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
0032 웨이팅 맛집
“아우……. 피곤해…….”
이른 아침. 누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겠다고 눈을 비비며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누나가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로는, 내가 한 프러포즈에 있었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누나는 잠이 들려고 하다가도 행복하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어댔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그건 바로 오늘이 카페의 영업을 시작하는 날인 탓이었다.
“손님……. 오겠지?”
누나는 오늘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카페에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고 파리가 날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거의 서른 명에 달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손님 하나 없이 파리만 날린다면 고스란히 손해로 남으니 걱정되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래두우…….”
누나는 계속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운영하기 시작한 카페를 처음으로 영업했을 때의 기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 분명했다.
사실, 누나의 20대의 청춘을 바쳐 만들어낸 카페의 첫 영업은 그닥 신통하지 못했었다. 하루 종일 해서 아메리카노 일곱 잔을 팔았다고 했던가?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누나는 우리 카페도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누나에게 몇 번이고 말해줄 수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거 봐. 커뮤니티에 홍보하니까 온다고 한 사람만 수천 명이야. 우리는 손님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할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몰려오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니까?”
누나는 내가 내미는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며칠 전부터, 뮤튜브 커뮤니티에 오늘부터 카페 영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남겼었다. 그 게시글의 댓글에는 꼭 찾아갈 거라는 댓글만 수천 개에 달했다.
“하은아, 오빠 믿지? 걱정하지 말고 준비하자. 예쁘게 하고 가야지.”
나는 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여주며 동생 달래듯 달래주었다.
“오빠는 누가 오빠야!”
“아악!”
덕분에 누나의 걱정은 해소가 됐지만, 내게는 고통이 더해졌다.
아니, 걱정과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행복이 늘어나는 거 아니었어? 왜 고통이 늘어나지…….
하지만 일단 소기의 목적인 누나의 걱정 덜어내기는 성공했기에, 나는 욕실로 들어가는 누나를 바라보며 1층 욕실로 향했다.
1층으로 향하니 마침 화장실에서 슬그머니 나오는 남캣이 보였다.
“잘잤냐.”
“응. 너는?”
“폭신이가 자꾸 들러붙어서 귀찮긴 했는데……. 뭐, 나름 잘 잤지.”
녀석은 나를 확인하고 인사를 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부는 가차 없이 패버리는 녀석이, 폭신이에게 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였다. 치킨이도 간간히 후려패는 걸로 봐서는, 같은 고양이라고 봐주는 건 아니었다.
‘아! 암컷이라서 그런가?’
나는 남캣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짜식, 너도 남자구나?
“악! 뭐야!”
“표정이 기분 나쁘잖아.”
“이 냥아치가…….”
갑자기 내 정강이에 냥냥펀치를 후려갈긴 남캣은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사라졌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도도하게 걸어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뭔가 심술을 부리고 싶었다. 너 오늘 츄르 없다 짜샤.
“아, 일단 씻어야지.”
남캣에게 복수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씻어야 했다. 당장 두 시간 뒤에 카페의 영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에 씻고 준비해야지.
빠르게 샤워를 하고, 대충 얼굴에 스킨로션을 문질렀다. 그리고 드라이기를 이용해 머리를 정리했다. 아니, 정리가 맞나?
“분명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왜 안 되지?”
내 머리를 만져준 헤어 디자이너가 하라는 방법대로 했는데, 그 느낌이 전혀 살지 않았다.
거울을 잠시 보며 머리를 만지던 나는 아무리 만져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며 포기했다. 대충 슥슥 문질러버리고 나니 평소의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요즘따라 좀 잘 생겨진듯?”
머리 때문에 한 3점이나 4점 마이너스긴 하지만, 그래도 봐줄만 했다. 욕실 버프 때문인가?
나름 내 외모에 만족한 나는, 곧장 옷을 챙겨 입었다. 직원들에겐 유니폼을 제공하지만, 나까지 그걸 입을 생각은 없었기에 잠시동안 고민을 했다.
“익숙한 게 최고야.”
물론, 그렇다고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 언제나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면바지에 얇은 셔츠를 입는 것으로 끝이었다.
너무 편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꽤 단정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은 것이, 카페에서 동물들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을 복장이었다.
“수환아! 준비 다 했어?”
“어!”
옷을 챙겨 입고, 또 다시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확인하던 나는 크게 소리치는 누나의 외침에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 나가니 누나가 동물들에게 저마다 목걸이를 매어주고 있었다.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목걸이는 아니었다. 만에 하나라도, 녀석들이 가출하거나 납치되었을 때 내 반려동물임을 증명하기 위한 목걸이였다. 인식칩에 GPS까지 달린 고가의 제품이었다.
아무래도 공개된 장소인 카페에서 관리가 부실해진 틈을 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채우는 것이었다. 풀어버리면 효과가 상실되는 것이긴 하지만, 카페 밖으로 나가면 바로 알람이 울리게 해뒀으니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두었다.
“좀 도와줘. 마루가 자꾸 도망치려고 하네. 얘만 하면 되는데……. 가만히 좀 있어봐!”
목걸이를 목에 두드려고 할 때 마다 버둥거리는 마루의 행동에 누나가 휘청거렸다. 성인 남성도 끌고다닐 정도로 힘이 센 마루였으니, 누나가 휘청거리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마루, 멈춰!”
하지만 그 저항은 단 두 마디에 제압 되었다.
멈추라는 말 한 마디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마루는 몸을 굳혔다.
누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걸이를 채웠다. 마루는 그것이 거슬린다는 듯이 발로 살살 긁어댔다.
“불편해?”
“네에……. 저는 목줄 싫어요…….”
마루는 목줄에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는지, 연신 목걸이를 만져댔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목줄을 걸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네가 나랑 같이 산다는 걸 증명하려고 달아둔 거야. 많이 불편해? 도저히 못 하고 있겠어?”
“그런 거라면…….”
목줄을 연결하지는 않을 거라는 내 말을 들은 마루는, 그제서야 목걸이를 긁는 것을 멈추었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기에, 나는 추후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기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걸이를 차는 것이 마루가 마지막이었기에, 드디어 카페로 갈 준비가 끝났다.
“그럼 갈까?”
누나는 옆구리에 나태 녀석을 끼고서 당차게 걸음을 옮겼다. 내 말대로, 손님이 많겠거니- 하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나보다.
“엄마야!”
그런데, 현관을 넘어 대문을 열어젖힌 누나가 화들짝 놀라, 넘어질 뻔했다. 곁에 있던 내가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나태 녀석과 바닥을 뒹굴지 않았을까?
“꺅! 신수님 팬이예요!”
“와, 쟤가 나태인가봐. 벌써부터 귀찮아하는 표정이야.”
“진짜 수리부엉이네. 덩치 봐라. 근데 저런 부엉이를 고양이가 이긴다는 거지?”
“신수님과 영물들 출근 샷……. 좋았어, 아웃스타 각이다.”
그리고, 누나가 놀라 넘어질 뻔한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 집의 바로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수 많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집 바로 옆에 만들어둔 카페였기에, 카페 입구에서부터 주우우욱 늘어 서 있는 줄이 집 앞 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었다.
대문을 열자마자, 웬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으니 놀라지 않을 리가 없지.
“괜찮아?”
“으, 으응…….”
누나는 내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이 전부 손님인 거야?”
얼떨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묻는 누나의 물음에 답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네! 카페 여는 거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기 맨 앞에 있는 사람은 해 뜨기도 전에 왔대요!”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웨이팅을 자랑하는 한 여성분 덕분에, 누나는 두 눈을 크게 치켜 뜨고 있었다.
“거 봐. 많이 올 거라고 했지?”
누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고개를 흔들어도 카페에서부터 집 앞에 까지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웨이팅 라인을 바라보던 누나는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나와 동물들을 이끌고 카페로 향했다.
이렇게 손님들이 가득하니, 일단 빠르게 오픈을 할 생각인 것이었다.
“신수님! 바로 영업하시나요?”
웨이팅 라인의 맨 앞, 그러니까 카페의 입구로 다가가니 커플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초롱초롱하게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준비를 해야 해서요. 이렇게 일찍 오실 줄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아녜요! 저희가 일찍 온 건데요.”
그래, 당신들이 일찍 온 거잖아. 어느 누가 이제 막 영업 시작한 카페를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오냐고.
‘라고 말 할 수는 없지.’
나도 생각이 있었기에, 차마 마음 속에 떠도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는 듯이 눈웃음 지으며, 빠르게 지문으로 경비 시스템을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너희들은 저쪽에 가서 놀던가, 쉬던가. 니들이 알아서 해.”
카페 내부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동물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나태를 제외한 개들은 곧바로 잔디밭으로 뛰어가,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마루 너. 아까까지 목걸이 불편하다고 시무룩해 하지 않았냐.
행복함 MAX를 찍는 듯한 마루의 뜀박질에 어이가 가출할 뻔했다.
“사장언니, 사장언니남친 오빠! 저 왔어요!”
“사장님. 저희도 왔어요.”
황당함에 잠깐 멍하니 있던 사이, 영지를 비롯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했다. 나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조금 일찍 오픈을 시작하자 말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미리 교육을 시켜둔 덕분에 직원들은 베테랑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능숙하게 움직였다.
밤 사이 내려 앉은 먼지들이 직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고, 음료 파트가 기계 정비를 겸해 만든 음료를 한 잔씩 마셨다. 역시, 아침부터 마시는 영지의 아메리카노가 좋다니까.
“오늘 열심히 해봐요.”
나는 영지가 내려준 아메리카노를 가볍게 들어올렸고, 직원들이 나를 따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카페를 오픈했다.
“오오오! 인테리어 장난 아니네!”
“오빠! 여기 자판기 있어! 앗, 츄르랑 반려동물용 간식이네?”
“자판기에서 뽑을 수 있는 간식 외에는 동물들에게 주지 마세요, 라네. 이거 뽑으면 영물들 간식 줄 수 있나본데?”
“꺅! 언니, 저기 봐! 남캣이잖아! 저 도도한 걸음! 부엉이도 날리는 파워! 너무 멋져!”
“야야, 저기 가서 미리 자리 잡아. 저기 나태 널부러져 있네. 나태 안고 있어보자.”
“멍멍이가 있네요~ 은영아, 멍멍이한테 안녕 할까요?”
“자기야, 빨리 사진. 사진!”
“음료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입장료라고 치면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네.”
카페의 입구에 걸린 CLOSED 팻말을 OPEN으로 바꾸며 문을 열어주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몰려 들어오는 사람들이 저마다 감상평을 늘어놓으니, 카페에서 틀어둔 자그마한 배경음악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수선해졌다. 다들 뮤튜브를 통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보니, 동물 녀석들에 대해서 나름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와중에 한 번씩 경고문을 빙자한 이용 약관을 읽었는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벌써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고객 응대 파트와 음료 파트를 보고서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걱정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누나가, 어느새 해맑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흐흐, 이게 안 될 이유가 없지. 이렇게 아침 일찍 찾아와서 웨이팅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나는 벌써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카운터를 보며 아주 흡족스럽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일 먼저 대기하고 있던 커플이 싸인을 해달라며 찾아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약간 눈에 돈이 그려졌을 것 같은 웃음을 지우고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