기대하는 건지, 소은이는 어서 가자며 나와 누나의 손을 잡고 질질 끌었다. 그런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내 품에 안겨 있던 은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은수야, 네 누나가 좀 발랄하지?
나는 소은이가 혼자 튀어나가지 않도록 적당히 제어하며, 몇 가지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었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목적인 곳이니 조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부터 알려준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영화관에 가면 나오는 에티켓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것이 전부였다.
“웅! 아니, 웅.”
크고 힘차게 대답한 소은이는 이내 조용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는지, 다시금 아주 자그마하게 대답했다.
가볍게 소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나는 우리 자리를 찾아,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느덧 좌석이 빈틈 없이 가득 차게 되니 주변 조명이 어두워졌다. 드디어 음악회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나와, 각종 악기들을 연주하며 여러 음악들을 만들어냈다.
잔잔한 음악, 가슴이 울릴 정도로 웅장한 음악, 잔잔한 여운까지 남게 되는 음악까지. 정말 알차게 즐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온갖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음악회를 끝까지 모두 관람하고 나온 나는,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소은아, 음악회 어땠어?”
“엄청 좋았어! 띠리리링 하는 거도 듣기 좋았구우, 둥둥둥 하는 거도 엄청 좋았어!”
좋긴 정말 좋았는지, 한껏 상기된 표정의 소은이가 폴짝 뛰어오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다음에 또 보고 싶어?”
“웅! 또 보고 싶어!”
“그래, 다음에 한 번 찾아보자.”
“와!”
소은이는 다음에 또 보는 것이 기대되는 건지, 해맑게 웃으며 차를 향해 도도도도- 달려갔다.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내 품에 안긴 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은수는 어땠어? 좋았어?”
“조아.”
소은이처럼 방방 뛸 정도로 좋은 건 아니었지만, 은수 역시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는지 빵빵한 볼을 붉혔다.
그런 은수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고서 차에 올라탄 나는, 집으로 향했다.
○ ◑ ● ◐ ○ ◑ ● ◐ ○
“???????”
“어우……. 뭐야…….”
이른 아침. 평소라면 여전히 쿨쿨 잠이나 자고 있을 시각.
갑작스레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에 의해서 꿀같은 아침잠에서 깨어나게 됐다.
동물원 한복판에 집을 지어놓은 탓에, 외부 방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해뒀는데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들리지 않았을 소리가 들리는 것에, 나는 덜 깨서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일어났다.
“수환아……? 이 새소리 뭐야……?”
곁에서 같이 자던 누나 역시 그 새소리에 깼는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나를 찾았다.
여전히 잘 자고 있는 것은 히유우우- 소리를 내며 꿀잠을 즐기고 있는 은수뿐이었다.
“……소은이는 어디 갔지?”
그리고, 잘 자고 있는 것이 은수뿐이라는 말은 소은이가 자고 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자기 방이 있음에도 다 같이 자는 걸 좋아하는 소은이는 우리와 같이 자고 있었는데, 소은이가 누워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싶어 방에 딸린 화장실로 고개를 돌렸지만, 불이 꺼져 있었다.
“잠깐만. 이 새소리, 거실에서 들려오는 거 아냐?”
“……그러게.”
소은이가 어딜 간 건가 싶어 생각하고 있으니, 누나가 새소리에 대한 의문을 꺼냈다. 방음이 철저한 우리 집에서 새소리가 들리기 위해서는, 새소리가 내부에서 들려와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거실로 향했다. 누나 역시 나와 마찬가지였다.
“…….”
“…….”
그리고, 거실로 내려온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가 거실에 펼쳐 놓은 광경 때문이었다.
“자아, 내가 이렇게 하면 ? 이렇게 하면 ?? 알았지?”
“알았?”
거실에는 소은이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십여 마리의 앵무새들이 있었다. 소은이의 스피커 역할을 하던 ?遲隔?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소은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니, 소은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 음악회에서 보았던 지휘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팔을 휘휘 내젓고 있으면, 앵무새들이 그에 맞춰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음악회가 진짜 인상깊었나 본데?”
“우리 딸, 나중에 지휘자 한다고 하는 거 아닐까?”
“글쎄…….”
지휘자를 따라 하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황당하면서도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漬타는 앵무새들을 지휘하듯, 녀석들이 열심히 지저귀도록 만드는 소은이의 모습을 잠시 구경하던 우리는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소은아, 안 자고 뭐해?”
“웅? 압빠! 엄마!”
뒤에서 들려오는 우리 목소리에 눈을 크게 치켜뜬 소은이는 곧바로 우리에게 달려와 덥석 안겨들었다.
“잘 잤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
“화장실 가고 싶어서 깼는데, 앵무새들 있어서 데리고 놀고 있었어!”
“어제 음악회 봐서, 앵무새들이랑 음악 하려고?”
“웅!”
소은이는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앵무새들 노래하는 거 보여줄게!”
그리고, 냅다 앵무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앵무새들을 바라보며 손을 휘휘 흔들기 시작했다. 지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게 하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할 수 있었다.
“뺘, 뱌뱌~ 뱌바뱌뱌 !”
소은이의 손이 높게 올라가면 하이톤의 소리를 내고, 낮게 흔들면 조금 낮은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을 다르게 교육한 건지, 두 부류로 나뉘어서 손짓에 맞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열 마리의 앵무새들이 열심히 ??지저귀고 있으니, 생각보다 듣기 좋은 화음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때!”
“와…… 우리 딸 정말 잘 하는데? 나중에 지휘자 해도 되겠다.”
“히히, 정말?”
누나가 칭찬을 해주니,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한가득 피워내며 누나의 품에 다시금 안겨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