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
0030 대환장 파티
“자, 잡으라고?”
“응!”
직원들 중 한 명은 갑자기 제 하네스에 연결된 줄을 물어 내미는 마루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나와 달리 긍정을 표하는 마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의심쩍은 표정으로 마루가 내미는 줄을 잡았다.
아, 그거 잡으면 안 되는데.
“으아아악!”
마루가 내민 줄을 붙잡은 직원은 비명을 내지르며, 마루에게 끌려갔다. 내가 말리고 말고 할 틈도 없었다.
보호자 없이, 줄 없이는 산책할 수 없도록 교육시켜두었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는 마인드가 분명했다.
“하…….”
교육 받아야 할 직원 중 한 명이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 잠시 황당함을 느꼈으나, 신경을 끄기로 했다.
똑똑한 녀석이니 직원이 죽기 전에는 끌고 올 것이 분명했다. 강조하지만, ‘직원이’ 죽기 전에는 끌고 오는 것이다. 직원이 마루를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마루가 직원을 끌고 올 것이 뻔했다.
‘교육 첫날부터 추가수당 줘야겠는데……?’
마루에게 끌려간 직원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며, 이번에는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짜몽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람을 좋아하는 웰시코기 답게, 짜몽이 녀석은 미친듯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직원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그냥 되는대로 마구잡이로 달리며 직원들 사이를 누비는 것이었다. ‘되는대로’ 말이다.
“꺅!”
“으엇! 깜짝아!”
갑자기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휙하고 지나가버리는 짜몽이의 행동에,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연달아 펼쳐졌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듯한 사람이 있으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미친듯이 흔들어대기도 했다.
전 주인이 단순히 외형만을 위해 단미 처리를 한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흔들릴 꼬리가 없으니 엉덩이를 대신 흔들고 있는 것이었다.
짜몽이의 꼬리만 보면 인간들의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껴졌지만, 짜몽이 스스로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고개를 돌렸다.
“으억!”
다리가 짧아 소형견처럼 보여도 중형견인 짜몽이의 힘찬 빵댕이바운스에 직원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빗어, 빗으라고.”
다만, 그렇게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직원을 협박하고 있는 폭신이였다. 페르시안 믹스로 추정되는 폭신이였는데, 페르시안 믹스답게 어마어마한 털을 자랑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폭신이는 어느새 집에 들어갔다 온 것인지는 몰라도 털을 빗어주는 고양이용 빗을 가지고 나와 직원에게 내밀고 있었다.
행동과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직원에게 빗질을 시키려는 것이 분명했다.
‘남캣 따라다니더니 냥아치 기질을 고대로 배웠네.’
암컷인 폭신이는 반하기라도 한 건지, 남캣을 졸졸 따라다녔다. 그 결과가, 나름 순한 모습을 보이던 폭신이의 냥아치화였다.
남캣을 격리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으나, 이미 변해버린 것은 되돌릴 수도 없었다.
나는 직원이 고양이용 빗을 집어들어 폭신이의 털을 빗는 것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월급 올려야겠네.’
앞으로 동물들에게 시달릴 것이 뻔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월급이라도 올려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탈주할 직원들이 100% 있을 게 뻔했다.
‘제일 먼저 직원을 탈주하게 만드는 녀석이 누굴까…….’
요주의 동물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며, 다른 녀석들도 한 번씩 시선을 주었다.
그래도 다른 동물들은 조금 전 보았던 녀석들보다는 꽤나 얌전한 축에 속했다.
샴 고양이인 쌍둥이와 먼치킨 고양이인 치킨이는 고양이 낚싯대를 가져와 직원이 흔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폭신이 처럼 강요를 하지는 않고, 낚싯대를 물고 다니며 흔들어달라고 빤히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었다.
술빵이는 특색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저 직원들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었다.
‘술빵이가 제일 얌전하네.’
활발하기 그지 없는 술빵이가 얌전하다는 건 어불성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다른 녀석들에 비하자면 제일 얌전한 축에 속했다. 물론, 얌전의 수준을 뛰어 넘는 나태를 제외하고서.
그리고 마지막 남은 동물인 유부는…….
“죽어라! 괴물 고양이!”
“새대가리라 그런가, 학습능력이 없는 거냐?”
“대장님 힘내십쇼!”
“괴물 고양이를 박살내는 겁니다!”
어느새 남캣과 깃털 날리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까치와 까마귀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저 녀석들은 인간들이 있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개판……. 아니, 대환장 파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나는 그 상황이 편안했다.
나 대신 직원들이 개고생하고 있으니까, 나는 편안할 수밖에.
원래라면 마루와 술빵이, 짜몽이에게 끌려다닐 시간이지만 나는 편안하게 따사로운 햇살을 쬐고 있을 뿐이었다.
마루에게 끌려간 직원이나, 짜몽이로 인해 넘어지는 직원들, 미친듯이 뛰는 술빵이를 본다고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직원들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편안했다.
이게 착하던 사장님들이 악덕 사장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흐어어억……. 그마아아안……. 더, 더는 못 뛰어어…….”
그리고, 나 홀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마루에게 납치되었던 직원이 반쯤 죽어가는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마라톤 풀코스라도 뛰고 온 모습이네.’
해맑기 그지 없는 마루와는 다르게, 툭 치면 억- 하고 죽을 것 같은 직원의 모습을 본 나는 따로 금일봉이라도 챙겨줘야겠다 싶었다.
‘택시 타고 집에 가서 고단백 영양식이라도 먹으라고 챙겨줘야지.’
나는 마루에게 끌려갔다 돌아온 직원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잠깐 주고나서, 동물들을 제지했다.
“이제 그만하고 이리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물들이 내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동물들에게 조금 시달린 직원들이 허탈하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약간, 진작에 좀 구해주지- 하는 원망의 눈초리도 담긴 듯했다.
하지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약간 원망을 받으면 어때. 편하면 됐지.
그렇게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아버린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여러분들이 할 건 이런식으로 동물들을 케어하시면 됩니다. 뭐, 실제로는 이것 보다는 덜 할 거예요. 대부분 손님들에게 가 있을 거니까요.”
내 말에 직원들은 다행이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특히, 마루에게 끌려갔던 직원의 경우에는 무척이나 안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살짝 웃은 나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자그마한 팻말 하나를 꺼내들었다. 플라스틱 재질로, 양 끝에 줄이 묶여 있어 어딘가에 걸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건 방해금지 팻말입니다. 동물들이 만약 이 팻말을 걸고 있다면, 손님들이 해당 동물을 건들지 않도록 주의를 주시는 게 가장 큰 업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미리 이 녀석들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싫으면 이걸 목에 걸고 있으라고 말해 뒀습니다.”
나는 직원들에게 팻말이 잘 보이도록 내밀었다. 직원들은 ‘만지지 말아주세요.’ 라고 적혀 있는 팻말의 글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그런데, 그 팻말을 걸고 있어도 만지려고 하는 손님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수 많은 사람들이 오는 카페에, 정상적인 사람만 온다고 보장할 수 없죠. 그래서, 저희는 그냥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경고를 하고,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내쫓으세요.”
“……에?”
내 말에 직원들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긴, 손님을 그냥 내쫓으라는 말을 하는 사장은 처음 봤겠지.
“정말…… 내쫓으라고요?”
“네. 돈 몇 푼 벌겠다고 얘들이 싫어하는 걸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어느새 유부를 짓밟고나서 다가온 남캣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러니까 손님이 아닌 손놈들은 그냥 내쫓으시면 됩니다. 정중하게요.”
“……사장님. 정중하게 내쫓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손님. 손님은 저희 카페의 이용수칙을 위반하셨습니다. 입장하실 때 안내드렸던 이용수칙에 의거하여 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하나씩 내밀었다.
뭉치의 견주이자, 고&라니 법률사무소의 변호사인 병진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일종의 이용약관이었다.
주된 내용은 동물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처음은 경고를 하나, 재차 반복될 경우 퇴장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해둔 것이었다.
입구에 커다랗게 붙여놓고, 음료 주문 카운터나 테이블에도 붙여놓을 생각이었다.
직원들은 그 종이의 내용을 확인하고 정말 이대로 장사할 것이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악명이 조금 쌓이는 것? 문제 없다. 동물들의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면 싫어할 사람보다는 오히려 괜찮다고 여길 사람이 더 많을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여러분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한 번 실습을 해보자고요. 제가 손놈의 역할을 해볼게요. 손놈이 찾아와서, 동물들을 괴롭힌다고 해봅시다. 이렇게요.”
예시를 들며, 나는 곁에 있던 남캣의 꼬리를 덥석 움켜 잡았다. 그래도 아플 정도로 잡지는 않았다.
“뭔 짓이냐, 십새야!”
“악!”
다만 아프지는 않아도 기분이 나빴던 건지, 남캣은 내 손에서 꼬리를 빼내더니 내 머리에 냥냥펀치를 갈겼다.
수리부엉이인 유부도 날려버리는 펀치여서 그런지, 제법 힘이 실려 있었다. 덕분에 한 대 얻어맞은 곳을 꾹꾹 누르며 문지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꺼내들어, 병진이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네, 네. 아,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별 거는 아니고, 카페에서 동물한테 얻어맞은 걸로 카페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내용도 추가할 수 있을까요?”
남캣 이 녀석은 손님이고 뭐고, 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후드려팰 것 같았다.
“아……. 안 돼요? 손님이 먼저 괴롭히다가 저항하는 거에 맞는 거면 몰라도, 그냥 패버리는 거는 안 되는 거죠? 아, 네에…….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동물이 자행한 이유 없는 폭행은 주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남캣을 바라보았다.
카페 영업을 하기 전에 해야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남캣이 손님을 때리는 일이 없도록 교육시켜야 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이랄까, 아직 영업을 시작하기 까지는 어느정도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 안에 직원들의 교육과 함께 남캣의 교육도 진행해야 했다.
그래도 돈과 츄르의 영향인지 직원들과 남캣의 교육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 결과, 카페의 영업을 사흘 가량 남겼을 때 직원들은 웬만한 돌발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베테랑들이 되어 있었다.
남캣은……. 최소한 누가 건들인다 하더라도 한 번 정도는 참을 수 있는 녀석으로 만들었다.
‘어우, 뭔 놈이 두 번을 못 참아?’
츄르가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녀석은 한 번도 제대로 참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교육까지 끝난 덕분에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 한 번만 한다면 정상적으로 카페의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내게는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 있었다.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관문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