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3
0312 입양교육대(2)
“너, 일 안 하니?”
“이 맛에 사장합니다.”
내가 생각한 것을 지시만 해놓고 띵가띵가 놀고 있으니, 누나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뭐 마케팅 전문가도 아니고, 법률 쪽으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물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했다.
전문가가 아닌 나는, 전문가가 만들어낸 것을 검토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내가 따로 할 것은 없었다. 아이디어가 더 나오면 알려준다거나 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지금은 딱히 아이디어가 생겨난 것도 아니었고, 일을 지시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 결과물이 나올만한 시간도 아니었다.
“다른 건?”
“다 했지.”
게다가 다른 업무 같은 것들도 이미 다 끝마친 상황이었다.
“내가 올린 건 안 봤던데?”
“어? 보냈어?”
“응. 지금 확인해 봐.”
“……아.”
누나의 말에 전자결재 시스템을 확인하니, 열 개 정도 되는 문서가 올라와 있었다. 아니, 분명 조금 전까진 없었는데?
나는 흐느적거리던 자세를 바로잡고, 곧장 열 개 정도의 문서를 해치웠다. 딱히 계산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결재만 해주면 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다 했다!”
순식간에 결재를 마무리하고, 곁에 다가와 있던 누나를 덥석 끌어당겼다. 어어- 하다가 내 무릎 위에 앉게 된 누나는 딱히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꿈틀거리긴 했지만, 그건 무릎 위에 자리를 잡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무릎에 앉은 누나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매 관리하는 누나는 20대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내 초능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 시절보다 더 탱탱했다.
“배는 왜 자꾸 만져.”
“매끈매끈하잖아.”
마성의 배였다. 한 번 만지면 놓기 싫을 정도로 촉감이 좋았다.
그리고, 그 순간 사무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누나가 문을 완벽히 닫지 않았던 건지 노크하는 그 행동으로 인해 문이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오겠습니다!”
누나가 내 무릎에 있고, 내가 누나의 배를 슥슥 문질러대는 모습을 보던 직원이 호다닥 도망쳤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말이다.
“아니, 어디 가! 그러고 가면 내가 사무실에서 이상한 짓 한 것 같잖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서 도망친 직원을 다시 불러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아니아니아니, 실수는 무슨. 우리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뭘 그렇게 변명하니? 우리가 남도 아니고 부부인데. 부인이 남편 무릎에 좀 앉을 수도 있지.”
태평하기 그지없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누나가 예전엔 부끄러워했는데, 요즘은 뻔뻔하게 나가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정말 아무 일이 없었음을 설명해 주고 나니, 조금 전에 도망쳤던 직원도 자기가 오해했음을 인정했다.
“나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응. 조금 있다가 봐.”
손을 흔들며 나가는 누나를 배웅해 준 다음, 찾아온 직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 맞다. 저번에 와이프가 임신했다고 했지? 축하해. 나중에 때 되면 출산휴가 신청해.”
“?, 감사합니다.”
역시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은 세세하게 챙겨주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았다. 부인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무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사모님과 데이트를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약간 일이 커져서 말입니다.”
“일이 커졌다고?”
유기 동물들의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벌인 일이 어떻게 커질 수가 있는 건지 의아했다.
“저희가 몇몇 유기 동물 보호소와 접촉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퍼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업과 단체에서 자기들도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지원? 어떤 지원?”
“일단 사장님께서도 아시는 곳이 많습니다. 마이쩡펫푸드에서 유기 동물들을 입양하는 사람들에게 사료 지원과 할인 쿠폰 같은 걸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여기에 지원하려 하는 기업과 단체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직원이 내미는 종이를 확인하니, 정말 내가 아는 기업들부터 모르는 곳까지 다양한 곳에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하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곳에서도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가상 동물 병원? 여기, 그거였지? 프랜차이즈식 동물 병원.”
“예. 전국 대도시 외에도 대부분 소도시에까지 지점이 있을 정도죠.”
“그럼 좋긴 하겠네. 필수 예방접종에 중성화 지원? 그 외에도 각종 질병에 대한 비용 지원이면 좋네. 유기 동물을 키울 때는 병원비가 제일 부담이니까.”
아무래도 건강한 녀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유기 동물들을 데려올 때는 병원비 부담이 클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을 지원해 준다면 입양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곳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며 이야기를 하는 상태였다.
각종 반려 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반려 동물 필수품인 목걸이와 하네스부터 방석, 장난감 등등을 저렴하게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의외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각종 보험회사에서도 지원을 약속하고 있었다.
크게 지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 5회 이상 산책하는 것을 인증하면 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형태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동물을 위한 보험료 역시 할인해 주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보험사라면 고객이 아파서 병원을 갔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그 비용을 줄이고 싶은 것이 보험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마냥 돈을 주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도 생기거니와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보험사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었다. 바로, 고객들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보험사 앱을 통해 걸음수를 인증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던가 몇십 원씩 적립해 주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꾸준한 운동을 곧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지원해 주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운동이 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미지도 챙기고 고객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보험금도 덜 지급하고 싶다는 속셈이었다.
“뭐, 나한테 나쁠 건 없지.”
자기들이 인하해 주는 비용을 내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라도 지원해 주는 것이 더 있다면, 오히려 좋을 뿐이었다.
“여기 있는 곳들은 다 수용해도 되겠다. 지원 방식이나 과정 협의를 해야 하니까, 그쪽에서 관련 인원들을 좀 파견해달라고도 요청해.”
“네. 알겠습니다.”
내 지시를 받은 직원은 곧바로 사무실에서 떠나갔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사람들이 파견되었다.
지원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TF에서 열심히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의 결론은 하나였다. 우리 동물원이 유기 동물 보호소와 입양 희망자들 사이를 연결해 주며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제약을 붙이고, 개인정보 활용을 동의하여 지원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조항들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나였다. 정말 피치 못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우리 동물원을 통해 입양한 유기 동물들을 일정 기간 내에는 파양이나 타인에게 분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거, 가능할까요?”
“예, 문제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벌써부터 사장님께서 교육하신 동물들을 분양할 거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만 보이는 거지만, 실제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입양을 하는데 제약을 건다는 것에 조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꼭 필요한 것임은 분명했다.
마치 한정 판매 물건에 되팔이가 붙는 것처럼, 동물들이라고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특별한 사유에는 뭐가 있죠?”
“뭐……. 대표적으로는 건강상의 문제나, 장기간 맡아줄 사람이 없는데 군대에 입대를 해야 하는 경우, 아니면 천재지변 등으로 거주지를 잃는 경우 등입니다. 자녀를 출산했는데, 그 자녀가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하는 경우도 포함될 겁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절대 파양이나 재분양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위반 시 위약금 천만 원에 지원받았던 것들을 모두 반환. 이것도 가능한 거죠?”
“예. 계약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불공정 계약도 아니고,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죠.”
내기 싫어도 민사소송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 싫으면 내야 할 겁니다- 하고 말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제약이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못 하겠지.
그 외에도 계약서에는 여러 조항들이 많았다. 갑이 어쩌고, 을이 어쩌고. 딱 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긴장되게 만드는 그런 계약서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네요. 그럼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네요. 일단 홍보부터 하면서 규모를 확인해 보죠.”
“예. 이건 TF에서 따로 홍보팀으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해 줘요.”
계약서 초안을 가져와 보여준 법무팀 팀장이 사무실에서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나도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 계획에는 내 힘, 정확히는 초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청호야! 남캣!”
사무실에서 나온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해, 청호와 남캣을 불렀다.
청호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남캣은 담벼락 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왜.”
“일할 시간이야.”
“……내가?”
“어, 네가.”
시키는 건 무조건 하기 싫어하는 냥아치 녀석이 도망치려 하길래 재빠르게 붙잡았다. 아무리 남캣이라도 고양이는 고양이였기에, 목덜미를 붙잡으면 축- 늘어졌다.
그렇게 녀석을 품에 안고, 천천히 걷고 있으니 청호가 호다닥 달려왔다. 신체능력이 워낙 좋은 녀석이라, 멀리서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이었다.
“부르셨슴까?”
“어, 좀 너랑 남캣이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알겠슴다.”
도망치려던 어느 녀석과는 다르게, 청호는 가타부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콧잔등만 핥아대는 남캣을 안은 채로 청호와 함께 일종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가끔 힘이 남아도는 동물들이 체력을 빼는 공간이기도 했으며, 동물원에 새로 합류하는 동물들이 적응 훈련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압빠! 박스 데리고 와써!”
바로, 소은이와, 소은이에게 주워진 박스였다. 아니, 상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 박스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