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4
0343 스포츠(1)
[드루이드, 납치된 아이를 구하다!] [극악무도한 납치범의 무기징역 요구 서명운동 백만 명 돌파!] [부산경찰, 드루이드의 명예경찰 임명 논의. 감사패는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꿀벌의 후각으로 아이를 찾았다!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에서 꿀벌의 후각에 관한 연구를 다시 시작.]내가 납치된 아이를 찾아주었다는 것이 알려졌는지, 곧바로 기사들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에 관한 인터뷰 요청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 물론, 그런 요청들은 모두 거절했다. 내가 한 행동이 선행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걸 내가 내 입으로 자랑하듯 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와줄 수 있어서 도와준 것이었고, 무언가 이득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의 부모님들이 보답하겠다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히히, 친구들이 울 압빠가 짱이래!”
“그치? 역시 아빠가 짱이지?”
그저, 소은이가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짜앙!”
“은수도 아빠가 짱이야?”
은수까지 소은이처럼 나를 향해서 쌍따봉을 들어 올리고 있으니,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진 데다 억 단위의 팬을, 심지어 나를 신으로 추앙하는 팬까지 있는 내게는 금전적인 보상이나 명예 따위가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반쯤 수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감사패와 표창장을 받았으니, 이미 충분히 보상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오히려 나중에 또 다른 감사패나 표창장을 받으면 넣어둘 장식장을 새로 하나 더 구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명예경찰이라는 것이 흥미를 조금 끌고 있을 뿐이었다. 장식장에 경찰 뱃지와 임명장을 장식해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었다.
예전에, 터널이 붕괴되어 사람들이 매몰되었을 때 구조한 것으로 받은 명예 소방관 임명장 옆에 같이 장식하면 딱일 것 같았다.
물론, 경찰에서 명예경찰 임명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수환아.”
장식장에 새로운 게 추가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누나가 내게 다가왔다. 내 휴대폰을 들고서 말이다.
“전화 오는데?”
“아, 어제 무음으로 해놓고 원래대로 한다는 게, 까먹었네.”
무음 상태로 만들어두었던 휴대폰은 진동도 뭣도 없이, 화면만 반짝이며 전화가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누나에게 내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의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기에,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피디님. 오랜만이네요.”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스타 피디로도 잘 알려진, 하루세끼의 피디였다.
“뉴스 봤어요. 수환 씨. 아주 대단하시던데요?”
“뭘요. 할 수 있는 걸 도왔을 뿐인데요.”
“크……! 겸손하시긴!”
간단하게 뉴스에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곧이어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수환 씨. 혹시, 방송하나 찍을 생각 없어요? 이번 일이 좋은 쪽으로 크게 터졌으니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고, 수환 씨도 이미지를 제법 챙길 수 있을 거예요.”
“방송이요? 어떤 건데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수환 씨의 초능력도 초능력이지만, 동물들의 활약이 주였잖아요?”
“그렇긴 하죠. 목격자도 동물이고, 수색은 꿀벌들이 했고, 대포동이랑 청호도 도움을 줬으니까요.”
솔직히 내가 한 거라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초능력을 사용했다는 것 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동물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단시간에 일을 끝마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지금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수환 씨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특히, 대포동이 잠긴 문을 땄다는 소리에 신수의 영물들이라 대단한 거라면서, 어느 정도로 대단한가 논란이 있거든요.”
“뭐, 그런 건 예전에도 종종 있긴 했죠. 아무래도 제 초능력이 단순히 동물이랑 대화하는 게 아니니까요.”
“예, 그렇죠. 그런데 제 후배 중에 하나가 그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획서를 제출했는데, 덜컥 허가가 났지 뭡니까. 처음으로 본인이 메인 자리를 꿰찬 프로가 될 건데, 수환 씨를 어떻게 섭외해야 하나 고민하더라고요. 애초에 수환 씨의 섭외가 없다면 기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니까요.”
밑에서 고생해 준 후배를 위해, 섭외 요청을 대신하고 있는 거라며 생각 좀 해달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찍으려는 게 정확히 어떤 건데요?”
“수환 씨. 축구 좋아해요?”
“축구요? 어……. 딱히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월드컵 같은 경기가 있으면 보는 정도? 유명한 축구 선수 몇몇을 빼면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어릴 때부터 축구만 했다 하면 나자빠지고, 얼굴에 공을 맞고, 헛발질을 해대는 통에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 한다면 다르기야 하겠지만, 딱히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피디가 아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 좀 아쉽네요.”
“왜요? 그 기획이 축구 관련이에요?”
“네. 수환 씨의 동물들이 축구를 배워서, 연예인 축구단과 경기를 펼치는 거라서요. 단순히 동물들이 이런 것까지 가능하다! 하고 말하는 것보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게 더 확실하다는 거죠. 수환 씨가 있으면 기본적인 룰의 교육 같은 것도 가능하니까요.”
“으흠…….”
피디의 말에, 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가볍게 상상을 해보았다. 동물들이 축구공을 차며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말이다.
잠시 그런 상상을 하니,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요. 한 번 해보죠 뭐. 대신 그림이 안 나와도 뭐라고 하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출연에 동의하겠다고 하니, 피디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 그리고, 직후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 이슈가 되어 있는 것이 사그라들기 전에 촬영과 방영을 하고 싶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화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영을 시작한다면 초반 시청률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결정된 촬영일은 바로 내일이었다. 빠른 촬영을 위해서 방송국 쪽에서도 후한 조건을 내걸은 덕이었다.
마침 내게도 당장 일정이 없기도 했으니 당장 촬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나마 내일 시작하는 것도, 서울에서 관련 장비와 인원들이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아니아니, 제가 담당하는 게 아니니 제가 보는 건 아니네요. 내일 제 후배가 찾아갈 겁니다. 모쪼록,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라는 이야기를 하며 피디가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대충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누나가 슬쩍 곁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웬 축구?”
딱히 숨길 내용도 아니어서 그 자리에서 전화를 했더니, 누나가 관심을 보였다. 누나는 내가 축구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번에 좀 좋은 쪽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
“응.”
“그래서 화제몰이하고 있을 때, 시청률 좀 올리겠다는 거지. 게다가, 이번엔 동물들이 메인으로 활약했잖아? 그래서 동물들의 수준도 파악하고 싶다더라. 동물들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려면 스포츠 경기같이 비교할 대상이 같이 있는 게 좋고. 그러니까, 동물들로 축구 팀을 구성해서 연예인 축구단이랑 경기를 해보자네.”
“그럼 또 연예인들 오는 거야?”
묘하게 반짝반짝 눈이 빛나는 누나의 모습에, 누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어허! 서방님 놔두고 외간 남자한테 관심을 주는 것이냐!”
“뭐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게 안긴 누나는 팔뚝을 찰싹찰싹 두드리며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연예인 축구단이면 누가 있더라……?”
“씁. 안 되겠네.”
안긴 채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냅다 누나의 얼굴에 입술을 갖다 박았다. 입술, 뺨, 코, 이마에 쪽쪽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 소은이가 호다닥 달려왔다.
“나도 뽀뽀!”
우리 사이로 파고든 소은이는 나와 누나의 얼굴을 붙잡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나두우!”
물론, 은수도 빠지지 않았다. 두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쪽쪽쪽쪽- 뽀뽀를 마구 해댔다.
난데없이 아이들의 뽀뽀 세례를 받게 된 나와 누나는 피식 웃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들 역시 우리가 웃으니 좋다는 듯 히히- 해맑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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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웬 촬영팀이 오늘 촬영 일정이 있다고 찾아왔는데요?”
이른 아침, 나는 매표소 직원으로부터 전해진 소식에 정신을 차렸다. 어제 뽀뽀 파티를 한다고 촬영팀이 오는 것을 전달한다는 걸 잊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아, 맞아. 오늘 촬영이 있었는데, 말하는 걸 잊었네. 들여보내도 돼. 내가 마중 나갈테니까, 우리 집 쪽으로 안내만 해줘.”
“네에!”
은수를 유치원에 보내야 했기에, 이미 나는 깔끔하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덕분에 따로 분주히 움직일 필요 없이, 곧장 촬영팀을 마중 나갔다.
집으로 나서 잠깐 걷다 보니 여러 짐들이 실린 전동카트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촬영의 담당 피디인 공착이입니다!”
카트에 타고 있던 한 남자가 나를 발견하더니 뛰어내려, 내게로 호다닥 달려와 인사를 했다.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주 인사해 주었다.
“일단, 제가 유치원에 아들 등원을 좀 시켜야 해서 먼저 좀 다녀오겠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그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촬영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주었다.
평소에는 새롭게 동물원에 합류하는 동물들의 훈련 장소로 쓰는 곳이었는데, 꽤나 넓은 곳이라 촬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이쪽으로 카메라 세팅합니까?”
“거기 말고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가자! 그리고 감독님은 언제 오신다고 했어?”
“곧 도착하실 것 같답니다!”
“그래? 그럼 기다리지 말고 미리 준비해두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은수의 준비를 마치고 은수의 유치원으로 향했다.
“은수야아!”
오늘도 여자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은수를 뒤로하고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오니, 조금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인물이 한 명 자리하고 있었다.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축구 선수였으며, 지금은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반갑습니다. 동물들의 축구 감독 겸 코치를 맡은 안박손입니다.”
그리고, 이번 촬영과 경기에서 우리 동물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줄 감독 겸 코치이기도 했다.
그와도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우리는 곧바로 카메라 앞에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혹시, 선수로 생각해둔 동물들이 있으실까요?”
“음……. 뿌우뿌우나 호돌이, 보뚜 정도 생각했어요. 뿌우뿌우는 공굴리기를 제법 잘 하는 편이고, 호돌이도 샌드백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무척 민첩하거든요. 보뚜는 강한 꼬리 힘으로 공을 쳐내는 역할이 딱 좋지 않을까요?”
선수로 생각해둔 동물들이 있냐고 하길래, 나는 ‘필승’을 장담할 수 있는 몇 마리를 추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추려낸 세 마리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안박손 감독의 표정은, ‘도대체 뭐라고 설득해야 하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