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20
0319 기우제(1)
“흐아아아앙-!”
마당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의 정체는 바로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고선 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잠깐만. 누나, 은수 어디 있어?”
“마당……에……. 은수야!”
마당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의 주인이 은수라는 소리였다.
나와 누나는 마당을 향해 냅다 내달렸다. 어찌나 급했는지 우리 둘 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쳐나온 상황이었다.
“흐아아앙!”
그리고, 마당으로 뛰쳐나온 우리는 아주 서럽게 울고 있는 은수를 볼 수 있었다.
누나는 허겁지겁 은수에게 달려가, 은수를 안아들고 달래주기 시작했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흔들어 주니, 은수의 울음이 금세 진정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곧바로 근처에 있던 꿀벌 한 마리를 불렀다. 벌집의 외관을 수리하는 건지, 확장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벌집을 손보고 있던 꿀벌이었다. 녀석이라면 은수가 왜 울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혹시 누가 마당에 들어왔었어?”
‘침입자, 없음.’
“없었어? 그럼 은수가 혼자 넘어진 거야?”
‘아님.’
“……뭐지?”
누가 들어온 것도 아니고, 혼자 넘어진 것도 아닌데 은수가 왜 울고 있는 건가 싶었다.
결국, 나는 누나가 은수를 달래고 난 이후, 어떻게 된 것인지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은수가 왜 울었을까?”
“흐으…….”
은수는 내 물음에 물기가 가득한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울락말락, 흐으- 소리를 내는 은수는 손에 꼬옥 쥐고 있는 것을 내밀었다.
“이거…….”
은수가 내민 것을 받은 나는 은수가 아주 서럽게 울음을 터트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아주 삐쩍 말라버린 꽃 하나였는데, 은수가 화단 구석에 직접 심었던 꽃이었다. 이번에 장기간 비가 오지 않으면서 완전히 말라버린 것이었다.
화단에 물을 주기는 하는데, 은수가 심은 꽃이 워낙 구석에 있어서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추 옆에 있다 보니, 상추가 물을 죄다 빨아먹어서 안 그래도 많지 않은 물을 흡수하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 캠핑을 간다고 1박 2일 동안 물도 주지 못했으니, 더더욱 바싹 말라버린 것이었다.
“어이구야.”
나는 완전히 말라, 이제는 바스러지기 직전인 꽃을 보며 골치 아픔을 느꼈다.
아무리 나라도 이미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바스러지기 시작하는 꽃을 되살릴 수 없었다.
“은수야, 은수가 좋아하는 꽃이 말라서 그래?”
“우으…….”
맞다는 것처럼, 눈가에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은수의 모습에 귀여워,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참았다. 그리고, 누나의 품에 안겨 있던 은수를 안아들었다.
“비가 너무 안 와서 은수가 좋아하는 꽃이 말라버렸네.”
“비 나빠!”
비가 안 와서 꽃이 말랐다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은수는 쨍쨍한 하늘을 원망스레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은수의 볼을 가볍게 찌르고서, 구석에 있는 물뿌리개로 향했다.
“아빠랑 같이 다른 식물들이 마르지 않게 물 줄까?”
“물 조!”
은수는 다른 식물들도 마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물뿌리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은수용으로 아주 자그마한 물뿌리개에도 물을 담아, 은수와 함께 화단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히.”
물 한 컵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 물뿌리개를 쥔 은수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물을 주기 시작했다. 쪼로록- 흘러나오는 물방울이 식물들 위로 떨어지니, 은수는 그제야 울음을 완전히 그치고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물을 한가득 담은 물뿌리개를 움직여 화단 전체를 적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구석구석, 마르는 것 하나 없도록 물을 듬뿍 주었다.
조금 시들해졌던 것 같은 식물들이 푸릇푸릇하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아빠랑 매일매일 물 줄까?”
“조아!”
자그마한 물뿌리개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하는 은수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은수를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내게 은수를 안겨준 누나는 이미 집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내가 웃음을 참던 그 순간, 누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집안으로 도망쳤었다.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들어간 나는 캠핑 등으로 지친 몸을 소파에 누우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푸흐흐, 수환아. 은수 좀 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곁에 있던 누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나 싶어, 누나가 가리킨 대로 은수를 바라보았다.
“풉.”
그리고, 은수를 바라본 나도 누나처럼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은수가 이번에는 어떤 식물도 말라죽지 않게 하겠다는 것처럼 물뿌리개를 들고서 마당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를 느낌이 보이면 바로 뛰쳐나가 물을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그 모습에 나와 누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소은이가 심심하다고 은수를 데리고 놀기 시작할 때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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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었나.”
아침을 먹고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딱히 볼만한 게 없어 계속 채널을 돌리던 도중, 중간에 스쳐 지나가던 뉴스 하나가 내 이목을 잡아끌었다. 다시 채널을 뒤로 돌려, 해당 뉴스의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일기예보였다.
[……기록상 최악의 가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장마전선이 남하하여 많은 비가 와야 할 현시점에, 이상기후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어……]장마가 와야 하는데 이상기후로 인해서 장마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더위와 함께 미친 듯이 쨍쨍한 날이 지속될 거라며 예보를 하고 있었다.
“이러면 나중에 태풍이 엄청 강하게 오는 거 아니야?”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가뭄도 문제지만, 나중에 올 태풍도 무척 걱정되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불러일으키는 건 실제로 불가능할진 몰라도, 이상기후가 또 다른 이상기후를 불러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환경보호니 뭐니 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환경이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으니, 은수가 아장아장 걸어와 내 다리를 붙잡았다.
“아뿌, 물!”
“물? 아, 화단에 물 주자고?”
“쪼르륵!”
은수는 마치 물뿌리개로 물을 주는 듯한 행동을 하며, 어서 마당으로 나가자며 내 다리를 잡고 열심히 흔들었다. 물론, 은수 기준으로 말이다.
“그래그래, 아빠랑 물 주러 갈까?”
“나두! 나두 할래!”
은수를 안아들고 마당으로 향하려니, 입가에 밥풀 하나를 달고 있는 소은이가 달려왔다. 자기도 같이 하겠다며 내가 쓰는 물뿌리개를 가져가 은수와 함께 화단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후히히히! 회전 물 뿌리기!”
다만, 소은이는 노는 것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아니, 그렇게 꽃에 물을 줘야지, 담벼락에 물을 주면 어떡하니.
“눈나앗!”
“앗! 미안해!”
물론, 꽃에는 진심인 은수에게 소은이가 혼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잠시 동안 조용히 화단에 물을 주던 도중, 갑자기 은수가 내게 아장아장 달려왔다. 그것도, 울상인 표정으로 말이다.
“아뿌 아뿌! 쩌어!”
“저기? 아…….”
은수가 다가와 어딘가를 가리키는 것에, 나는 은수가 왜 그러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물을 줬음에도 벌써부터 땅이 마르고, 식물들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식물들이 완전히 말라버린 건 아니지만, 더 많은 물을 더 자주 주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질 것이 분명할 것 같았다.
뉴스에서 최악의 가뭄이 예상된다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아서 흙이 메마른 데다, 무더위까지 기승이니 식물들이 쉽게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흐으으으…….”
“아이고.”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은수를 안아들고 달래며,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 걱정이 되었다.
스프링클러를 쓴다고 해도, 실제로 가뭄이 지속된다면 스프링클러 같은 것의 작동을 제한해야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에선 가뭄이라고 잔디에 물을 주거나 세차하는 것만으로도 벌금을 내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울 것 같은 은수의 눈가를 슥-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은수야, 아빠랑 기우제 지낼까?”
“모오?”
“기우제가 뭐냐고? 음……. 간단하게 말하자면, 비가 내려주기를 기도하는 거야.”
“비, 조아!”
비가 오는 거면 좋다며, 은수가 눈물을 쏙 집어넣고서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해맑게 웃는 은수의 미소에, 나도 마주 웃어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벤트처럼 크게 진행해 볼 생각이었다.
주기적으로 하는 건 아니더라도, 이런 걸 한다고 알리면 나름대로 관람객 유입도 되고 좋은 것이니 말이다.
때아닌 이벤트 준비를 하게 된 직원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빠르게 기우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우제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나누어줄 자그마한 굿즈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행사 순서나 동물원인 만큼 투입될 동물들에 관한 준비들까지, 많은 것들이 착착 진행되었다. 게다가 기우제를 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안 건지는 몰라도 협찬 같은 것들도 들어오니 더더욱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나는 SNS를 이용해 기우제에 대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 비가 너무 안 와서 식물들도 마르다 보니, 동물원에서 기우제를 지낼 생각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의 기우제는 아니고, 다 함께 즐기는 형태의 축제 형식으로 지낼 예정이니 부담 없이 찾아와주세요!]간단한 홍보 글귀와 함께, 짧은 영상 하나를 올렸다.
바로, 말라버린 식물을 보며 은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가뭄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었지만, 은수의 귀여움이 그 심각함을 조금 누그러트리고 있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면 주말농장 텃밭 한 번 정도는 말릴 수 있을 거 같음 ㅠㅠ] [근데 ㄹㅇ 요즘 비 너무 안 옴. 나도 가서 인디언식으로 기우제 해야겠음.] [비가 안 오니까 미세먼지도 너무 심하고 엄청 안 좋음. 차라리 시원하게 좀 쏟아졌으면 좋겠네.] [드루이드가 하는 기우제니까 좀 다르겠지? 제발 비 좀 와라.] [상황은 심각한데 기저귀 때문에 빵빵한 엉덩이로 콩콩 뛰는 거 진심 귀여워!] [근데 드루이드가 키우는 식물들이 마를 정도면 가뭄이 진짜 제대로 올 건가 본데;]은수의 귀여운 행동과 지금의 가뭄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이 동시에 느껴지는 영상 덕에, 홍보 효과가 아주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기우제를 지내기로 한 날짜의 온라인 예매가 기존 대비 다섯 배 이상 증가할 정도였다. 현장에서 예매해서 들어오는 이들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수의 관람객들이 올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