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6
0335 취미입니다만(6)
“얘들 보면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사자 갈기 처럼 있는 아가미도 제법 귀엽죠.”
새하얀 색을 가지고 있는, 백호처럼 하얗게 변하는 백변증을 뜻하는 루시스틱 타입의 아홀로틀을 카메라에 가까이 가져갔다.
시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아홀로틀이라, 딱히 카메라를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앞을 바라보는 상태였기에 마치 카메라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것도, 싱글벙글 웃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당연하게도 채팅창과 후원 메시지로 많은 사람들이 귀엽다며 난리였다. 아무래도 야생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도롱뇽보다 오히려 험상궂은 야생 아홀로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홀로틀을 보며 좋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니, 역시 아홀로틀을 데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녀석은 특별히, 외부에서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유리벽면 쪽으로 풀어 놓을게요. 뭐…… 얘들이 다른 자리를 잡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나는 두 마리의 아홀로틀이 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약간의 여유를 주며 두 녀석을 풀었다.
내부까지 들어오진 못해도, 외부에서 비바리움의 ‘관람’은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비바리움의 아이돌이 되어줄 아홀로틀 두 마리를 유리벽 가까이로 유도했다.
물속으로 잠수하며 내려간 두 녀석은 곧바로 유리벽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유리로 막혀 있는 곳이다 보니, 녀석들이 물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게 되었다.
잠시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두 녀석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특별히 물의 온도를 맞추는 초능력까지 사용해가며, 두 녀석이 쉽게 적응하도록 물온도를 맞춰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도롱뇽이나 물고기, 새우, 가재 같은 녀석들이 살아갈 위치에도 알맞은 온도를 맞춰주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리를 잡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두 마리의 아홀로틀을 구경하고 있으니, 비바리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압빠!”
“어? 소은아, 학교는?”
“오늘 급식 안 준다고 집에 가래!”
“응? 학교에서 밥을 안 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에서 밥을 안 준다니!
그리고, 내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역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학교에서 밥을 안 주면 어떡하냐는 채팅들이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소은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잘 기억해 보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학교 식당 공사한다고, 밥 못 준다고 그랬어. 언니 오빠야들은 도시락 가져오구, 4교시 하고 집에 가는 우리는 집에서 밥 먹으래.”
“그래?”
“웅! 그래서 배고파!”
“우리 딸이 배고프면 안 되지. 밥 먹으러 갈까? 뭐 먹을래?”
“나 돈까쓰!”
소은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안 주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며 배를 슥슥 문지르며 다가왔다.
“옹? 압빠, 걔는 무슨 동물이야?!”
그런데, 내게 다가오던 소은이가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아홀로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관심 정도가 아니었다. 유리벽에 얼굴을 찰싹 붙이고서는 아홀로틀을 더 자세히 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귀엽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내부에 있던 아홀로틀 두 마리가 유리벽으로 다가왔다. 소은이가 얼굴을 찰싹 붙이고 있던 부근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는데, 마치 두 녀석이 소은이의 모습에 홀려버린 것 같았다.
“안녕!”
소은이는 제게 다가오는 새하얀 아홀로틀 두 마리에게 손을 붕붕 흔들었다. 얼굴은 유리벽에 붙인 채로.
그리고 그 순간, 두 마리의 아홀로틀이 마치 소은이가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처럼 한쪽 앞 다리를 슥슥 흔들어댔다.
“와! 압빠! 얘들이 인사해써! 히히히!”
아홀로틀의 인사에 기뻐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아홀로틀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걔들은 아홀로틀이라고, 한국에서는 우파루파라고도 많이 부르는 도롱뇽이야. 저기 안쪽에 찾아보면 평범한 도롱뇽들도 있어.”
“오와!”
소은이는 내 설명에 아홀로틀 안녀엉-!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그러다가 아홀로틀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휴대폰으로 아홀로틀에 대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소은이가 눈을 한껏 치켜뜨고, 입을 떡- 벌리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아, 압빠……. 얘들이 이렇게 크는 거야……?”
소은이는 휴대폰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아홀로틀이 성장했을 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징그럽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외형을 가진 도롱뇽 한 마리가 있는 것이었다.
[ㅗㅜㅑ…] [저거 쫌 ㅈ같이 생겼네…?] [불가능.] [아홀로틀이 크면 진짜 저렇게 됨?]시청자들 역시 그 사진을 보고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척 귀여운 아홀로틀이 다 자라면 징그러운 모습이 된다고 하니 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부분에 관해서 알고 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홀로틀이라는 도롱뇽은 유형성숙하는 종으로, 웬만해서는 성체가 되지 않는 동물이었다. 어린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었는데, 도중에 아이오딘이 주 성분인 티록신이라 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게 되면 성체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것을 상세하게 설명해도 지금의 소은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가볍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홀로틀은 어릴 때의 모습으로 계~속 커가는 동물이야. 이렇게 바뀌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닌데, 성장하는 도중에 특정한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예전에 아빠가 연예인 아저씨들 사진 보여줬지? 어릴 때 예쁘던 아저씨가 커서는 산적같이 변하거나, 계속 예쁘기도 했잖아. 그런 거야.”
“으웅, 그렇구나. 싱글아, 벙글아! 너희는 예쁘게 자라야 돼!”
소은이는 그새 이름을 지어 준 아홀로틀 두 마리에게 절대 이상하게 크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하듯 외쳤다. 것보다, 웃는 것처럼 생겼다고 싱글이랑 벙글이라고 이름을 지은 건가……?
나는 소은이의 작명을 말릴 순간도 없었다는 것에 황당함을 느꼈다. 하지만 소은이는 그런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에 손을 얹었다.
두 마리 아홀로틀에게 시선을 빼앗기며 잠깐 허기를 잊었지만, 다시금 허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방송 종료를 선언했다. 시청자들이 제발 가지 말라고, 먹방이나 해달라며 애원했지만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방송보단 소은이 배고픔이 중요하지.
아무튼, 그렇게 방송을 종료한 나는 점심시간에 맞춰 나를 찾아온 누나와 함께, 소은이가 먹고 싶다고 한 돈까스를 먹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어느덧 은수를 데리러 갈 시간이 찾아왔다.
“내가! 내가 데려올래! 은수!”
“소은이가?”
“웅, 내가 데려오고 싶어!”
“음……. 그래, 한 번 해봐.”
은수를 데려오겠다는 소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에 대한 신뢰도 신뢰지만, 소은이의 주변으로 숨어 있는 경호원들이 있었으니 소은이에게 은수를 데려오게 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엔초를 타고 다녀올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아아아-!”
힘차게 외치며 뛰어가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다시금 방송을 켜고서 비바리움의 관리를 이어갔다.
특히, 내부에 꽃을 비롯한 식물들의 번식을 위해 꿀벌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종종 내부로 들어와서 식물들의 수분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덕분에 벌써 몇 마리의 꿀벌들이 비바리움 내부를 붕붕 날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꽃잎 사이로 꿀벌들이 토실토실한 줄무늬 배를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잠시 구경하고 있으니, 비바리움의 문이 다시금 열렸다.
이번에는 소은이가 은수의 손을 붙잡고 비바리움에 찾아온 것이었다.
“압빠! 은수 왔어!”
“아뿌우!”
비바리움으로 찾아온 두 아이들은, 곧바로 내게 달려와 덥석 안겨들었다.
두 아이들을 품에 안아준 나는, 내가 만들어낸 비바리움을 자랑하듯 두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벌써부터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내 전용의 산책로 같은 것들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비바리움의 내부를 구경한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압빠! 나 줘!”
“나조!”
비바리움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들은 비바리움을 달라며 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웬만해서는 다 주겠지만, 내가 노력해서 갓 만들어낸 비바리움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안 돼. 이건 아빠가 취미로 만드는 거야. 아무리 우리 귀여운 소은이랑 은수가 달라고 해도 못 줘. 대신, 얼마든지 와서 놀아도 돼.”
“힝.”
“힝.”
아이들은 단호한 내 모습에서 가망이 없음을 눈치채고 아쉬움을 가득 드러냈다. 소은이는 물길에 손을 넣어 아홀로틀을 비롯한 도롱뇽들을 만지고 있었고, 은수는 근처에 있는 식물들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비바리움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물이나 동물들이 들어 있던 상자를 정리하고, 쓰레기 같은 것들을 모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비바리움의 정리를 끝마친 나는, 다음날부터 곧장 비바리움의 관람을 시작했다. 아직 조금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 있긴 했지만, 그런 부분들이 바뀌는 것을 찾아보러 오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뿌. 고사리!”
“여기 고사리도 심을까?”
“웅!”
“압빠! 여기에 도마뱀도 키우자!”
“그럴까?”
도중에 아이들의 의견도 수용하며, 비바리움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이지만 변해가는 것들이 있는 비바리움은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우리 동물원의 관광코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먹이사슬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비바리움 속 동물들의 생활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평이 많았다.
많은 수가 태어난 새끼 새우들이 열심히 수초 같은 것들을 갉아먹고 있으면, 그 주변으로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녀석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포식하며 살을 찌운 물고기들은 도롱뇽과 아홀로틀의 먹이가 되었다. 이후, 도롱뇽과 아홀로틀이 먹다 남긴 잔해 같은 것들이 가재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 먹이사슬을 구경하고 있으면, 마치 세상 밖에서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며 시간 여유가 있으면 몇 시간이고 관람하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듯한 내 모습에, 사람들이 무척 놀라며 도대체 뭘 만들려고 하는 거냐며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아니, 계속 말하지만, 이건 그냥 내 취미라니까 그러네.
단순하게 취미로 만드는 비바리움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비바리움에 큼직하게 자라난 고사리를 뜯었다. 자체적인 먹이사슬을 만들어낸 물길과 다르게, 식물 쪽은 내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했으니 말이다.
“아뿌! 고사리나무울!”
“소은아, 은수가 고사리나물 먹고 싶다는데?”
“웅, 마니 먹어.”
고사리 나물은 별로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은 소은이는 싱글이와 벙글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홀로틀 두 마리를 데리고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