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9
0338 새로운 경쟁자?(2)
“김 대리! 가서 준비해!”
동물원으로 들어오자마자, 장일운 차장이 부하 직원들을 어디론가 보냈다. 저마다 맡은 부분이 있기에, 검증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두려는 것이었다.
이상한 짓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장일운 차장의 부하 직원들이 뛰어가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새로운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박충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충유 씨. 본인이 대화해 본 동물들이 있나요?”
“아……. 그, 비둘기 한 마리랑, 참새 한 마리요. 거기에 기본 검증할 때 본 앵무새 한 마리요.”
“그 외에는요?”
“그 외에는 없어요. 저도, 제 주변 지인들도 따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요.”
박충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원으로 들어오며 몇 마디 나누면서, 그가 부산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라면 몰라도, 일단 부산에서는 길고양이나 떠돌이 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초능력을 각성하더라도 주변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없다면 초능력의 실험을 해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참새나 비둘기, 까마귀 정도가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가까이 가야 도망치는 비둘기나, 근처에서 포로록 날아다니는 참새와 대화한 것이 전부인 것도 이해가 됐다.
“일단 소동물 쪽으로 먼저 확인해 보죠.”
“앗.”
“왜요?”
“거긴 준비를 안 했…….”
안타까워하는 장일운 차장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소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내가 먼저 앞장서니, 장일운 차장도 박충유도 나를 졸졸 따라왔다.
“왔샤?”
“애기는 안 온 거샤?”
소동물 구역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토끼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녀석들은 내 발치에서 몸을 슥슥 비벼대다, 소은이를 찾았다.
그 모습에 나는 소은이를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 곧바로 소은이를 불렀다.
“압빠아아아-!”
전화로 초능력 검증을 할 예정이니, 구경할 거라면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삼 분 정도 흐르니, 엔초를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소은이를 볼 수 있었다.
어찌나 빠르게 달렸던 건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 상태로 고정된 것처럼 산발이 되어 있었다. 그런 머리를 슥슥 쓸어 정리해 주고서,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동물원 안에서는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고 했지?”
“웅! 자모태써!”
말랑말랑한 찹쌀떡 같은 볼을 잡아 늘리니 소은이가 잘못을 시인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소은이는 내 곁에 있던 장일운 차장과 박충유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몇 번 만나서 안면이 있는 장일운 차장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고, 박충유는 감격한 듯한 모습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고, 공주님! 팬이에요! 세상에! 내가 공주님을 실물로 보다니! 심지어 인사까지 해주셨어!”
나보다 소은이를 더 좋아하는 건지, 박충유는 소은이에게 애원하듯 요청해서 셀카까지 찍었다. 그러고선 마치 녹아내리는 슬라임처럼 바닥에서 흐물거렸다.
“흐헤헤.”
“우웅. 압빠, 이 아저씨 왜 이래?”
“소은이 팬이라서, 소은이랑 만난 게 너무 좋은가 봐.”
“우웅. 그렇구나.”
대충 납득은 된 건지, 소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초능력 검증은 언제 하는 거냐며 물어보았다.
“충유 씨. 좋은 건 알겠는데, 이제 슬슬 검증부터 하시죠.”
“헤, 헤헤……아? 아, 아! 네, 넵!”
바닥에서 흐느적거리던 박충유가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어느새 소은이의 주변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는 토끼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기토. 이 사람한테 아무 말이나 해볼래?”
“다른 인간들은 우리 말을 못 알아듣는 거 아니샤?”
“이 사람도 나나 소은이처럼 동물들이랑 말이 통하는지 확인하려고 그러는 거야.”
“알았샤.”
내 물음에, 소은이의 발목에 몸을 비벼대던 일기토가 다가왔다.
“내 말을 알아듣는 거샤?”
별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녀석은 냅다 자기 말을 알아듣냐고 물었다.
그러나, 박충유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일기토가 말한 것을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충유 씨? 일기토가 방금 한 말은 못 들으셨나요?”
“어……. 예.”
이럴 리가 없는데- 하는 것처럼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참새, 비둘기와 대화를 한 것으로 자신이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토끼의 말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걱정 마요. 애니멀커뮤니케이터라고 꼭 모든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대화가 되는 종을 먼저 찾는 걸로 하죠.”
나는 곧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동물들을 더 불러 모았다.
붉은여우, 카피바라, 강아지, 고양이, 라쿤, 오리너구리 등등. 여러 동물들을 확인했으나, 단 한 동물과도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제가 착각했던 걸까요?”
동물들과 대화가 되는 것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박충유는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초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는 확인됐으니 이렇게 정밀 검증을 하는 거잖아요. 걱정 마세요.”
나는 시무룩한 박충유의 등을 탁탁 두드리고서 다른 동물을 불러왔다. 아무래도 참새, 비둘기와는 대화가 되었다고 하니, 조류라면 대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조류관의 새들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소동물 구역에서 자주 놀고 있는 거위들을 불러온 것이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찾아온!”
“것인가!”
“무엇이든!”
“시켜라!”
꽥꽥꽥꽥, 수다스러운 거위즈는 내 곁으로 오며 무척 수다스럽게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자기들끼리 어찌나 수다의 합이 잘 맞는지, 한 문장을 나눠서 이야기할 정도였다.
심지어, 여덟 마리 중에서 말을 하지 못한 녀석은 아쉬워하며 뭐라도 말을 할 건덕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와아아!”
그런데, 거위들에게 무어라 말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곁에 있던 박충유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들려요! 들립니다! 들린다고요!”
“거위들이 말하는 건 들리는 건가요? 뭐라고 했는데요?”
“예, 예! 들려요! 자기들 차례가 왔냐고, 뭐든 시키라고 했잖아요!”
의기소침했던 것이 싹- 사라지며, 박충유는 환호하고 있었다. 자신이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개화했다는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에 기뻐하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근처에서 태블릿에 무언가를 체크하고 있는 장일운 차장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특정 종으로 특화된 것 같죠?”
“그런 거 같습니다. 기본 검증을 할 때도 앵무새와 대화했다 하고, 초능력 개화 인지 시점도 참새나 비둘기와 대화한 것이니…….”
대화를 하지 못한 동물들의 종류를 체크하며, 조류 쪽으로 특화되었다고 단정 짓는 장일운 차장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른 동물들도 확인해 봐야죠. 포유류만 제외되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죠. 제가 준비해둔 것들도 다 확인해야 할 거고요. 후후후.”
어떻게든 부하 직원들이 부끄러움에 몸부림치게 만들겠다는 듯한 장일운 차장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장일운 차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박충유는 거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랑!”
“대화가!”
“되는!”
“인간이!”
“또 있다!”
“신기하다!”
“뭐라고!”
“말을!”
“좀 해봐라!”
“너희들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와, 신기하네. 좀 머리가 아픈 거 같긴 하지만.”
“꽉꽉꽉!”
“이것이!”
“우리의!”
“능력이다!”
“꾸아악!”
“예전에 초능력 얻기 전에는 그냥 너희들끼리 꽥꽥 떠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나눠서 하는구나.”
박충유의 모습을 보면 거위즈와 확실히 대화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곁에 있는 소은이도 저 아저씨 진짜 거위즈랑 말한다! 하고 신기해하고 있었다.
“자, 일단 거위들과 대화가 가능한 건 확인되었으니, 다른 동물들과 대화가 되는지도 확인하러 가시죠. 구스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초능력으로 확정 짓고 싶으신 건 아니시겠죠?”
“물론입니다!”
구스커뮤니케이터라는 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쪼그려 앉아서 거위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수다를 떨던 박충유가 벌떡 일어났다.
“포유류도 덩치가 크면 대화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전체적으로 돌아 봅시다.”
“거위들아, 나중에 보자!”
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니, 거위즈에게 손을 붕붕 흔든 박충유가 재빨리 내 뒤를 따랐다.
그러나, 좀처럼 박충유가 대화할 수 있는 동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덩치 큰 뿌우뿌우나 기린들과도 대화가 되지 않았고, 코뿔소나 호랑이 같은 녀석들과도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장일운 차장의 부하 직원들이 열심히 동물들에게 미리 지정된 행동들을 보여 주었음에도 단 한 번도 맞추지 못한 것이었다.
소동물들의 경우에는 초능력이 약해, 덩치가 작은 동물들과 대화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조류 쪽으로만 특화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압빠, 저기 보뚜 있어! 보뚜랑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다른 곳은 다 패스하고 바로 조류관으로 이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으니, 소은이가 근처 수로에서 둥둥 떠다니는 악어인 보뚜를 가리켰다.
“그래, 그러자.”
어차피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있으니 보뚜와 대화를 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소은이가 호다닥 달려가, 보뚜를 데려왔다. 아니, 타고 왔다. 소은이를 등에 태운 보뚜 녀석이 어기적어기적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힉……!”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악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에 박충유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보뚜 녀석이 평범한 악어와 다르게,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된 소은이를 태우고도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나. 인간, 안 먹는다.”
자신을 보고 놀란 것임을 눈치챈 보뚜가 크허얽- 소리를 냈다. 제 딴에는 스스로의 무해함을 주장하는 것이었지만, 타인이 보기엔 위협하는 것에 가까웠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에겐 정말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들기 충분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박충유가 놀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박충유는 오히려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휴, 그렇지. 신수의 둥지에 있는 동물들이 인간을 공격할 리가 없지.”
“……충유 씨. 보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은 건가요?”
“어, 어? 그렇네요?”
박충유는 그제야 자신이 보뚜의 말을 이해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기대감을 가득 담은 채로 보뚜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 말을 알아듣는 거냐, 나한테 아무 말이나 해봐라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까지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인간, 귀찮다.”
“귀, 귀찮다니…….”
질문을 마구 던져대는 박충유의 모습에, 보뚜가 귀찮다는 듯이 몸을 돌려 다시금 수로에 퐁당- 빠져들었다.
충격을 받은 듯한 박충유를 뒤로하고, 장일운 차장에게 다시금 시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그냥 조류 특화는 아닌 것 같네요. 좀 더 돌아보죠.”
“악어면…… 파충류죠? 그럼 파충류관도 한 번 들려야겠습니다.”
보뚜와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조류 외에도 대화가 되는 동물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조류관으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파충류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환하게 웃는 박충유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파충류관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종의 거북이들이나 자그마한 도마뱀부터, 누렁이같이 커다란 종의 뱀까지. 파충류관의 동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